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45)
괴식식당-545화(545/613)
545화. 악취 (1)
처음 대명 고등학교에 왔을 때 승우의 기분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그는 이번 일에 드물게도 상당히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대체 어떤 놈이야…….’
대명 고등학교에서 무엇인가 사고가 터질 때마다 압도적으로 불길하고, 흉흉하며 사악한 마나의 파동이 퍼졌다.
그래서 이자나미가 나올 때는 이자나미가 원흉이라고 생각했다
창조신급의 악신이니 그 악의 파동은 보통의 악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켜보니 이자나미는 아니다.
그녀는 악신이고, 침략자였지만 그렇게까지 악의로 똘똘 뭉치진 않았다.
‘이자나미는 아냐. 녀석의 악의는 끽해야 재앙신 정도. 끽해야 약탈자 정도일까.’
이자나미의 악행은 조기에 방지하여 미수였으니 정상참작을 하여 소멸까지는 시키지 않았다.
애당초 악신의 계통은 눈에 띄면 소멸시키는 게 승우의 방침이었다만, 살아 보려고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는 게 안쓰럽기도 해서 존재 소멸까진 참았다.
‘그럼 이 악의는 누구란 말이야.’
게이트에서 풍기는 악의와 의도. 이 정도로 구역질 나는 악의 향취는 태어나서 처음이다.
그 초마왕조차도 이리 사악하진 않았다. 탐욕의 신이나 제우스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서 생기는 악도 아니다.
사악함을 최대로 농축한 후 발효한 듯한 이 악취. 승우는 이 악취만으로 악 성향의 킬러 스킬이 정신없이 발동하여 제어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이런 악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 소름이 돋는다. 발작적으로 이자나미를 베지 않기 위해서 검기를 억누르는 것도 힘들었다.
이자나미는 결코 모르리라.
지난 일주일, 그녀를 관찰하면서 승우가 얼마나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했는지.
비유하자면 자신의 침대에 누군가가 바퀴벌레를 올려놓았는데 그 바퀴벌레를 올려둔 놈을 찾아야 하므로 바퀴벌레가 침대 위를 누비는 걸 지켜보아야 하는 상황과 비슷했다.
생각 같아서야 당연히 바퀴벌레를 죽이고야 싶다. 하지만 그게 누군가의 의도라면 그 의도대로 움직여 주기는 죽어도 싫다.
누군가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오기와 자존심이 승우를 억눌렀다. 그래서 승우는 참았고, 결국 이자나미가 아니라는 확증을 얻었다.
“뿌. 뿌. 저 사람은 아니다뿌?”
안테나가 되어 탐지해본 영식이가 말했다. 이 소름 끼치는 마나는 이자나미의 마나가 아니다.
영식이는 악 성향 킬러 스킬이 없어서 별반 어려움 없이 두 개의 마나를 분리했다. 하나는 이자나미, 하나는 승우가 경계한 검은마나.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뿌? 뿌?”
“모르겠니?”
“전혀 모르겠다뿌.”
추적할 수 없다. 영식이의 추적 스킬은 상당히 높은 경지였지만 어디까지나 필멸자 중에서는 높은 급이다.
진짜 작정하고 숨어 버린 신을 찾을 정도는 아니다. 승우도 추적 스킬은 있으나 이 구역질 나는 악의 앞에서 살기를 참을 수 없기에 발동 자체가 힘들었다.
그러니 지금의 상황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크게 셋.
적은 승우를 잘 알고 있다.
승우의 상태를 보기 위해서 제물 삼아 이자나미를 던졌다.
무엇을 위해?
‘나를 더 관찰하기 위해서겠지.’
이 소름 끼치는 적은 승우를 노리고 있다. 누굴까, 제일 먼저 의심한 대상은 물론 이자나미의 전 남편인 이자나기다. 승우를 써서 차도살인지계를 펼치려는 게 아닌가?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그래서 승우는 이자나기를 조사해 보았고, 아니었다. 자이언트판다처럼 눈이 새까맣게 된 이자나기가 아니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보아하니 그럴 그릇은 아냐.’
이자나기는 상당한 소인배라 그럴 배짱이 없다. 이자나미에 비해서 격도 떨어진다.
이자나미를 속여서 지구로 떠밀 재간도 없다. 그를 용의선상에서 제거하고 보니 이나자미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가진 신은 의외로 없었다.
‘역시 이자나미가 아니라 나를 노린 수작이야.’
대체 누구일까.
어떤 신일까.
‘내 추적 능력을 마비시킬 정도의 악의. 그리고 그 악의에 섞여 교묘하게 흔적을 지운 마력의 파동. 이건 전문가의 솜씨야.’
이런 일이 가능한 신명은 그 수가 한정되어 있다. 모략, 음모, 신산, 귀모, 책략. 힘이 아니라 지성을 무기로 삼는 자만이 가능하다.
승우는 직감적으로 이 일이 단독범의 소행이 아님을 알았다.
‘적어도 셋 이상.’
코가 삐뚤어질 거 같은 구린 악의를 뿌려, 승우의 추적을 막는 자. 이자나미를 유인한 자.
이자나미를 소멸시키는 걸 지켜보며 승우를 재단해 보려고 한 자.
하나하나가 개인이 아니라 복수의 집단일지도 모르지. 유감스럽게도 승우의 숙적이라고 부를 만한 신은 하나도 없었으나, 그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신은 많고도 많았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법률과 이치, 차원 법을 뭉개 버리는 신의 존재는 환영받을 수 없다.
중립에게도 질서에게도 혼돈에게도 적대받는 게 승우의 현재 위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공격이 없었던 까닭은 공격해 봐야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나온다면 슬슬 나와도 붙어 볼 만하다는 건가?’
싸움의 시작은 정보, 탐색전이다. 다른 신이 보기에 승우는 그 강력한 힘만큼이나 짧은 역사가 경계의 대상이 된다.
보통의 신은 신으로서의 역사, 내력, 신화가 있다. 그 신화를 조사하면 강점과 약점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제우스는 하반신이 약점이고, 벼락이 통하지 않지. 신들의 신화란 그 자체가 그 신의 모든 걸 말해 줘.’
하지만 승우는 그 신으로서의 역사가 매우 짧다. 업적 하나하나는 커다랗지만, 시간으로 보면 고작 이십 년 남짓.
너무 짧은 탓에 다른 신들은 승우에 관해 아는 것이 현저하게 적어진다.
승우의 내력을 확인해서 나오는 약점이라고 해 봐야 아이에게 조금 약함이 전부였으니, 오죽할까.
‘그러니 이번 일은 내 약점을 진짜로 찾아보기 위해서겠지.’
대처 방식, 속도, 힘의 크기. 사소하지만 큰 정보다. 그 정보를 알기 위해서 이런 귀찮은 공작을 했다.
“하. 하하하하.”
적이 자신을 노린다. 음모를 꾸미고 있다. 보통이라면 불쾌해 마땅한 일이었으나 승우는 이 불쾌한 상황을 당하고도, 웃었다.
가소로워서도, 미쳐서도 아니다. 그저 적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이다.
적. 적이다.
싸울 수 있다.
승우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영식이가 머리 위로 꾸물꾸물 올라와서 말했다.
“냉면 더 없어뿌?”
“아. 맞아.”
일단 적을 생각하기보다는 영식이를 배부르게 하는 게 먼저겠지?
“기다려 봐. 더 해 줄게.”
* * *
이상 사태는 진정되었고, 이자나미는 진범이 아니었다. 관찰이 끝났으니 승우의 교사 생활도 끝났다.
이제 슬슬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의 마지막 근무일은 눈물의 홍수였다.
“쌤! 가지 마요!”
“쌤요! 그냥 계속 있으면 안 돼요?!”
“갈 거라면! 갈 거라면 급식이라도 멀쩡하게 해 주고 가요오오오?!”
“학교를 이렇게 만들고 자기만 튀면 어째요!”
“맞아! 쌤! 가지 마요!”
흐르는 물이 강이 된다.
애절하다, 애절해.
아주 오래전 논산에서 군대 들어가는 연인을 보는 듯하다.
그때도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나?
승우가 볼을 긁었다.
“자자, 조용. 너희들이 오래 떠들수록 하교만 늦어진다. 집에 가고 싶으면 조용히 해 봐.”
집에 갈 생각에 애들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그래, 칼퇴근에 환장한 건 직장만이 아니지.
승우는 아주 오래전 승우의 선생님이 하던 ‘합죽이가 됩시다-합’ 따위의 언령 마법을 쓰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 봐도 그건 너무 고대 마법이지. 알아들을 아이들도 몇 없으리라.
“예전에 말했듯이 나는 원래 괴식 전문가로서 괴식 식단을 제공해 주러 단기 계약을 했을 뿐이야. 마침 교원자격증이 있어서 임시 교사 일도 병행했던 것뿐이고.”
권능하와 윤은형이 입가를 씰룩였다. 대외적으로는 저게 승우의 고용 명분이긴 했다.
실제로는 대명 고등학교에 생긴 이상 사태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고용한 해결사였지만 말이다.
실체를 아는 사람은 몇 없었고, 학생들은 모르는 일이다.
승우가 이어서 말했다.
“다들 반발이 심할 만큼, 지금 대명고등학교의 괴식은 조금- 맛없긴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니까 괜찮지?”
“안 괜찮아요!? 조금 맛없는 게 아니라고요!”
“좋아좋아. 너희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참 기쁘다.”
“…….”
저 사디스트 교사.
학생들이 싸늘하게 보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지금은 요리사분들이 새로운 요리법에 적응 중인 과도기라, 유난히 맛이 없긴 할 거야. 하지만 어쩌겠니. 너희들이 참아야지.”
“우우우우!”
“사회에 나가 보면 이거보다 더한 부조리가 얼마든지 있단다. 가깝게는 그래, 군대도 있고 말이야.”
“우우우우!!”
“참는 법을 익히려무나.”
“우우우우!!!”
요즘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대학교 안 가면 바로 입대다. 군대 문제를 상기하고는 아이들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걸 즐겁게 보다가 승우가 다시 말했다.
“뭐,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진지하게 말해서 괴식으로 인해서 괴롭다, 먹기 싫다는 마음이 강하면 내일부터는 평범한 요리도 병행해서 만들도록 했으니까 그쪽을 먹으면 돼.”
“어? 정말요?”
“그래.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어.”
몸에 좋다. 건강에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먹여서는 안 된다.
괴식 전문가인 승우는 몸에 좋은 괴식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억지로라도 먹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교사 승우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걸 먹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 괴식이 몸에 좋은 건 사실이지만, 정신 건강을 해친다면 백약(百藥)이 무용(無用)이지. 아직 어린 너희들에게는 건강보다는 자유, 자유가 주는 정신 건강이 더 소중할 때야. 먹고 싶은 사람만 먹고, 나머지는 먹지 않아도 돼.”
“오…….”
탄성을 내뱉는 아이들이었으나, 승우는 잘 알고 있다.
이맘때의 아이들이란 기본적으로 청개구리다.
부모님이 비싸게 보약을 가져와서 몸에 좋다고 먹으라고 하면 안 먹는다. 맛없으니까, 쓰니까, 몸에 좋다고 해도 이해가 안 되니까.
그래서 억지로 먹이면 화장실에 몰래 버리거나, 화초에 물 대신 보약을 줘서 우람한 근육질 화초를 만들곤 한다.
그럼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먹여야 하나.
그건 바로 무관심 속의 관심이다.
그냥 묵묵하게 부모님들이 보약을 먹고 있으면 기웃거리다가 자기들도 먹게 된다.
하지 말라면, 해 버린다. 모두 다 마음속에 백강혁 하나쯤을 품고 있는 나이가 바로 고등학생이다.
‘벌써 눈이 초롱초롱하네.’
안 먹어도 된다고 하니까 지금은 기뻐서 그냥 밥을 먹겠지. 하지만 주변에 하나둘 괴식을 먹는 애들이 있으면 결국은 그거 따라간다.
연애의 밀당은 전혀 못 하는 승우였지만, 아이들과의 밀당은 제법 자신이 있었다.
이만하면 내가 떠나도 이 학교에서 괴식이 사라지진 않겠지. 승우가 싱긋 웃으면서 말을 마쳤다.
“종례 시간이 길어졌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이제는 교사가 아니라 밥집 아저씨로 돌아갔지만, 너희들은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힘들 때, 할 말이 있을 때는 언제라도 찾아와. 고민 상담쯤은 언제라도 들어 줄게.”
“네-!”
“그럼 이만 해산.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우르르, 아이들이 빠져나간다.
이렇게 교사 생활이 끝났다.
제법, 재밌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