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arre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5)
괴식식당-85화(85/613)
085화. 대미궁 (3)
알베르트 심넬이라 하면 지구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이다.
구독자 5,000만 명이 넘는 뮤투버이기 때문이다.
소울 리버스라는 공전절후의 인기를 기록한 가상게임의 방송을 시작으로 AI 고양이 세 마리의 좌충우돌 모험기를 프로듀스하여 이것 또한 대박 히트.
그 다음으로 시작한 스트리트 푸드 탐방, 망해가는 업소 살리기 프로젝트.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게스트들을 초빙해서 농사를 시킨다든가, 집짓기를 시킨다든가!
동물과 음식, 게임이라는 인터넷 방송계 3대 요소를 모조리 사용하는 방대한 콘텐츠!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알베르트 심넬은 눈이 확 튀어나올 정도로 화려한 얼굴을 가진 이였다.
실제와는 다르게 말이다.
‘내 진짜 얼굴이 알려지면 곤란해.’
알베르트의 얼굴은 가상게임이라는 점을 이용해 남의 초상권을 사서 둔갑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알베르트는 사실 자신이 알베르트 심넬이라는 게 발각되면 안 됐다.
실제의 그는 외국인도 아니라 한국인이고, 얼굴은 속된 말로 빻았다.
아니, 이 망할 테라라는 곳에는 지구인이 어찌나 많던지.
이 중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진짜 얼굴을 보고 지구로 귀환할 게 뻔했다.
혹시라도 지구로 귀환할 때를 생각한다면 ‘알베르트 심넬’이란 이름을 숨기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본명인 양선재라는 이름은 더더욱 쓰면 안 된다!
한국인인 게 뽀록나지 않겠는가!
그래서 쓰는 이름이 알베르트 번스타인이었다.
동양인일 게 뻔한 면상을 하고 알베르트 번스타인이라는 외국인의 이름을 쓰는 건 좀 그렇지만, 이게 의외로 많은 사람이 하는 짓이라 그렇게 튀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독일식 가명은 이 업계에서는 거의 기본이라서 말입니다. 다들 가명하면 독일식으로 하거든요? 팔켄하우젠이라던가, 리히트호펜, 베른하르트 같은 거요. 아까 슬쩍 얼굴을 비춘 전령은 라인하르트 폴 바켄바우어라는 이름을 쓰고요.”
그렇게 횡설수설하며 변명하는 알베르트를 보고 승우가 싱긋 웃었다.
“아, 그러시구나. 저는 심넬이라는 이름이 더 좋았어요.”
“커흑-!”
알베르트가 내장을 치고 튀어나오는 각혈을 참아냈다.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이다.
“제… 제발. 비밀로…….”
“하하하하.”
단번에 걸렸다.
수상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얼굴을 보러 왔다가 이 꼴이라니!
알베르트는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인사를 한마디 하자마자 승우에게 걸린 것이다.
걸린 이유는 황당하게도 ‘목소리’였다.
“알베르트 씨 방송을 제가 몇 번을 봤는데요. 목소리를 들으면 알죠.”
“기쁩니다. 이런 곳에서 팬을 보다니 기뻐요. 하지만… 이건 좀 그렇지… 않나?”
인사 한마디로 정체를 알아채다니?
세상에 그런 광팬이 어디 있냐?
알베르트는 손끝부터 머리끝까지 돋은 소름을 떨쳐내느라 혼이 빠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데 승우가 이어서 말했다.
“뭔가 사업가 감각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심넬 씨의 프로듀스였군요. 과연 스트리트 푸드 방송을 하던 감각이 아직…….”
“그, 그만. 제가 거시기, 거시기 하니까 심넬이라는 건 비밀로 해주시면 안 됩니까?”
당연히 비밀로 할 생각이다.
이런 꿀잼 요소는 혼자만 알아야 재미있는 거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팬이었다는 건 진짜다.
알베르트 심넬의 방송은 콘텐츠에 충실하고 재미도 있다.
그러면서 자극적이지 않으며 비속어를 남발하지도 않는다.
승우도 그 방송을 즐겨봤으며 학생들에게 추천까지 할 정도였다.
얼굴이 실제로는 못생겼다는 건 충격이지만 어차피 사람의 가치는 외면에 있지 않다.
알베르트가 들었다면 ‘당신은 잘생겼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야!’ 하고 화내겠지.
하지만 어쨌든 승우에게 외모 가치는 순위가 낮았다.
“어우, 좀 느끼하네.”
승우는 실실 웃으면서 닭꼬치를 씹었다.
달달한 육즙과 달달한 소스. 이것도 달구먼.
단 거만 먹었더니 속이 안 좋다.
그러자 알베르트가 조르르 달려와서 콜라를 내밀었다.
콜라는 이 세계에서 귀하기로는 손에 꼽히는 것이다.
“세상에! 콜라라니!”
“제발! 이걸로 어떻게 안 되겠…….”
“자주 먹어서 좀 질리는데…….”
“…….”
“킥킥. 비밀로 해줄 테니까 진정하고 앉아봐요.”
일단 먹으면서 이야기하자.
알베르트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시키는 대로 했다.
약점을 잡힌 이상 방법이 없다.
퓨숙 하고 콜라가 따졌다.
질린다면서 결국 저걸 또 먹네.
나쁜 놈.
* * *
대미궁의 1층에는 많은 노점이 있다.
새로 들어오는 모험가와 용사의 혼을 빼놓고, 돈을 뜯기 위해서.
그리고 교단의 정찰병이나 성기사단의 참전을 방해하기 위한 트랩이다.
그런 노점은 그냥 굴러가지 않는다.
유지 보수, 접객, 치안 유지와 질서 유지.
많은 인력이 필요한 일이다.
모험가와 용사의 수는 넉넉하지 않으며 그들은 이런 잔일을 기피하는 경향이 매우 강했다.
그런데도 어떻게 잘 유지되는 이유.
그것은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웨옹. 요즘은 손님이 많구냐.”
“좋은 일이다옹. 목재 더 있냥?”
“수선해야 될 게 많아서 모자르다옹.”
“그럼 나무도 캐러 다녀와야겠구냥.”
한 무리의 아일루로스들이 냥냥거리며 걸어갔다.
대미궁 2~3층의 영업을 담당하는 아일루로스들이다.
귀찮은 일을 안 하는 용사를 대신하여 솔선수범하여 일하는 근로 냥이들!
일 잘하고 체력 끝내주고 귀여운 아일루로스가 없었다면 대미궁 사업은 예전에 끝장이 났을 것이다.
‘하이고, 다른 곳에서는 하나 보기도 힘든데 아일루로스가 참 많네.’
승우가 고개를 흔들 때 다른 아일루로스가 다가왔다.
다른 고양이와는 다르게 깔끔하고 나비넥타이까지 단 녀석이다.
이곳의 접객 야옹이였다.
와인 감별부터 요리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갖춘 프로 야옹이!
“손님냥. 주문하실 게 있으시냥?”
“음, 요즘 추천할 만한 음식은 뭐가 있니?”
“요즘은 버섯이 제철입니다옹.”
“그렇군. 버섯돌이의 계절인가…….”
버섯은 테라에도 있었다.
그야 균이니까.
하지만 이쪽의 균은 지구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1㎝부터 10m까지 있습니다냥!”
“그거 굉장하군! 10m짜리도 구하다니!”
테라의 버섯, 버섯돌이는 발이 달려서 걸어 다닌다.
그리고 주먹도 달려 있다.
1m가 넘어가는 시점부터 어지간한 몬스터는 패버릴 정도로 강하다.
10m 규격이면 A등급 몬스터급이라 오우거 정도는 그냥 패버리는 깡패다.
“레벨이 낮을 때는 잘못 맞고 죽을 뻔했었지. 그리운걸. 하하하.”
“보통 그런 걸 그리워합니까?”
알베르트가 툴툴거렸다.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인 겁니다. 알베르트 씨도 돌아가면 다 추억이 될걸요.”
“그렇죠. 돌아가면 말이죠.”
“그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고, 일단 제일 큰 걸로 하나.”
접객 야옹이가 슥슥슥 하고 메모를 하며 되물었다.
“조리 방식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냥? 스페셜을 추천드립니다냥.”
“스페셜?”
“버섯구이를 시작으로 조림, 찜을 각 부위별로 즐기는 코스입니다냥. 혹시 못 드시는 부위가 있습니까냥?”
“음, 못 먹는 부위는 없어.”
버섯돌이는 부위별로 맛이 다르다.
머리의 갓 부분은 쓴맛이 강하고 발은 좀 시큼하다.
손은 매콤하고 배는 부드럽고 달다.
당연히 배가 가장 하급 재료이며 머리와 발을 최고로 친다.
테라에서는 그렇다는 거고, 대미궁에서는 반대였다.
이곳에서 가치는 효과가 아니라 맛이니까!
주문이 끝나자 뚱한 얼굴로 알베르트가 말했다.
“약점을 잡았다고 설마 협박을 하는 건 아니겠죠?”
“협박을 하는 거라면?”
“그렇다면……!”
알베르트가 머리를 조아렸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봐주세요.”
“…….”
“저금으로 모아둔 돈이 조금 있는데 이걸로 어떻게든…….”
“…농담한 거니까 넣어두세요.”
뭔 말을 못하겠네.
승우는 장난기를 거두고 말했다.
“거래해 볼 생각 없습니까?”
“할게요.”
즉답?
알베르트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을 지켜주면 뭐든 해야죠. 암살 의뢰가 아니라면 다 하겠습니다.”
“그런 흉흉한 게 아니라 식자재 거래입니다.”
“식자재?”
“이곳에서 얻어지는 식자재를 공급 받고 싶습니다.”
승우의 계획은 간단했다.
사냥하러 다니기가 귀찮다.
이 레벨에, 이 짬에 미궁을 돌아다니면서 사냥을 하는 건 민폐다.
승우의 사냥은 다른 사람이 보기엔 생태계 파괴 활동이다.
누군가의 밥줄을 끊을지도 모르고, 생태계의 밸런스를 그냥 밀어버리는 불도저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자중해야 되는 것도 사실.
하지만 영업을 하려면 식재료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 절충으로 고른 것이 바로 알베르트다.
800층 이후로 나오는 초고급 식재료를 구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그런 초고급 식재료는 장사할 때 필요한 물건이 아니다.
당장 필요한 건 50층~600층 사이에 나오는 재료들이었다.
“재료를 공급해 주면 이쪽에서도 많은 편의를 봐드릴 수 있습니다.”
“예, 예를 들자면?”
“교단의 공격을 막아준다든가?”
알베르트가 반색했다.
당연한 일이다.
교단에게 책잡힐 일을 엄청 했다.
감자, 사탕수수의 불법 재배!
요리법의 포교, 직접 판매.
노점 건설 자금과 기초 자금 변통을 위해서 귀족들에게 스폰을 받기도 했다.
안 그래도 요즘 노점에 기사나 수행사제가 기웃거린다는 정보를 듣는 중이었다.
거기까지는 버틸 만하지만 성기사를 보내면 끝장이다.
성기사들의 의지는 강철 같아서 단맛 정도로 흔들리지 않는다.
뭐, 까놓고 말해서 용사들이 단합하여 싸운다면 못 이길 것도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평화주의자인 알베르트 심넬은 싸움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사업을 접을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런 걱정을 하던 차에 이런 고마운 제안이라니!
“함정이구나!”
“…….”
“아니, 너무 좋은 이야기잖아요! 어지간히 머리가 청정수가 아닌 이상 그걸 바로 믿겠어요?!”
“그건 그러네요. 하지만 거절할 수도 없죠?”
거절하면 어떻게 될까.
알베르트는 머리털이 한 움큼 빠지는 걸 느꼈다.
“협박 맞잖아요!?”
“에헤이, 거래라니까. 거래.”
이런 양심도 없는 놈.
알베르트가 질끈 눈을 감았다.
“음식 나왔습니다냥!”
“고마워. 자, 그럼 계약 체결을 기뻐하면서 일단 먹읍시다.”
이걸 계약 체결이라고 하다니 뻔뻔하기가 그지없다.
지구였으면 당장 법무팀을 불러서 법정에서 봤을 텐데…….
알베르트는 진심으로 지구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 * *
“그렇게 됐다.”
“…….”
레나토는 잠시 하늘을 봤다.
하늘은 푸르다.
벼락 맞기 딱 좋은 날씨다.
“오랜만에 만나서 무슨 천인공노할 소리를 하는 겁니까?!”
“진정해. 설명을 들으면 너도 납득할 거야.”
“뭔데요?”
레나토가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지구인의 정 따위를 말하면 화낼 준비는 끝났다.
하지만 승우가 꺼낸 건 전혀 다른 말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힘을 쓰면 전쟁으로 이어져. 너도 그게 걱정이었을 거 아냐.”
“그렇긴 합니다.”
저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강하다.
이렇게 되면 유혈을 동반한 제압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엄청난 국력의 낭비가 예상된다.
부상당한 용사들이나 모험가의 증가는 몬스터와 마족의 억제제가 약해지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
그것뿐인가? 가이아의 성기사단도 다칠 것이니까 국력 약화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문제죠.”
“그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의 태반은 ‘귀족들’이 물들까 봐 걱정하는 거 아냐?”
“…예.”
용사들이 자기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의 음식을 먹는 것까지는 레나토도 문제 삼지 않았다.
어차피 믿는 신도 다르고,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니 그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귀족들이 그렇게 되는 건 다른 문제다.
이건 일종의 ‘문화 공격’인 셈이다.
“신토불이단이라고 하던데, 그 말은 저희도 할 수 있습니다. 저희도 저희의 신토불이가 있는 거니까요.”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까 양쪽 대표끼리 정당하게 합의를 해보자고.”
“합의를 하고 싶어도 신토불이단의 대장은 대미궁에서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압니다.”
당연하다.
나오면 바로 죽을지도 모르니까.
알베르트가 대미궁 밖을 나올 이유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승우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웃었다.
“나오게 할 수 있어.”
무슨 자신감이지?
당황하는 레나토에게 승우가 작게 속삭였다.
‘알베르트 심넬’이라는 마법의 단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