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9)
괴식식당-59화(59/613)
059화. E등급 게이트 (1)
승우는 예은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게이트를 걸었다.
그의 흥미를 끈 이야기는 다른 게 아니라 길드에 대한 이야기였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길드를 운영하는 건 의외로 돈이 되지 않아요.”
“의외군? 근처에 있던 것이 주둔군이라서 그런지, 내가 들은 이야기는…….”
“돈만 노리는 하이에나라는 거죠? 이해해요. 몬스터 고기는 큰 가치가 없는 상황이지만 마석이나 가끔 떨어지는 아티팩트는 가치가 엄청나죠.”
“그런데 돈이 안 벌려?”
“문제가 하나 있어요. 법이요, 법.”
ISAC에서 만들어둔 헌터 관련 법 조항.
헌터들의 안전을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다.
이 법이 얼마나 철저하고 지독하게 구성되어 있는지는, ISAC가 재해 방지를 위한 국제안전기구(International Strategy for Anti-Calamity)라는 이름보다도 세계 헌터 협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헌터의 권리, 헌터의 안전, 헌터의 보호.
헌터를 위한 기구라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다.
이 법이 어찌나 빡센지 법을 지키는가 아닌가로 돈벌이가 결정된다.
“E등급 던전을 클리어하려고 헌터를 모은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낮은 레벨의 헌터들을 편성하게 되는데, 보통 5~10레벨대로 구성해요. 가끔 유망주가 있으면 1레벨도 넣고요.”
“레벨이 낮으면 고용비도 싸겠군.”
“아뇨, 대략 수익의 50%가 들어가요.”
“50%나?”
“고용비가 싸다고 보험료까지 싼 것도 아니고, 보통은 장비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에요. 그럼 장비도 사야 하고 소모품도 감당해야 하는데, 이 소모량이 장난 아니에요. 이것 말고도 돈 내야 할 곳은 많죠. 다 헌터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하면 납득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많이 내고 나서 실패하면…….”
예은이 투덜거리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적자 보고 길드는 폐업이에요. 길드를 위한 법 조항은 없거든요.”
“성공이 아니라면 폐업이라…….”
승우가 떠올린 것은 도박이었다.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절반의 확률로 돈을 잃거나.
아니면 성공해서 몇 배의 수익을 올리는 도박.
어찌 보면 이길 확률이 반이나 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망할 수밖에 없는 그런 도박판이다.
“도박판인가. 용케도 많은 헌터 길드가 있군.”
“도박을 안 하는 방법이 있죠. 탈세도 하고 헌터 법 조항을 안 지키면 돼요. 사람이 죽어서 문제가 생기면 폐업하고, 도망가고, 그러면 돈이 남죠.”
“ISAC가 무섭지는 않은가 보군?”
“무섭죠. 하지만 무서워도 돈 앞에서 미치는 사람이 한둘인가요.”
“일단 저지르고 보는 건가. 그럼 그쪽도 하긴 했었겠네.”
예은이 살짝 눈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승우가 살짝 웃었다.
“풋, 준법 시민은 아니라 이거군.”
“가끔은 할 수밖에 없죠. 먹고 살아야 하니까!”
“가끔이 아닐 텐데?”
“끄… 끄응.”
승우는 대강의 사정을 이해했다.
길드가 악명을 가지게 되고 나쁜 이미지를 가질 만했다.
“융통성 있게 적법과 탈법을 오가다가 이번엔 제대로 실수했나 보군?”
“아무래도 첫 계약이니까 헌협에게 진정성을 보여주려고 오버하다가 그만 삐끗했네요.”
“내가 있던 이세계의 길드도 비슷했어.”
승우는 그립다는 듯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는 이야기였어. 결국, 사람 사는 곳은 거기서 거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는군.”
“재, 재밌으셨으면요.”
예은이 방패로 적의 공격을 힘겹게 받아냈다.
“그럼 좀 도와줘요!”
적은 코볼트라는, 두 발로 선 거대한 개과의 몬스터였는데 곤봉을 휘두르는 손길이 매섭다.
놈이 다시금 아주 세게 예은의 방패를 내려쳤다.
“윽!”
10레벨대의 헌터라면 무리 없이 잡을 만한 낮은 레벨의 몬스터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예은은 이게 3년 만의 실전인지라 감각이 별로 좋지 않았다.
고작 두 마리에게 둘러싸인 걸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예은은 다급하게 승우를 봤지만, 그는 그저 히죽 웃을 뿐이었다.
“계약조건이 다른 걸? 나는 보스만 잡아주면 되는 거 아니었던가?”
“으으으윽!”
“힘내서 이겨내라고. 못 이길 적은 아니잖아?”
그래, 못 이길 적은 아니다.
헌터가 한 자릿수 레벨에 코볼트 두 마리를 상대 중이라면 모르겠지만, 이제 장예은의 레벨은 12.
코볼트 두 마리 정도야 당연히 때려잡을 수 있는 레벨이다.
‘역시 너무 오래 쉬었어! 제기일!’
예은은 ‘읏샤’ 하고 코볼트의 곤봉을 방패로 밀어내며 발로 한 놈을 걷어찼다.
그녀의 전투 방식은 한 손에 방패를 끼고 몸으로 싸우는 타입.
그러니까 방패를 착용한 격투가다.
수전노인 그녀가 장비에 들어가는 돈이 아깝다며 격투기를 시작한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덕분에 장비빨은 없지만, 돈은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지금의 상황을 쉽게 만들어주진 않았다.
1차 공략대가 이미 쓸고 갔기 때문에 초입부에는 이 두 마리가 전부였다.
그러니까 기습 공격은 무시해도 된다지만!
“흠, 좋구나.”
느긋하게 물을 끓이고 커피를 마실 건 없잖아?!
유승우는 손재주도 좋게 주변에 부러진 나뭇가지와 1차 공략대가 흘린 배낭 같은 천 조각을 모아서 간이 의자를 만든 뒤 이쪽을 지켜볼 뿐이었다.
상상을 초월한 여유와 담력, 그리고 뻔뻔함이다.
“이쪽을 볼 시간은 없을 텐데? 정면을 보라고.”
“으악!”
한눈을 판 대가로 코볼트의 곤봉이 예은의 머리를 후려쳤다.
쩡- 하고 돌을 치는 소리가 났다.
실제로 머리에 불꽃이 튀었다.
레벨 업을 6번이나 한 덕인가.
예전보다 확실히 몸이 튼튼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아픈 것은 아니다.
“에라이! 너 죽고 나 죽자!”
예은은 눈물을 흘리면서 와락 코볼트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머리로 코볼트의 콧잔등을 들이박았다.
“깨갱-!”
“컹!”
동료가 얻어맞는 걸 보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두 번째 코볼트가 재빨리 곤봉으로 예은을 공격했다.
어쨌든 떼어놓고 보자는 공격이었다.
그러나 예은은 그냥 그 공격을 등으로 받아냈다.
“아파아아!”
등을 맞아서 진짜 아프다!
하지만 그걸 이를 악물고 잊은 후에, 다시 한번 멱살을 잡은 코볼트에게 박치기를 먹였다.
‘쾅-쾅’ 하고 해머로 후려치는 소리가 났다.
잠시 후.
예은이 잡고 있던 멱살을 놓으니 코볼트가 벌러덩 누웠다.
그렇게 하나가 정리됐다.
“컹…….”
예은이 서슬 퍼런 눈으로 남은 코볼트를 노려봤다.
그러자 코볼트는 꼬리를 바들바들 떨며 곤봉을 양손으로 잡았다.
상처 입은 머리로 박치기를 연발한 격투가.
그리고 체력을 보전한 코볼트의 일 대 일 승부가 시작됐다.
그런 건곤일척의 승부를 보며, 승우가 기지개를 켰다.
“이 게이트는 숲 던전이라서 좋네. 공기가 아주 좋아.”
승우는 영식이나 나비도 데려올 걸 그랬나 하고 후회가 들었다.
푸른 숲은 아일루로스에게는 고향과도 같은 곳이라 확실히 휴식이 될 것이었다.
의자에 앉아서 숲의 공기를 맡으며 햇빛을 쐰다.
지구로 돌아온 후 불만 중에 하나가 이런 대자연의 축복이었다.
테라보다는 아무래도 지구가 더 발전했으며, A섹터는 재해복구지역이라는 특성상 꽤나 발전한 도시라 이런 나무가 귀했다.
‘아, 과연. 이것도 나름 돈이 되겠는데?’
아주 특이한 게이트는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게이트는 코어라고 불리는 특대형 마석을 파괴하면 사라진다.
바꿔 말해서 마석을 파괴하지 않으면 게이트가 닫히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브레이크가 터지기 직전까지 던전 코어를 파괴하지 않고 버틴다.
그렇게 버티면서 게이트 내에서 돈이 될 만한 걸 모조리 빼돌리는 것이다.
그 돈이 될 만한 것에 나무가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승우는 고개를 들어 높게 솟은 삼나무를 봤다.
이 정도로 삼나무가 크려면 50년은 걸리는데, 이런 나무는 상당히 비싸게 팔린다.
“균열이 재앙이니 뭐니 해도, 세상 사람들이 풍족하게 사는 건 이유가 있다니까.”
“헥… 헥…….”
“어, 왔어?”
두 마리의 코볼트를 정리하고 예은이 다가왔다.
승우는 느긋하게 의자에 앉은 채로 말했다.
그 모습이 상당히 배알이 뒤틀려서 예은은 조금 인상을 썼다.
공기가 다르다.
한쪽에서는 코볼트와 목숨을 걸고 대결을 뜨고 있는데, 이쪽에서는 한가로운 삼림욕이라니!
예은은 팅팅하게 부어오르는 이마를 매만지며 두 가지를 후회했다.
하나는 돈을 아끼자고 헌터를 고용하지 않은 자기 자신에 대한 후회.
그리고 하나는…….
‘왜 보스만 잡아달라고 부탁한 거지? 그냥 던전을 깨달라고 할걸!?’
하지만 계약은 계약!
보스만 잡아달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그리고 박세호의 말처럼 B등급 던전으로 밑장 빼기를 하는 건 선을 넘는 행위가 맞다.
그러나 E등급 던전을 솔플해 달라고 하는 건 그리 어려운 부탁이 아니지 않았을까?
멍청한 자신에 대한 책망 이후에는 원망이 솟구쳐 올랐다.
‘후우, 그래도 원망해서는 안 돼. 참자, 참아.’
물에 빠진 놈 건져 올렸더니 보따리 달라고 성낸다는 말이 있다.
파산의 위기에서 건져 올려주는 귀환자 님님님님님님이시다.
절대로 원망해서는 안 된다.
“흐아암, 커피를 마셔도 졸리네.”
“…….”
절대로 원망해서는 안 된다!
“약 다 발랐으면 다음으로 가자.”
원망해서는 안 된다!
* * *
“와, 진짜 얄밉네.”
참다못해서 결국은 예은의 입에서 원망의 말이 나오고야 말았다.
던전의 끝까지 오면서 승우는 정말 하나도 안 도와줬다.
기습 리젠으로 인해서 좌우로 포위됐을 때도.
1공략대가 흘리고 간 마석을 줍는 단순 노동도.
방패가 부서지는 위기일발의 상황에서도.
그 어떠한 경우에도 승우가 도와주지 않았다.
도와주기는커녕 여유로운 얼굴로 책이나 읽고 있을 정도였다.
하도 어처구니없어서 ‘왜 책을 보냐’ 하고 물어보니까 처음에야 쪼렙 싸움이 볼 만했지 반복되니까 지루하단다.
“세상에 세호보다 얄미운 사람이 있을 줄이야.”
걘 부하니까 괴롭히기라도 하지.
“그런 소리는 종종 듣지. 하지만 도와줄 필요 없는 일이었잖아?”
“죽다가 살았는데요!?”
“결과적으로 이겼잖아? 그러면 됐지.”
“진짜 죽는다 싶은 순간도 여러 번 있…….”
“그건 죽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어.”
예은의 입에서 ‘내가 죽을 뻔했다는데, 왜 당신이 그래요’라는 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은 건 승우의 눈이 생각 이상으로 깊었기 때문이다.
어째선지 모르지만,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스스로의 한계나 능력을 잘 모르는 모양이야.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괜찮은 소질을 지녔어. 좀 더 자신을 믿는 게 좋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승우의 칭찬에 예은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 뭐 해요. 능력이 고작 초집중인걸요.”
초집중.
집중력이 약간 좋아지는 정도의 능력이다.
따지고 보면 정신 강화계에 속하는 능력으로 신체를 직접적으로 강화하는 능력보다 명백히 나쁘다는 게 중론이다.
그녀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다만 승우의 생각은 달랐다.
“그거 좋은 능력이야.”
“학습 보조기 정도의 능력이라고 하는걸요?”
“학습 보조만큼 좋은 능력이 어디에 있다고 그래? 잘 배울 수 있는 건 좋은 능력이야.”
초집중 능력이 없었다면 괴식 챌린지를 끝낼 수도 없었고, 그걸로 레벨이 6개나 오를 일은 없었을 것이다.
승우가 단언했다.
“밥 먹기에 딱 좋은 능력이지.”
“결론이 이상하네요.”
“그러니까 밥 먹자.”
“그건 더 이상하네요. 보스 방이 이제 코앞인데 싸울 준비 하셔야죠.”
“그건 끝났어.”
승우가 앉아서 장작에 불을 피웠다.
화륵 하고 불이 오르자 승우는 태연하게 요리 도구를 꺼냈다.
그러고는 솜씨 좋게 삼나무를 자르더니만 테이블과 의자도 만들었다.
이래저래 피크닉 같은 분위기라, 예은은 그걸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퍼뜩 정신을 차릴 무렵.
등 뒤에 있었던 보스 룸이 스스륵 열렸다.
그리고 돌아봤을 때.
보스 룸 안으로 보이는 건 커다란 마석, 던전 코어뿐이었다.
“보스가 없다?!”
“말했잖아. 끝났다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 했다.
코볼트와 싸우는 그 사이 언제 보스를 잡은 거지?
아무런 소리도, 행동도 없이?
망연자실하게 예은이 중얼거렸다.
“대체 언제?”
“그야, 당연히.”
승우가 미소 지었다.
“당신이 모르는 사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