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chrome Sovereign RAW novel - Chapter (1185)
흑백무제 1185화(1185/1200)
1185화. 마신(魔神)과 암천(暗天) (4)
엄청난 속도로 악산으로 향하는 가득상에게 개방도 하나가 달려왔다.
“급보입니다!”
“뭐냐?”
“현재 흑제성주 연호정이 두 신장을 이끌고 사천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 성주가?!”
가득상의 얼굴에 반가움이 어렸다. 아무리 심각한 상황이라도 일단은 웃을 수 있는 소식이었다. 흑제성주라는 칭호 이전에 연호정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러했다.
“언제쯤 도착한다고 하더냐?”
“연 성주의 내공과 신법 속도를 생각하면 늦어도 닷새, 빠르면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야말로 믿기지 않는 속도였지만, 유독 신법에 강점이 있는 고수이기도 한 만큼 음식물 섭취를 최대한 제한한 채 쉬지 않고 질주한다면 어떻게든 가능할 만한 시간이었다.
물론 무극수의 힘을 오롯이 달리는 데에만 썼을 때의 얘기였다. 설령 사흘 안에 도착한다 해도 곧바로 전투를 치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 안에 도착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되었다.
‘이왕이면 좀 쉬게 하고 싶소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서 사양할 수가 없구려.’
그래도 연호정이 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힘이 났다.
“어서 가자!”
“예!”
* * *
퍼어어어어엉!!
엄청난 폭음과 함께 당형이 미친 듯이 뒤로 밀려 나갔다.
‘이런.’
두 손이 시커멓게 그을렸다. 내공 방벽을 한계까지 세우지 않았다면 화상을 입었을 것이다.
‘이럴 수가 있나.’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미 발끝이 저릿저릿했다. 뇌기(雷氣)가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당형이 추뢰신법을 펼쳤다.
콰앙!
진짜 벼락이 꽂히는 것 같았다. 위력 또한 실제 벼락과 차이가 없을 것이다.
천위룡의 좌수에서 뿜어진 번개 줄기가 금이 쩍쩍 가 있던 땅에 폭발을 일으켰다. 단순히 폭발에서 끝나지 않고 일대를 누비며 무시무시한 전광을 뽐내다 사라지는데, 그 모습이 실로 공포스러웠다.
번쩍!
추뢰신법을 또 한 번 펼쳐 삼 장 거리로 접근한 당형이 제왕독경의 무공, 이화만독장(梨花萬毒掌)을 펼쳤다.
화아아악!
장심에서 뿜어진 독구슬이 순식간에 수백 개의 꽃잎으로 화해 천위룡을 압박했다. 꽃잎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극독을 머금고 있는데, 그중에는 유명한 극독인 칠보단혼산(七步斷魂散)과 단장산(斷腸散), 신선폐(神仙廢), 황사풍독(黃砂風毒) 등도 있었다.
어느 독이든 스치기만 해도 지옥 같은 통증이 엄습해 오는 동시에 내공 운용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화만독장은 제왕독경 최상의 장법으로, 당형이 진신절기를 꺼내 들었다고도 볼 수 있었다.
“역시 대단하다!”
감탄 섞인 목소리와 함께 천위룡이 우장을 뻗었다.
시커먼 불꽃이 소용돌이치며 당형의 장심으로 날아갔다.
파바바바바박!
당형의 눈이 흔들렸다.
팔방으로 흩어졌던 이화의 독 잎이 회전하며 천위룡의 화염 장력을 따라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저 되돌아오는 정도면 괜찮지만, 무서운 화기(火氣)에 꽃잎들이 무더기로 폭발하며 증발했다.
‘화기에 사라질 만큼 만만한 장력이 아니거늘.’
재빨리 출수한 손을 거둔 당형이 또 한 번 추뢰신법을 펼쳤다.
콰앙!
사라진 당형이 있던 자리를 훑고 간 검은 불길이 십방벽을 두들겼다.
순간 십방벽의 내부가 출렁이며 연한 빛을 발하다가 다시 검게 물들었다.
천위룡의 눈이 번쩍였다.
‘묵룡염원(墨龍炎原)에도 뚫리지 않는단 말인가.’
당관의 독정에 삼백육십 가지의 독기가 깃들어 있었다면, 당형의 독정에는 일천 가지의 독기가 집약되어 있었다.
합성하여 독력과 기운 자체를 키운 십방벽의 단단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독 특유의 성질로 인해 외기(外氣)를 오염시키는 공능도 있어서, 십(十)의 힘으로 때려도 육칠(六七)의 힘으로 줄여서 받아 내는 것이다.
천위룡이 다시 마공을 일으키는 사이, 당형이 힘차게 일 보를 밟았다.
콰릉!
천둥소리와 함께 당형의 기세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후우욱!
낮게 깔리는 기도가 무겁게 가라앉다가 강철처럼 단단해진다.
파아앙!
질주하기 시작하는 당형, 그의 발밑으로 시커먼 용의 환상이 일어난다.
당가 비전 보법인 독룡진천보(毒龍震天步)였다. 적의 기세를 꺾고 최선의 위치를 선점하며, 독공을 익혔다면 뿜어지는 기파로 중독 증세까지 일으킬 수 있는 천고의 보법이었다.
천위룡의 발이 움직였다.
콰아앙!
이화만독장에 필적하는 절기, 독룡광풍조(毒龍狂風爪)가 땅에 거대한 고랑을 팠다. 파인 고랑은 곧바로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녹아들었다.
어느새 회피한 천위룡이 또 한 발을 움직였다.
훅!
당형의 눈이 흔들렸다.
고작 한 걸음만에 천위룡이 좌측에서 나타났다. 십방벽 내부의 영역인데도 기척을 추적할 수가 없었다.
‘이런!’
콰앙!
“컥!”
처음으로 당형의 입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광혈교주의 무공이자 천씨일가가 오색지옥공(五色地獄功)의 진결을 손봐 만든 쌍룡광세마공(雙龍匡世魔功)의 힘이 비로소 당형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오색의 힘 중 셋을 포기하고 남은 두 색(色)을 극단적으로 증폭시켜 혼까지 오염시키는 극악의 마기를 정제, 인(人)과 마(魔)의 균형을 유지하며 종래엔 신(神)의 영역을 넘보도록 만든 절세의 마공이었다.
고금 제일의 위력을 자랑하는 대신 연성자는 반드시 죽게 된다는 오색지옥공을 비로소 안정적으로 완성했다는 것부터가 이 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증명했다. 당장 신마림의 파천결보다도 위력 면에서는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었다.
후우웅!
당형의 몸에서 일던 독기가 순간적으로 불안정해졌다.
천위룡이 미소를 지었다.
“제대로 들어가진 않았지만, 그걸 또 버티는군.”
“퉤!”
핏물을 뱉은 당형이 왼손을 들어 보였다.
우우우우웅!
장심 위로 떠오른 우모침들이 사납게 울부짖었다.
“그걸로는 안 돼!”
파아아아!
질주하는 천위룡을 향해, 당형이 우모침을 던졌다.
순간 수백 개의 우모침이 거대한 용의 발톱처럼 천위룡을 휘감았다. 그중 하나라도 피부를 뚫고 들어가면 침투한 우모침이 혈관을 찢고 심맥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파바바바바박! 화르르륵!
뇌화(雷火)의 힘을 다루는 천위룡에게 우모침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당형의 제왕독기가 담기지 않았다면 애초에 접근조차 못 했을 것이다.
콰앙!
당형이 또 한 번 뒤로 튕겨 나갔다.
파지지지지직! 퍼어어엉!
내리꽂히는 벼락이 폭음을 내며 땅을 부쉈다.
추뢰신법과 독룡진천보로 회피와 접근을 반복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당형의 안색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두근!
심장이 강하게 뛰었다.
‘버텨라.’
안정적으로 유지해 온 심맥이, 조금 전 상대의 일격에 맞아 불안정한 흐름으로 변했다.
동시에 내공이 들끓었다. 심맥 이상에 따른 고통과 함께 수명이 줄어들었지만, 반면 내공량은 더 많아지고 있었다.
천위룡의 눈이 번뜩였다.
“원정을 건드렸나.”
‘그런 게 아니다, 이 마귀 놈아.’
콰르르릉!
순수한 뇌광의 힘이 당형의 몸을 휩쓸었다.
제왕독기가 낱낱이 흩어지는 느낌이었다. 무속성의 내공은 당형의 목숨을 지켜 주었지만, 두꺼운 방패가 되어 준 독기는 산산조각이 나서 흩어졌다.
후욱!
당형은 끝까지 독을 포기하지 않았다. 흩어진 독기가 주인의 의지에 따라 다시 체내로 스며들었다.
독은 당형 무공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적의 무공이 대단하여 흩어질 수는 있어도, 주인이 그 힘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제든 돌아와 독정에 머문다.
화아아아악!
흩어진 독기가 독정으로 들어오자, 뿜어져 나가는 기파가 더더욱 거세졌다.
‘지독하구나.’
천위룡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내공량이 또 증폭하고 있어. 원정을 깨 버렸다고 이런 힘까지 선보일 수 있는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무공 원리에 통달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상대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무리(武理)로 이처럼 놀라운 경지에 오른 자였다. 천위룡 인생에 있어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분명한 약자임에도 운명의 상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희대의 난적이었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천위룡이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대는 분명 자격이 있어!”
지이이이이잉!!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좌수에 머물던 뇌광이 그 힘을 증폭했다.
당형은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안 그래도 위험천만한 뇌기(雷氣)가 밀도를 높여 가고 있었다. 새하얀 광채로 가득하여 왼손이 잘 보이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눈이 멀 것 같을 정도로 강렬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것이 정녕 사람의 무공이란 말인가.’
순수한 빛 그 자체였으나 왠지 모르게 어둠으로 물든 듯한 뇌광.
인세에 존재할 수 없는 힘이었다. 지옥의 마공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천위룡이 당형을 향해 좌장을 내밀었다.
묵룡염원과 함께 쌍룡광세마공을 이루는 또 하나의 절학, 뇌룡강재(雷龍降災)였다.
번쩍! 콰르르르릉!!
십방벽의 상단 부분이 뚫리며 십여 개의 벼락 줄기가 내리꽂혔다.
뚫린 십방벽은 순식간에 다시 복구되었지만, 이미 십방벽 내부로 들어온 벼락은 천위룡의 힘을 증폭시키며 당형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콰앙!!
당형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융해삼생공을 일으켜 뇌룡강재의 벼락 대부분을 막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독하고 밀도 높다는 융해독기를 뚫어 낸 두 줄기 벼락이 당형의 전신을 휘감았다.
치이이이익!
당형의 몸 곳곳에서 허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천위룡의 눈이 깊어졌다.
“그걸 막았단 말이지.”
차라리 본능적으로 피했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한데 독을 쓰는 자가 뇌룡강재를 막았다.
감탄을 넘어 감동까지 불러일으킨 상대라고는 하나, 묵룡과 뇌룡의 힘을 광신하는 그에게 있어 이런 수치는 또 없을 것이다.
“또 한 번 막을 수 있을지 보겠다.”
낮게 깔리는 음성에서 숨 막힐 듯한 분노가 피어오른다.
화르르륵! 번쩍!
묵룡염원의 시커먼 불이 범람하는 강물처럼 십방벽 내부를 휘감고, 그 위를 누비는 뇌룡강재의 벼락이 미친 듯이 번뜩이며 모든 외물을 파괴할 준비를 마쳤다.
퍽!
당형의 좌측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
바짝 곤두선 수염과 머리카락, 비틀거리는 몸에서 독기(毒氣)가 끊어지는 그 순간.
파아아악!
당형을 향하던 뇌기가 놀랍게도 호선을 그리며 허공으로 올라갔다.
천위룡의 마안(魔眼)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철판?’
당형의 소매에서 튀어나온 손바닥만 한 철판으로 뇌기가 몽땅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극에 이른 자력(磁力)을 지닌 당가 비전 암기, 자심뢰(磁心牢)였다. 자신의 모든 암기가 상대를 향해 세 배 더 빠른 속도로 빨려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철판으로, 당가 기술의 총화라고 할 수 있었다.
화르르르륵!
뇌광을 잃은 묵룡염원의 불길이 출렁거리며 힘을 잃고.
피를 흘리면서도 씨익 웃던 당형이 일장을 뻗었다.
“거기까지도 당가의 무공이다.”
후우웅!
뿜어져 나간 삼양독장(三陽毒掌)이 천위룡의 가슴에 정확하게 틀어박혔다.
쾅!
폭음과 함께 튕겨 나가는 천위룡.
바로 그때였다.
훅!!
십방벽의 독기가 벼락같은 속도로 조여지며 천위룡을 중심으로 반경 반 장의 영역을 구축했다.
“됐다!”
사라진 십방벽 뒤로.
당유광이 창백한 얼굴로, 그러나 웃으며 외쳤다.
“사로잡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