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Gaiden (42)
블랙기업조선 외전 42화(1228/1230)
외전 42화. 제국 풍물기. (7)
축음기의 출현에 이어, 소리통-라디오-가 출시되면서 대중문화는 진짜 ‘대중문화’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런 대중문화는 제국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이미 이탈리아 통일전쟁 무렵부터 유럽과 중동에서는 제국의 문화가 상류층이 즐기는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상류층이 아니더라도 제국의 문화를 즐기게 되었다.
덕분에, 나중에는 제국의 이름난 예기들이 초청을 받아 유럽과 중동을 돌며 공연하는 일도 흔해졌다.
덕분에, 이미 말했듯이 밀위는 이를 유용하게 써먹었다.
이런 상황에서, 축음기와 소리통의 등장은 세계를 뒤흔들어 버렸다.
물론, 이에 자극받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나름의 대중문화가 싹을 틔워 자리를 확실하게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 평가 기준은 여전히 ‘제국’이었다.
여담으로 축음기와 소리통의 등장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이름하여 ‘가전(家電)시장’이었다.
이러한 가전 시장의 시작은 전화기였다.
* * *
전신이 제국 전역에 깔리면서 제국은 이를 관리할 전신국을 만들었다.
곧이어 전신국의 업무는 우편까지 확장되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앞뒤가 바뀐 것이었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살피면 보통 우편 업무에 전신이 추가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향의 MSG가 불러온 나비효과였다.
향에 의해 장인들이 만들어낸 발광통신기는 그 유용함을 인정받아 조선 전역에 통신망을 구축했다.
안정적인 통신망이 구축되자, 사대부와 상인들도 이 발광통신망의 유용함을 알게 되었다.
-한두 문장만 적힌 급전을 빠르게 보내고 받는 것에는 발광통신망이 최고이다!
상소가 올라오기 시작하자 김점은 거기서 돈 냄새를 맡았다.
“가만…. 이거 돈이 좀 될 것 같은데? 어디 보자….”
궁리를 계속하던 김점은 곧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군용이야, 단어들이 정해져 있어서, 기호를 할당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여염에서 쓰는 말들은 그 수 가 몇 배, 아니, 몇 십배니…. 이를 어찌한다? 기호표 찾다가 날 새겠구나…. 이러면 재미없는데?”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던 김점은 어느 순간 환한 얼굴이 되었다.
“훈민정음이 복을 불러오는구나! 이거라면 일일이 기호표를 찾지 않아도 되니, 시간을 잡아먹을 일이 없다! 지화자, 좋구나! 돈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김점은 순식간에 제안서를 작성해 세종에게 제안서를 올렸다.
“참으로 좋은 생각이오! 역시!”
김점의 제안에 만족한 세종은 곧, 이를 실행에 옮겼다.
이후, 조선군은 2종류의 발광통신기를 운용했다.
2종류라고 했지만, 완전히 별개의 장치는 아니었고, 등 앞에 단 유리에 다른 색을 입힌 것이었다.
이 등의 색을 통해, 통신병은 이것이 군용인지 민용(民用)인지를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이런 과거 때문에, 전신이 우편보다 먼저 자리를 잡고 뒤이어 우편이 추가 된 것이었다.
철마보다 한참 늦었지만, 내연기관을 이용한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제국 조정은 서한 배달도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전국의 장터를 따라 도는 보부상이나 길을 떠나는 동네 사람에게 서한을 부탁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태어나 자란 고향을 떠나 타지에 자리를 잡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에 돈 냄새를 맡은 상인들이 이런 일을 해줄 업체를 창업했지만, 폐업이 속출했다.
신뢰도의 문제와 들쭉날쭉한 가격구조 때문이었다.
이에, 제국 조정이 나서서 체계적인 사업을 벌이게 된 것이었다.
이에, 제국 조정은 전신국을 ‘우정청(郵征廳)’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에 따라, 우초(郵鈔, 우표), 우체(郵遞, 우편)과 같은 단어들이 새로이 만들어졌다.
이는 재미있는 우연이었다.
향이 개입하기 전의 역사에서 대한제국은 우편업무를 담당할 관청을 만들고 이름을 지었다.
당시 이 일을 맡은 홍영식은 우편, 우표, 역체와 같은 일본식 단어가 아닌 우체, 우초, 우정 등의 이름을 만들어 고종에게 허가를 받았었다.
* * *
전화기가 만들어지자,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은 역시 군이었다.
-초소와 본영 사이를 일일이 전령이 달리는 것보다는 전화기가 훨씬 더 유용하다.
-전선이 끊기지 않는다면 전쟁이 벌어졌을 경우에도 유용하다.
제국군을 통해 유용함이 확인되자, 곧 조정의 기관에서도 전화기를 쏠쏠하게 써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2, 제3의 김점이 나타났다.
“이거 돈이 좀 될 것 같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제국의 여염에도 전화기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전화만의 건설은 의외로 순조로웠다.
어지간한 규모의 고을까지는 이미 전신선이 들어왔기에, 전신선이 달린 전주에 전화선을 추가하면 되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고을에 있는 우정국에서 전화기를 설치한 집까지 전신주를 설치하고 전선을 연결하는 비용이었다.
제국에서는 이 비용을 전화기를 신청한 이에게 청구했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었기에, 전화기를 설치한다는 것은 꽤나 먹고살 만하다는 소리였다.
이에, 전화기는 부유층의 상징이 되었다.
이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동리에서 침 좀 뱉는다는 집들은 경쟁적으로 전화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전화기가 민간에 퍼지면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다.
바로 ‘전화교환인’이었다.
‘모두가 원하지만,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 전화기였지만,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중앙정부의 고위 관리, 옛날식으로 표현하자면 당상관 이상의 고위관리들이었다.
“대감, 궁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끄응…. 이 시간에?”
집에서 머물더라도 시간을 가리지 않고 궁에서 걸려 오는 전화 때문이었다.
“차라리 옛날처럼 내관이라도 보내면 심신을 가다듬을 시간이라도 있지!”
“이건 기물이 아니라 족쇄여, 족쇄!”
* * *
전화기에 이어 나타난 축음기와 소리통은 곧 ‘있는 집’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들의 전성시대는 금방 끝이 났다.
전화기보다는 시작비용이 한참 낮다는 점에서 구매하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그 원인이었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그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면서 ‘사치품’의 이미지가 희석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수상기(受像機, 텔레비전)’가 이들을 밀어내 버렸다.
수상기를 시작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냉장고와 세탁기, 냉풍기가 ‘사치 가전품’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때가 되면서, ‘1통 2기 2냉’이 집에 있어야 ‘좀 산다’라는 소리를 듣는 집이 될 수 있었다.
-1통, 갓이나 기타 다른 고급 모자를 담아 보관하는 통.
-2기, 전화기와 세탁기.
-2냉, 냉장고와 냉풍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