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5)
괴식식당-75화(75/613)
075화. 미워 (1)
어린이.
사회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어린 생명체.
어린이들에게는 보호자가 필요하다.
보통은 부모가 그 역할을 하지만 피치 못한 사정이 있는 경우 다른 사람이 그 보호자 역을 맡기도 한다.
승우가 키우는 아이들은 모두 셋.
종족도 다르지만 모두 좋은 아이들이다.
승우는 이 아이들에게 특별히 교육, 그러니까 억압이나 통제를 하지는 않았다.
그저 나쁜 길로 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좋은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른 나이에 교육에 열을 올려서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건 아이의 자유를 침해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인격체이며, 승우와는 다른 시간과 세상.
그리고 다른 인생을 살아갈 존재들이다.
은하의 어머니인 백소향은 그런 승우의 교육 방침에 만족했다.
그는 객관적으로 봐도 좋은 보호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승우가 좋은 보호자로만 있을 수는 없다.
원치 않게도 미움 받는 순간은 분명히 존재하며,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랑한다면 미움 받을 각오도 필요하다고 했지.”
기왕이라면 사랑만 주고받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승우는 각오를 마쳤다.
***
눈 고래 사태는 진정되었다.
비록 매일매일 게이트 주둔군에서 눈 고래에게 먹일 다양한 식재료가 소모되고 인근의 한가한 요리사들이 초빙 받아 눈 고래를 위한 요리를 시도하는 소동이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게이트 주둔군의 일.
일반인들에게는 특별한 일이 없는 언제나와 같은 일상이 보장되었다.
그렇게 연이어 요리사가 초빙될 때.
승우의 순서는 가장 마지막이었다.
그가 나서면 분명히 해결은 된다.
하지만 절대로 공짜로, 그냥 해주는 일이 없는 승우다 보니 어지간하면 마지막에 부탁하자는 걸로 이야기가 매듭지어졌다.
‘마음에 들어.’
현명한 일이고 진취적인 일이다.
승우는 뭔가 일이 있으면 냅다 승우에게 매달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장상본무종 남아당자강(將相本無種 男兒當自強).
왕후장상의 씨앗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남자라면 응당 마땅히 자기 스스로 강건해져야 한다는 옛말이다.
‘요즘 세상에서 남아타령하면 차별이니까, 인간당자강이라고 해야 할까?’
어찌 됐건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하는 자세는 마음에 들었다.
그리하여 일반인들은 일상을 구가하고 있으나 요식업 종사자들은 바쁜 요맘때.
승우는 오랫동안 방치했던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늘은 외식할까?”
“냐? 드문 일이구냐.”
“삼촌 밥이 더 맛있는데…….”
“뿌?”
아이들은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외식을 해본 적은 일절 없었다.
‘별일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외식도 나쁘지 않지.
승우의 밥이 맛있는 건 사실이었다만 외식은 조금 의미가 다르다.
외출해서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집을 찾는 건 나들이나 놀이적인 면이 강했다.
그러니까 노는 느낌이었다!
“냐아~ 옷을 갈아 입어야겠구냐.”
“아직 눈이 남아 있으니까 장화를 신어야 해요!”
“뿌~”
아이들이 부산스럽게 떠들며 외출할 채비를 갖췄다.
만약 아이들이 승우에게 조금이라도 불신을 느끼고 있었다면, 혹은 아이답지 않게 의심암귀에 빠져 있었다면.
지금 상황에서의 이상함을 느꼈을 것이다.
‘요즘 외식할 수 있는 곳이 있던가?’
아르바이트의 마지막 날.
짐을 챙기러 온 윤은형이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지금까지 수고했고, 학교 공부 열심히 해라.”
“흐음, 솔직히 학교 가기 싫은데.”
“전직 교사 출신 앞에서 그런 말 하기냐?”
“알았다고… 꼰대. 그럼 나중에 꼭 검기 가르쳐 주기다!”
“전교 50등 안에 들면 말이지.”
“내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그쯤은 쉽지.”
윤은형이 코웃음 치며 건물을 나섰다.
자, 그럼 이제는 아이들도 외출할 시간이다.
“준비 다 됐니?”
실망할 준비 말이다.
***
그렇게 도착한 곳은 병원이었다.
곰 수인인 페로가 추천하는 A섹터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 병원은 마치 사신의 신전처럼 스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병원은 병을 고치는 곳이다.
의도도 목적도 모두 좋은 곳임이 분명하건만, 환자들은 병원을 싫어한다.
특히 동물들은.
룰루랄라 외출을 하던 아이들이 동물 병원의 모습에 당황했다.
“소, 속였구냐?! 돈가스 먹으러 가지고 하더니냐!?”
“어쩜 이럴 수가 있어요!”
“뿌!! 뿌!”
아이들의 믿음을 배신하는 건 힘든 일이다.
하지만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어. 예방접종은 해야지. 어떤 병에 걸릴 줄 알고…….’
나비는 이세계에서 건너온 고양이 수인이고 영식이는 이세계의 슬라임이다.
지구에서 어떠한 병에 걸릴지 예측도 안 되는 부분!
마법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에 보호마법 하나 걸어뒀다고 안심할 수가 없다.
아이를 아낀다면 응당 해야 하는 게 예방접종이었다.
“잘 부탁합니다, 선생님.”
“귀여운 아이들이네요. 맡겨주세요. 하하하.”
승우는 아이들의 원망 어린 시선을 피했다.
그러자 수의사가 나비와 영식이에게 환하게 웃어보였다.
“조금 따끔해요.”
“주사는 싫다냐아아!”
“뿌!!”
슬라임 바디인 영식이는 몰라도 나비의 가죽은 상당히 두껍다.
하지만 수의사의 주사는 강력했다.
두꺼운 수인의 가죽을 상정한 강화 주사인지라 대번에 나비의 가죽을 뚫었다.
“아프다냐!!”
“예예, 고양이 씨~ 참아요.”
수의사가 싱긋 웃으면서 예방접종을 시작했다.
그는 고양이 수인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자주 한지라 상당히 익숙했다.
비록 아일루로스는 처음이었지만, 다른 수인에 비하면 오히려 고양이와 훨씬 유사한 점이 많았다.
게다가 슬라임을 치료해 본 적도 있어서 자신만만해 했는데…….
영식이는 다른 슬라임에 비해서 영 이상한지, 수의사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보호자분의 슬라임은 되게 특이하네요. 슬라임은 보통 약산성인데 이 아이는 뭔가 젤리 같네요. 말랑말랑하고…….”
맛있는 냄새도 나고 말이지.
아이들이 맞아야 할 주사는 조금 많았다.
그야 처음 왔고, 첫 접종이니까!
나비는 벌러덩 드러누워 꼬리를 바들바들 떨었다.
앞발과 뒷다리는 조금 오므린 상태였고 귀는 뒤로 한 껏 누워 있었다.
바들바들 떨리던 꼬리가 팡팡팡 하고 바닥을 때렸다.
매우 화가 났다는 신호다.
“끄응…….”
영식이로 말하자면 한시도 쉬지 않고 통통거리며 진료소를 뛰어다녔다.
‘몸 안에 이상한 게 있어! 기분 나빠!’
은하는 그런 영식이를 진정시키려고 따라 달리는 중이었다.
다른 손님이 없어서 반쯤 전세를 낸 것이 유일한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
게이트 주둔군, 지부장실.
강혁이 배신감에 떨며 소리쳤다.
“소, 속이다니! 지부장 대머리 이 자식!”
“자네, 이제 아주 막 가자는 건가? 아주 계급장도 떼자고 할 기세로군.”
“이러기가 어디 있어요! 성과금이 이게 뭐예요?!”
눈 고래의 설득과 교섭은 성공했다.
소통이 가능해지고 우호적으로 변했다는 건 토벌을 하는 것보다 압도적인 이득이다.
녀석은 해가 되는 나쁜 기운을 먹어치우는 재주가 있노라고 했다.
그것은 꽤나 고무적인 일이다.
세계에는 대재앙 이후로 방치된 지역이 상당히 있었다.
그곳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나쁜 기운이 있었는데 학자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정확한 파악을 마치지 못한 상태였다.
그것을 정화할 수 있는 눈 고래의 등장은 ISAC가 짜놓은 계획을 수정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녀석의 특성을 살려 다른 재해복구지역이나 아직도 대재앙의 잔재가 남은 도시.
혹은 몬스터에게 점거당한 지역의 탈환 작전에 투입될 예정이다.
“그래서 엄청 기대했는데!!”
이것은 굉장한 전공이다.
균열과 나쁜 기운에 대한 연구가 확실히 진척됨은 물론이고 여타 다른 작전에도 큰 영향을 주니까!
강혁이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성과금이 짜다.
예상한 것의 1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울분을 토하는 강혁에게 지부장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야 처음에 말했던 건 퇴치 시 성과금이잖아. 눈 고래의 소재나 부산물 가격이 포함된 금액이지. 설득했으니까 그만큼은 빼야겠지?”
“으으…….”
“왜? 지금이라도 공격해서 토벌하랴?”
“저 착한 아이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자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놀랍군. 아무튼 일이 그렇게 됐네.”
타협은 없다.
이것은 지부장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가 아무리 A섹터의 대표자라고 할지라도 운영비는 그의 돈이 아니다.
적절한 사유와 과정이 없다면 금일봉 하나 마음대로 줄 수 없는 게 지부장이라는 위치였다.
뭐 결론적으로.
“대머리 미워!”
“…….”
배신감에 몸부림치며 강혁이 외쳤다.
이정훈은 직속상관을 대머리라고 부르는 저 작태를 보며, 이 망할 빡강혁에게 계급의 힘을 보여줄까 생각하다가 이내 포기했다.
그런 걸 보여준다고 정신을 고쳐먹을 놈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
“그래서 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온 건데. 가게 분위기가 왜 이래요?”
“으, 으음…….”
강혁은 밥집에 오자마자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나비는 뚱하니 창가에 앉아서 하늘만 보고 있었고, 영식이는 열심히 청소하는 평소와는 다르게 소파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은하는 그런 나비와 영식이 사이를 오가면서 부산스러웠다.
“영식이랑 괭이가 싸우기라도 했슴까?”
“아니, 그게 말이다.”
사정을 설명 들은 강혁이 분개했다.
“싸장님이 나빴네요! 속이다니!”
“…….”
“속이는 건 나빠요!”
뭐지.
맞는 말이긴 한데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이 짜증은?
승우는 한숨을 쉬며 인정했다.
“그러게, 하지만 가라고 말해서 갈 상황이 아니라서 그랬어.”
“음, 슬라임은 몰라도 괭이는 싸장님이 하자면 대부분 하지 않아요? 엄청 개냥이던데.”
“의외로 또 싫은 건 확실히 싫다고 말하더라고……. 사실은 여기에 오자마자 병원을 가려고 했는데 질색하더라.”
“그건 꽤나 의외네요.”
“뭐… 너도 테라에 있을 때 진료소 정도는 가봤을 거 아니냐.”
“아, 아아아아!”
강혁이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까 괭이가 테라 출신이었지.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어쩔 수 없지……. 에휴.”
테라는 의학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다.
대체로 아픈 건 다 아픈 놈의 잘못이며 평소에 열심히 괴식을 먹어 단련했다면 아플 일이 없다.
그러니까 열심히 맛없는 걸 먹었어야지! 하고 도리어 성질을 내는 게 테라의 사람들이다.
먹어서 고치든가, 안 되면 신에게 기도를 올려 병을 낫게 하는 세상!
그런 환경이니만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리 만무!
당연히 돌팔이고, 엉망으로 치료를 해서 병을 고치러 갔던 사람이 병을 얻어오는 게 부지기수다.
“그런데 하필이면 화를 풀어주겠다고 외식을 한 곳이 진짜 요리를 못해서 말이야…….”
“저런?”
“제기랄. 돈가스의 튀김옷이 어찌나 두꺼운지 기름을 대량으로 흡수해서 냄새도 나고, 고기 손질을 대충해서 고기는 뭉쳐 있고… 잡내도 안 잡아서 누린내는 어찌나 심한지.”
“이야, 아직도 그런 곳이 남아 있네요. 요즘 그런 데는 빠르게 망해서 없는데. 어쨌든 그래서 저렇게 기분이 나쁜 거였군요.”
“그래. 그런데 너는 왜 말을 할수록 기분이 좋아 보이냐.”
강혁이 상쾌하게 웃었다.
“남의 불행은 제 행복이죠.”
“…….”
“아, 힐링 된다!”
“너란 놈은 진짜…….”
“그럼 분위기 갱신을 위해서 싸장님이 실력 발휘를 할 시간이네요! 오늘의 메뉴는 뭡니까!”
쓸데없이 눈치는 빨라 가지고.
승우가 한숨을 쉬며 고기를 한 덩이 꺼냈다.
삐진 아이들의 마음을 고쳐줄 비장의 무기.
“삼겹살이다.”
삼겹살, 그것은 실패를 모르는 무적의 요리.
다만 승우가 꺼낸 삼겹살은 흔한 돼지의 삼겹살이 아니었다.
강혁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 이건!”
너무 맛있어서 먹는 것이 곧 신성모독으로 취급되는 테라산 돼지.
이올라비스 돼지다.
승우가 자신감 있게 웃었다.
“이거라면 저 녀석들도 화를 풀 수밖에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