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76)
괴식식당-576화(576/613)
576화. 진짜 광신자 (4)
신에게 거역하는 반동분자 놈들. 생각 같아서는 반란군을 믹서기에 곱게 갈아서 원샷에 마셔버리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하다.
페넥스는 원래부터 전투에 적합한 악마가 아닌 탓이다. 그의 전공은 음악이고 부전공은 춤, 그림 같은 예술계통이다.
무한하게 재생하는 피닉스의 설화가 섞인 탓에 재생 능력이야 갖추었다만 힘을 동반하지 않은 재생력은 그저 샌드백이 되기만 하는 좋지 못한 능력이다.
페넥스를 따르는 악마들도 매한가지다. 페넥스가 세운 친환경, 친예술주의의 사상에 동참하는 악마들은 페넥스와 비슷하다.
태반이 다 비전투적이면서 인간에게 우호적인 악마였고, 그건 힘이 약하다는 뜻과 같다.
반란군의 숫자는 사십.
페넥스편에 선 악마보다도 많다.
힘이 달리는데 숫자도 달린다.
싸우면 진다.
페넥스는 광분한 와중에도 사리 구분을 하여 이 싸움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지금부터 저는 적에게 돌격하겠습니다.”
왕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왕보다는 탱커가 필요하다.
“이 전장의 주역은 우리가 아니라, 지구인입니다.”
지구인을 위해 모든 적을 막아 세우는 굳건한 강철과도 같은 벽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강철의 벽은 페넥스가 적임이었다.
그에겐 죽어도 죽지 않으며, 신의 적에게는 절대로 굴종하지 않는 불타는 신앙심이 있기 때문이다.
“신은 언제나 곁에 함께하십니다! 따라서 두려운 건 없습니다!”
한 마리의 EX급 자살 새가 보랏빛 게이트로 달려들었다.
* * *
거대한 게이트에서 나온 한 마리의 자살 새가 돌격하고, 그 뒤를 따라 악마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휘통제실의 이정훈은 오퍼레이터가 표기하는 수많은 악마의 이름을 보며 혼절하기 직전의 상태였다.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대악마들이 비엔나 소시지마냥 주렁주렁 나온다.
“바르바토스, 엘리고스, 아스타로트, 베리스, 페넥스, 아스모데우스, 아몬, 비프론스. 끝도 없군.”
하나하나의 악마가 대악마다. 분령, 분신체도 아니고 본체다.
한 마리만 떠도 국가적 재앙이라고 불릴 법한, 한국 같은 강대국이 아니라 중동의 약소국이었으면 반나절에 나라를 멸할 수 있는 악마가 육십 체가 넘었다.
지구 종말의 날이 따로 있지 않다. 지금이 지구 종말의 날이다. 그런데 떨리는 눈으로 스크린을 보던 이정훈은 이상함을 눈치챘다.
“실시간으로 이름의 표기가 변하고 있군. 이건 자네의 판단인가?”
“제가 아닙니다. 이건 상층부의 판단입니다.”
“총장님의?”
실시간으로 이름의 표기에 색이 들어가고 있다.
아군은 푸른색, 적군은 붉은색.
제일 먼저 날아오른 자살새, 아니. 페넥스를 시작으로 이십이 조금 넘는 악마의 이름이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악마가 아군이다?”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두 번째 게이트를 아군이라고 총장이 판단했다. 상층부가 그리 판단했으니 지부장인 이정훈은 그 판단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작전 개요를 수정해야겠군.”
정보는 계속해서 업데이트된다. 악마의 이름에 색이 입혀져 아군과 적군을 가르고, 악마마다 주요 포지션이 설정되기 시작했다.
근접 딜러, 근접 탱커, 원거리 딜러, 버퍼, 디버퍼. 신화전승을 기반으로 주혁진이 분석한 악마 도감의 정보가 덧씌워지는 것이다.
계속해서 지휘를 위한 토대가 갖춰지고 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정보다. 하지만 이정훈은 난감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제길. 내가 해야 하나?”
그의 직책은 지부장이다. 지부장은 책임을 지고 행정과 사무를 관리하는 자다. 어디까지나 그는 행정 전문가. 야전의 경험은 있으나 야전 지휘관으로서의 그는 하수다.
“문선아 부 지부장은 아직 독도에 있나?”
“귀환 중입니다만, 적어도 세 시간은 걸리실 겁니다.”
“미치겠군.”
동해안에 생긴 수십 개의 게이트 탓에 독도 같은 보호 설비가 적은 섬은 상당히 위험한 형국이었다.
그래서 문선아가 파견됐고, 그런 탓에 지금 이 자리에 지휘권을 받을 사람이 없다.
이정훈이 다급하게 일선을 보았다. 없다. 황지현은 군사 지휘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고, 권능하는 관심은 있는지 상당히 혼자서 연습한 모양이지만,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저 어린 녀석에게 책임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 민은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여차하면 그 녀석이 지휘권을 받아야 하는데!”
“저, 찾긴 했습니다만…….”
“찾았나? 보여 주게.”
스크린 구석에 민이 떠올랐다. 이너컴을 파괴한지라 드론을 통해 촬영 중인 영상이다.
“미친.”
이정훈은 잠깐 보고 바로 민의 촬영을 끊었다. 참혹하고 살벌한, 보면 아군조차도 사기가 떨어질 거 같은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이정훈이 헛구역질을 참으며 입을 가렸다.
‘저, 정신이 나갔군.’
녀석은 완전히 돌아 버렸다. 민에게 의지하려던 마음이 쏙 들어갔다.
“어쩔 수 없다. 되는 대로 나라도 지휘하는 수밖에 없나.”
“상당히 곤란한 모양이군. 거들어 줄 테니까, 괜찮다면 내게 지휘권을 양도해 주게.”
지휘통제실의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섰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인 이곳에 누가 온 것인가, 화를 내려고 돌아보던 이정훈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반색하며 기꺼이 지휘권을 헌납했다. 거부할 이유가 없다.
상대는 지구 최고의 지휘관 중의 하나. 한 명의 희생도 내지 않고 전쟁을 종결시킨 기적의 지휘관.
“영광입니다. 시라노 사령관.”
시라노 베르그송 대장이었으니 지휘봉을 맡기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사람이 없었다.
“고맙네.”
과연 그가 지휘봉을 받아 상석에 앉으니 지휘통제실에도 활력이 돌았다. 이정훈은 그 점에 질투조차 들지 않았다.
총장이 인정한 이 시대 최고의 지휘관이니 당연한 일이다.
“자, 그럼 작전 지휘를 시작하기 전에 판단까지 5초만 주게.”
시라노의 눈이 전장을 꿰뚫었다. 그는 곧 이 전장의 주역을 찾았다.
키 퍼슨, 승리의 열쇠가 될 악마가 보인다. 그것은 단연 페넥스였다.
강함도 강함이지만, 튼튼한 내구력과 온몸을 아끼지 않은 헌신적인 자세. 그리고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인간에게 유리할지를 알고 요지를 점하고 있다.
저자가 무너지면 도미노가 무너지듯 전황이 쓸려 나간다.
“저 헌신적인 탱커에게 지원이 필요하겠군.”
“누구를 보냅니까?”
“딱히 보낼 필요는 없네. 이럴 거 같아서 준비한 게 있어.”
* * *
A섹터에 설치된 수많은 대공포와 방공포, 뇌격포와 미사일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그 폭발은 하늘의 충격파와 붉은 화염을 퍼뜨렸다.
쾅, 쾅, 쾅.
구름 밑과 구름 위, 달을 가리는 폭발 속에서 페넥스가 우아하게 하늘을 가로질렀다. 그러자 그 뒤를 스무 명의 악마가 따라붙었다.
그 선두에 선 악마. 바람을 가르는 수렵의 악마인 바르바토스가 활을 겨누며 날카롭게 웃었다.
“페넥스, 네놈이 정면 승부를 걸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새는 사냥꾼에게 사냥당하게 마련. 정면에서 달려든 시점에서 네 명운은 여기서 끝이다.”
“수렵의 악마가 혀가 길군요. 그 긴 혀로 바이올린의 현을 만들면 참으로 보기에 좋을 겁니다.”
“그래. 계속해서 짖어라, 카나리아야. 예쁘장한 목을 꿰뚫어 주마.”
나선을 그리며 회전과 반 회전, 그리고 선회를 반복하는 페넥스였으나 스물의 악마는 그런 그를 어렵지 않게 따라잡았다. 페넥스는 속으로 앓는 소리를 냈다.
‘불리하긴 불리하군요. 역시 비전투형 악마와 전투형 악마는 차이가 큽니다. 곤란하네요.’
항공전의 기본은 높이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강하하며 공격한다.
아무리 대단한 악마라고 해도 필멸자보다는 조금 높고, 신보다는 낮은 등급의 존재다.
물리법칙에 필멸자처럼 구속당하진 않으나, 아무렇지도 않게 훌훌 털어 낼 수는 없다.
그런 상황에서 페넥스를 포위한 스물은 페넥스의 위치를 노련하고 절묘하게 조절하고 있다.
그 탓에 페넥스는 높이를 빼앗겨 회피 운동이 어렵고, 반격이 어려운 구도로 몰렸다.
수렵의 악마인 바르바토스가 가진 ‘거위 사냥’ 스킬의 힘이다.
약자를 절묘하게 조절하여 싸움을 사냥으로 바꾸는 스킬. 페넥스는 이미 바르바토스의 먹잇감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당해 줄 생각은 없습니다. 한 방 크게 먹여 주고 말겠어요.’
바람 속에서 파공성이 얕게 들렸다. 신속무음. 빠르고 소리 없는 사격은 바르바토스의 장기다.
하지만 듣는 것은 음악가인 페넥스의 장기기도 했다.
페넥스는 소리를 듣고 바르바토스의 사격을 멋진 선회로 회피했다. 바르바토스는 미소를 지었다. 회피하라고 쏜 화살이었다.
“잡았다.”
화살을 피하기 위한 페넥스의 선회를 까마귀의 모습을 한 악마, 라움이 따라잡았다. 그가 피의 젖은 발톱을 페넥스의 날개를 향해 휘둘렀다.
“한 번쯤 너의 붉은 날개를 찢고 싶었지. 오늘 소원을 푸는구나!”
“역겨운 말 하지 말고, 꺼지시지요! 늙은이!”
“앙칼지… 읏-!”
순간 페넥스의 후미에서 무엇인가가 뿜어져 나왔다.
누런 액체, 라움은 순간 오줌인가 싶었다만 오줌은 아니었다.
인벤토리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던진 거였다. 이 녀석은 대체 뭘 뿌린 거야, 하고 이를 갈 때였다.
“끄아아아아악-!”
“라움-?!”
비명을 지르면서 라움이 녹아내렸다. 단 1초였다. 1초 만에 라움이 잿더미가 되었다.
라움은 지금 분신이 아니라 본체였다. 제아무리 퇴마의 신이 직접 주조한 성수라고 해도 저런 위력은 안 나온다. 라움쯤 되는 악마에게는 치명상조차 입힐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괴식의 성스러운 폭탄-!?”
“폭탄이 아니라 스시입니다! 엄연한 음식인데 그렇게 말하다니 불경하기 짝이 없군요!”
“빌어먹을! 악마 놈이 성스러운 폭탄을 쓰다니, 악마왕의 명예는 어디에 팔아먹었나!”
“나는 악마왕이기 전에 검신의 신도인데, 괴식을 쓰는 게 뭐가 문제가 되나요. 아니, 되겠냐, 임마!”
존댓말에 입에 붙어서 그런지 위압이 별로 없다.
페넥스가 말을 고치곤 바람을 밀어내며 고도를 올렸다. 고도를 올리면 위치 에너지를 얻게 된다.
그렇게 두면 안 되지만 역시 악마들은 홀리 스마이트 밤, 허니 스시가 두려웠다.
후미에 붙었다가 스시의 꿀이 닿기만 하면 죽는다. 저 허니 스시에 당하면 본체고 나발이고 죽는다.
부활은 꿈에도 못 꾼다. 신력이 있어 봐야 그냥 죽는다. 바알도 죽었는데 여기 있는 악마가 살아남을 재간이 없다.
공포감에 자연히 거리를 벌리고 페넥스의 고도 상승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다음은 대공권을 잡은 페넥스가 상공에서 허니 스시 폭격을 가하겠지. 그리되면 한 방에 하나씩 죽는다.
악마들은 한 대라도 맞으면 죽기에 페넥스에게 공세를 넘겨줘서는 안 된다.
바르바토스의 거위 사냥 스킬은 그에게 해답을 알려 주었다.
“모두 마력을 아끼지 말고 포격을 퍼부어! 숫자와 양으로 압도하는 거다!”
“과연 원거리에서 포격한다면 성스러운 폭탄에 닿지 않을 수 있겠군.”
“당하더라도 당하는 이는 하나면 족하다. 산개, 포격을 멈추지 마! 녀석을 이 전장에서 이탈시켜!”
악마들의 마나 회로가 가열차게 달궈진다. 이것은 현실적인 정답이었다. 사방을 좁혀오는 수많은 속성의 마법이 투사망을 좁혀온다.
구름을 꿰뚫는 벼락과 화염, 얼음의 칼날과 저주의 탄이 천천히 페넥스를 향해 다가왔다.
‘이거, 한 번은 죽게 생겼습니다?’
페넥스에게는 상당한 신력이 있었고, 그는 죽어도 부활할 수 있는 권능이 원래부터 있었다.
죽음은 두렵지 않다. 단지 부활까지 걸리는 짧은 시간 동안 이 스무 명의 악마가 지상으로 내려가면 몇의 인간이 죽을까. 그리고 그렇게 사람이 죽으면 신님이 얼마나 슬퍼할까.
페넥스가 두려운 것은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당했다.
페넥스가 체념한 순간이었다.
“?”
페넥스에게 미사일이 날아왔다.
인간이 쏜 미사일이다.
이 와중에 오발 사고라니.
최악이다.
페넥스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이상한 게 보였다.
“읍읍! 읍읍읍!”
기묘한 오오라를 두른 한 사내가 미사일에 묶여 있었다.
그리고 미사일에는 사내보다도 더 기묘한 메시지가 새겨져 있었다.
[무적 레드 머시룸 실드.] [절대 안 부서짐.] [맘대로 쓰세요.] [유통기한 15분.]예술가에게 중요한 것은 필링.
지휘관에게 중요한 것도 필링.
시간과 공간과 종족을 넘어 시라노의 생각이 페넥스에게 닿았다.
페넥스는 손을 뻗어 레드 머시룸 실드, 이상윤을 장비했다.
“웁웁-!”
이상윤이 몸을 흔들었고, 그러한 이상윤의 몸뚱아리에 악마들의 사격이 집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