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765)
765화 조우(遭遇) (10)
제국군의 해안가 교두보를 중심으로 제국군과 아즈텍은 대치했다.
아즈텍의 전사들은 교두보를 반원형으로 포위한 상태였다.
제국군 간부들은 교두보를 포위한 아즈텍 전사들의 진형을 살피며 허실을 파악했다.
“상당히 무질서해 보이지 않습니까? 전쟁을 잘 모르는 것 같아 보입니다.”
초급 군관의 말에 나이 지긋한 고참 군관이 고개를 저었다.
“아냐. 자세히 보면 복색이 특이한 놈들이 중간중간 박혀있지? 저놈들이 주변의 병사들을 지휘하는 것이겠지. 지휘 계통이 존재한다는 거야.”
“아, 그렇군요.”
진영 중간중간 자리한 독수리 전사들과 재규어 전사들, 중급 전사들을 지목한 고참 군관은 가볍게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쩝접. 그나저나 표적으로는 딱이로군.”
독수리 전사들과 재규어 전사들은 점프슈트 형태로 상의와 하의가 붙은 옷으로 전신을 감쌌다. 눈에 확 띄는 원색으로 염색한 옷을 걸치고 머리에는 나무로 만든 독수리 대가리나 재규어 대가리를 쓴 독수리 전사들과 재규어 전사들 아래에는 쿠에쉬테카틀을 걸친 중급 전사들이 있었다.
독수리 전사나 재규어 전사들과 비슷한 전신복인 틀라이우스틀리를 입고 머리에는 입은 옷과 같은 색깔의 고깔모자를 쓴 이들이 중급전사들이었다.
이 중급 전사들은 그들이 획득한 포로의 수에 따라 등에 나비 모양 장식이 달린 전신 누비갑옷을 입었다.
이 화려한 차림새 덕분에 중급 전사들과 독수리, 재규어 전사들은 그저 그런 누빔조끼만 걸친 하급 전사들 사이사이에 있어도 한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런데 병사들의 간격이 너무 넓게 떨어진 것 같지 않습니까?”
“저들의 무기 때문이겠지. 저 돌날이 박힌 곤봉이 주력 무기인 것 같은데, 저런 모양이면 휘두르기가 전부야. 찌르기는 불가능하지. 그렇다면 저렇게 공간을 둬야 제대로 싸울 수 있겠지.”
아즈텍 전사들의 주력 무기인 마쿠아우이틀을 언급한 고참장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비격진천뢰의 약발이 좀 약하겠는걸?”
“그나마 저런 엉성한 누빔조끼라면 병식 화차가 한몫하겠군.”
* * *
제국의 초급과 중급 장교들이 주변을 둘러싼 이들을 관찰하고 있었다면 안상수 제독 근처에 있던 고급 지휘관들은 몬테수마1세의 주변을 둘러싼 이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저들이 입은 복색을 보자면 저 가마에 앉은 이가 왕이거나 상당히 높은 지위에 앉은 자 같아 보입니다.”
“동감입니다. 그나저나, 저 부대가 살짝 신경이 쓰이는군. 근위대 아니면 정예부대가 확실한 것 같소.”
고급 지휘관들이 지목한 부대는 쿠아치케라 불리는 아즈텍 제국의 엘리트 부대였다.
전투에서 5명 이상의 포로를 잡은 자는 장교가 되거나 아니면 쿠아칙이라는 엘리트 전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쿠아칙들이 모인 부대가 쿠아치케였다.
재규어 전사, 독수리 전사와 마찬가지로 녹색으로 염색된 틀라이우스틀리와 쇼필리라는 등에 붙이는 장식을 걸쳤다.
엘리트 전사들을 모아 놓은 부대답게 쿠아치케는 상당히 엄정한 군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저 뒤편에, 보이십니까? 물매와 활이 보이는군요.”
“창에 끼워 놓은 도구, 특이하군. 아마, 창이 날아가는 거리를 늘려주는 것 같군. 물매와 활, 그리고 저 창에 끼워 놓은 도구를 보면 장거리 투사 무기도 존재하는군. 신지에서 봤던 이들보다 대규모 전투에 익숙한 이들이 확실하네.”
“물매라… 저 어렸을 때, 동네 석전에서 저걸로 한몫했는데 말입니다.”
슬링과 활, 아틀라틀-투창기-을 관찰하며 대화를 나누는 제국군 고급 지휘관들의 목소리는 상당히 태평했다.
그들에게는 확실하게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봤자, 화차나 장총, 비격진천뢰 앞에서는 표적밖에 안되겠지만 말입니다.”
“동감일세.”
뒤에서 들려오는 대화에 안상수 제독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쩔 수 없는 군인들인가? 평화적인 대화를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싸워서 이길까부터 생각하고 있으니…’
주변에서 들리는 호전적인 대화에 쓴웃음을 짓던 안상수 제독은 곧 고개를 저었다.
‘남 욕 할 상황이 아니지. 나 역시 마찬가지니까.’
그 역시 몬테수마1세가 이끌고 온 병사들을 보자마자 지금 교두보에 갖다 놓은 탄약으로 처리 가능할까를 가늠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몬테수마1세를 찾아내자마자 든 생각은 저격의 가능성이었다.
‘저자를 저격하면 판세를 바로 뒤집을 수 있겠는데?’
* * *
상대의 수준을 가늠하는 것은 아즈텍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생각하나?”
몬테수마1세의 물음에 가마 옆에 서 있던 틀라코치칼카틀이 대답했다. 해골 모양의 여신 치치미틀을 본떠 만든 기괴한 투구를 머리에 쓴 틀라코치칼카틀은 몬테수마1세의 대답에 바로 답했다.
“명령만 내리신다면 바로 공격해 제물로 잡겠습니다.”
“우리와 비교해 한참이나 적은 병력임에도 저렇게 당당하게 버티고 선 것이 걱정이다.”
“허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전사들의 공격에 무너지지 않은 적들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테노치티틀란에서는 우리의 승리를 위해 기도를 드리고 있을 것입니다.”
틀라코치칼카틀의 대답에 몬테수마1세는 주변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누구보다 더 싸움을 원하고 있지.”
아즈텍 전사들이 진을 친 곳에는 전사들과 똑같이 무장한 성직자들이 저 이방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즈텍 전사들과 마찬가지로 포로를 많이 잡으면 잡을수록 성직자들의 복식도 달라졌다.
6명 이상의 포로를 잡은 유능한 사제는 황색 혹은 적색으로 염색한 틀라우이스틀리와 코요테 투구를 머리에 썼다.
“틀라토아니,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당장 저들을 제압하겠습니다.”
틀라코치칼카틀의 재촉에 몬테수마1세는 다른 고위 장교들-틀라카테카틀, 우이스나우아틀, 티코캬우아카틀-을 바라봤다.
그들 역시 비슷한 표정인 것을 보며 몬테수마1세는 머리가 아파졌다.
아즈텍은 전쟁을 벌일 때마다 황제인 틀라토아니가 직접 친정에 나서는 것이 관례였다. 그리고, 그동안 열성적으로 대외원정을 지휘했던 이가 몬테수마1세였다.
덕분에, 전사들은 몬테수마가 직접 움직이는 것은 전쟁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전장에서 포로를 잡으면 좀 더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전사들은 지금도 전쟁을 바라고 있었다.
‘만약, 내가 여기서 주저하면 전사들은 충성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지난번 단검을 본 이후로 몬테수마1세는 전쟁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외통수에 걸렸다는 것을 절감한 몬테수마1세는 명령을 내렸다.
“우선 도발부터 해보도록.”
“예!”
* * *
“우우우~!”
전령을 통해 명령을 전달받은 아즈텍 전사들은 교두보에 진을 친 제국군을 도발하기 시작했다.
요란한 야유를 시작으로 온갖 욕설과 저주, 비아냥거리는 몸짓으로 아즈텍 전사들은 제국군을 도발했다.
하지만, 의외로 효과는 미미했다.
“쟤들 뭐하냐?”
“딱 봐도 모르겠냐? 도발이지.”
말은 못 알아들었지만, 하는 모양을 보면 도발이라는 것을 직감한 제국군이었다. 하지만, 그런 아즈텍 전사들의 도발에 제국군들, 특히, 본지 출신 군인들은 피식 웃거나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도발한다고? 지금 동네 석전에서나 하는 짓을 하고 있어.”
예전 명과의 전투를 통해 닳고 닳은 제국군에게 있어 도발은 멍청한 짓이었다.
‘싸울 거면 보자마자 포탄과 총탄부터 박아 넣어야지, 뭐하러 도발 같은 것을 해? 시간 아깝게.’
이것이 본지 출신 제국군의 사고방식이었다.
오히려 발끈한 것은 신지 출신 제국군들이었다.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 도발을 하는 게 일상적이었던 부족 전투에 익숙했던 까닭이었다.
“이런~ 베라먹을 쒸발 것들이!”
“야, 잡아! 잡아!”
“도대체 이런 요상한 사투리는 어디에서 배운 거야!”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기려는 신지 출신 병사들을 제지하기 위해 본지 출신 병사들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명령이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무슨 짓이야! 감봉 당하고 싶나! 아니지, 감봉이 아니라 강등시켜 줄까!”
근처에 있던 지휘관의 호통에 신지 출신 병사들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누구보다 자본주의에 충실해진 신지 출신 병사들에게 감봉과 강등은 죽기보다 싫은 것이었다.
“아, 아님다! 죄송함다!”
“도대체 그런 사투리는 어디서 배운 거야!”
* * *
한편, 가마에 앉아서 제국군의 반응을 보던 몬테수마1세의 표정은 더욱 심각해졌다
전사들의 도발에 반응은 있었다. 하지만, 그 반응은 생각보다 작았고, 곧 진정되었다.
‘상급 전사들만 아니라 하급 전사들까지 쉽게 흥분하지 않는 다는 소리다. 이거 골치 아프게 됐군.’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쉽게 흥분하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하는 적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던 몬테수마1세였다.
“흐음…”
상대가 쉽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몬테수마1세는 주변의 고위 장교들을 바라봤다.
노련한 고위 장교들의 표정도 심각해진 것을 본 몬테수마 1세는 결심을 굳혔다.
“호위를 준비하게. 내가 직접 만나보겠다.”
“틀라토아니! 위험합니다!”
“안 됩니다!”
주변의 장교들이 모두 말렸지만, 몬테수마1세는 단호했다.
“내가 나가야 한다! 호위를 준비하게!”
몬테수마1세의 단호한 명령에 장교들은 호위대를 준비했다.
잠시 후, 아즈텍 진영이 좌우로 갈라지며 몬테수마 1세를 태운 가마가 앞으로 나왔다.
쿠아치케의 엄중한 호위를 받으며 몬테수마1세를 태운 가마는 천천히 교두보를 향해 움직였다.
“저들의 우두머리가 움직이니 나도 나가봐야겠군.”
“호위대를 준비하겠습니다!”
몬테수마1세의 움직임을 본 안상수 제독 역시 호위대에 둘러싸인 채 교두보를 벗어났다.
몬테수마1세와 안상수 제독은 양쪽의 중간지대에서 마주했다.
가마에서 내린 몬테수마1세는 손을 들어 가슴에 대며 자신을 소개했다.
“나, 위대한 아즈텍의 틀라토아니, 몬테수마다.”
말은 안 통해도 몸짓을 통해 의미를 파악한 안상수 제독 역시 가슴에 손을 얹으며 대답했다.
“대한연방제국 해군제독 안상수.”
‘아즈텍, 틀라토아니, 몬테수마.’
‘대한연방제국? 해군제독, 안상수?’
상대의 의도를 분석하면서 말없이 서로를 마주하던 가운데, 안상수 제독은 허리에 차고 있던 장군검을 풀어 내밀었다.
안상수 제독이 검을 내밀자, 몬테수마1세는 옆에 있던 전사에게 명령해 검을 받아들었다.
스르릉.
“호오!”
검집에서 검을 뽑아든 몬테수마1세는 잘 만들어진 장군검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무기를 건넸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반응을 보면 싸우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마냥 믿을 수는 없지.’
몬테수마1세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보면 여기는 적지의 한가운데다. 적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몬테수마1세는 손을 들어 자신과 안상수 제독을 가리키고는 수도 방향을 가리켰다.
“나와 너, 함께 테노치틀란으로 간다.”
몬테수마1세의 몸짓을 본 안상수 제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는 당신과 함께 가겠다.”
몸짓으로 합의를 본 양쪽은 자신들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교두보로 돌아온 안상수 제독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저들과 함께 이동한다. 병사들을 준비시키고. 함대에 연락해 교두보를 지킬 병력을 보내라고 해.”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