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haired oil tycoon RAW novel - Chapter 125
125 Father Neptune(1)
“확실히 군사 작전에 암호는 중요하지.”
제독과 두 장교는 태선의 달변에 완전히 감화된 듯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컴퓨터는 도구에 불과할 뿐 여기서 더 강한 펀치가 필요했다.
‘두 번째 무기를 꺼내볼까.’
사실 21세기···아니, 두 번의 세계 대전 이후만 해도 미국이 대양을 누비는 해군을 보유하고 그것이야말로 미국 세계 경찰 노릇을 하는 근본이라는 것은 상식이었다.
그렇지만 이 시점만 해도 미국은 영국, 프랑스에 비하면 해군력이 한참 밀렸다.
그런 사고방식이 반전된 계기는 한 권의 책이었다.
“제독님, 그리고 두 분의 장교님들. 제가 왜 큰돈을 들여서 당장 돈이 안 되는 계산기에 투자하고 심지어 이렇게 찾아와서 달 궤도 운운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1890년에 앨프리드 세이어 머핸의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책.
“앞으로 시대는 해군이 강한 나라가 세계로 뻗어나가 그 영향력을 떨치게 될 겁니다. 그게 사업가가 되었든 정치가 되었든 외교가 되었든, 그 위에서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게 큰 흐름인 겁니다.”
그리고 그 책은 당대에 군비 경쟁을 정당화한 명분이 되기도 했지만···현실적인 힘의 논리로 보자면 틀린 말은 아니기에 21세기까지 세계 각국에서 해군 교리로 쓰이고 있었다.
“지금 이 나라는 내분을 끝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바다 건너 나라에서 와서 미국 시민이 된 사람의 입장으로서 미국 해군이 강력해져 방금 말한 강한 해양력을 가지기를 열망합니다.”
사실 머핸이 1840년 생이니 이미 이 시대에 존재할 뿐더러 남북전쟁에도 참전하여 어딘가 기지에서 해군으로 복무하고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조선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 이쪽 테크트리를 빨리 가져가려면 이건 필연적이야. 머핸 씨, 미안하지만 해양력 썰은 제가 좀 더 빨리 풀어놓겠습니다.’
태선은 골즈버러 제독과 존 로저스 그리고 조지 쿠퍼에게 해양력에 대해 이야기를 풀었다.
사실 바다에 관해서라면 웬만해서 이들도 머리가 굵은 사람들이라 도중 아는 척하며 끼어들 법도 했다.
“···런 것입니다.”
“흥미롭군. 멈추지 말고 더 이야기해주게.”
“아닙니다, 제가 너무 혼자 떠들었네요. 저보다 훨씬 바다에 대해서는 전문가인 제독님과 장교님들을 앞에 두고 말이죠.”
“하하, 실컷 말해놓고 이제 와서야 그렇게 말하는가.”
그렇건만 그들은 집중해서 듣다가 태선이 더 할 말이 없는 뜻을 표하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
“아무튼 해양력이라니. 사실 나도 생각하던 개념이었지만···해양력이라 이름을 붙이니 더 명료하게 정리되는 느낌이군.”
그러더니 골즈버러 제독이 나직이 한마디 했다.
사실 이미 생각하고 있다는 말도 듣고 보니 당한 것인지도 몰랐다.
세상 모든 것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법이 없으니까. 특히 한 시대···아니, 한 시대를 넘어 헤게모니가 되는 사상이라면 충분히 공감을 얻은 교리라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웰스 해군부 장관님도 전에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죠.”
“멀리 볼 것도 없이 영국이 직접 보여주고 있잖나. 거기에 해양력이라는 이름을 붙이니 개념적으로 정리가 돼서 체계화된 느낌이군.”
“그러고 보면 학문적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도 있지 않겠는지요. 우리끼리만 아는 것보다는요.”
“그럼 말 나온 김에 로저스 대령 자네가 해보게.”
“···예? 아니, 저는 학문이나 그런 쪽으로는 그다지 재능이 없어서요, 하하.”
세 사람이 의견을 나눌 시간을 잠시 주었다가 태선은 헛기침으로 주의를 끌었다.
“제가 세 분 앞에서 감히 이런 이야기를 꺼냈지만···사실 세 분이야 이미 아실 거고 그보다 일반 시민들이 이런 시류를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맞는 말이야. 킴 사장, 자넨 해군도 아니면서 어떻게 딱 우리가 하던 생각을 하는가?”
“간단하죠. 그게 나아갈 길이니까요.”
“크, 나아갈 길이라니! 너무 멋진 말씀이십니다, 킴 사장님!”
거기에 존 로저스나 조지 쿠퍼도 감탄했다.
정작 이런 말을 하는 태선은 속으로 낯간지러워 부끄러울 지경이었지만.
그렇지만 해야 했다. 기껏 이들의 뽕을 이만큼 채워줬는데 끝까지 가야지.
‘적어도 기드온 웰스 해군부 장관을 만날 때까지 말이야. 조선소를 해도 해군부 장관 백업 받을 정도는 되야 제대로 하지.’
다만 웰스 장관을 그냥 만나봤자 소용이 없다.
솔직히 만나는 것만 하려면 지금이라도 그랜트나 체이스를 통해 만날 수는 있다.
중요한 건 자신이 손에 뭘 쥐고서 그를 만나는가. 상징적인 뭔가를 쥐고 있는 편이 훨씬 유리해진다.
“일반 사람들에게 이 해양력의 개념을 알리기 위해서는 책을 내는 것만큼 좋은 게 없겠죠. 그래서 말인데······.”
그리고 그것은 바로.
“오늘 제가 세 분과 나눈 대담을 푸는 형식으로 해서 책을 내도 괜찮겠습니까?”
본래 역사에서는 알프래드 세이어 머핸이 출판했지만···해양력에 대한 책을 내는 것이었다.
***
태선이 주도하여 건 소송 때문에 모건은 골치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물론 시작은 모건이 먼저 했지만 그에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빌어먹을 놈 같으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젠가 반드시 복수하고 말겠다며 부득부득 칼을 갈 따름.
그런 와중 모건의 속을 더 뒤집히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무래도 놈이 정말로 조선 사업도 벌이려나 봅니다.”
때마침 사무실로 들어오는 록펠러가 말한 것처럼 바로 그러했다. 태선 킴이 조선 사업을 한다지 않은가.
“놈의 연구소에서 증기 터빈을 연구한다는 정보는 입수한지 꽤 됐지만 설마 정말로 조선업에 관심을 두다니.”
같이 들어온 듀폰도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심지어 책도 냈더구만. 해양력인지 뭔지 하면서 골즈버러 제독과 존 로저스 대령 그리고 조지 쿠퍼인지 하는 장교를 만나 대담한 거라는데···응?”
그러다 방금 듀폰이 언급한 태선 킴의 그 책.
「해양력에 대한 대담」이 모건의 사무실 테이블에 놓인 걸 보자 집어들며 말을 이었다.
“역시 모건 자네로군. 벌써 구해서 읽어본 모양이군.”
“제가 그 책을 보기는 왜 보겠습니까. 놈이 또 무슨 헛짓거리를 하는지 우스워서 하나 구했을 따름이죠.”
읽어본 모양이다···는 말에 발작 버튼이라도 눌린 듯 모건이 반박했다.
역린이라도 건드린 것처럼 그렇게 급발진해버리자 듀폰이 당황할 정도였다.
“아니, 자네 왜 그러나? 너무 민감한 거 아닌가.”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태선 킴과 관련되면 과민해지는 경향이 있으십니다. 특히 놈에 의해 소송이 대거 들어오는 이후로는 조금······.”
“그만! 그 말은 그만하죠.”
모건이 일축하자 듀폰과 록펠러는 더 말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비즈니스를 위한 관계라도 적어도 겉으로는 예의는 차렸는데 모건이 열등감을 못 이겨 이런 태도로 나오자 못내 앙금은 남았는지.
“알겠네. 하지만 태선 킴이 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자네가 지거나 그런 건 아니란 말이야. 그런 식으로 자격지심을 가지면 자네만 피곤해진다고.”
“전혀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말이 그렇다는 거야.”
듀폰이 한 마디 더 했고 모건이 그걸 또 날카롭게 받으며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록펠러마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먼저 입을 연 건 모건이었다.
“그놈 때문에 우리가 다툴 이유가 뭐 있습니까. 전부 그 아시아놈 때문입니다.”
다만 공감대를 끌어내려 한 말인지는 몰라도 그 와중에 또 태선에 대한 열등감이 짙게 배어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정작 다른 일에 관해서라면 교활할 정도로 머리가 돌아가건만 모건 본인은 그에 대해서 자각이 없는 듯싶었다.
“감히 우리에게 소송 따위로 시답잖은 공격을 해서 귀찮게 만들어 놓고는 자기는 조선 사업? 해양력? 자기가 무슨 시대의 등불이나 되는 줄 아나!”
-놈이 건 소송이 우리에게 너무 뼈아픈 손실을 주고 있어. 힘들다, 그만두고 싶어.
-다른 사업도 성공했는데 이제는 조선 사업까지 손대고 있는 거야? 거기다 시대를 선도하는 것 같군.
듀폰과 록펠러의 귀에는 모건의 말이 이렇게 들릴 따름.
탕──!
그러더니 돌연 주먹으로 책상을 치며 일어섰다.
“깜짝이야. 애꿎은 책상은 왜 치고 그러나. 놀랐잖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놈이 배후에서 조종하는 소송을 처리하느라 손이 묶여 있어서는 놀아나는 꼴입니다. 의표를 찔러야만 해요.”
정작 자기가 먼저 태선에게 같은 짓거리를 하려고 했으면서 그대로 돌려받고 있거늘 그 생각은 하지 못하는지.
그야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내로남불 식 사고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모건이 말했다.
“그래, 이럴 때일수록 놈은 우리가 역습을 할지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기회를 이용해서 뿌리째 흔들어버리는 거죠.”
“흠, 말이야 좋지만···그냥 이제는 태선 킴에 대해서는 놓아버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록펠러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지만 모건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자네 왜 그렇게 나약해졌는가. 내가 아는 그 록펠러가 맞는가?”
“전략적인 후퇴라는 거죠. 지금은 태선 킴의 세력이 너무나 강합니다. 계속 맞부딪쳐서 우리에게 좋을 게 없을 듯합니다. 다행히 그가 과거 인수 합병 피해자를 이용한 소송전 외는 공격해오지 않으니······.”
“피해자라니! 정성적인 인수 합병이었거늘 그런 표현은 조심해주게나.”
“···예, 알겠습니다.”
모건의 역정에 록펠러는 씁쓸히 웃으며 입을 닫아버렸다.
“말이 잠시 샜지만 내가 생각해둔 계획이 있네. 트로이 목마에서 힌트를 얻었지만···이미 우리는 놈에게 노출되어 있어서 협력이 필요하네.”
“흠, 밴더빌트 씨마저 우릴 변절한 마당에 달리 손을 빌릴 사람이 있나?”
잠시 분위기가 냉랭했지만 새로운 계획을 운운하자 듀폰이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태선 킴 탓에 잠시 열등감이 생겼지만 모건이 함정을 파는 능력만은 진짜였다.
더구나 더욱 바짝 독이 오른 마당에 그 능력이 최대로 발휘되었다면 재미있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에 하나 정말로 태선 킴을 거꾸러트린다면···거기서 떨어지는 부산물로 뭘 주워 먹든 배가 부를 것이고 말이다.
“있습니다.”
거기에 물밑에서 접선하는 거물이 있긴 한 모양인지 모건이 입가를 올리며 웃었다.
“계획을 알려드리죠. 그 계획대로 두 분이 아시아놈에게 선물해줄 함정을 준비하는 사이······.”
모건은 책상 한쪽에 놓아둔 명함을 꺼내더니 책상 앞에 턱 올려놓으며 말했다.
“저는 뉴욕증권거래위원회의 큰손 페이튼 저스틴 씨를 만나보겠습니다.”
***
해군부 장관 기드온 웰스는 명실 공히 거물이었다.
출신이나 학력이나 다른 커리어도 좋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해군 조직 최고 수장이란 점이었다.
링컨 대통령에 의해 1861년 해군부 장관이 되어 남북전쟁을 거치는 동안 기실 그랜트 장군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 *L. M. 골즈버러 제독 : 웰스 장관님 있잖나. 우린 아버지 해왕성이라 부르거든. 아무튼 그 분의 결정은 해양력 개념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네.
*태선 킴 : 예, 저도 들어봤습니다. 남부 봉쇄를 처음에는 반대하셨지만 일단 수행하게 되자 남부 동맹의 해안선을 봉쇄하고 보급을 막으셨다지요.
*L. M. 골즈버러 제독 : 그렇지. 강한 해군의 힘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네. 기실 그랜트 장군의 활약도 대단하지만 그분 역시 미시시피 강을 따라 빠르게 진군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전쟁 기간 동안 해군 규모를 10배로 확장하였는데······. 」
태선 킴이 쓴 해양력에 관한 책은 골즈버러 제독과 문답 형식으로 되어있었는데 그 내용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장관님, 부르셨는지요.”
그때 문이 열리며 마침 그 골즈버러 제독이 들어오자 웰스 장관은 책을 내려놓고는 눈짓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앉게.”
“예···어, 그 책은?”
그리고 골즈버러 제독은 소파에 앉다가 눈썰미 좋게도 방금 전까지 웰스 장관이 읽던 책을 알아보자 머쓱하게 웃었다.
“하하하, 장관님께서도 킴 사장님이 쓴 그 책을 이미 읽고 계셨군요.”
“당연하지 않나. 우리가 논한 적이 있던 걸 대중이 이해하기 쉽도록 잘 풀었더군.”
“예, 저도 놀랐습니다. 특히 대중들의 반응도 좋다더군요. 장관님의 인기도 높아졌답니다.”
추켜세워주는 말에도 웰스 장관은 특유의 부리부리하면서 무뚝뚝한 표정은 그대였지만 미세하게 입가가 씰룩이는 걸 보면 분명 좋아하고 있었다.
“자네가 시의적절하게 해군 장관으로 내가 내린 결정을 잘 언급해주었어.”
“하하, 사실 저렇게 편집을 해놔서 그렇지···솔직히 말해 킴 사장이 대화를 이끌었습니다.”
“킴 사장···책의 저자이자 사업가인 태선 킴이 대화를 이끌어갔다고?”
“예. 더구나 해군의 중요성이라거나 해양력에 대해서는 저 못지않게 잘 이해하고 있더군요. 정말 놀랐습니다.”
더구나 기드온 웰스 장관이 뭐라고 할 새도 없이 끝이 아니라는 듯 골즈버러가 덧붙였다.
“그도 모자라 직접 조선사를 인수해서 사업을 할 생각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 정도인가. 그가 전기나 석유나 자동차로 사업을 크게 벌인다는 것은 들었네만.”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해석기관인지 컴퓨터인지 하는 기계 계산기로···그리니치 천문대에서 발표하는 항해연감의 달 궤도까지 우리가 계산할 수 있을 거랍니다.”
“그는 정말 진심이구먼.”
기드온 웰스는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새삼 골즈버러 제독을 다시 보며 물었다.
“자네, 태선 킴과 만남을 주선할 수 있겠나?”
그리고 골즈버러 제독은 그 물음에 조금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듯 바로 답했다.
“물론이지요. 안 그래도 킴 사장도 그걸 부탁해서 오늘 뵈면 장관님께 그 말씀을 드리려던 차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