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chrome Sovereign RAW novel - Chapter (1240)
흑백무제 1245화(1240/1255)
1245화. 광마대혈전(狂魔大血戰) (9)
번쩍!
종리백의 무자비한 칼질 아래 삼십여 명의 마인이 목숨을 잃었다.
‘기가 막히는군.’
일수, 일수가 무의 극의를 담고 있다.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천하제일도의 무공은 정신없이 싸우는 와중에도 무사들에게 큰 깨달음을 주고 있었다.
‘이건 싸움이 아니다. 일방적인 학살일 뿐.’
두 동강이 난 시체가 버둥거리고 있다.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채로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 같았다. 마치 몸통이 잘린 뱀이나 벌레를 보는 듯했다.
무극에 이르러 상단전을 꽃피우고 완고한 중단전으로 부동심에 가까운 경지에 든 종리백조차도 소름이 돋는 광경이었다.
‘의미 없는 학살은 아닐 것이다. 무당산으로 가지 못하게 하라…… 우리는 그것만 지키면 돼.’
퍼퍼퍼펑!!
연달아 터지는 권법의 충격파가 실로 대단했다.
종리백이 옆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열여섯 나한이 진을 짜고 한 사람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리고 백팔나한은 넓게 포진하여 마인들의 무차별 돌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소림의 범오라고 하였던가.’
그들 중심에는 신들린 듯 위력적인 권장을 구사하는 한 명의 장년 무승이 있었다.
당금 소림 최고의 천재라 불리며 나한당의 수좌를 맡은 자였다. 과연 불가 무공 중에서도 유독 사마외도의 마공과 상극인 무공을 연마하고 있는지, 내상을 입은 와중에도 더욱더 활기 넘치는 소림 비기들을 구사했다.
싸워 보지는 않았지만 저 공공대사조차도 저토록 불성(佛性) 가득한 무공을 구사하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의 그 사자후는 굉장했다. 차기 소림의 무(武)를 계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재…….’
번쩍! 콰르릉!
마인들 한가운데로 비집고 들어가 패왕도를 수십 번이나 휘둘렀다.
그 칼질 아래 사선으로 길이 뚫렸다. 잠시지간의 칼질로 죽은 마인의 숫자는 추산이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퍼어어엉!
피를 쏟으며 물러나는 범오 앞, 전신에서 위험한 마기를 발산하는 건흉이 있었다.
이제는 숫제 제정신이 아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에, 대도에선 무식한 마기가 불타올랐다.
두 눈은 붉게 달아올랐고 입가에서는 피와 섞인 침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깨달음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천적조차 밀어붙이는 패력으로 소림 무승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패왕도가 허공을 갈랐다.
카아아아아앙!!
짐승 같은 본능으로 막았지만, 지금의 건흉으로선 종리백의 힘을 상대할 수 없었다.
“크아아악!”
미친 듯이 밀려 나가며 마인 스물을 쓰러트린 건흉이 악다구니와 함께 종리백에게 달려들었다.
‘더는 싸움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이 전쟁, 조속히 끝내 버리는 게 답이겠지.’
후우우웅!
패왕도가 장중한 움직임을 발했다.
거대한 칼이 일순 두 개, 네 개로 흩어지더니 종국에는 열 개가 되어 허공을 가득 채웠다.
번쩍!
참혼교도의 십도(十刀)와 함께 연계되는 뇌락(雷落)의 초식.
건흉의 눈이 부릅떠졌다.
콰콰쾅! 푸화아악!
초식이라 부르기도 힘든 용마십도의 도초들을 모조리 뭉개 버린 뇌락도가 건흉의 몸을 미친 듯이 난도질했다.
푸스스스.
피를 뿜으며 쓰러진 건흉의 몸에서 지독한 마기가 흘러나왔다. 생명이 끊어짐과 동시에 지닌 모든 마기가 방출되고 있는 것이다.
패왕도가 일순 부드러운 움직임을 발했다.
우우우우우웅!
마치 무당의 태극검처럼 움직이는 패왕도를 향해, 솟구치는 마기가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하압!”
쾅!
진각과 함께 패왕도를 찌르듯 치켜드니, 그 막강한 마기의 구름이 하늘로 날아갔다.
그 순간, 범오가 항마대불장을 펼쳤다.
퍼퍼퍼펑!!
체외로 방출된 마기는 빠르게 그 밀도를 잃어 가는 법, 그래도 그 마기가 마인들에게 쏟아지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었다.
범오의 항마대불장은 건흉의 마기를 그대로 폭발시킴과 동시에 정화하기까지 했다.
“좋아.”
칼질만으로 무형의 기를 빨아들여 제멋대로 휘두른다.
기공을 이용한 이화접목의 수법이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기예지만, 종리백은 쉴 틈이 없었다.
번쩍! 번쩍!
참혼교도의 일도 초식을 수도 없이 발휘하며 마인들을 밀어붙인다.
어느새 마인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였다. 나한들과 하남 무림 병력이 목숨 걸고 밀어붙인 결과였으며, 그 와중에 일만에 달하는 무림맹 병력과 종리백의 신위가 합쳐져 오만, 아니 이제는 삼만도 채 남지 않은 마군을 압도하고 있었다.
“밀어라!”
한 마리 사자처럼 부대 안으로 뛰어들며, 종리백이 외쳤다.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범오의 음성이 모두의 마음을 다잡아 주었다면, 종리백의 음성은 모두의 마음에 불을 붙였다.
우와아아아!!
조금씩 무당산에 가까워졌던 중원 무림의 병력이, 이제는 다시 마군을 반대쪽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범오와 종리백 덕분이었다.
희대의 고수란 단신으로도 전황을 바꾸는 힘을 지녔다. 범오는 무극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마공과 상극인 힘으로 나한들을 독려했고, 종리백은 천하제일도라는 위명에 걸맞은 무력으로 선두의 마인들을 헤아릴 수 없이 베어 버렸다.
이성을 잃고 무공 초식조차 펼치지 않은 채 달려드는 마인들로서는, 광기로 힘을 얻고 있다 해도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전황에 박차를 가하는, 또 하나의 세력이 당도하고야 말았다.
콰아앙!
나한들의 권법 절기에 맞먹는 막강한 장력이 터져 나왔다.
진을 짜고 압박하는 나한진과 달리, 그들은 하나하나가 바람처럼 혹은 구름처럼 나아가며 마인들을 쓰러트렸다.
“무당파!”
무당의 장로, 황풍진인이 칠성신장(七星神掌)을 펼치며 외쳤다.
“무당의 선기를 오염시키고 천하의 안위를 해하는 놈들이다! 단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예!”
무당 도사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원래 무당은 다른 구파에 비해 숫자가 적은 편이었다. 오히려 무당파 소속 도사 중에는 도경을 읽고 해석하는, 순수하게 도(道)에 이르려는 진짜 도사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전력을 얕볼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그 적은 수로 소림과 함께 태산북두의 명성을 일구었다면 더 대단한 일이라고 봐야 했다.
퍼퍼퍼펑!!
쏟아 내는 권장이 실로 매섭다.
유능제강, 면면부절한 투로로 이름 높은 무당파의 무공 같지가 않았다. 도사들의 검은 무당 최고의 전투검이라는 천라검(天羅劍)과 삼절황검(三絶荒劍)으로 가득하여 거침없이 마인들을 쓰러트렸다.
와중에 장로들은 무당 비기 태극혜검(太極慧劍)을 구사하는데, 전투검이 아닌데도 그 어떤 무사들보다 효율적으로 마인들을 베어 넘겼다.
달인의 경지에 오른 무당 무공의 진짜 위력이었다. 이런 난전 중에도 침착하게 태극검결을 구사하는데, 전혀 위력적이지 않아 보이는 무공인데도 소림 나한들 이상의 전과를 올렸다.
그 신묘한 무공에 종리백조차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무공이구나. 무당의 무공이 소림과 쌍벽을 이룬다더니, 과연 세인들이 칭송하는 이유가 있었어.’
슈각!
마인 하나의 목을 부드럽게 날려 버린 황풍진인이 종리백의 곁에 다가왔다.
“도제 노선배님을 뵙습니다!”
“반갑네.”
“상황이 이러하니 깊은 대화는 나중에 나눠야겠습니다! 달리 이놈들을 물리칠 만한 전술이 있으십니까?”
“그런 것 없네. 있어도 나로서는 무리야. 평생 칼만 휘두르면서 살아왔지, 이 정도 규모의 병력을 운용한 경험은 없네.”
“그렇다면 역시 힘으로 몰아내야겠군요.”
“당연히!”
번쩍!
패왕도 일격 아래 우수수 쓰러지는 마인들.
기다렸다는 듯 그 시체들을 밟으며 질주한 무당 도사들이 거침없이 송문고검을 휘둘렀다.
천라, 삼절, 태극, 칠성.
어느 하나만 대성해도 천하의 고수 소리를 들을 만한 도가 비전의 무공들이 화려하게 불타올랐다.
“옴(唵).”
질 수 없다는 듯 범어를 외치며 돌진하는 범오와 그 뒤를 따르는 열여섯 나한, 그리고 백팔나한이 삽시간에 남은 마인들을 쓸어 버렸다.
북숭소림(北崇少林)과 남존무당(南尊武當)이라 하여 두 문파를 강호의 태산북두라 한다.
어지간해선 강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두 문파의 병력이 힘을 합쳐 마인들을 때려잡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저 종남과 화산의 검사들보다 더한 학살을 펼치면서도 두 눈에 흔들림이 없었다.
구파의 수위를 다투는 최강 문파들의 연합.
홀로 적들을 맞아 싸우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효율적이고 위력적인 무공을 구사한다. 도가 무공과 불가 무공은 그 결이 다르다 하나, 놀랍게도 서로의 기운을 주고받으며 지극히 효율적인 본능의 무도를 구사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마군은 조금씩 조금씩 무당산에서 밀려났다. 해가 저물도록 버티고 있었지만 남은 수가 일만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무림맹 병력 중에도 지친 자들이 태반이요, 소림과 무당의 무사들도 예전처럼 확실하게 마인들을 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종리백과 범오가 있었기에 마군의 숫자는 차근차근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종리백은 저 멀리 오구문을 바라보았다.
초절정고수인 제자조차도 안색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지나친 살육과 내공 및 체력 소모로 참악도를 휘두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듯했다.
‘이놈들, 마기를 이 정도로 발산하면 진즉 다 쓰러졌어야 정상인데.’
종리백이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가다간 아군의 희생이 너무 커진다. 뭔가 수를 내야만 하는데.’
그때였다.
우와아아아!
마군 후미에서 불같은 함성이 일었다.
마인들의 함성이 아니었다. 무림맹 병력의 함성이었다.
파파팡!
마인 둘의 머리통을 부수고 날아오른 종리백의 눈이 저 멀리, 무서운 속도로 돌격하는 하나의 기마 부대를 포착했다.
‘저건?!’
펄럭!
몇 개의 깃발이 마구 휘날렸다.
탕마(蕩魔)와 멸사(滅邪)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의정(義正)이라는 두 글자가 황금빛으로 빛났다.
종리백의 눈이 번뜩였다.
‘의정? 의정군! 무림맹 최강의 유군 부대!’
그리고 그 안에, 실로 오랜만에 보는 인상 깊은 고수가 있었다.
“길을 열어라.”
크게 외친 게 아닌데도 그 목소리가 무당산까지 울릴 지경이었다.
황금빛 바람의 목소리였다. 흑과 백을 대통합하여 대삼교전(對三敎戰)의 향방을 바꾼 전설적인 고수가 거기에 있었다.
여기까지 이동하며 기어이 힘을 비축했는지, 동생과 함께 선두에서 달리며 쇠사슬에 연결한 거대한 도끼를 빙빙 돌리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직선으로 파고들 것이다. 좌우로 길을 터라!”
주술과도 같은 목소리였다.
사신무장으로서의 위엄 가득한 언령에 무림맹 병력은 저도 모르게 길을 텄다.
그리고 그 사이로, 연호정과 연지평을 선두에 둔 의정군이 벼락처럼 돌진했다.
콰아아앙!!
회전하며 일대를 박살 내는 광룡부 뒤로 연가의 군자팔검세가 사납게 얽혀들었다.
곤륜의 도룡검, 화산의 매화검, 아미의 항마창, 팽가의 벽력도가 사방팔방으로 내리꽂히며 정체된 전장에 일대 격변을 만들어 냈다.
반 시진 후.
서산으로 넘어간 해 위로 커다란 달이 기지개를 켤 때.
광혈교의 잔당 중 숨을 쉬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