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57)
괴식식당-557화(557/613)
557화. 기왕 이렇게 된 거 (2)
동해안의 상황은 심각했다. 게이트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심해에서부터 근해까지 빼곡하게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근해의 게이트라면 어떻게든 클리어할 수 있으나 심해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간은 우주 로켓을 만들어 우주에 진출했지만, 심해에는 아직도 미지의 공간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우주보다도 심해의 연구가 더 부진하다. 게이트를 피해 우주로 도주하려는 계획은 가능성이 있지만, 게이트를 피해 심해로 간다고 해도 거기가 지구가 아닌 건 아닌지라 심해도피는 가망이 없다
따라서 연구 지원이 약하고, 연구 지원이 약하다는 말은 개발이 느리다는 말과 같다.
그런 연유로 바다에서 생긴 게이트의 태반이 방치 중이다.
게이트는 가만히 두면 게이트가 부서지면서 몬스터와 차원 내용이 쏟아지는 게이트 브레이크 현상을 만들어 낸다.
수도 없이 게이트가 만들어지고, 게이트 브레이크 현상을 만든다.
“아주 물 반, 몬스터 반이구나.”
“부냥. 사람도 있다냐. 저 사람들 말려야 하지 않냥.”
“안 그래도 안전요원이 달려가네.”
해안가는 전부 접근 금지의 통제선이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그 통제선은 유감이지만 제대로 된 기능을 못 했다.
못 들어가게 막으면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도, 못 놀게 하면 죽어도 놀고 싶어지는 것도 사람의 심리다.
몇몇 사람들이 라인을 넘어 해안가에 다가갔고 안전요원이 기겁하고 달려간다.
배에 묻은 모래를 빗으로 긁어 내던 나비가 사람들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헌터도 아닌데 왜 저길 가냥? 저러다가 다친다냐.”
“아, 아하. 과연.”
“냥?”
“다들 일확천금을 노리는 거였네. 게이트를 타고 넘어오는 몬스터라고 해도 한 종류가 아니잖아.”
“그렇지냐?”
게이트를 타고 넘어오는 자들은 세 부류로 친다.
하나는 작정하고 노리고 오는 세력. 또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적은 마력으로 가능한 랜덤 게이트를 열고 무작위 차원을 공격하는 세력.
그리고 휘말린 피해자다.
“작정하고 노리고 오는 녀석들이야 지구를 공격하려고 오는 거니까 좌표까지 맞춰서 오지. 하지만 랜덤 게이트 돌리는 애들은 차원이나 좌표도 다 랜덤으로, 운에 기대서 원정 가는 거란 말이야.”
“그렇지냐?”
“왔는데 수중 호흡이나 공간 이동 능력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니.”
“냐……!”
랜덤으로 게이트를 타고 넘어왔는데 하필이면 지구의 심해다.
그리고 수중 호흡은 없고, 공간 이동도 못 한다면 익사다.
“그렇게 죽은 몬스터가 파도에 떠밀려서 해안가에 오면 어떻겠어? 아이템도 밀려올지도 모르고, 마석도 밀려올지 모르잖아. 아무래도 로또보다는 훨씬 확률이 높지.”
“그렇구냐. 냐? 냐. 게이트에 휘말려서 익사한 피해자도 있겠구냐.”
“그래. 불쌍하게도 말이지.”
“무냥…….”
나비가 앞발을 모아 피해자를 위해 기도했다. 승우는 잠깐 바다를 보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세계 전이나 침략자들의 통계를 내보면 익사하는 쪽이 익사하지 않는 쪽보다 많다.
애초에 지구는 육지보다 바다 면적이 훨씬 많은 물의 행성이니까. 확률이 그렇게 된다.
그럼 지금의 바다는 거의 자연의 보물창고, 복권 수억 장이 묻힌 보물산이다.
승우가 그렇게 생각해 낼 정도면 대재앙 이후 한 시대를 보낸 지구인은 이미 알고 있는 상식이겠지.
“그럼 저 사람들은 뭐 하나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웃거리는 거냥.”
“하하, 안전요원도 고생이겠어.”
안전요원이 돌려보내면 수긍하고 돌아갔다가, 다시 온다.
포기를 모른다. 보통은 저 정도로 막으면 돌아갈 텐데 끈덕지다.
그런 사람의 숫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근 백 명은 된다.
안전요원도 백 명이 넘으니 겨우 방어되는 거지, 조금만 더 숫자가 늘면 안전요원도 못 막는다.
“근데 왜 저렇게까지 할까냐. 마석 비싸냥?”
“제가 검색해 볼게요!”
백사장에 누워서 뒹굴뒹굴하던 은하가 모래 묻은 손으로 폰을 만졌다. 궁금하면 검색한다.
아버지를 닮아 은하는 궁금증을 1초 이상 참지 못했다.
“마석… 가격…….”
F급 마석 하나의 가격이 30만 원. E급 마석 하나의 가격이 50만 원.
요즘 시급이 3만 원이니까 열 시간쯤 찾다가 F급 하나만 건지면 본전이다.
신기해서 계속해서 검색해 봤다. A급 마석 하나의 가격이 23억이었다. 23억이면 공이 아홉 개인가, 열 개인가?
아무튼 눈이 핑핑 도는 숫자다.
“마석 은근이 비싸다냐… 23억이면 빵이 몇 개냥.”
“23억이면 푸딩 몇 개야뿌?”
“저도 몰라요!”
그렇게 있으니 뭔가 연관 기사가 하나 있었다. 은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다가 승우를 향해 폰을 보여 주며 말했다.
“우와! 여기서 A급 마석 세 개를 한 번에 찾은 사람이 있데요!”
“세 개라. 그건 좀 대단한데?”
마석은 몬스터 당 하나만 있지 않다. 주로 마력을 보관하는 기관인 심장이 멈추고 응고하여 마석이 되는데, 마력을 보관하는 기관, 가령 심장이 세 개인 녀석은 마석도 세 개가 나온다.
승우가 감탄한 건 세 곳으로 갈린 마석이 A급이었다는 점이다. 아마 하나에 보관했으면 S급이었겠지.
드래곤일까. 드래곤 중에서도 수룡종이 아니면 수중 호흡을 못 배우는 드래곤이 있긴 하다. 재수도 없게 그렇게 걸려서 죽었나?
아니, 우연히 A급 몬스터의 마석 세 개가 파도에 쓸려 한곳에 모였을 수도 있다.
어느 것도 확신은 할 수 없지. 승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안전요원을 피해 달리는 사람을 봤다.
왜 저러나 하던 생각이 비로소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69억의 대박 친 사람을 봤으니 저러지.”
운 좋은 한 명의 성공 신화는 여러 동조자를 낳는다. 나도 할 수 있다. 나도 얻을 수 있다.
막연한 기대심리로 사람들이 달려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도 소란스러워지겠다.
이래서는 정말 동해안까지 온 이유가 없다. 차라리 다른 곳에서 노는 편이 낫겠다.
승우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여기 있어 봐야 재미는 없겠다. 슬슬 숙소로 돌아가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딱 지루해질 때쯤이었기 때문이다.
* * *
동해안의 게이트 사건을 기회로 삼는 민간인이 워낙 많은 탓에 호텔, 여관은 만석이었다.
이게 얼마나 유명한 일이었는지 사회면이나 TV에서는 아예 동해안에 장기 숙소를 잡아 두고 해안가를 누비는 사람을 픽커 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이 재해복구지역 E섹터는 엉망이었다.
픽커 족, 관광객은 계속 오는데 잘 곳이 없다. 나라에서 혼선을 막기 위해 재해 복구 지역에서의 캠핑카 운용은 금지한지라 캠핑카는 못 가져온다.
하지만 노숙을 금지하는 법은 없었기에 그냥 적당히 지하철이나 뒷산에서 자는 사람이 많았다.
슬쩍 차로 돌아보니 여기가 영화에 나오는 할렘가인지, 아니면 한국인지 구분이 안 될 지경이다.
이래도 괜찮은가?
“난리군…….”
사태가 이렇게 된 지 하루하고 반나절쯤 됐다고 들었다.
사람들이 반응이 빠르긴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과연 돈 되는 정보. 남들 대박쳤다는 이야기에 빨대 박는 속도는 제일이다.
승우가 조금 불만을 가진 이유는 공무원들이 불쌍해서였다.
이렇게 사람들이 막무가내로 몰려오고, 민폐를 끼치는 덕에 치안을 유지해야 할 E섹터의 공무원들은 죽을 맛이었다.
그뿐인가, 바다에는 진짜로 몬스터가 나오고 있다. 몬스터를 처리할 헌터의 뒷바라지도 공무원이 한다.
한쪽에서는 헌터가 목숨을 걸고 사냥하고, 한쪽에서는 생명을 깎아 가면서 공무원이 보좌한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그걸 방해하며 몰래 마석과 아이템을 노리는 민간인이 있다.
“닌자 질은 하면 안 되는데 말이야.”
“닌자냐옹?!”
“닌자 알아?”
“닌자라면 이거 아니냥?”
나비가 슉슉 하고 표창을 던지는 모습을 흉내 냈다. 그러고 보면 옛날 만화나 게임 중에 닌자 고양이라는 것도 있긴 했지.
고양이란 단어는 얼마나 반칙인가. 닌자에 붙여도 귀엽네. 그렇게 치면 슬라임도 귀엽다.
“닌자 고양이, 닌자 슬라임…….”
“용사님냐옹?”
“아, 미안. 다른 생각을 했네. 아이템만 먹고 튀는 걸 닌자라고 해. 아무튼 호텔에 도착했으니 모두 내리자.”
난장판 속에서 승우와 아이들은 묵을 장소로 고생하진 않았다. 백강혁이 살아남기 위해서 미리 3성급 호텔을 예약해 둔 덕이다.
그 공로로 백강혁은 영식이의 무한 엉덩드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이번 휴가는 물놀이가 아니라, 호캉스라고 생각하자.”
“호캉스뿌!”
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
생각 만해도 즐겁다.
마침 이곳에는 수영장도 있고, 커다란 뷔페도 있다.
“호캉스. 좋아요!”
“냥~?”
물놀이, 호캉스. 두 개를 비교해 본 은하가 나비와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았다. 물놀이보다도 호캉스가 더 근사하다.
왜냐면 드레스 룸에서 나비와 영식이의 옷을 마구 갈아입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즐거울 거 같았다.
승우는 확신할 수 있었다.
분명히.
분명히.
“놈이 오면 안 즐거워질 거 같으니까, 미리미리 놀아 두자.”
이곳은 새롭게 떠오르는 특별 지구. 재해 복구 지역 E섹터.
새로 만들어진 재해 복구 지역이란 말은 많은 문제와 위기를 내재하고 있는 시한폭탄이라는 뜻이다.
그런 곳이니만큼 뭔 일이 터질 확률은 100%였고, 뭔 일이 터졌다 하면 도라에몽을 찾는 진구처럼 승우를 찾아올 빡진구가 올 확률도 100%였다.
* * *
원래 백강혁은 E섹터에 승우를 끌고 오는 무리수를 쓸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피치 못할 이유가 있다. 외로워서도 맞고, 힘들어서도 맞지만 다른 이유다.
“교황 씨, 하야하는 게 어때요?”
“빡, 교황 자리에서 내려오시지?”
퍼스트 오더들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화상 채널에서 날카롭게 말하는 두 사람.
처음은 리비였고, 다음은 민이었다. 둘의 말을 들은 백강혁이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건방진 놈들! 내가 하야를 왜 해! 어림도 없는 소리!”
“슈퍼스타 씨는 너무 끈질기네요. 정말. 그러니까 인기가 없지.”
“옳은 말씀입니다. 하야해라. 빡.”
최근 리비와 민의 성장세가 범상치 않다.
리비는 검 마법을 익히고는 그 마법을 신도들에게 무료 개방 했다.
검 마법은 실로 경이적인 마법이다. 저렴한 코스트, 쉬운 소환 술식. 거기에 검의 이름과 기능만 알면 무수히 많은 검을 소환할 수 있어서 다방면으로 활약할 수 있는 만능 마법이다.
그 만능 마법을 무료로 푼 까닭에 괴식교 내에서 리비의 인기는 가히 절대적이다.
민은 또 어떠한가.
저놈은 퍼스트 오더의 권한을 남용해서 세계의 괴식 요리사들과 괴식을 배워 보려고 하는 요리사들의 통신망을 구축.
올바른 괴식을 연구하는 모임. 통칭 올괴연을 조직하여 괴식교 내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요리사들을 사조직처럼 부리고 있다.
그런 이유로 괴식교는 검 마법을 무기로 삼아 리비를 중심으로 하는 검신 파벌. 괴식 요리법 자체를 무기로 삼은 괴식 파벌. 그리고 원론 주의자, 타성 주의자, 이도 아닌 사람들이 뭉친 교황 파벌.
이 세 파벌로 나눠져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리비와 민의 요구사항은 하나.
하야.
백강혁의 하야였다.
“갈갈갈갈갈, 갈(喝)! 하야는 무슨 하야야! 꺼져!”
거칠게 통신을 중단한 백강혁이 울분을 참지 못하고 폭신폭신한 베개에 폰을 살포시 올려두었다.
부서지면 시말서니까 어쩔 수 없지. 창자가 꼬일 거 같은 분노를 터뜨리며 백강혁은 침대에 머리를 박았다.
“리비. 민. 네놈들이 누구 덕에 거기까지 컸는데 건방진 녀석들!”
한참 화를 낸 백강혁이 입가를 비틀었다.
“후우 후우, 녹색 존만이, 브라더. 웃을 수 있는 것도 거기까지다. 이번 기획만 잘 성공시키면 네놈들은. 흐흐흐흣.”
백강혁이 음흉하게 웃었다.
아니, 음흉하게 웃으려고 노력했다.
“떼컬룩!? 사레가, 사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