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73)
괴식식당-573화(573/613)
573화. 진짜 광신자 (1)
긴급 소집에 응한 후로 민은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정훈이 뭐라고 말하고, 황지현이 말하고 권능하가 말해도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시선은 못 박힌 듯 스크린을 벗어날 수 없었다.
스크린에는 선생님이 비추어지고 있다. 백오십 명. 백오십의 유승우가 보인다. 그들의 행각이 낱낱이 드러난다. 그걸 보고도 당황, 당혹의 감정도 들지 않았다.
완벽하게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생각을 멈추면 죽는다. 그게 바로 전장의 철칙인데 지금의 민은 생각이 없었다.
“어떤 개자식이…….”
한참을 멈추고 인지부조화가 왔던 머리가 뒤늦게 상황을 읽는다. 누군가에 의한 테러, 공격이다.
누군가가 선생님의 복제를 이용하여 지구를 공격하고 있다. 원인이나 이유는 아무래도 좋다.
결과가 중요하다.
“누구냐.”
꾸드득 하는 소리를 내며 합금 책상이 우그러졌다. 열받은 민이 맨손으로 뜯어 버린 것이다.
평소라면 비품을 망가뜨렸다며 잔소리할 사람이 있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우, 우. 우와아아…….”
“으에…….”
황지현과 권능하가 민을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저렇게 무서운 표정은 처음 봤기도 했고, 민의 오른눈이 터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런 눈으로 한 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고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으니 지휘통제실 온도가 10도는 내려간 듯 싸늘하다.
“큼…….”
이정훈조차도 뭐라 말하다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게 민이 아니라 사람 모양의 핵폭탄으로 보일 지경이다.
건드렸다가 폭발할까 두렵다. 눈치가 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윤은형조차도 입을 다물었다
지금의 민은 정말 위험하다. 평소에 철저하게 갈무리되었던 살기나 기세가 통제가 안 되고 사방으로 흘러넘친다.
윤은형조차도 반사적으로 검에 손을 올리고 숨을 죽였고, 황지현 미만의 힘을 지닌 자들은 그저 뱀을 목격한 햄스터처럼 의식과 몸을 멈추고 있었다.
그렇게 적막이 덮은 지휘통제실. 숨소리조차도 멈춘 공간에서 달그락하는 소리가 들렸다.
민이 움직였다. 멈춰 있던 게 거짓말처럼 움직이는 것은 빨랐다.
대형 궁으로 발사한 화살처럼 민이 치고 나갔다. 평소의 기민하면서도 세련된 움직임도 없었다.
수십 개의 의자를 넘어트리고 벽을 부수고 나갔다. 문을 두고 어째서 벽을 부수는 건가, 하고 항의하려던 황지현이 스크린을 보고 뒤늦게 눈치챘다.
“일직선이네.”
민은 스크린에 표시된 가짜 유승우를 향해서, 일직선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황지현의 말에 윤은형도 눈치챘다.
“저 자식, 지금 반쯤 눈 돌아간 거 같은데 괜찮을까? 저 아저씨의 전투 스타일은 저런 광전사 같은 방식이 아니잖아.”
샤프슈터라는 코드네임에서 알 수 있듯, 민의 전투방식은 격정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먼 거리에서 하나씩 하나씩 저격하거나, 급습과 강습을 통해서 철저하게 적을 깎아내는 방식을 쓴다.
민은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감지능력자이기도 하며, 동시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저격수이기도 하다.
전략 전술에 대한 이해도도 높으니 자연히 전투방식은 게릴라전의 형식을 띠게 된다.
“저러다가 크게 다칠 수 있어. 적은 밥집 사장님의 카피야. 아무리 열화 카피라고 해도 만만하게 볼 적은 아니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쩌죠?”
황지현이 이정훈을 돌아보며 되물었다. 어쨌거나 이 자리의 책임자는 이정훈이다.
책임자의 판단이 제일 중요하다. 이정훈은 흘러내려 갈 것 같은 바지 때문에 벨트를 조금 조였다.
민의 어마어마한 살기를 직면한 터라 온몸의 근육이 위축되어 쪼그라들었다. 덜덜 떨리는 손이 아직도 멈추지 않는다.
“쓰으읍… 하아아.”
이정훈 정도면 양반이다. 옆에 있다가 살기를 정면으로 받은 권능하나 다른 지휘통제실 인원은 지금 산소호흡기까지 쓰고 있다.
무서운 악마나 몬스터의 위협을 받아도 이토록 위축된 적이 없는데 한 명의 사람. 그것도 아군 때문에 이 꼴이 되다니, 이건 정상이 아니다.
그러하더라도 이정훈은 갈피를 잡아야 했다.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자네들이 보기에 지금 그가 정상 같나?”
“아뇨.”
“아니요.”
“절대 아니죠.”
산소호흡기를 옆으로 밀면서 권능하까지 고개를 흔들었다. 이정훈이 계속해서 물었다.
“그럼 지금의 그가 싸우면서도 냉정을 잃을 거 같나?”
“네.”
“당연히.”
“지금 살기 보셨잖아요.”
세 걸음 돌아서 열고 나가면 되는 문을 두고 벽을 부수고 나갔다.
옆으로 한 걸음 걸으면 피할 수도 있는 의자를 두고 그냥 날려 버리면서 달렸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그러니 당연히 싸움도 엉망이 되지 않겠는가.
모두의 의견은 타당했다. 하지만 이정훈은 다르게 판단했다.
“샤프슈터를 믿지.”
“본부장님!?”
“나는 그가 분노로 이성을 잃어도 싸우는 법까지 잃는다고는 생각 못 하겠네. 그는 자네들과는 다르게 용병 출신이고, 지옥 같았던 코소보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살아온 사람이야. 분노를 힘으로 바꾸는 법을 잘 알고 있어. 그래서 비싼 대금을 치러서라도 어떻게든 A섹터로 초빙했지. 내 안목을 믿고, 그에게 모든 걸 걸어 보겠네.”
이정훈의 떨리는 손이 멈추었다. 그가 바로 지휘를 시작했다.
“백오십의 가짜 유승우 처리는 샤프슈터가 전담한다. 지금부터 그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민간인의 대피, 기밀시설의 보호를 위해 움직인다. 당장 움직여.”
* * *
민은 자신의 주먹으로 벽을 쳐서 부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는 격투가가 아니었고, 직접 타격을 선호하는 사람도 아니다.
격투기란 적의 접근을 밀어내서 자신의 사선에 두기 위한 행동일 뿐이었다. 그런데 벽을 쳐 보니까 알겠다.
치면 기분이 나아진다. 조금씩 머리에 찬 열기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수십 개의 벽을 부수고 일직선으로 뛰쳐나와 복제 유승우를 봤을 무렵에는 약간의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냉정은 1초 만에 사라졌다.
“저게, 뭐야.”
어떻게 할지도 결정 못 하고 무작정 달려와서 가짜를 찾았다.
그런데 그 가짜 선생님은 싸구려 철검을 들고 쓰레기통을 걷어차고 있었다. 하기 싫은 기색을 가득 담고, 무엇인가에 저항하듯이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어렵게 움직인다.
“아, 아아아…….”
머리에서 빠져나가는 열기를 새로운 열기가 채웠다. 빠른 눈치, 감각으로 상황을 이해하긴 쉬웠다.
“정신 지배. 그리고 저항.”
가짜 선생님은 누군가에게 지배당하고 있다. 그리고 사력을 다해 저항하고 있다.
아마도 지배한 자가 한 명령은 A섹터를 파괴하라는 간단한 명령이었겠지. 그것을 쓰레기통을 차거나 철검으로 보도블록을 뒤집는 형태로 저항하는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자, 피눈물이 흘렀다. 복제당했어도 선생님은 선생님이다.
감지, 탐지로 본 육신은 레벨 1의 헌터. 막 각성한 각성자의 육신이다. 저 육신으로 정신 지배에 저항한다는 거 자체가 기적과도 같다.
고결한 정신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연히 죽이는 것보다는 정신 지배의 해제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풀어 줄 방법은 없겠지.”
진짜 선생님의 실종 이후 1시간이 흘렀다. 민이 아는 승우라면 이런 일이 있을 때는 돌아와서 자신이 처리할 것이다.
처리하지 않았다는 것이 승우의 몸에 무엇인가 이상이 있다는 걸 의미했다. 가짜가 백오십 명이나 보이는 것도 그런 심증을 두텁게 만들어 줬다.
적은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적은 선생님에게까지 위협이 될 만큼의 강적이다.
그런 강적의 정신 지배를 풀 수 있는 수단 따위는 생각나지 않는다.
이능력 무효화, 마법 무효화, 정신 해제? 그것도 급이 맞아야 쓸 수 있다. 지금 지구에서 신명 하나의 신조차도 총장과 백강혁이 전부다. 단연컨대 누구도 이 정신 지배를 풀어 줄 수 없다.
“죽여야만.”
죽이는 거 외의 해결책은 없다. 지금 죽이지 못하면 성장해서 괴물이 된다는 건 민도 잘 알았다.
따라서 결론도 하나였다.
죽여야 한다.
저렇게 저항하는 동안 죽여야 한다. 이렇게 고민하는 시간만큼 가짜 선생님. 아니, 선생님의 분신이 괴로워한다.
“최대한 빠르게.”
결심하자 행동은 번개보다도 빨랐다. 빗살처럼 나아간 하르페가 가짜 선생님의 목을 취했다.
존경과 사랑, 경의를 담아 던진 하르페였으니 통증조차 없을 거라 자신하는 완벽한 투척이었다. 소리 없이 떨어지는 승우의 목을 소중하게 안아 들고, 민이 중얼거렸다.
“앞으로 149.”
선생님의 분신이 자신을 억제할 수 있는 지금,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도 남기지 않고 끝맺는다.
민은 그것의 성공률을 생각하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다. 확률은 그다음에 생각해도 좋았다.
그리고 149명의 분신을 처리한 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라면 민은 무엇이라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
* * *
A섹터의 상공에서 아래를 굽어보며 모략가가 이마를 쓸어올렸다.
“환장하겠네. 되는 게 하나도 없군. 어쩜 이렇게까지 예상을 다 벗어나 주냐.”
백강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테서렉트의 원주인은 테서렉트의 시뮬레이션 능력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니었다.
없어도 자력으로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대단히 높은 지성을 가진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면 단숨에 모략가의 계획을 간파하고 백강혁을 숨기고, 이리 빠르게 대응하진 못하겠지.
“시뮬레이션에서 가장 확률이 낮았던, 최악의 시나리오로 점차 흘러가는구만…….”
가짜 유승우를 도시에 풀어 적대감을 유발한다. 백강혁이 막을 수밖에 없게끔 만들고 백강혁이 가짜 유승우를 적으로 인지하는 순간 준비한 몰락 선구자 탄을 검신의 명치에 쑤셔 박는다.
정말 정말 간단하면서도 실패 가능성이 낮은 계획인데 아예 시작하자마자 간파당하고, 봉쇄당했다. 거기다 백오십 명의 가짜 유승우는 단숨에 다 죽어 버렸다.
지구인은 정말 눈물이 줄줄 흐를 정도로 유능하다.
“기계장치의 신 같은 부하 하나만 있었어도 내가 이 고생은 안 할 텐데. 젠장.”
최악의 시나리오로 따지면 가짜 유승우의 저항도 한몫했다.
칼 들고 시민 하나씩 찔러 죽이라는 명령이 그렇게도 고까우셨는지,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모략가는 사기와 기만의 신이기에 지배의 신명을 가진 이들보다는 정신 지배력이 떨어지긴 하나, 사기와 기만도 어쨌든 정신 관련의 신명이다.
그런 모략가의 지배력을 아무리 검신의 복제라고 할지라도 레벨 1짜리 헌터가 저항할 거라고는 테서렉트 말고는 예상 못 했다.
“그나마 테서렉트조차도 정신 지배에 저항할 확률을 0.01% 미만이라고 했지. 빌어먹을, 이래서 확률은 상종할 게 못 돼. 왜 내가 뽑기할 때는 죽어도 0.01%가 안 뜨는데 이럴 때만 쭉쭉 뜨냐고. 드러워서 못 살겠네.”
투덜거리면서도 모략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0.01% 미만에 당첨될 것도 당연히 상정했다.
후속 플랜은 몇 개라도 있다. 어떻게 지팡구에 검신을 봉인했는데, 그 값은 뽑아야겠지. 모략가가 웃으면서 손을 들 때였다.
“!”
손을 드는 순간 겨드랑이 사이로 날카로운 무엇인가가 후비고 들어왔다.
통증에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목에도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등, 갈비뼈 사이. 늑골, 쇄골 사이에도 계속해서 들어온다.
고개를 내릴 수도 없었다. 목뼈의 사이로 들어간 무엇인가가 고개를 내리도록 허용하지 않았으며 등 뒤에 붙은 누군가가 모략가를 억눌렀다.
그 누군가가 등 뒤에서 으르렁거렸다.
“감히, 감히……!”
광신자가 상상할 수도 없는 살기를 휘감고 모략가의 뒤를 잡았다.
모략가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비명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