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Gaiden (40)
블랙기업조선 외전 40화(1226/1230)
외전 40화. 제국 풍물기. (5)
고초와 고초장이 대놓고 제국인들의 식탁을 붉게 물들였다면, 시토마틀은 조용히 그 자리를 넓혀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배경에는 역시나 향이 자리하고 있었다.
“토마토하면 역시나 햄버거지! 기회는 찬스라고 했어!”
‘시토마틀 묽은 장’ 줄여서 ‘시토물장’이 만들어지자, 향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알베르또 숙수를 불러오게!”
“예, 폐하!”
알베르또를 부른 향은 바로 햄버거의 조리를 명했다.
“흐음…. 그러니까, 다진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서 지진 것, 오이절임(Sottaceto di cetriolo)을 얇게 썬 것, 양상추(lettuce)를 파네(Pane)에 얹은 다음 시토물장을 뿌리고 다시 파네를 덮는다? 파니니의 변형으로 보면 될 것 같은데….”
알베르또에게 있어서 이런 식의 조리법은 낯선 것이 아니었다.
빵을 주식으로 하는 지역에서는 빵 사이에 여러 재료를 끼워 먹는 것이 흔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알베르또가 언급한 것처럼 파니니라는 이탈리아식 요리법도 있었다.
단지, 알베르또가 고민하는 것은 거기에 시토물장이 추가된다는 것이었다.
“시토물장의 맛을 생각한다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긴 하지만….”
향이 제시한 레시피대로 조리한 알베르또는 맛을 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기는 하지만, 조금 부족한데? 흐음….”
잠시 고민하던 알베르또는 양파를 썰어 추가해 보았다.
“훨씬 낫군!”
만족한 알베르또는 완성품을 향에게 진상했다.
“맛있군. 흐음…. 그런데 조금 모자란 느낌이 있네. 토마, 아니, 시토마틀을 얇게 썰어 추가하는 것은 어떻겠나?”
향의 제안을 잠시 생각해보던 알베르또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은 알베르또와 향 모두를 만족시켰고, 조리법은 궁의 수라간과 일 베네치아에 전달되었다.
시간이 지나 ‘제국식 파니니’는 제국의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시작은 제국의 관리들, 특히, 서울의 관리들이었다.
야근에 시달리는 관리들을 위한 황제의 ‘하사품’으로 이 ‘제국식 파니니’가 나오면서 그 맛을 알게 된 관리들은 일 베니치아의 메뉴에 파니니가 추가되자마자 바로 사먹기 시작했다.
“궁과 관청에서 일하는 나리들이 즐겨 먹는다고?”
“맛있을 것 같은데?”
소문을 들은 보통의 제국인들도 곧 ‘제국식 파니니’를 즐기기 시작했다.
곧 ‘제국식 파니니’만이 아닌 ‘제국식 피자’도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제국식 이탈리아 음식’이 빠르게 퍼지기 시작하자 황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알베르또와 곧장 계약을 체결한 다음 ‘시토죽’과 ‘시토물장’을 대량으로 생산해 팔기 시작한 것이었다.
시토죽과 시토물장이 일반화되자, ‘제국식 파니니’와 ‘제국식 피자’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대량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 베네치아’가 아닌 다른 식당에서 파는 ‘제국식 파니니’는 모양이 달랐다.
제국의 요리사들에게 파네-이탈리아식 빵-은 낯선 요리였다.
때문에, ‘일 베네치아’의 경쟁자들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재료를 선택했다.
본지와 북지 지역에서는 ‘전병’으로 파네를 대체했고, 신지 지역에서는 토르티야로 대체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조리법도 변했다. 잘 구운 파네 두 장 사이에 재료를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커다랗게 구운 전병 위에 잘게 썬 재료들을 얹고 돌돌 마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었다.
본지나 신지의 제국인들에게 익숙한 조리법을 적용한 것이었다.
이를 보고받은 향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멕시칸 요리인가? 그렇다면….”
얼마 뒤, 완은 알베르또를 호출했다.
“상황께서 자네에게 명하신 것이 있네.”
“무엇이옵니까?”
“겨자를 이용해 장을 만들라 하셨네.”
“장이라고 하시었사옵니까?”
난처해하는 알베르또의 표정을 본 완은 말을 덧붙였다.
“서한을 보니 ‘Salsa’라고 하면 알 것이라 하시었네.”
“아! 무엇을 명하셨는지 알겠사옵니다!”
“그런가? 그럼 수고하게.”
“최선을 다하겠사옵니다!”
이렇게 해서, ‘머스타드 소스’가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긍정정인 것만은 아니었다.
고초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제국인들은 점점 자극적인 맛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 반대급부로 소화기 질환을 앓는 제국인들도 점점 증가하게 되었다.
이런 작용과 반작용이 이어지면서 내과 질환, 특히 소화기 질환과 관련된 의학이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시토마틀을 들여오면서 새롭게 나타난 ‘제국식 이탈리아 요리’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제국식 피자’가 문제였다.
제국식 피자가 익숙해지면서 제국인들은 피자에 온갖 재료들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새롭게 태어난 ‘제국식 피자들’을 접한 이탈리아 요리사, 특히, 로마 출신의 파비오는 뒷목을 잡았다.
“이건 피자가 아니야! 시토마틀까지는 그렇다 쳐! 거기에 왜 마늘을 얹는 거야!”
파비오의 분통에 알베르또는 별 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우리도 마늘 넣을 때가 있잖아.”
“그 양이 문제인 거지! 아니, 제국인들은 마늘을 무슨 쌀처럼 먹어 대냔 말이야! 마늘은 양념으로 쓰는 거지, 배를 채우려고 먹는 것이 아니라고!”
“그건 인정….”
제국인들의 유별난 마늘 사랑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
-사막에서 길을 잃으면 무조건 마늘 냄새를 찾아 따라가라. 마늘 냄새가 나면 바로 제국인이 있다는 소리니까.
이런 격언이 유럽과 중동에 돌 정도였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제국인들의 반응은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마늘 맛이 나야 요리를 먹는 느낌이 나는 걸 어떻게 해?”
“환웅과 혼례를 치른 웅녀 이야기를 다시 해줘야 해?”
“야! 너는 신지 출신이잖아! 그것도 원주민이 아니라, 유럽에서 이주한 이주 가정 출신이잖아!”
“입맛은 토종이라네.”
실제로 제국 신지의 주민들, 특히, 중부와 남부 신지의 원주민 출신 제국인들은 본지인 만큼이나 마늘을 좋아했다.
유럽에서 제국으로 이주한 이들의 후손들 역시 마늘을 좋아하는 것은 덤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