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763)
763화 조우(遭遇) (8)
택길이 지휘하는 도전자급 전선은 전속으로 귀항했다.
귀항하는 도중 배 안에서는 부장이 본 아즈텍 전사들에 관한 장문의 보고서가 작성되었다.
택길과 부장이 연명해 제출한 보고서를 확인한 안상수 제독은 바로 부하를 불렀다.
“지금 항구에 바로 출발 가능한 해응급 전선이 있나?”
“예. 해응급 45호와 65호가 있습니다.”
“45호에 이 보고서를 싣고 바로 북상시켜. 한시가 급한 일이다.”
“옛!”
보고서를 실은 해응급 전선 45호는 전속으로 북상했다.
신지 주둔 제국 해군의 총사령부에서 도착한 보고서를 확인한 신인손 제독은 바로 명령을 내렸다.
“가장 빨리 출발하는 철마를 통해 이 보고서를 상황 폐하께 제출하도록! 한시가 급하다!”
“예!”
신지 주둔 제국 해군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대한 빠르게 문제의 보고서를 향에게 전달했다.
그렇게 보고서를 보낸 신인손 제독은 새로운 보고서를 작성했다.
신인손 제독이 따로 작성한 보고서의 내용은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군항과 군항 사이를 연결하는 철로망이 필요하다.
-철마보다 빠른 새로운 운송 수단이 필요하다.
* * *
한편, 해군에서 급히 올라온 보고서를 받아든 향은 이마에 손을 얹었다.
“하아~. 하필이면 이런 때에…”
맹렬한 속도로 해군을 확장하고 있지만,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대서양 방면에 해상 방벽을 쌓기에는 아직 전선의 수가 크게 부족했다.
그뿐만 아니라 해도와 지도로 상징되는 정보 인프라도 부족했다. 새로 취역하는 도전자급 전선들과 해응급 전선들이 훈련을 빙자해 북미와 중미의 동해안을 탐사하며 지도와 해도를 만들고 있지만, 아직도 공백이 더 많은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을 수도 없는 일이야. 잘못하면 유럽에게 틈을 내어주게 된다. 이거야말로 외통수인가… 하아~. 한숨만 나오는군.”
연거푸 한숨을 내쉬며 향은 보고서의 내용을 확인했다.
꼼꼼하게 내용을 읽던 향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훗! 누가 군인 아니랄까 봐…”
부장이 적은 보고서의 내용은 아즈텍 전사들의 복식과 무장에 관해 자세하게 적은 것이었다.
– 이번에 접촉한 원주민들은 제대로 훈련받은 전사들로 추정.
– 계급에 따라 복장과 방호구 착용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
– 일반사병으로 보이는 이들은 두꺼운 천을 누빈 민소매 조끼를 걸쳤지만, 하의는 속곳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살로 돌아다님
– 사병들은 잘 갈아서 날을 세운 돌을 끼운 창과 원형의 방패를 들고 다님. 날로 사용된 돌은 흑요석으로 보임. 방패는 나무와 가죽을 씌워 만든 것으로 보임.
– 지휘관으로 추정되는 이는 누빈 천으로 만든 옷으로 전신을 가림. 머리에는 나무로 만든 표범 형상의 투구를 썼음.
-지휘관으로 추정되는 이의 무장은 넓적한 곤(棍) 모양으로 깎은 나무 양쪽에 돌날을 박아 넣은 것으로 보임. 베기 기능은 있지만, 찌르기 기능은 없음.
– 결론.
원주민들의 무장은 매우 원시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계급이 나뉘어져 있고 지휘 체계가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이것은 원주민들이 대규모 병력 동원이 가능하다고 추정 가능하다.
따라서,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병식 화차와 비격진천뢰의 적극적인 사용과 동시에 아군 역시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금처럼 엄심갑 형식의 방호구 대신에 예전 장검병이 사용하던 전신 판금 갑옷의 채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아군이 사용하는 병식 화차와 비격진천뢰, 병식 장총의 성능을 생각하면 판금 갑옷은 과하다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술한 대로 원주민들이 수만 단위 이상의 대규모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면, 수적 열세로 인해 백병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 * *
“흐음…”
보고서를 읽은 향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기며 중얼거렸다.
“베거나 휘두르는 타격기에 판금 갑옷이라…”
향이 알기에 판금갑옷을 상대로 최적의 무기는 도끼나 워해머 류의 둔기 계열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향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아… 아즈텍 전사들의 그 무기는 둔기가 아니라 날붙이였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대처법을 궁리하던 향은 입맛을 다셨다.
“장검병의 부활인 건가…”
경장 초기와 ‘먼터무의 난’, ‘기유반란’ 시절까지 존재했던 장검병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경복궁을 지키는 상징적인 몇몇만 빼고는 전부 퇴역하거나 다른 병과로 옮겨갔다.
조선은 물론이고 주변국의 주력무장이 도검과 화살에서 화약병기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 더운 밀림에서 전신 판금 갑옷을 입고 움직이는 것은 미친 짓이지… 그렇다고 마냥 무시하기도 그렇단 말이지.”
향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리고, 부장의 추정은 그저 기우가 아니었다.
향이 개입하기 전의 역사에서 아즈텍을 침공했던 스페인인들은 수적 열세로 위기에 처했었다.
스페인인들을 위기에서 구한 것은 아즈텍에 저항하던 지역 부족들의 협력 덕분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향은 다른 결론을 내렸다.
“제국이 스페인과 다른 점이 있지. 스페인인들이 전장식 아퀴버스와 단일체 포탄을 사용했다면, 제국에는 기관총, 아니, 병식 화차와 병식 장총, 그리고 비격진천뢰가 있지. 차라리 판금 갑옷들의 무게만큼의 탄약들과 비격진천뢰를 싣고 가는 것이 훨씬 나아. ‘밴플리트 탄약량(Van Fleet day of fire)’을 아즈텍에 적용하는 거야.”
6.25 당시 중공군의 공세를 막는 과정에서 밴플리트는 그전까지 적용되던 일일 탄약 사용량의 5배까지 허가했었다. 이는 거의 무제한의 탄약 사용을 허가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대처는 중공군의 공세를 막는데 유용했다.
* * *
아즈텍 문제로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향은 결심을 굳히고는 백지를 꺼내 명령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대충 예상이 가능하지만, 그렇기에 명분이 필요해. 확실한 명분이.”
그렇게 결심을 굳힌 향의 명령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최소 3척 이상의 전선과 가능한 많은 병사들을 동원해 해당 지역의 원주민들과 접촉할 것.
-원주민 부족의 거주지, 또는 원주민 국가의 수도에 들어갈 경우에는 절대 소수만 보내지 말 것. 최대한의 전력과 화력을 보유한 상태에서 원주민들의 요청에 응할 것.
-최대한 우호적으로 상대하면서, 저들의 사정을 꼼꼼히 확인할 것.
-만약, 원주민 세력과 무력 충돌이 벌어질 경우, 철수에 필요한 최소한의 탄약과 물자만을 남기고 가용한 모든 탄약을 사용할 것.
명령서의 작성을 끝낸 향은 명령서의 내용을 다시 검토하고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하필이면 ‘66호 명령’이냐…”
* * *
향의 명령서는 다시금 경로를 거쳐 안상수 제독에게 전달되었다.
명령서를 확인한 안 제독은 창밖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명령서만 온 것이 아니로군.”
창밖으로 보이는 부두에는 대량의 병식 화차와 비격진천뢰용 완구, 병식화차에 사용할 탄통들이 담긴 나무 상자, 비격진천뢰가 담긴 나무 상자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또 다른 배에서는 병식화차와 완구, 탄약과 비격진천뢰를 싣고 갈 수레와 수레를 끌 말들이 내려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무기들을 운영할 병사들이 배에서 내려 점호를 받고 있었다.
창밖에 보이는 광경을 본 안 제독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상황 폐하, 지금 원주민들과 평화적으로 접촉하라고 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보이는 족족 조져 버리라고 하시는 겁니까?”
지금 밖에 보이는 정도의 탄약과 병력이라면 대규모 해적 집단의 본거지도 박살 낼 수준이었다.
* * *
어쨌거나 명령은 명령이었기에, 안 제독은 2척의 도전자급 전선과 3척의 해응급 전선을 동원했다.
함포용 포탄과 화약은 자위용으로 최소한만 실은 대신 병력과 무기를 잔뜩 적재한 5척의 전선은 그대로 남하해 문제의 해변에 도착했다.
직접 함대를 이끌고 온 안상수 제독은 김택길 함장에게 명령했다.
“상륙을 시작하도록.”
“예! 부장! 신호기를 올리게!”
“예!”
기함에서 신호기가 올라오자, 다른 전선들에서도 상륙이 시작되었다.
상륙이 막바지에 이르자, 안상수 제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륙을 준비했다.
“직접 가실 것입니까?”
걱정 가득한 김택길의 물음에 안상수 제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야 하네. 만약, 상황 폐하께서 우려하신 일이 벌어진다면 내가 직접 명령을 내려야 나중에 뒤탈이 없을 것이야.”
“보중하십시오.”
택길의 당부에 안상수는 슬쩍 웃으며 택길의 어깨를 토닥였다.
“고맙네.”
* * *
제국군인들이 한창 상륙하고 있을 때, 해변에 면한 밀림에서도 작은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번 접촉 이후로 몬테수마1세는 문제의 해변에 전사들을 배치했다.
전사들이 받은 명령은 간단했다.
-문제의 이방인들이 다시 오면 바로 보고할 것!
“진짜로 왔다…”
지난번 일로 해안 감시 임무를 떠맡게 된 푸탄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문제의 이방인들은 지난번과 비교해 몇 배나 많이 몰려왔다.
크고 작은 5척의 배에서 내린 이방인들은 해변에 산처럼 짐을 쌓고 있었다.
“저 안에 뭐가 들어있느냐가 문제지…”
푸탄은 진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 * *
지난번 몬테수마1세에게 진상한 단검은 상상 이상의 무기였다. 흑요석을 박아 만든 자신들만의 무기로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 확실했다.
이방인들의 무기를 확인한 귀족들과 독수리 전사, 재규어 전사들의 결론은 매우 비슷했다.
-이런 무기를 가진 이들과 접근전은 불리하다. 화살을 이용해 멀리서부터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푸탄과 몇몇 전사들은 상당히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저런 무기를 만들 정도면 저런 무기를 막을 수 있는 것도 만들지 않았을까?
그런 의문을 풀지 못한 이들은 다른 결론을 내렸다.
-주변 부족들과 도시들에 했던 것처럼 공격하면 안 된다! 최대한 싸움을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결정권자인 몬테수마1세도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저런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이들이라면 먼저 싸움을 거는 일은 피해야 한다. 최대한 저들의 속뜻을 알아내야 한다!
이런 결론에 따라 소규모 전사들을 해안에 배치한 것이었다.
이 전사들의 임무는 싸움을 거는 것이 아니라 이방인들의 재방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 * *
-이방인들이 다시 왔다!
-전보다 몇 배는 많다!
보고를 받은 몬테수마1세는 권좌에서 일어났다.
“내가 직접 가보겠다.”
“틀라토아니 위험합니다!”
주변의 귀족들과 신관들이 말렸지만, 몬테수마1세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가야만 한다.”
몬테수마1세의 결정에는 이유가 있었다.
전대 틀라토아니인 이츠코아틀의 뒤를 이어 몬테수마1세가 권좌에 오르면서 주변과의 사이가 많이 안 좋아졌다.
그렇게 된 이유는 전대에 이어 진행되고 있는 확장 정책과 대규모 인신공양 때문이었다. 인신공양에 필요한 제물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부족들과 도시국가들이 큰 피해를 받았기에 주변국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제물 확보와 영토 확장에 혈안인 귀족들을 내보냈다가는 바로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