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haired oil tycoon RAW novel - Chapter 120
120 결혼식(1)
KSO와 SGE의 다른 임원들에게도 알리고 그랜트 장군이나 체이스 전 장관 등 지인들에게도 청첩장을 돌렸다.
“이렇게 될 줄 알았지. 하하, 역시 잘 어울리는구먼.”
“자녀 계획은 어떻게 되나?”
“내 특별히······.”
덕분에 결혼실이 여는 힐츠 호텔의 제임스홀은 어지간히 큰 사교 모임을 방불케 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에 들어가시죠.”
그리고 입구에서 태선은 결혼식에 와준 손님 한 명 한 명과 인사했다.
그 면면은 만만치 않았다.
“그만 도와주시고 들어가서 쉬셔도 됩니다.”
“아니, 무슨 소리인가. 우린 가족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돕도록 해주지 않으면 우리가 서운하다네.”
“맞아요, 호텔 직원들도 있지만 우리도 돕고 싶다고요!”
우선 개리슨이나 조셉을 비롯해서 웨스팅하우스에 에디슨에 이르기까지 돕지 못해 안달 난 회사 임원들.
“우리는 안에 있겠네. 도울 일이 있으면 말해주게나.”
사람이 많이 설치면 오히려 복잡해지니 윌리엄 파고, 헨리 웰스, 존 엘리스, 에릭 스미스, 타왕카처럼 홀에서 얌전하게 있어 주는 이들도 있었다.
“오, 랠스턴! 하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당연히 와야지. 이거 자네가 내 집에 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결혼이라니, 하하!”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는 윌리엄 랠스턴 내외가 함께 왔다.
“이거 늦어서 미안하네. 대통령님이 갑자기 의논할 일이 있다면서 불러서 말이야. 그래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왔네.”
그리고 부관 드레이크를 대동하여 온 그랜트 장군의 말은 황당할 정도였다.
“대통령님이 불렀으면 국가 중대사일 텐데 잘 의논하고 오셨어야죠.”
“그 일이야 다음에 또 대통령님 만나서 의논하면 되지만 태선 자네 결혼식은 다시 참석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도 그렇지···이거 참 아무튼 그렇게 절 생각해주시니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랜트 장군은 체이스 전 재무장관과 같이 들어왔다.
“결국 이렇게 되는구먼. 사실 미팅에서 볼 때마다 자네와 로렌스 양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은 했었거든.”
“체이스 장관님 뵈러 가며 샬롯과 간을 같이 보냈었지요. 그렇게 보면 큐피트이십니다.”
간단한 농담과 함께 그랜트 장군과 체이스 전 장관을 제임스홀에 들여보내고.
“청첩장을 보내줘서 고맙네. 축하하네.”
“도움이 필요하면 뭐든 말씀해주시게나.”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청첩장을 보내뒀는데 공화당 급진파의 찰스 섬너 의원과 존 프리몬트 의원도 왔다.
그 외에도 이래저래 알게 된 인사들.
고든 뉴욕우체국장이나 호레이쇼 시모어 뉴욕 주지사나 뉴욕타임즈 월터 편집장이나 페이튼 저스틴 뉴욕증권거래위원회 특별위원이라거나.
‘와, 내가 그동안 미국 와서 사귀고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신기하네.’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결혼식장 입구에 서서 악수하면서 면면을 하나씩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손님이 계속 와. 형은 역시 대단해.”
옆에서 자신과 함께 자리를 지켜주는 태경도 감탄할 정도였지만 아직도 끝이 아니었다.
“태경아, 피곤하면 넌 그만 들어가서 쉬고 있어.”
“괜찮아, 형! 언젠가 형 옆에 서서 나도 힘이 되어주고 싶어. 회사에서는 아직 무리지만 지금이라면 나라도···아니, 동생인 나야말로 형 옆에 당당하게 있을 수가 있잖아!”
“녀석, 누구 동생인지 참 훌륭하게 컸다.”
“헤헤, 그야 형 동생이지. 누나도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누나라. 증기터빈 기술이 완성되면 조선으로 더 쉽게 오갈 수 있겠지만···아직은 괜히 기대하게 만들 필요는 없지.’
그저 태선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밀려드는 하객을 계속 맞이했다.
“오, 라이온스 경께서도 와주셨군요. 이 자리를 빛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왜 서운한 소리를 하나. 당연히 와야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가장 신뢰 받은 외교관이자 주미영국대사 리차드 라이온스는 태선과 악수를 나누며 밝게 웃었다.
“참고로 여기 올 때도 자동차를 타고 왔다네.”
“호텔 앞으로 진작 도로를 깔아놓기 잘했군요.”
그렇게 라이온스 경과 대화 나누는 사이 그의 뒤에 서 있는 중년의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다만 암만 생각해봐도 기억에 없는 얼굴인데.
‘음, 여기서 누구냐고 물으면 실례일 거고···일단 아는 척을 해야 하려나.’
속으로 그런 고심을 하고 있는데 다행히 라이온스 경이 비스듬히 돌아서더니 소개했다.
“그리고 이쪽은 존 브라운이라는 분일세. 자네는 아마 초면이겠지.”
‘아, 역시 초면이었나.’
“반갑습니다, 킴 씨.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드디어 이렇게 뵙는군요.”
“예, 저도 반갑습니다. 태선 킴입니다. 브라운 씨라고요?”
영국 억양이었다. 아니, 살짝 비슷하면서 라이온스 경과 살짝 다른 느낌도 있었다.
영국은 귀족과 평민의 영어 억양이나 발음이 다르다는데 그래서이려나.
하지만 그렇게 신분 차이가 난다면 애초에 라이온스 경과 같이 왔을 리 있나.
‘어, 잠깐만! 혹시?!’
그러다 불현듯 태선은 어떤 생각이 들었다.
결혼에 앞서 샬롯과 함께 청첩장을 쓰고 돌릴 때 태선은 좀 놀랐었다.
샬롯이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에게 청첩장을 보냈기에.
지난번에 자신이 윈저성에 샬롯을 보내기야 했지만 빅토리아 여왕이 결혼하면 자기에게 필히 알리라고 했단다.
“여왕님께서 샬롯 양과 그 부군이 되실 태선 킴 씨를 축하해드리라며 대신 보냈습니다.”
예상이···정확히 들어맞았다.
‘와, 전생하니 살다 살다 영국 여왕에게 결혼 축하를 받네.’
“실례가 안 된다면 신부대기실에 가봐도 되겠는지요? 여왕 폐하를 대신해서 온 지라 꼭 샬롯 양이 결혼식에 가기 전에 만나라고 하셔서.”
“하하하, 전할 말씀이라도 있으신 모양입니다. 물론이죠. 저쪽인데 가시면 샬롯의 외숙모들이 같이 있을 겁니다.”
존 브라운은 고개를 살짝 숙여서 답하고는 신부대기실로 가다가 돌아보더니 말을 덧붙였다.
“아, 그리고 킴 씨에게도 여왕 폐하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꼭 버밍엄궁으로 놀러오라고 하시더군요.”
“버밍엄궁으로······윈저성이 아니라요?”
빅토리아 여왕은 윈저성에 칩거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나?
자신이 아는 역사 흐름에서 그녀의 칩거는 이렇게 금방 끝나지는 않거늘.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분께는 감사드리는 바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는 건···샬롯과 만남이 어떤 의미로든 빅토리아 여왕에 좋은 영향을 줬군.’
“브라운 씨는 지금 여왕 폐하께서 가장 총애하는 자일세. 그러하거늘 곁에 두지 않고 보내셨으니 그 의미를 알겠지?”
라이온스 경이 슬며시 옆에 와서 말했다.
“버밍엄궁에 오라는 전언도 그냥 하시는 말씀이 아니었을 거라네. 시간을 내서 영국에 갈 일정을 만들면 내게도 미리 말해주게나. 사업이든 뭐든 일이 잘 풀리도록 협력하겠네.”
그렇게 라이온스 경과 존 브라운을 보내고 하객들을 얼마간 맞이하고 있었더니 결혼식 시작 시간이 되었다.
“킴 사장님, 이제 준비하러 들어오셔야 되겠는데요. 신부님은 이미 준비하고 계세요.”
“예, 그럼 저도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직원에게 그렇게 답한 뒤 태선은 식장으로 들어가려다 이내 돌아봤다.
“왜 그래, 형?”
태경이 묻자 태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혹시나 더 오는 사람 있으려나 싶어서 봤어.”
“기다리는 사람 있으면 내가 여기 있을까?”
“됐어, 녀석아. 너만 여기 세워둬서야 그게 형이 할 짓이냐? 그런 걱정은 말고 너도 얼른 들어가서 축하할 준비나 해.”
“응!”
그렇게 말하고 태경과 함께 들어갔지만 사실 기다리는 이가 있기는 했었다.
‘샬롯이 영국에 청첩장 보낸 김에 같이 보냈는데 안 왔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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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 드레스를 입은 샬롯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딴딴따라─────!
악단의 연주가 감미롭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여신이군. 그야말로 여신이 나타났어.”
“그러게 말이야. 드레스가 저렇게 잘 어울리다니······. 태선은 마누라 복도 참 좋지.”
아버지가 없기에 대신 헨리 푸어가 에스코트하여 등장하는 샬롯의 모습을 보고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왔다.
“크흡, 샬롯 언니···행복하게 살아요.”
샬롯의 후배이면서 직속 부하이기도 안나 암스트롱은 괜히 눈물을 훔쳤고 옆에서 아치볼드가 손수건을 건네주고 있었다.
“······.”
그리고 먼저 입장하여 주례 앞에 선 태선도 그런 샬롯의 모습을 보며 잠시 말을 잊은 듯 멍하니 보기만 했다.
‘리허설 때나 드레스 입어볼 때도 봤지만···오늘은 특히나 더 아름답구나.’
사실 그냥 단순한 의식에 불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사람이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기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나 역시 전생에서든 이번 생에서든 이런 건 그저 의식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만···지금만큼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네.’
따지고 보면 남남이었다. 그렇지만 이 결혼식을 통해 그 무엇으로도 부정 못 할 인연으로 맺어졌다고.
아울러 그런 생각도 들었다.
‘처음 전생했을 때 삶의 목표를 석유왕이 되겠다며···그걸로 정하고 달려왔었지.’
그렇지만 자신이 전생한 건 어쩌면 이 순간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본래라면 이어질 리가 없는 서로 다른 두 시간대를 사는 두 남녀가 한쪽은 기다렸고 한쪽은 시간마저 거슬렀다.
“···태선 킴은 샬롯 푸어 로렌스를 변함없이 사랑하며 평생의 반려자로 맞이하겠습니까?”
이렇게 만나기 위해서···그렇기에 태선은 두 손을 샬롯과 맞잡은 채로.
에메랄드빛 두 눈동자를 마주 보는 채로 주례의 물음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예, 평생을 변함없이 사랑하며 반려자로서 남은 여생을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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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야.”
“내가 다 눈물이 나오네.”
결혼식을 보며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신부가 부케를 던지자 미리 리허설 한 대로 안나 암스트롱이 받으려 했으나.
파앗───!
언제 나왔는지 에릭 스미스 그리고 태경과 같이 있던 사라 던컨이 날렵하게 움직여 부케를 잡아챘다.
“어머, 방금 잡는 거 봤어? 굉장히 날렵하게 잡았어.”
“하하, 사라 네가 왜 거기서 나가. 결혼하고 싶은 남자라도 있었냐.”
“근데 6개월 내로 결혼 못 하면 노처녀 된다는 속설은 알지?”
다만 에릭 스미스의 노처녀 운운하는 말에 사라는 이내 평소답지 않게 얼굴이 굳었다.
“···6개월이라고?”
“몰랐었냐?”
“······.”
“하하하, 멍청하긴!”
집안 사정 탓에 다른 성을 쓰지만 역시나 오빠와 여동생 아니랄까봐 에릭은 놀리고 사라는 얼굴이 아랫입술을 씹으며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에이, 저런 건 다 그냥 속설이에요. 걱정 말아요, 사라 누나.”
그런 사라를 위로해주는 건 태경이었다.
다만 이러는 와중 제임스홀 입구 근처에서는 누군가를 보고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저 사람 누구지? 지금 막 들어왔는데.”
결혼식 끝난 와중 이제야 들어왔는데···늦게 왔어도 아는 사람들과 인사는 할 법도 하건만 멀뚱히 서 있기만 했기에.
“에이, 괜히 엄한 데에다 신경 쓰지 말라고.”
“하긴 바쁜 중에 겨우 시간 내거나 했겠지. 태선과 샬롯의 지인이 오죽 많겠나.”
하기야 장소부터 만만치 않은지라 생각해보면 초대장 없이 들어올 수도 없었다.
“······.”
이내 사람들은 혼자 서있는 그에게서 관심을 거두었으나 수염을 풍성히 기른 젊은 남자는 계속 서 있었다.
‘음,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 늦고 말았군. 꼭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1년여 전 그는 뜻밖에 아버지를 찾아온 태선과 만난 일을 떠올렸다.
아버지가 인생의 마지막 숙제라고 여기며 전력을 다하던 발명품에 왕립협회의 지원이 끊겨 낙심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아버지를 자기가 지원해준다며 왔지만···당시에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사기꾼들이 한둘이 아니어야지.’
하물며 그는 검은머리의 동양인이라 선입견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아버지는 그와 인연을 아주 소중하게 여기며 반드시 연락하리라고 말하곤 했지만 건강이 악화되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나는 잊고 살았었고.’
그러던 중 20여 일 전에 미국에서 온 편지 두 통을 받았는데 청첩장이었다.
그중 하나는 수신인이 찰스 배비지···아버지였다.
‘그리고 내게도 보낼 줄이야.’
다른 한 통에는 헨리 프레보스트 배비지라 되어있었다.
당연하지만 이때 태선 킴이 엄청난 사업가라는 걸 알게 된 다음이었다.
당시 왕세자궁에 보일러를 설치한 사건이 유명했는데 태선이 다녀간 다음에야 그가 보일러를 설치한 사업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모르고 당시에는 잠정적인 사기꾼처럼 대했으니···아무래도 인연은 끝인 줄 알았거늘.
‘잊지 않고 내게 다시 방문해달라며 초대장을 보내줬지. 아버지께서 연구한 해석 기관을 미국에서 지원해줄 수 있다는 친필 편지와 함께.’
다만 아버지는 건강 문제로 대서양을 건널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버지의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워 평생의 역작으로 만들려는 해석기관을 이렇게 버릴 수도 없었다.
‘아버지 논문과 연구를 정리하는 건 형제들 중 내 일이었지.’
그러니 막내아들일지언정 그 유지를 이어서 프레보스트는 반드시 완성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