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chrome Sovereign RAW novel - Chapter (772)
772화. 복마전(伏魔殿), 그리고 복마전(伏魔戰) (10)
“집결했나?!”
“그, 그렇습니다!”
“전원 공세를 펼쳐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황제를 죽인다!”
외성의 서쪽과 동쪽, 그리고 남쪽 인근에 산발적으로 퍼져 있던 신화교의 병력 일천과 사음교의 병력 일백, 광혈교의 병력 오십이 내성 방향으로 움직였다.
콰콰쾅!
그들은 철저하게 힘을 비축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굳이 궁문으로 향하지 않고, 화포로 외성을 부수며 고수들을 투입했다.
아무리 바퀴를 달아 이동시킬 수 있다지만, 화포의 무게는 엄청나게 무겁다.
하나 삼교의 교도들은 하나같이 내공을 익힌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화포를 이동시키며, 앞을 가로막은 모든 것을 부수면서 전진했다.
콰쾅! 퍼어어엉!
사방으로 비산하는 돌벽들.
순식간에 황궁 외성이 난장판이 되었다.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황궁이 이 정도로 초토화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정확하게 겨누어라! 화탄은 많지 않아!”
파라라라락!
삼교의 병력 뒤로 또 다른 병력도 움직였다.
바로 동창과 금의위였다. 동창 대다수는 삼교와 함께하고 있었고, 금의위는 절반 정도가 그들에게 붙었다.
삼교의 병력, 거기에 황궁의 사정과 지리를 잘 아는 창위(廠衛)가 더해지자 외성 일대는 순식간에 불지옥이 되었다.
퍼퍼펑! 콰르릉!
불안에 떨던 관리들과 하인, 하녀들이 화탄에 맞거나 돌벽에 깔려 죽어 나갔다.
삼교는 눈에 보이는 이들을 무시했다. 화탄에 맞아 죽든, 무너진 건물에 깔려 죽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굳이 하나하나 잡아서 죽이려 들지도 않았다.
그저 전진할 뿐이다.
그들의 제일 목적은 황제의 목숨과 어전의 파괴이기 때문이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황궁에 사는 모든 이들을 제거했겠지만, 상황이 좋지 못했다.
콰콰쾅! 퍼엉!
그야말로 지옥도(地獄道)가 따로 없었다.
더하여, 화포로 쏘는 화탄의 종류는 하나가 아니었다. 일반 철구도 있었고, 안에 화약이 들어 있어 목표물에 닿으면 폭발하는 열폭탄(裂爆彈)도 있었다.
화약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얻은 살상 병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화포가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신화교도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황궁의 자금력을 쏟아부어 끊임없이 화탄을 개량한 것이다.
“열폭탄은 아직 쓰지 마라! 일반 화탄만 사용해!”
콰르르르릉!
쏘고 또 쏘고, 무너지고 또 무너졌다.
화포를 움직이는 교도들은 철저히 명령에 따랐다. 일반 화탄이 떨어져도 열폭탄은 쓰지 않았다.
쾅! 쾅!
교도들이 궁벽을 부수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구비한 화탄의 양은 제법 많았지만, 벽을 하나하나 깨부수며 전진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그들은 이 기회에 황궁의 전력이 될 수도 있는 화포를 과할 정도로 써 대고 있었다.
“각주님!”
“뭐냐?!”
“포신이 열을 너무 많이 받았습니다! 이러다가 포신이 변형되기라도 하면……!”
“그래서 열폭탄은 안 쓰고 있잖아!”
“버틸 수 있을까요?”
“충분히 버틸 수 있다!”
화약 병기의 위력이 강해질수록 그 열과 힘을 버티는 포신의 내구력도 필요하다.
그것을 개량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한도 없이 무차별로 쏘아 댄다면 그마저도 소용이 없어지겠지만, 적어도 내성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충분할 것이다.
“저것들이 미쳤군.”
내성 망루에 올라 전진하는 적들을 보는 팽무강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어렸다.
황궁이 구비한 화포는 그 수가 수백 문에 달했다. 그중 칠 할이 저놈들 손에 있었다.
이쪽에도 화포가 있긴 했지만, 그래 봤자 열다섯 문뿐이었다. 그것도 겨우겨우 구한 것이었다. 애초에 어전 주변에 그런 위험한 물건을 두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소화총의 숫자는 이쪽이 더 많다. 게다가 수성전이니, 잘만 하면 초장에 기를 꺾어 버릴 수도 있겠지만…….’
팽무강은 초조함을 느꼈다.
화탄이 날아들고 외성의 궁문과 건물들이 속속들이 무너지고 있었다. 저 멀리 북쪽과 남쪽에서 벌어진 전투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훅!
순식간에 어전으로 돌아온 팽무강이 적들의 상황을 전했다.
황보적의 눈에 끔찍한 살기가 어렸다.
“무도한 놈들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이지 상종을 못 할 놈들이로다.”
팽무강이 말했다.
“저건 단순한 파괴 행위가 아니야. 외성을 통째로 무너트림과 동시에 이쪽에 정신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지.”
팽무강의 말이 맞았다.
외성 곳곳에서 들려오던 화포의 폭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지고 있었다.
제삼 궁문까지 배치된 금군 병사들의 얼굴에는 선명한 긴장이 떠올랐다. 단순히 전투를 코앞에 두었기 때문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창백했다.
굉음, 그리고 파괴.
시간이 지날수록 수성전을 펼치는 병력에게는 심리적인 위협이 된다. 그것은 사기의 저하로 이어질 것이며, 사기의 저하는 어떤 공격보다도 치명적인 한 수가 되어 이쪽의 전력을 무너트릴 것이다.
“한 수가 필요하네. 저들의 기세를 무너트릴 결정적인 한 수가.”
“우리로 가능하겠소?”
팽무강의 얼굴에 결심의 빛이 어렸다.
“우리로라도 해야겠지.”
그때, 제갈아연이 나타났다.
“진법은 완성됐어요. 화포의 열폭탄이 정확히 이곳에 떨어져도 십여 발 정도는 막아 낼 수 있을 거예요.”
“그, 그래?”
대체 무슨 진법을 어떻게 깔았기에 그런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팽무강은 묻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제갈아연을 믿고 다음 일을 준비할 때였다.
“적들이 어디까지 다가왔지요?”
“외성 제이 궁문까지다.”
“금방 내성이 뚫리겠군요.”
“그렇겠지.”
“내성이 뚫리면 이곳까지 이각이 채 걸리지 않을 거예요. 아니, 화포를 끝까지 끌고 온다면 더 걸릴 수도 있겠군요.”
제갈아연이 황보적에게 말했다.
“우리 쪽 화포를 성벽 위에 올려 주세요.”
거대한 망루가 몇 개나 있을 정도로 황궁의 내성은 요새화되어 있었다.
“적들이 사거리 안에 들어오면 곧바로 열폭탄을 쏘세요.”
“그리하겠네.”
“그리고 그 전에.”
제갈아연이 팽무강을 바라보았다.
팽무강이 씨익 웃었다.
“한 번 휘젓고 오겠다.”
“최대한 조심하셔야 해요. 놈들은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고 있어요. 아군이 당해도 여차하면 함께 쓸어 버릴 겁니다.”
“걱정하지 마라. 다는 무리여도, 화포 몇 문은 날려 버릴 수 있을 테니까.”
파아아아앙!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팽무강이 하늘을 날았다.
그의 손에는 황궁의 병기 창고에서 찾은 큼직한 거도(巨刀)가 들려 있었다. 항상 들고 다니던 애병(愛兵)은 아니었지만, 본신의 무력을 십 할 다 끌어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화아아아아악!
어기신풍의 신법으로 순식간에 내성과 외성의 경계 부근까지 도달한 팽무강이 성문 옆에 몸을 붙였다.
쾅! 콰쾅!
화포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철구가 다 떨어진 모양이군.’
그것도 그렇고, 포신이 변형되지 않도록 식히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내성으로 들어오면 열폭탄을 쏘기 시작하겠지.’
쿠구궁!
팽무강은 대지의 진동을 느꼈다.
‘삼십 장.’
콰르릉! 퍼퍼펑!
‘이십 장.’
후두두두둑! 쿠르릉!
‘……십 장.’
그리고.
훅!
열양공의 막강한 기운을 느낀 팽무강이 건곤미허신공의 힘을 일거에 폭발시켰다.
콰앙!
궁문을 부수고 뛰쳐나간 팽무강이 단숨에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를 휘둘렀다.
콰르릉!
“으아아악!”
“끄아악!”
혼원벽력도는 팽가의 도법 중 가장 직선적이고 강맹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순식간에 삼 초의 도격을 휘두르니, 그 도초에 휩쓸린 고수 일곱이 산화했다.
“적이다!”
퍼퍼펑!
기다렸다는 듯 장력을 발출하는 신화교도들.
하지만 이미 팽무강은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 큰 덩치로 거대한 칼을 들었다고는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빠른 몸놀림이었다.
퍼억! 퍼어어억!
살벌한 도풍에 고수들의 몸뚱이가 찢겨 날아가고, 한 번씩 내지르는 각법과 권법이 적들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한순간에 일대를 와해시킨 팽무강의 눈에 화포가 보였다.
번쩍!
또다시 발휘되는 어기신풍의 신법.
엄청난 속도로 돌진한 팽무강이 거도를 일도양단의 기세로 휘둘렀다.
쩌어어어어엉!!
무지막지한 공명음과 함께 포신이 동강 나 버렸다.
신화교도들의 얼굴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 화포는 주요 관부에 배급된 화포가 아니라 황궁제 화포였다. 극에 이른 제련 기술로 엄청난 강도와 내열성을 갖춘 물건이란 말이다.
그런 화포를 일도에 양단해 버렸다. 상대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역시 단단하군.’
손에 미세하게 충격이 남았다. 건곤미허신공의 내력으로도 반탄력을 다 없애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문제없다.’
번쩍! 퍼퍼퍼펑!
팽무강이 횡으로 지나간 자리에 엄청난 피바람이 몰아쳤다.
그 어떤 고수도 팽무강에게 제대로 된 공격을 가하지 못했다. 그러기엔 그의 몸놀림이 너무 빨랐다.
피슉!
물론 모두가 그를 놓친 것은 아니었다.
팽무강의 어깨에 비수를 스치게 한 이, 화운비각의 부각주 요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놈!”
요공의 쌍장에 거대한 화염이 휘몰아쳤다.
그때, 팽무강의 발이 대지를 밟았다.
콰앙!
강력한 진각으로 힘을 끌어 올린 팽무강이 그 자리에서 입을 열었다.
“갈!!”
쩌저저저저정!
상상을 초월하는 일갈.
팽가의 호랑이, 중원 도맥의 수장이 발산하는 사자후였다.
주변에 있던 고수들 이십여 명이 그 자리에서 귀를 막고 쓰러졌다. 쓰러진 그들의 귀에서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심지어 요공조차 움찔했다. 그의 양손에 모인 화기가 일순간 흐트러졌다.
파아아아악!
단숨에 거리를 좁힌 팽무강이 사나운 도격을 발출했다.
쾅!
엄청난 완력이었다.
사선으로 올려 치는 일격에 요공의 몸이 허공으로 띄워졌다. 열화신장의 힘으로 몸이 베이는 건 막았지만, 충격으로 내상을 입었다. 도격이 화포의 포격처럼 막강했다.
훅!
요공의 눈이 흔들렸다.
자신을 날려 버린 팽무강은 어느새 화포들이 잔뜩 모인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조심해라! 놈이 화포를 노린다!”
“늦었어.”
팽무강의 부리부리한 두 눈이 일순 호안(虎眼)으로 바뀌었다.
크허어어엉!
어디선가 범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쩌저저저저저정!!
일직선으로 찌르고 들어간 거도가 화포의 바퀴를 부수고 포신에 구멍을 뚫었다.
무려 여덟 문의 화포가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사납게 몰아치는 도풍이 그 주변에 선 신화교도들 이십여 명을 난도질했다.
“후욱!”
한순간 거대한 힘을 쏟아 낸 팽무강이 그 자리에서 숨을 골랐다.
츠츠츠츠츠.
전신에서 어우러져 나오는 기운은 혼원벽력도의 강맹한 패기가 아니었다.
위엄 넘치면서도 사나운 기세. 사냥감의 목을 단숨에 물어뜯을 것처럼 무시무시한 맹수의 위압감이 번져 나오고 있었다.
팽무강이 거도를 들었다.
우우우우웅!
화려하게 울려 퍼지는 도명이 역시나 범의 울음소리를 닮았다.
“으아압!”
쾅!
또다시 진각과 함께 내리쳐진 도격이 다섯 줄기의 거대한 도기를 뿜어냈다.
다섯 줄기의 도기는 마치 거대한 범처럼 대지를 마구 할퀴며 달려가 화포와 신화교도들을 휩쓸었다.
콰르르릉!
살점과 핏물이 허공을 날았다. 반으로 쪼개진 화포 하나가 덩그러니 땅을 굴렀다.
요공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지금까지 강맹하고 남성적인 기운을 풍겼던 팽무강은 이 순간 한 마리의 거대한 범이 되었다.
그리고 요공은, 하북팽가가 자랑하는 가장 유명한 무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
화악!
팽무강이 요공을 돌아보았다. 예민해진 기가 요공의 중얼거림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요공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자신을 보는 팽무강의 얼굴은 사람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퍼어어엉!
회전하며 거도를 휘두른 팽무강의 몸이 옆으로 세 걸음이나 밀려 나갔다.
“이 곰탱이 같은 자식이!”
팽무강에게 기습을 가한 자, 기천형이 무지막지한 살기를 뿜었다.
“뭣들 하고 있어! 공세를 지속해라! 이 곰탱이는 내가 맡겠다!”
순간 팽무강이 씨익 웃었다.
“누가 너랑 싸워 준다더냐?”
훅!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팽무강의 움직임은 이전보다 더 빨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쫓는 기천형의 몸놀림 역시 팽무강에 비해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
요공이 외쳤다.
“다시 전진해라! 망가진 화포는 그냥 놔둬!”
그때였다.
저 멀리 어전 방향, 북쪽에서부터 회흑빛 거대한 구름이 다가왔다.
요공의 눈이 흔들렸다.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구름이었다.
“……저건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