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chrome Sovereign RAW novel - Chapter (1212)
흑백무제 1212화(1212/1255)
1212화. 괴력난신전(怪力亂神戰) (6)
‘들어갔다.’
연호정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건 크다.
지금껏 천위룡의 몸을 두세 번 타격했다. 그런데도 천위룡은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았다. 도리어 무서운 반탄지기에 자신이 밀려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지금, 금룡번천장의 공격은 천위룡의 반탄지기를 흩어 내고 거의 금강불괴에 가까운 외피까지 뚫어 내며 내부로 전달되었다.
스며들어 폭발하는 경력, 이 정도 무공이라면 제아무리 마신이라도 멀쩡할 수는 없었다.
파지지지직!
날아가는 천위룡의 몸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뇌기(雷氣)가 번져 나왔다.
묵룡포와 뇌룡진 때 느꼈던 것처럼, 상극의 힘으로도 맞상대할 수 없는 힘이었다. 천위룡 스스로가 지독한 먹구름이 되어 사방에 벼락을 쏟아 내기라도 하는 듯, 반경 이십여 장을 누비는 뇌광이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했다.
그 순간, 연호정은 돌진을 시도했다.
‘기회다.’
천위룡이 뿜는 저 뇌광은 자신의 후속타를 방비하기 위한 위협이 아니었다.
침투한 장력으로 인해 광세마공이 흔들려 제멋대로 뇌광이 흘러나온 것이다. 금룡번천장이 힘의 근원을 건드려 버린 것, 내공 운용을 통한 발경이 아닌데도 이 정도 뇌력(雷力)을 발산하는 천위룡의 경지가 새삼 놀라웠다.
훅!
그러나 그 대단한 벼락의 힘도 연호정의 돌진을 막진 못한다.
‘회피!’
상극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재앙, 순수한 벼락의 힘은 인간이 버티기 힘들다. 극치의 무공이라는 황룡신왕공으로도 무리다.
하지만 그 벼락이 뿜어져 나오는 곳에 누가 있던가.
천위룡이다. 힘 자체는 벼락과 동등하나, 그 벼락을 뿌리는 근원에는 마기가 있다. 그것도 황룡신왕공과 같은 뿌리를 둔 지옥공의 냄새가 진하게 흐르는 마기가.
벼락이 어디로 튈지는 유추할 수 없다. 그러나, 상극 그 자체의 힘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는 천위룡의 마기를 읽어 낸다면?
번쩍! 쾅!
뇌광 사이사이 폭발이 일었다.
위이이잉!
신왕기가 불타올랐다. 연호정의 두 눈이 그 어느 때보다도 찬란한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된다.’
퍼엉! 퍼퍼펑!
폭발 장소가 제멋대로다. 그래도 연호정은 피할 수 있었다.
한두 수 앞을 읽는 수준이 아니다. 그 정도로는 내리치는 벼락을 피할 수 없다.
열 수, 아니 수십 수 앞을 읽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묵룡염원과 뇌룡강재, 온전한 쌍룡광세마공의 공격을 읽고 반응했던 것처럼 천위룡의 마기를 읽고 폭발하는 벼락이 어느 곳에 작렬할 것인지를 확실하게 읽어 나가고 있었다.
번쩍!
믿을 수 없는 회피 동작이다.
황룡보법의 흐름을 그대로 타면서도, 폭발하는 뇌광을 모조리 피해 천위룡에게 접근한다.
벼락에 맞지 않을 위치, 그리고 천위룡에게 도달할 수 있는 길이 맞물리니 마치 북두칠성과 같은 경로를 그리게 된다.
‘이것이…….’
천위룡에게 가까워질수록 두 주먹에 깃든 황금빛 기운이 마치 묵룡염원처럼 무지막지한 힘을 불사른다.
‘상극을 앞에 둔 황룡신왕공의 힘!’
헤아릴 수 없는 아수라장을 거쳐 오며 인간과 무공이 완벽하게 일치된다.
신의 경지에 이른 전투 기술. 그러나 인간이 구사할 수 없는 재앙과도 같은 힘을 발산하는 상대에게, 인간의 기술은 통하기 힘든바.
그 힘의 공백을 황룡신왕공이 채운다. 입문 즉시 연호정이 살아온 길, 연호정에게 익숙한 길을 훑어 나가며 스스로 변화한 황룡신왕공은 방어보다 공격을, 회피보다 반격을 선택하며 끊임없이 상대를 노리고 있었다.
지나온 모든 길이 하나로 합쳐지며 황금빛 찬란한 무(武)의 경지를 보여 준다.
어느새 천위룡과 이 장 거리까지 접근한 연호정이 경쾌하게 장(掌)을 쳐 냈다.
콰르릉!!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폭음까지 터진다.
발경의 힘이 극대화되기 시작한다. 소용돌이치는 황금빛 경력이 지금 이 순간에도 뿜어져 나오는 벼락의 힘을 짓누르며 천위룡의 심장을 향해 나아갔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번쩍!!
연호정이 공격하는 그 순간, 그 찰나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천지를 누비던 뇌기가 일순간 사라지며 천위룡의 육신을 연호정의 후방으로 이끌었다.
‘……!’
연호정의 눈이 흔들렸다.
순간적으로 광세마공의 벼락이 사라지니, 극대화된 발경의 힘은 고스란히 살아 있되 황룡신왕공이 전해 주던 감각이 훅, 하고 떨어져 버렸다.
‘이런!’
그 공백을, 무공의 본능이 아닌 인간의 본능이 채웠다.
서둘러 몸을 회전한 연호정이 번천장의 경력을 후방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이미 천위룡의 주먹은 연호정의 가슴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퍼어어엉!!
연호정의 몸이 오 장 너머로 튕겨 날아갔다.
울컥 피를 토할 수밖에 없는 무공이다. 가슴, 나아가 몸 전체를 누비는 파괴적인 공력이었다.
‘엄청난 일격이다.’
황룡신왕공이 아니었다면 즉사했을 것이다. 운이 좋았어도 중상이다. 상극의 힘을 뚫고서도 이 정도 파괴력을 전달하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연호정은 차분함을 유지했다.
천위룡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무의식의 확신.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붙자고 한 것이다. 그 확신의 기저에는 황룡신왕공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깔려 있었다.
지금껏 무공의 대단함이 아닌, 무공과 함께 쌓아 온 자신의 경험과 전투 기술로 상대를 무너트렸다. 그것이 정상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싸움은 그런 싸움이 아니었다.
궁극에 이른 자, 그리고 궁극을 향해 달려가는 자의 싸움이다. 같은 근원에서 출발하여 천하를 진동케 한 신마공(神魔功)의 부딪침에, 인간의 상식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
역천의 상징과도 같은 자, 천위룡.
순천의 화신과도 같은 자, 연호정.
당대를 넘어 고금을 뒤져도 찾아보기 힘든 괴력난신들의 싸움이다. 인간 이상의 존재들, 상극과 천적이라는 단어들로 얽힌 운명의 겨룸이다. 천기(天機)의 예지조차 벗어난 신인(神人)들의 싸움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연호정뿐 아니라 천위룡 역시 느낄 수 있었다.
놀란 눈으로 연호정을 보다가 서서히 미소를 짓는 그의 얼굴에는 호적수를 만난 기쁨과 상극을 향한 분노, 숙명을 받아 든 자의 숭고함이 깃들어 있었다.
쿵!
바닥을 찍는 힘찬 진각.
화아아아악!
과연 마신은 마신이다.
금룡번천장에 맞아 내상을 입었는데도 내딛는 발길에 천하가 위진한다. 그 정도 공격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듯, 뿜어져 나오는 기파가 종전보다 더 강해졌다.
그리고 그에 맞서는 연호정 역시, 더는 올라가지 않을 것 같은 황룡신왕공의 힘을 하늘까지 날려 보냈다.
콰콰쾅!!
지붕이라는 한계를 뚫고 자유롭게 창공을 노닐기 시작하는 황룡신왕공.
진즉에 한계를 넘어 하늘을 찢으려 들었던 쌍룡광세마공의 주인을 향해 포효하니, 두 사람의 기파가 부딪치며 반경 삼십여 장을 휩쓰는 거대한 역장의 회오리가 생겨났다.
콰드드드득! 퍼퍼퍼펑!!
“피해라!”
기천웅과 찰극평이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콰앙!
튕겨 나온 충격파가 그들이 딛고 섰던 바위를 통째로 으스러트렸다.
기천웅의 눈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말도 안 되는 힘이다. 천위룡이 대단한 건 알았지만, 진정 저자는 혈신(血神)의 힘을 넘보고 있었던가.’
그리고.
‘그런 천위룡과 맞서는 연 성주의 저 무공은 대체……?!’
신화교주 기천웅, 천하 정점을 논하는 무신의 안목으로도 두 괴물의 싸움을, 상식 이면에 존재하는 운명의 힘을 파악할 수 없다.
하늘 아래 오로지 둘밖에 느낄 수 없는, 서로를 향한 강렬한 부름.
‘역시 대단하군.’
‘어디 너만 하겠느냐.’
‘너 같은 놈에게 이런 생각을 가질 줄 몰랐다만, 상황이 허락한다면 며칠이고 싸우고 싶다.’
‘난세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사바세계에 너와 같은 난적이 있으니, 권태와 소망으로 가득했던 나의 삶에도 비로소 빛이 있음을 느낀다.’
‘그래도 넌 죽어야 해. 너는 너무 많은 죄를 지었다.’
‘그것이 죄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원한다면 어디 나를 죽음으로 이끌어 보아라.’
‘걱정하지 마라. 그러기 위해 찾아왔다.’
‘오늘 이 싸움, 천적을 물리치면 비로소 나는 혈신의 경지에 오를 것이다.’
입을 열어 대화할 필요가 없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모든 감정이, 모든 뜻이, 모든 마음이 실려 있다.
쿵!
황룡보법을 밟는 연호정.
“그렇게는 안 되지.”
마신과의 영적 교통을 중단하며,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지를 불사른다.
파아아아악!
사방을 일그러트리는 역장 속에서 두 사람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쿠르릉!
산사태라도 일어난 것 같다. 돌진과 돌진, 산을 짓누르다 못해 으깨 버리는 힘이다. 금룡진악권이 무지막지한 압력을 자아내며 전진했다.
지금까지 펼쳤던 무공과는 또 다른 위력이었다. 천위룡의 오른손이 활짝 펼쳐지며 지옥의 불길을 쏟아 냈다. 범람하는 강물처럼 쏟아지는 불꽃이 진악권의 힘을 감싸고 돌았다.
퍼퍼퍼펑!
한계를 돌파한 진악권이 비로소 묵룡염원을 완전하게 뚫어 냈다.
그 순간, 천위룡의 무공이 변화를 맞이했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불꽃이 격한 역장의 흐름을 따라 화려한 비단처럼 퍼져 나갔다. 그 속에, 진악권의 흐름에서 비켜난 천위룡이 왼손을 휘둘렀다.
쌍룡광세마공이 아니다. 한없이 강하기만 하던 기세가 날카롭게 돌출된다. 광혈교 호교무공(護敎武功) 중 하나, 수도(手刀)로 펼쳐지는 마황인(魔皇刃)이었다.
퍼어엉!
진악권을 회수하고 회전하며 피해 내는데도 수도가 휩쓸고 간 경력이 길쭉한 소매를 찢어 버렸다.
황룡신왕공의 내공 방패가 뚫렸다. 쌍룡광세마공의 힘이 줄어들고, 광세마공을 완성하기 전의 교주지학이었던 천자혈마공(天子血魔功)의 기운이 솟구쳤다.
혈신의 무공을 내려놓고 완성되지 못한 광혈교주로서 싸우겠다는 의지다. 그리고 그의 판단은 옳았다. 광세마기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황룡신왕공의 출력 역시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파파파파팡!!
번천장의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마황인을 쳐 냈지만, 그 즉시 벼락처럼 빠른 주먹이 날아온다.
천자혈마공, 마제신권(魔帝神拳)이었다. 단순한 동작 속에 모든 것을 녹여 낸 금룡진악권과 달리, 투로부터 발경까지 모든 것이 난해하고 강력한 광혈교 제일의 권법이었다.
퍼어어어엉!
진악권, 번천장의 연타를 세 번 연속 펼쳐 냈지만, 마제신권의 경력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버텨 낸다.
쌍룡광세마공만큼은 아니더라도, 광혈교의 마공이라면 종류를 불문하고 상극이다. 연호정의 다독임 아래 본래의 기질을 되찾은 황룡신왕공이 주인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 주었다.
퍼펑! 쾅!
흔들리는 기공 방패, 연호정의 두 발이 땅을 갈아 대며 삼 장이나 밀려 나갔다.
번쩍!
그 순간, 천자혈마공이 광세마공으로 변화하며 뇌룡진(雷龍震)을 불러일으켰다.
혈마공과 광세마공, 두 가지 마공을 변환하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광세마공이 치솟는 순간 황룡신왕공 역시 힘을 더했지만, 쏟아져 나오는 뇌룡진의 힘을 막기에는 한발 늦었다.
퍼어엉! 파지지지직!
연호정의 몸이 또다시 뒤로 튕겨 나갔다.
상극이라도 이룬 경지와 천부의 재능을 이용, 외려 상대를 몰아붙이는 것이 가능하다. 그것이 바로 천위룡, 삼교를 일통하여 천하 최강의 권좌를 손에 넣으려는 마신의 능력이었다.
파아앙!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뇌룡진의 힘은 막강하나, 이 정도로는 죽을 놈이 아니라는 걸 안다.
광세마공이 다시 혈마공으로 변하며 마룡신장(魔龍神掌)의 힘을 발산한다.
위험하기 그지없는 순간.
훅!
연호정의 두 다리가 불가해한 움직임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