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chrome Sovereign RAW novel - Chapter (1213)
흑백무제 1213화(1213/1255)
1213화. 괴력난신전(怪力亂神戰) (7)
퍼어어억!
도끼로 쪼개 버리듯 휘어지는 각법 일격에 마룡신장의 장력이 좌우로 튕겨 나갔다.
터어엉!
충격을 받았지만 그 즉시 회복된다. 아니, 회복이 되는 건지 회복한 척하는 건지 알 수 없다.
연호정은 언제나처럼 자신을 지켜 준, 그리고 상대에게 파멸을 안겨다 준 본능을 따라 움직였으며, 황룡신왕공은 주인의 마음을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번쩍!
천위룡의 눈에 놀라움이 어렸다.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순식간에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날아올랐다 싶은 순간, 다시 대각으로 짓쳐들어오며 주먹을 뻗어 낸다.
처음 싸웠을 때의 그 기묘한 몸놀림이다. 한데 빠르다.
심지어 움직임이 뚝뚝 끊어졌던 그때와는 달리, 그 모든 동작이 하나로 이어진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빠르고 유연했다.
파파팡!
번천장 삼연타에 천위룡이 물러나고, 대지에 내려선 순간 연호정이 회전하며 다리를 휘둘렀다.
번쩍!
쏘아지는 각법 경풍.
금룡공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이런 각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도끼?!’
물러나는 천위룡의 눈에, 연호정의 각법 경풍은 마치 회전하며 쏘아지는 도끼처럼 보였다.
퍼어어엉!
하늘 높이 날아올라 피하니, 쏘아진 경풍이 단숨에 바위를 쪼개 버렸다.
터어엉!
당연한 듯 황룡보법이 이어졌다. 고작 그 몇 합 사이에 완전히 몸에 익은 듯했다. 깨달음을 얻는 순간 체화하는 절대고수의 재능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연호정의 무공이 또 한 차례 변화를 맞이했다.
퍼퍼퍼펑!!
허공에서 마황인과 마제신권을 내치는 천위룡을 향해 양손 수도를 펼쳐 회전하며 접근한다.
번쩍! 번쩍!
마신의 강력한 공격이 모조리 토막 나 날아가 버렸다.
‘이건 무슨 무공이지?’
무시무시한 절삭력, 하지만 예리하지 않다. 둔탁한 도끼를 보는 듯 예기보다 파괴력이 더 눈에 띄었다.
쉬익! 콰아앙!
폭발하는 뇌화기(雷火氣).
바닥에 내려선 천위룡이 하늘을 향해 쌍장을 휘두르니, 묵룡포와 뇌룡진이 동시에 전개된다.
상극의 힘으로도 버틸 수 없을 거라 확신하는 두 개의 무공을 동시에 구현했다. 천하 누구라도 받아칠 수 없는 재해급의 무공이었다.
콰아아아앙!!
놀랍게도, 크게 휘두른 연호정의 수도 일참에 두 개의 힘이 산산조각이 나서 흩어졌다.
‘이런!’
천위룡의 눈이 흔들렸다.
완벽한 분쇄가 아니다. 폭발한 묵룡포와 뇌룡진의 힘이 연호정의 몸 곳곳에 화상을 입혔다. 황룡의 힘으로도 막지 못한 것이다.
번쩍!
그래도 전진한다.
언제나처럼 적의 파멸을 위해 돌격하는 강호 무림의 선봉장.
또다시 휘두르는 수도는 광룡공의 일초를 넘어 이초인 붕산세(崩山勢)의 힘을 담고 있었으니, 순간 천위룡의 눈에 산맥 위로 떨어지는 거인의 손바닥이 보였다.
‘막을 수 없다!’
콰아아앙!
절묘하게 회피하는 천위룡, 그가 있던 자리에 십여 장에 이르는 거대한 참격의 흔적이 새겨졌다.
오싹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는 힘, 본신의 능력을 초월하고 또 초월하는 사신무장 흑백무제의 진신진력이었다.
파아아앙!
그만한 힘을 구사하면서도 또 돌진한다. 몸이 어떤 식으로 생겨 먹은 건지, 관절이나 근육에 걸리는 부하가 아예 없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천위룡에게 접근한 연호정의 두 손이 광룡공의 무참과 승공세, 광풍섬까지 연달아 쳐 냈다.
위이이잉! 위이이이잉!
경력과 경력이 부딪치며 폭음이 아닌 작은 진동을 일으켰다.
‘아아!’
연호정은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절대로 불가능할 것 같은, 아니 애초에 창안했을 때부터 부법 이상의 변화를 거칠 수 없도록 만든 무공이 광룡공이었다.
사신무, 전투 무공과는 다르다. 광룡공은 도끼를 쥐고 휘둘러야만 그 진가가 드러나는 무공이었다. 도끼의 종류는 상관없지만, 도끼여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 어떤 무공이라도 변화가 없는 것은 없다.
광룡공이 도끼에 한정된 무공인 것은 황룡신왕공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동원해 쓰는 상단전의 무공이라서 그렇다.
그러나 지금, 연호정은 깨닫는다.
광룡공도 변화할 수 있다는 걸.
아니, 그가 지금껏 배우고 익힌 어떤 무공이라도 원하는 만큼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걸.
그것이 바로 연호정, 전신(戰神)의 진짜 힘이었다.
사신무를 익힐 때는 지나치게 자유로운 투로 때문에 고생했지만, 이후 완전하게 숙달한 뒤에는 비로소 사신무의 형(形)이 고금 제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 황룡에 오르니, 상단전 신왕기의 힘을 가장 잘 받을 수 있는 자신만의 무공을 창안하려 했고, 창안했으며, 그것이 옳은 길이었다.
하지만 그때 옳았다고 지금도 옳은 것은 아니다.
천위룡이 광세마공을 내려놓고 또 다른 교주지학, 천자혈마공을 구사하는 것처럼.
마신(魔神)조차도 쓰는 무공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을 보며, 연호정의 무의식 역시 지닌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에 집중되었다.
무도(武道), 그 광대무변한 길 위에는 실로 헤아릴 수 없는 방법과 깨달음이 즐비한 법.
‘비로소…….’
극점이다.
상상력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었던 지난날의 과거에서 벗어나 변화무쌍한 무공 투로를 구사하는 그의 경지는 진실로 눈이 부신 것이었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허공에 수십 개의 수도(手刀)가 나타났다.
감당 못 할 마신을 상대하며 개화된 천고의 깨달음이 마침내 광룡공의 오초, 폭우강룡(暴雨降龍)을 끄집어낸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장이다.’
쉬이익!
수십 개의 수도가 천위룡에게로 쏟아졌다.
콰콰콰콰쾅!!
베어 내듯, 혹은 찍어 내듯 후려치는 절세의 부법이다. 그런데도 유성처럼 쏟아진다. 전방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키는 무공, 마치 당관의 만천화우를 보는 듯했다.
그 절대의 위력을 맞이하여 천위룡 역시 뇌룡진과 마룡신장을 구사했지만, 놀랍게도 연호정의 공격은 뇌룡진을 격파하고 마룡신장의 방벽 또한 깨부수고야 말았다.
퍼버버벅!
천위룡의 코와 입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몸 어디에도 베인 상처는 없다. 그래서 더 심각했다. 피부를 타고 침투한 폭우강룡의 힘, 끔찍한 발경이 그의 내부를 미친 듯이 갉아먹으려 했다.
“갈!”
한 줄기 마성(魔聲)으로 천자혈마공을 일으키니, 순식간에 경력이 파훼되어 외부로 배출된다.
그러나 연호정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퍼어어어엉!!
엄청난 폭음과 함께 쏘아져 나간다.
수도만 휘두르는 게 아니다. 몸 전체가 나아간다. 금룡이무와 함께 창안했으나 실전에서 쓸 일이 거의 없었던 용형칠기보(龍形七技步) 역시 황룡보법에 녹아들어 광룡공 육초, 질주광룡(疾走狂龍)을 완성해 낸다.
카아아아아앙!!
천위룡은 과연 천위룡이었다.
지옥의 겁화를 두른 주먹, 그 포탄과도 같은 일격으로 질주광룡의 힘을 무력화했다.
그러나 그 음속 이상의 참격을 막아 낸 대가는 치러야 했다.
후두둑.
주먹, 아니 주먹이라고 불렸던 것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황룡의 의지 그 자체를 품고 있던 일격이었다. 광세마공만큼은 아니더라도 혈마공 역시 황룡에 있어선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일 뿐, 그 막강한 마기로도 손을 보호할 수가 없었다.
치이이이익!
고통 따위는 느끼지 못하는가.
망가진 손에 불이 붙더니, 놀랍게도 순식간에 뼈가 맞춰지고 너덜거리던 살점이 차올랐다.
마(魔)의 극은 불사라 하였다. 진정 불사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하나, 순수한 마공의 힘만으로 불구가 된 손을 고쳐 낸다. 인간의 힘이 아니었다.
그러나 파괴된 육신을 수복하기 위해선 막대한 진기가 소모될 수밖에 없는 법.
비로소 천위룡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혈신의 경지를 넘보던 마신의 얼굴이 비로소 인간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퍼어어어엉!!
또다시 질주다.
진기가 소모된 그 틈을 실전의 화신이 놓칠 리가 없다. 또다시 질주광룡으로 천위룡을 지나치니, 마신의 등판에 도끼로 찍은 듯한 살벌한 상처가 생겼다.
푸화아악!
천위룡이라고 그냥 당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그 와중에도 기어이 마황인을 발휘, 연호정의 옆구리 살을 한 움큼 베어 버렸다.
치이이이익!
마공 앞에선 마치 천위룡과 같은 불사의 공능이라도 발휘하는 건지.
침투하는 마기를 순식간에 파훼하고 상처에 남은 마기를 불사르며 벌어진 옆구리를 닫는다.
천위룡처럼 연호정 역시 신체 수복에 있어 막대한 진기를 소모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당연한 이치였다.
그러나.
화아아아악!
그가 천위룡과 다른 점은 상대 마공과 상극인 신공을 익혔다는 것.
막대한 진력을 소모하고도, 무서운 속도로 내공이 차기 시작한다. 천위룡의 경지가 높을수록, 그가 발하는 마기가 짙을수록 황룡신왕공 역시 끊임없이 힘의 밀도를 높이며 주인의 몸을 반신(半神)의 영역으로 이끌고 있었다.
극에 이른 기(氣)의 조화, 신공과 마공을 초월했다. 다시는 이와 같은 기사(奇事)를 일으키지 못할지라도, 이 순간만큼은 어떤 마인보다 마인다운 모습을 보여 주는 연호정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퍼퍼펑! 콰아앙!
미친 듯이 권각을 휘두르며 합을 나누는 두 사람 사이로.
미숙한 시절 단 한 번 펼쳐 보았던, 이제야말로 본연의 위력을 살릴 수 있을 거라 확신이 드는 광룡공 최후의 초식이 모습을 드러낸다.
차아아아앙!!
이번만큼은 수도가 아니다. 황룡이 보호하더라도 맨손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다.
화아아악!
뽑혀 나온 흑백쌍룡 중 하나, 흑암의 힘을 담은 흑룡부(黑龍斧)가 황금빛 찬란한 진기에 휩싸여 본연의 색을 잃었다.
막을 수 없는 일격임을 자각했던 것일까.
천위룡의 얼굴에 처음으로 다급함이 어렸다.
파파팡!
신마광영으로 거리를 벌린 후, 뇌룡강재의 힘을 이용한 천뢰마신(天雷魔身)으로 십여 장을 물러났다.
번쩍!
순식간에 천위룡을 따라잡은 연호정이 흑룡부를 사선으로 휘둘렀다.
그때, 천위룡은 볼 수 있었다.
사선으로 떨어지는 거대한 참격 뒤, 아가리를 쩍 벌리며 강림하는 황룡의 환상을.
사슴의 뿔, 호랑이와 같은 이빨, 코와 턱 주변의 허연 수염이 신선처럼 보인다.
황룡진체(黃龍眞體). 황룡의 의지 그 자체였다.
‘현현환상(顯顯幻像)…….’
지옥공을 익힌 자들이 피워 올리는 혼의 힘 그 자체.
눈앞이 캄캄해진다. 참격이 다가오기도 전에 전신이 삐걱거리며 마기가 들끓었다.
움직임까지 강제당하는 상극의 힘, 최강의 마신을 죽이기 위해 내공을 바닥까지 소모하며 몇 단계를 뛰어넘었다.
이제야 비로소 진정 마신을 잡아낼 힘을 발산한다.
그 힘 앞에, 천위룡 역시 상극으로 파괴될 것을 우려하여 펼치지 못한 광세마공 최후의 수를 펼칠 수밖에 없는바.
쿠구구구궁!
벼락처럼 튀어나온 현현환상이 시커먼 불꽃에 휩싸이며 거대한 악귀상을 만들어 냈다.
피눈물을 흘리는, 상상 속의 악마를 닮은 기괴한 악귀상.
광룡공 최후의 초식 참혼광룡(斬魂狂龍)에 맞서는 광세마공의 비기, 혈마분천세(血魔焚天勢)였다.
“으아아아!”
“하아아압!”
두 사람의 강렬한 외침과 함께, 두 개의 무공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릉!
일그러지고 박살 나는 역장 거리를 뛰어넘는 충격파가 온 산을 뒤흔들었다.
치리리링!
자루만 남긴 채 가루가 된 흑룡부가 구슬피 울며 주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푸화아악!
막강한 힘을 감당하지 못한 연호정의 오른팔이 피범벅으로 변했다.
그리고.
쿵!
천위룡의 무릎이, 마신의 무릎이 비로소 땅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