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chrome Sovereign RAW novel - Chapter (1214)
흑백무제 1214화(1214/1255)
1214화. 괴력난신전(怪力亂神戰) (8)
퍼퍼퍼펑!!
연달아 터지는 막강한 장법.
공기가 요동치고 산이 숨을 죽인다.
무당면장(武當綿掌)의 극치이자 무당 기공의 한계를 넓혔다는 무당 최고의 장법, 십단금의 힘이 야율대극의 음혼대마력을 마구 박살 냈다.
야율대극의 얼굴에선 더 이상 여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퍼펑! 콰아앙!
폭음을 내는 사령신장이 그 어느 때보다 거칠게 죽음의 기운을 뿌린다.
단순한 무공이 아니었다. 영음산의 사마기를 받아들이고 술법까지 고차원적으로 연마한 그의 무공은 일격, 일격이 인간의 심혼(心魂)을 흔들고 번뇌를 일으키는 섭혼의 능을 지녔다.
그러나.
‘빌어먹을.’
통하지 않는다.
후우우웅!
사방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선기의 압력이 실로 만만치 않았다.
산의 모든 정기를 소모하는가? 그건 아닐 것이다. 무당산은 크고도 넓으며, 그 지기(地氣)를 다 끌어다 썼다간 천재지변이 일어날 것이다. 그것이 술법가의 눈으로 본 산의 힘이었다.
그러나, 지극히 일부라고는 해도 쌓아 온 선기와 산세를 이용해 진법을 펼치니, 이는 감당 못 할 천외천의 강자조차도 밀어붙일 수 있을 만큼 무서운 힘을 선사했다.
파파팡! 콰아아앙!
몇 차례나 권장을 주고받았는지 모르겠다.
금토진인, 무당제일권이라 불리며 강공과 유공을 조화롭게 구사하는 그의 얼굴은 진즉 창백해져 있었다.
아무리 칠성군검진이 대단하다 한들 상대는 성천의 삼제(三帝)를 웃도는 강자였다. 천지인의 기운을 다 받아 싸운다 해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주르륵.
금토진인의 코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쏟아지는 천기(天氣)를 감당하지 못한다. 야율대극이 난사하는 무공의 위력도 대단했지만, 칠성군검진의 힘을 온전히 받아 내기엔 금토진인의 영육(靈肉)이 조금, 아주 조금 부족했던 것이다.
‘괴물이 따로 없구나!’
무극에 이른 자들은 말한다. 그 경지에 오른 순간 각자가 얻는 깨달음의 질과 폭이 전부 달라서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고.
그것은 실로 맞는 말일 것이다. 본디 싸움이란 그런 것이며, 인간의 한계를 넘은 그들 모두가 누구라도 일격에 목숨을 앗아 갈 만한 공력을 지녔을 테니까.
그러나 금토진인, 나아가 무당의 전대 칠성신검들은 깨달았다.
‘대사형에게 비해도 큰 모자람이 없어!’
야율대극의 힘은 놀랍다는 말로도 형용할 수가 없었다. 반로환동이라도 했는지 삼십 대 정도로 보이지만, 그 안에 쌓은 무(武)는 비록 사마외도의 마공이라도 놀라운 깊이를 지니고 있었다.
두 명이 빠진 칠성군검진이라고는 해도 마공을 익힌 자가 이 정도로 버티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아니, 버티는 수준이 아니다. 점점 심해지는 중압감 속에서도 권각의 투로와 발경이 지극히 일정하고 유연했다.
마치 진의 압력에도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물론 진짜로 압력에서 자유로웠다면 다섯 진인들은 벌써 죽었을 것이다.
‘어쩐다.’
금토진인은 알 수 있었다.
일정한 위력을 보여 주고는 있으나, 눈앞의 이 마인 역시 결정적인 일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때는 그리 멀지 않았다.
‘이 마인 놈, 사태를 제대로 보고 있다. 마음이 급할 만도 한데 결코 무리하지 않아.’
칠성군검진 역시 마도(魔道)의 상극이다. 삼풍진인이 묶어 놓은 선기로 가득한 운해(雲海)의 봉우리였다면 야율대극이 진즉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선기는 탁무자가 쉬던 봉우리에만 고여 있었으며, 어떤 조화인지 무당의 도술이나 법술로도 해방이 불가능했다.
결국 무당산 곳곳에 퍼진 선기를 끌어와 상대할 수밖에 없는 것. 그마저도 일곱 명이 아니다. 그래서 야율대극이 강한 압력 속에서 마기 운행에 차질을 빚고 있음에도 상대를 몰아치는 게 가능한 것이다.
자신의 힘이라면 이 정도 선기에 당하지 않으리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콰르릉!
강유가 조화된 무당의 무공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한 위력을 자아낸다.
십단금의 비기들이 하나씩 하나씩 튀어나온다. 야율대극 역시 방심하지 않고 진혼마권을 펼쳤다.
콰쾅!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금토진인이 뒤로 물러났다.
‘벗어던지는가.’
화아아악!
음혼대마력의 마기가 점점 더 강해진다.
칠성군검진, 천지인의 힘을 받는 금토진인의 한계였다. 오히려 야율대극만 한 고수를 지금까지 묶어 둔 것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차라리 나 혼자 죽는다면 괜찮을 텐데…….’
그의 마음을 훤히 안다는 듯, 조양진인의 전음이 들려왔다.
[이만 나오시게.]모든 것을 초탈한 목소리다.
결국 이렇게 되었다. 칠성군검진 최강의 전력, 조양진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조양진인이 나온다는 것은…… 그를 포함한 모두가 이승에서의 삶을 끝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쓸데없는 생각이다. 삶과 죽음은 하나, 대(大)무당을 지키기 위해 스러지는 목숨이라면 그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리 생각할 것이다.’
번쩍!
금토진인의 눈에서 밝은 정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야율대극의 손에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마기가 깃들었다.
콰르릉!
전방의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는 장력이었다.
선기의 진법 속에 있는데도 숨이 막히고 골육이 진동한다. 심상치 않은 변화를 느낀 야율대극이 쏟아지는 압력을 극성의 힘으로 튕겨 내고 공격한 것이다.
사령신장이 날아간다.
금토진인의 신형이 거대한 장력에 점차 가려졌다.
그리고.
“……?!”
장력이 사라졌다.
“후우.”
훅!
내리깔리는 기도가 금토진인과는 차원이 다르다.
위치를 바꾸었을 뿐인데 쏟아지는 압력이 엄청나다. 야율대극의 눈이 흔들렸다.
“기어이, 다 죽어야 한다 이거로군.”
조양진인이 미소를 지었다.
씁쓸함 따위는 조금도 없는, 모든 것을 초월한 깨달음이 가득한 미소였다.
“그도 나쁘지 않겠지.”
후우우우우웅!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던 천기가 조양진인의 백회(百會)를 향해 무섭게 쏟아졌다.
산의 지기, 조양진인의 진기, 그리고 하늘의 천기가 맞물리며 비로소 칠성군검진이 되살아난다.
울컥!
네 명의 진인이 제각기 피를 토했다.
조양진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그래도 사형이랍시고 먼저 가야 하는데, 좀 늦게 가야 할 것 같네.”
현음진인이 씁쓸하게 웃었다.
“저승길 뱃나루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놈 모가지 잘라 들고 오시오.”
“그래, 그리하겠네.”
편안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렇기 때문에 숭고하게.
무당의 전대 장로 네 명이 목숨을 내놓으려고 다짐하는 순간.
파아아아앙!!
또 한 번 음혼대마력으로 선기의 압력을 벗겨 낸 야율대극이 정면으로 돌진했다.
권풍도, 장력도 쓰지 않는다. 벼락처럼 날아간 야율대극이 순식간에 조양진인의 코앞에 다다랐다.
조양진인의 검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태극’
위이이잉.
검 끝에서 올올이 풀려 나온 진기가 조그마한 원을 그렸다.
느리고도 느리다. 가만히 보고 있자면 실로 답답할 지경이다.
하지만 어느새 그 원은, 보는 사람이 인지하지 못한 새에 봉우리 전체를 휘감을 듯 거대해졌다.
후발선제(後發先制)의 극치였다. 무당태극혜(武當太極慧), 음과 양을 하나로 묶어 태극혼원(太極混元)으로 담아내는 무상의 검결이었다.
마인이라면 절대 벗어날 수 없는 힘.
‘……!!’
천지인의 힘을 불려 태극진기를 불사른 조양진인이 일순 눈을 크게 떴다.
‘이놈!’
태극혜검과 정면으로 충돌하려던 찰나, 야율대극의 몸이 순식간에 하늘 높이 올라갔다.
선기의 지붕, 거대한 회오리가 일어나고 있는 곳이었다. 마치 스스로 몸을 던져 산화라도 하겠다는 듯 거침이 없었다.
당연히 야율대극은 죽으러 가는 길이 아니었다.
콰아앙!
솟구쳤다 내려선다. 천근추라고 불리는 수법이지만, 가히 만근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기의 통제에서 벗어나 상대의 후방을 점한 야율대극이 냉정하게 주먹을 내질렀다.
조양진인이 외쳤다.
“사제들!”
퍼퍼퍼펑!!
무방비 상태에서 사령신장 네 발을 맞은 진인들.
푸스스스스.
야율대극의 눈이 깊어졌다.
다소 창백해진 안색, 선기의 압력을 뚫느라 내상을 입은 것이다.
‘조금 늦었나?’
사령신장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피나 살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찢긴 도복 자락만이 너풀거릴 뿐.
화아아악!
일순 등 뒤에서 무시무시한 선기가 소용돌이쳤다.
파아앙!
회전하며 휘두른 각법이 우악스럽게 조양진인의 목을 노렸다.
쩌어어어어엉!!
야율대극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렸다.
“아슬아슬했구나.”
주르륵.
조양진인의 두 눈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눈을 감고, 왼팔을 들어 야율대극의 각법을 막았다. 상반신이 거의 직각으로 기울어졌지만, 전신에서 줄기줄기 피어오르는 진기가 실로 맹렬했다.
“사제들이 준 목숨, 그 힘으로 너와 함께 이승을 뜰 것이다.”
번쩍!
고검이 날아온다.
그 순간, 야율대극은 처음으로 다급함을 느꼈다.
‘위험!’
파아앙!
내공을 쏟아부어 뒤로 물러났는데, 그 속도가 현저하게 느렸다. 평소 속도에 비하면 반의반도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피슉!
반면 조양진인의 검결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우면서도 벼락처럼 빨랐다.
단숨에 야율대극의 어깨를 관통하는 검.
퍽! 퍼벅!
쏟아지는 선기에 야율대극의 몸 곳곳에서 핏물이 터졌다. 체내로 침투한 태극의 발경이 피부를 뚫고 나오는 것이다.
생명력까지 한데 모아 완성해 낸 칠성군검진의 극치, 무곡(武曲).
검에 대한 깨달음만큼은 무극의 고수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조양진인의 신체 능력을, 기운을 그 깨달음만큼이나 끌어올린다.
“끝이다, 마귀 놈아.”
“……과연 그럴까.”
그때, 야율대극의 두 눈이 기묘한 안광을 뿌렸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듯한 기운. 눈을 감았는데도 상대의 모든 것을 읽은 조양진인이 서둘러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번쩍!
두 눈에서 뿜어지는 섬광이다. 그 섬광이 조양진인의 왼쪽 귀와 머리카락 일부를 가루로 만들고 멀리 떨어진 나무 세 그루를 관통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눈으로 진기를 모아 쏘아 내는 발경술이다.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술수였다. 세상에 그 많은 무공을 경험했지만, 이런 기공은 또 처음이었다.
퍼어어엉!
다급해진 마음, 그리고 드러난 빈틈.
야율대극의 진혼마권은 정확하게 조양진인의 명치를 파고들었다.
폭음과 함께 날아간 조양진인이 허공에서 뚝 멈추었다. 칠성군검진이 파괴되지 않아 그 밖으로는 튕겨 나가지 않은 것이다.
“지긋지긋한 장난질이구나. 하지만 제법 대단했다.”
야율대극이 어깨를 매만졌다.
“얼마 만에 입어 보는 상처인지 모르겠군.”
그가 힐끔 조양진인의 옆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혈존대사가 보였다. 다소 멍해 보이지만, 기어이 사백고를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래, 다 되었단 말이지.”
후우우웅!!
음혼대마력이 충만하게 솟구친다.
조양진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껏 본 적이 없는 힘, 마치 이제야 진신진력을 낸다는 듯 차원이 다른 기파를 뿜어내고 있다.
“이 진법이 파괴되면 저 귀신 같은 늙은이에게도 피해가 갈까 봐 걱정이 많았다. 실제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는 거니까.”
말인즉 대사를 위해 시간을 끌고 있었다는 것.
“실로 감탄했다. 놀라웠어. 완성된 진법이었다면,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대도 빠져나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야율대극의 미소가 차가워졌다.
“하지만 만약이라는 것만큼 부질없는 게 없지. 너희가 그리도 좋아하는 저승으로 보내 주마.”
화아아아악!
불처럼 타오르는 마기.
아니, 그것은 마기가 아닌 사기(邪氣)였다. 구분할 필요가 없는 기운이나, 또한 명백히 구분될 수밖에 없는 기운이기도 했다.
조양진인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고.
야율대극의 손이 벼락처럼 움직이려는 그 순간.
번쩍!
저 멀리서 벼락처럼 날아든 황금빛 기운이 칠성군검진을 박살 내고 야율대극의 몸을 날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