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5)
괴식식당-55화(55/613)
055화. 탕수육
탕수육처럼 대중적인 중화요리는 드물다.
짜장과 짬뽕이라는 거대한 양대 산맥이 있지만, 이 둘과 탕수육은 궤가 다르다.
짜장면, 짬뽕은 기본기로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둘은 누가 더 인기가 있고 없고를 따지며 서로 싸우기에 바쁜 주메뉴다.
물론 싸우기만 한 것은 아니라 대통합을 이루려는 시도도 있었다.
짬뽕과 짜장을 동시에 먹는 것, 짬짜면.
획기적이라면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짜장과 짬뽕에 대한 싸움을 멈출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짜장과 짬뽕, 짬짜면이라는 세 갈래로 갈라졌을 뿐!
여전히 기본 메뉴의 선정은 전쟁터다.
그런 반면에 탕수육은 어떠한가?
조금 비싼 중화요리를 먹고 싶다고 생각할 때 고르는 메뉴론 최고의 입지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고기 튀김.
어른들의 술안주!
뭔가 오늘은 좀 생색을 내고 싶다고 느끼면 고르는 메뉴 1위!
탕수육은 그렇게 불변의 위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탕수육이라고 불안 요소가 없을까?
“찍먹과 부먹. 너희들은 어느 쪽이지?”
강혁이 흠- 하고 팔짱을 끼며 물었다.
그러자 은형이 바로 가당치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당연히 찍어 먹는다. 다른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잖아?”
“이래서 맛알못이란~”
“뭐? 이 자식이!”
“하, 부어 먹는 게 당연하지.”
찍먹파와 부먹파의 대립!
중화요리가 한국에 자리 잡은 후 단 한시도 멈춘 적 없는 오래된 싸움이다.
배려를 위해서 찍어 먹자는 윤은형.
부어 먹어야 소스를 많이 묻힐 수 있으며 찍어 먹는 과정을 줄일 수 있으니 편하다는 백강혁!
둘은 서로를 노려보다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피식 웃었다.
먼저 입을 연 건 강혁이었다.
“네놈과는 정말 단 하나도 맞는 게 없군.”
“누가 아니래. 하하하.”
잠시 후.
멋진 크로스카운터가 서로의 얼굴에 작렬했다.
“컥-!”
“컥-!”
동시에 꺾이는 머리, 치솟는 쌍코피.
하여간 싸움이 멈추지 않는 두 놈이다.
‘징계 먹었다면서 배우는 게 하나도 없구나.’
부먹이니 찍먹이니를 두고 주먹싸움까지 하다니, 애냐?
승우가 고개를 흔들어 보이자, 강혁이 되물었다.
“사장님의 의견은 어떤데요?”
부먹인가?
찍먹인가?
어째서 세상 사람들은 파벌을 나누는가.
“애초에 선택지가 두 개뿐인 것이 이상하군.”
“……?”
“소스에 담가서 먹는 담먹, 주면 주는 대로 먹는 주먹, 그냥 먹는 처먹, 소스를 아예 안 먹는 안먹도 있다. 심지어 소금과 후추를 뿌려서 먹는 사람도 있지.”
“그런 마이너한 취향이셨습니까?”
“설마.”
“그럼……?”
“애초에 말이다. 탕수육은 볶아서 나오는 게 기본이란다.”
승우의 답은 이미 정해진 상태였다.
“볶아 먹어야지.”
“볶먹!?”
“소스가 따로 나오는 건 배달 음식이니까, 소스를 흡수한 튀김옷이 눅눅해지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다. 배달 음식도 아닌데 부먹이니 찍먹이니 할 게 뭐 있냐? 볶아서 먹으면 되지.”
그거야 맞는 말이지만.
은형과 강혁이 입맛을 다셨다.
승우가 바로 차분하게 조리 도구를 확인하며 이어 말했다.
“뭐 사실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야. 찍어 먹든 부어 먹든 튀김은 애초에 맛있을 수밖에 없어.”
중국에서는 바퀴 달린 것과 신발 외에는 모조리 튀겨 먹는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튀김은 무조건 맛있다.
취향을 고려하더라도 최소한 어느 정도의 맛은 보증해 주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초코바도 튀겨 먹는다더군.”
“초코바를?”
은형이 쏠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확실히 한국인에게는 불호인 조합이지만 초콜릿과 튀김의 조합은 의외로 괜찮아. 튀김과 단 것의 조합은 밸런스가 좋거든. 예를 들자면 방금 말한 초콜릿이나, 파인애플. 바나나 소스 같은 거.”
“사장님. 그렇다고 초콜릿 탕수육 나오면 나 안 먹어요.”
“그래? 그럼 일부러라도 초콜릿으로 해볼까?”
“…….”
진짜 은근히 성격 나쁘다니까.
투덜거리는 강혁을 뒤로하고 승우가 조리 도구의 점검을 끝냈다.
도구가 있어야 할 위치에 모두 있었다.
위생 상태도 완벽하다.
나비가 커다란 눈동자를 빛내며 칭찬을 바라는 듯이 머리를 밀었다.
승우는 그런 나비를 안아 들며 턱을 긁어줬다.
“잘했다. 깔끔하구나.”
“우냥~”
“그럼 오늘은 탕수육을 할 건데, 재료가 뭐가 있을까?”
“돼지고기로 하는 거 아니었냥?”
“기본은 돼지고기긴 하지.”
탕수육의 육(肉)은 돼지고기라는 의미다.
튀김이라는 조리법은 상대적으로 재료의 품질을 쉽게 가려준다.
아주 나쁜 고기를 쓰더라도 그럭저럭 괜찮은 고기로 포장해 주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음식점에서 저렴한 돼지고기 뒷다리 살을 애용한다.
“등심이나 앞다리 살을 쓰는 방법도 있지만, 슬슬 일반적인 요리만 먹는 건 질리네. 간만에 테라식으로 할까 하는데……?”
“테라식인가냐아~ 그럼 몬스터 고기구냐.”
주방에 서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고양이와 사장을 본 은형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졌다.
은형은 잠시 주변의 눈치를 보더니 조용히 강혁에게 속삭였다.
‘이봐. 테라식이라면 그거냐? 괴식?’
‘귓속말하지 마, 짜샤. 누가 보면 친해 보일까 봐 겁난다.’
‘쫄보 자식, 그런 걸 겁내냐?’
‘너 내일 신문 일 면에 강혁과 은형, 사실은 사이가 좋다 따위의 기사가 나와도 좋다 이거지? 좋아! 그럼 허그라도 한 번 할까? 응?’
‘…….’
그건 싫군.
은형은 조심스럽게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그는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
‘몬스터 고기는 싫어. 절대로 싫어. 먹기 싫다고!’
애당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헌터에게 몬스터 고기를 먹여?
장담하는데 계약조건에 그런 것이 있었다면 누구도 퍼스트 오더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
헌터에게 몬스터는 증오의 대상이자, 사냥의 대상이지 먹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곳에서는 그게 태연하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다뤄진다.
‘미치겠네.’
이능력의 사용으로 인해, 중상을 입고 입원할 때까지는 이런 상황은 꿈에도 생각 못 했었다.
부상이 다 나아서 복귀하니까 자신보다 몇 수 아래였던 백강혁이 비슷한 실력으로 치고 올라왔다는 것도, 상부의 지침이 변해서 적극적으로 몬스터를 사용한 요리를 먹으라고 권장하는 것도.
이게 지부장 수준에서의 명령이라면 거부하거나, 총본부에 연락이라도 취해볼 텐데…….
총장의 명령이란다.
[먹어라. 기회가 되는 한 먹어라. 그리고 강해져라.]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총장, 당신은 안 먹는다고 막말 개쩌네!
윤은형은 울컥하고 가슴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올랐다.
짜증과 분노다.
먹으면 강해진다는 요리가 존재하는가에 대해서는 이미 확인했다.
고양이 스승이 만들어주는 어스 웜 요리를 먹어봐서 안다.
먹으면 진짜로 몸이 유연해진다.
그렇다면 다른 효과도 정말 있겠지.
‘그렇다고 먹고 싶은 건 아니라고!’
수행과 단련을 위해서라면 먹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즐거운 저녁 식사 시간에 꼭 그런 걸 먹어야 하나?
이 유승우라는 귀환자는 정말로 빼어난 요리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해주는 식사는 확실히 맛있었다.
몇 번 먹다 보니 버릇이 들어서 솔직히 매번 식사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다.
그런 맛있는 걸 해주는 인간이 왜 꼭 괴식까지 손대고, 그것에 집착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적어도 오늘은 먹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하느님, 제발! 오늘만은!’
지성이면 감천, 하늘도 감복한다던가?
윤은형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다.
냉장고와 인벤토리를 뒤지던 나비가 앞발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재료가 없다냐.”
“재료가 없다고?”
“초고가의 재료는 있지만 적당한 몬스터 고기는 없다냐. 지난번에 적당한 몬스터 고기는 영식이 먹인다고 다 먹이지 않았냥.”
“끄응, 그러고 보니… 식재료 사러 백화점에 갔을 때 몬스터 고기는 전혀 없었었지. 곤란하네.”
비축한 재료가 떨어질 줄이야?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유롭게 백화점에 쌓여 있었는데 어째서 요즘은 없지?
양팔을 들고 환호하는 은형을 보며 강혁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건 워 기어 때문에 그럴 겁니다.”
“워 기어라면 그 로봇이지?”
“예, 요즘 이 근방의 일은 풀 메탈 히어로즈가 죄다 처리하고 있거든요. 녀석들은 워 기어로 싸우는데 그 워 기어란 녀석이 꽤 요란해요. 아주 작정하고 대구경 탄을 쓴단 말이죠.”
“허…….”
“그런 대구경의 탄으로 무장하고 고속으로 이동하면서 …….”
강혁이 두두두 하고 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
“이렇게 싸우다 보니 몬스터들이 아주 넝마가 된단 말입니다. 매각할 부위가 안 남아요.”
“이런.”
“몬스터를 잡아서 나오는 마석이나, 심장이 가치가 있는 거지. 고기는 좀 애매하잖아요? 상품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 현장에서 버려진다더군요.”
그럼 당분간 몬스터의 고기는 들어오지 않겠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 평범하게 돼지고기로 만들어볼까.”
“예쓰!”
은형이 강하게 환호했다.
“그렇게 좋냐?”
“…….”
승우는 잠깐 동안 인벤토리 깊은 곳에 있는 초고가 재료라도 꺼내는 게 어떨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역시 준비도 안 된 녀석들에게 먹이기에는 아까운 재료들이다.
승우는 나중을 기약하기로 마음먹었다.
* * *
나비가 잘 손질된 돼지고기를 방망이로 팡팡 쳤다.
이렇게 하면 조금 더 부드러운 식감이 나며 육즙이 보존된다.
돼지고기에 묻힐 튀김옷도 그냥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약간의 청주, 그리고 물을 넣어야 한다.
맛있고 맛없고 떠나서 이런 사소한 준비가 맛에 큰 영향을 주는 법이라고 나비의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다 됐다냥.”
“좋아, 튀기는 건 내가 하지. 오늘은 하는 김에 소스도 나비가 만들래?”
“우냥? 알았다냐! 맡겨만 달라냐!”
승우가 고기를 튀기는 동안, 나비가 바삐 움직였다.
식초와 간장, 설탕을 사용한 기본적인 소스다.
원래는 여기에 테라에서만 사용되는 갖가지 조미료를 첨가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하기로 했다.
나비가 국자를 휘저었다.
“야채를 넣고 볶고, 칵테일 후르츠를 넣는다냐~”
“그래그래. 잘하고 있어.”
테라식이 아니라 지구식의 요리에도 관심이 많더니만, 혼자서 열심히 공부한 모양이다.
중화식의 기본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
무리하지 않고 배운 걸 그대로 실행하는 모습이 제법 기특하다.
승우는 나비의 동그란 뒤통수를 보며 느긋하게 돼지고기를 튀겼다.
소스가 완성될 때 즈음, 승우가 튀긴 돼지고기도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이 시점에서 탕수육은 이미 완성이나 다름없다.
마지막으로 소스에 고기를 넣고 볶아주면, 탕수육이 완성된다.
“그럼 먹자.”
배고픈 자, 고등학생이어라.
윤은형은 인사도, 체면 차릴 여유도 없이 바로 젓가락을 놀렸다.
누구보다 빠르게 하나의 탕수육을 낚아채서 입에 넣었다.
바삭바삭하게 바스러지는 튀김옷!
튀김옷에 잘 스며들은 달착지근한 소스!
혀 위로 폭죽이 터진다.
이것은 잘 만든 탕수육이다.
“음-!”
은형이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할 때, 뒤따라 먹은 강혁도 조용히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맛있네요. 이야, 이 집 고양이 탕수육 잘하네.”
나비가 흠-! 하고 콧김을 내뿜으며 의기양양하게 팔짱을 꼈다.
승우도 뒤따라 탕수육을 씹었다.
그러자 ‘바삭-’ 하고 튀김옷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볶은 탕수육이니 있으니, 맛은 더더욱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소스를 잔뜩 둘렀는데도 이 정도의 바삭함이라니?
배달 음식에서는 볼 수 없으며 소스를 부어서는 느낄 수 없는 식감이다.
“음, 이 맛이야. 역시 탕수육은 볶아 먹어야지.”
“흐으음.”
맛있으니까 뭐라고 딴지를 걸 수가 없네.
그렇게 우적우적 씹던 은형이 문뜩 물었다.
“그런데 몬스터 고기로 탕수육을 하면 맛있나?”
“호오, 먹어보고 싶어졌나 보군. 유감이지만 당분간은 못 먹을 거 같네.”
몬스터 고기가 시중에 안 돌아서 못 먹는다.
‘그거 진짜 천만다행이야.’
은형이 마음속으로 하나님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이번 주말에는 교회에 가야지.’
그런데 눈앞에 있는 악귀, 마귀, 사탄이 웃으면서 말했다.
“내친김에 내가 게이트 들어가서 몬스터 고기라도 구해 올까?”
“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