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762)
762화 조우(遭遇) (7)
서로가 서로를 노려보는 대치상태가 계속 이어지던 가운데 부장이 결단을 내렸다.
“측량반은 짐들 챙겨라.”
“예.”
측량반에 명령을 내린 부장은 소총을 든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만약 저 원주민 놈들이 헛짓거리를 하려고 하면 대가리에 구멍을 내버려.”
“예!”
소총병들의 다부진 대답을 들으며 부장은 앞으로 나섰다. 앞으로 나선 부장은 자신과 마주한 원주민 전사들을 자세히 관찰했다.
“흐음…”
부장이 원주민 전사들의 무장 상태를 살피고 있는 동안, 맞은편의 푸탄도 자신과 대치한 상대의 복장과 무기 등을 살폈다.
그렇게 서로를 탐색하던 둘은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만약, 일이 벌어져도 지금 눈앞에 있는 놈들만 상대하자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문제는 저놈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야.’
부장은 밀림 속에 다른 원주민들이 매복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고, 푸탄은 도전자급 전선을 의식하고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동시에 같은 결론을 내렸다.
‘지금은 물러난다!’
두 사람의 결정은 옳은 것이었다.
원주민 전사들의 출현을 본 함장 김택길이 바로 지원병력들을 하선시키기 시작했고, 밀림 속에서도 새로운 전사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가면 여러모로 미안하니까…”
부장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을 천천히 꺼내 들었다. 단검을 가슴 높이까지 든 부장은 멋진 손놀림으로 단검을 한 바퀴 돌렸다. 손잡이 부분을 푸탄 쪽으로 향하게 잡은 부장은 단검을 푸탄에게 내밀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부장의 미소를 본 푸탄은 조심스럽게 내민 단검을 받아들고는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물러난다.”
그렇게 양쪽은 동시에 철수하기기 시작했다.
양쪽은 서로 상대에게 등을 보이지 않기 위해, 반대로 상대가 오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로 뒷걸음질을 쳐서 물러났다.
* * *
처음 출발했던 밀림의 경계선으로 돌아온 푸탄은 문제의 이방인들이 탄 작은 배가 큰 배로 돌아가는 것을 바라봤다.
이방인들이 탄 작은 배는 그들이 타고 온 배와 쏙 닮아 보였는데, 자신들이 사용하는 배들보다 훨씬 유용해 보였다.
“후우~.”
이방인들이 해변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을 확인한 푸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의 여유를 찾은 푸탄은 그제야 손에 들린 단검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허…”
이방인이 건넨 단검을 살핀 푸탄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날의 길이가 손목에서 팔꿈치까지 정도 되는 단검은 아름다운 물결무늬를 자랑하고 있었고, 그 날은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뭐 이런…”
아름다운 물결무늬의 칼을 본 푸탄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부장이 푸탄에게 건넨 단검은 다마스쿠스 강을 흉내 내어 만든 제국제 단검이었다.
* * *
유럽, 중동과의 교역이 확대되면서 제국-당시에는 조선-에도 유럽의 여러 문물이 들어왔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인기를 끈 것이 다마스쿠스 강으로 만든 도검들이었다.
처음 다마스쿠스 강으로 만든 도검들이 들어왔을 때, 내로라하는 무가(武家)에서는 앞다퉈 구매했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하다는, 이율배반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날의 날카로움이 길게 유지된다는 특성 때문이었다.
물론, 검의 모양이 전통적인 검법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많은 무가에서는 그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칼은 장식이고, 활이 모든 것이니까!”
이후, 세종과 향, 51구역 장인들의 노력을 통해 고품질의 강철이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다마스쿠스 강으로 만든 도검들의 판매는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다마스쿠스 강으로 만든 도검들은 고가의 사치품으로 신세가 바뀌었다.
품질만으로 따지자면 다마스쿠스 강과 동일하거나 좀 더 우수한 고탄소강들이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했고, 이를 재료로 만든 도검들이 훨씬 싼 값에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름 이름값 좀 한다는 집안에선 다마스쿠스 강으로 만든 도검들을 꾸준히 구입했다.
“공장에서 마구잡이로 찍어내는 도검들이 아무리 좋다 한들, 어디 이 파문검(波紋劍)-특유의 물결무늬로 인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의 미려함과 강인함을 따라잡겠나?”
상류층들이 이런 말을 하며 다마스쿠스 강을 고집한다는 소문에, 이름난 도검 장인들이 발끈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래에~? 그렇다면 그 잘난 서역의 파문검보다 더욱 멋진 파문검을 만들어 보여주마!”
그렇게 결심했지만, 다마스쿠스강의 제법은 비술(祕術) 중의 비술. 당연히 그 제법을 알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여기에 향이 끼어들었다.
파문검을 만들기 위한 도전에 51구역의 장인들까지 나섰다는 소문에 향이 움직인 것이었다.
“이런 일에 내가 빠지면 내가 아니지!”
말과 동시에 장인들에게 접근한 향은 슬그머니 말을 흘렸다.
“소문을 듣고 내가 생각한 것이 있는데 말일세…”
향의 말에 51구역 장인들은 반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이경청하겠사옵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장인들을 보며 향은 말을 이었다.
“다마스쿠스 철을 만드는 것은 비술도 중요하지만, 재료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네. 하지만, 다마스쿠스 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저 천축 어디에선가 나는 철이 꼭 필요하다는데, 우리는 그것이 없지 않은가?”
“그렇사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진 철재(鐵材)를 가지고 우리만의 비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것인데, 여러 종류의 강철편을 마치 시루떡 쌓듯이 쌓아 용접한 다음 단조하던가, 아니면 도가니에 쇠구슬과 쇳가루를 넣고 가열해…”
21세기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실제 향 자신도 만들어봤던 방법을 설명하자, 장인들은 무릎을 쳤다.
“아! 그런 방법이!”
이렇게 해서, 제국식 파문검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다.
원재료인 제국제 강철 품질이 우수했던 덕에 제국제 파문검은 다마스쿠스 강을 사용한 도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는 품질을 자랑했다.
거기에 가격은 다마스쿠스 제품보다 쌌기에 어느 순간, 유럽과 중동의 도검 시장은 제국이 장악해갔다.
단지 파문검 하나 때문은 아니었다. 딱 한 종류의 고탄소강을 사용한 도검들 역시 어지간한 유럽제나 중동제 도검들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 알렉산드리아를 비롯한 여로 도시들에서 이런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제국이 만든 단순한 철검이라도 꽃의 문양이 찍혀 있으면 어설프게 만든 다마스쿠스 검보다 뛰어나다!
-제국제 철검이 다마스쿠스 검을 두 동강 냈다더라!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다마스쿠스 강으로 만든 제품들이 빠르게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를 노려 향이 보낸 사람들이 다마스쿠스 강을 만드는 장인들에게 접근했다.
“자네들이 만드는 도검이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하네. 하지만, 그 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정한 곳에서 나는 철이 필요하지 않은가? 만약, 그 철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젠가는 그 광맥이 마르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다른 철재에 그 비술을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떠한가? 나와 함께 꽃의 나라로 가지 않겠는가?”
향이 보낸 사람들의 회유에 몇몇 장인들이 ‘꽃의 나라’로 향했다.
그렇게 한성에 도착한 장인들은 바로 51구역 소속이 되어 강철 제련법 발전에 한몫하기 시작했다.
“저들에게 너무 과한 대접을 하시는 것 아니옵니까?”
당시 대신들의 지적에 향은 바로 대답했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곳에 철이 쓰일 것입니다. 쓰임이 많다는 소리는 여러 성질을 가진 여러 종류의 철이 필요하다는 소리입니다. 때문에, 저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 조선의 장인들만으로도 시간을 좀 더 준다면 가능하지 않겠사옵니까?”
“지금 당장 써먹을 곳이 있습니다. 바로 장총과 화포를 만드는 곳입니다.”
“예?”
바로 이해하지 못한 대신들이 눈만 껌벅이는 가운데, 세종이 무릎을 쳤다.
“옳거니! 화포의 포신과 장총의 총신은 화약이 터지는 힘을 감당해야 하지. 그렇다고 무조건 두껍게 만들 수도 없고! 당연히 단단하면서도 질긴 철이 필요한데, 저들의 비술이라면 그게 가능하겠구나!”
세종의 말에 향은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국의 제련기술은 한 단계 발전했고, 화포와 총기들은 더욱 매섭게 변했다.
* * *
푸탄은 자신의 뒤를 따라온 독수리 전사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이방인들입니다.”
“저 북쪽의 이방인들이 아닌가?”
이 당시 알게 모르게 아즈텍 제국은 북방-플로리다 반도로 추정-의 원주민들과 교류를 하고 있었다.
독수리 전사의 물음에 푸탄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푸탄의 대답에 도전자급 전선을 바라보던 독수리 전사는 푸탄의 손에 들린 단검을 바라봤다.
“그것은 무엇인가?”
“이방인이 주고 간 것입니다. 틀라토아니께 진상하려 합니다.”
아즈텍 제국의 황제인 틀라토아니에게 진상하겠다는 푸탄의 말에 독수리 전사는 가볍게 입맛을 다시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게 낫겠군. 그럼 돌아가도록 하지.”
* * *
며칠 동안 밀림을 통과해 수도인 테노치티틀란에 도착한 푸탄 일행은 바로 틀라토아니를 알현할 수 있었다.
법에 따라 도성 입구에서부터 샌들을 벗고 맨발로 왕궁에 들어선 푸탄 일행은 틀라토아니를 보자 바로 예를 올렸다.
당대 틀라토아니인 몬테수마1세는 거만한 몸짓으로 답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이방인들을 만났다고?”
“그렇사옵니다. 이것은 그들이 넘긴 것인데 틀라토아니께 진상하고자 합니다.”
“가지고 오라.”
몬테수마1세의 명령에 옆에 있던 시종이 푸탄에게서 칼을 건네받아 몬테수마1세에게 전달했다.
“호오~. 허어!”
물결무늬가 찬란한 단검을 요리조리 살피던 몬테수마1세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날카롭게 빛나는 검날을 본 몬테수마 1세는 한쪽에 걸린 재규어 가죽에 칼을 휘둘렀다.
부욱!
단번에 가죽을 길게 베어버린 단검을 본 몬테수마1세는 놀란 눈이 되어 단검을 다시 살폈다.
여전히 이 하나 나가지 않은 채 멀쩡한 단검을 본 몬테수마 1세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 대단하군… 반짝이는 것과 색을 보면 은과 비슷한데 은은 아니다….”
북쪽의 원주민들과 교류하면서 아즈텍에도 금속 제련술이 도입되었다.
덕분에, 청동기와 금, 은을 가공해 여러 것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기술 수준으로는 제사용 기물과 장신구를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지금 몬테수마 1세의 손에 들린 것은 금이나 은이 아닌 전혀 새로운 금속이었다.
쩡!
바로 옆 석제 옥좌에 검을 내려친 몬테수마1세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멀쩡하다니… 도대체 어떤 이들인 것인가!”
몬테수마1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해졌다.
‘하필이면 이런 때에! 하필이면!’
지금 아즈텍의 상황이 영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