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haired oil tycoon RAW novel - Chapter 141
141 순항(2)
1865년 미국.
지금은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시대.
원리상 그 비슷한 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확실히 있기야 했다.
하지만 버튼만 누르면 몇 층으로 가는, 말만 들어도 편리할 것 같은 서비스 장치가 건물에 설치된 건?
아직 없었다. 즉 이번에 만들어내면 그게 역사 최초.
“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는 그거였죠.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올라간다는?”
그것이 웨스팅하우스의 엔지니어로서 본능을 꿈틀대게 한 모양이었다.
“이보게, 웨스 군. 아직 내 말이 안 끝나······.”
“드디어 그걸 하는구먼. 계단 올라갈 때마다 태선이 말했던 장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지 늘 생각했지.”
“하면 일단 우리 회사부터 설치하도록 하죠.”
“···크흠! 다들 기대하는 건 알겠지만 보고가 끝나지 않았네.”
윌리엄 파고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우리도 그 마음은 이해하네만 서론이 너무 길지 않나.”
“맞아. 처음에는 우리도 잘 들어줬잖은가.”
개리슨과 조셉, 투고와 쓰리고가 타이르자 윌리엄 파고는 의견을 쿨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듯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사업은 시작해야 그때부터 뭐라도 표가 나는 법이니,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에 대해서는 이것만 말해두죠.”
다시 윌리엄 파고에게 주목되는 간부들의 이목.
“특허는 이미 전략실을 통해서 사장님이 내놨더군요. 인수할 회사도 몇 군데를 물망에 올려놨는데 사장님이 검토하셔서 최종 결재를 맡아서 진행될 겁니다.”
끄덕끄덕───!
“아무튼 하게 되면 우리 회사부터 만듭시다. 올라올 때마다 힘이 들어서.”
“가능하면 조선소에도 화물 운반에 쓸 수 있는지 봐주면 고맙겠습니다.”
“아, 크램프 아저씨! 그건 에디슨 시켜서 한번 연구해보라고 할게요. 특허 낼 때도 저랑 에디슨이 설계를 짰는데 조선소 용이라면 출력을 더 높이는······.”
엔지니어가 검토할 부분이 나오자 어김없이 웨스팅하우스가 끼어드는 그때.
“잠깐만요. 모두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에만 신경이 쏠려있는데······. 아까 파고 씨가 동서횡단도로를 언급하지 않았던가요?”
여태 조용히 있던 새뮤얼 앤드루스가 예리하게 눈을 빛냈다.
실제로 새뮤얼의 지적은 예리했다. 모두의 관심을 그쪽으로 돌렸으니.
“참, 안 그래도 나도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동서가 그러니까 정확히 어떤 동서 횡단을 말하는 겁니까?”
“그거 듣고 보니 애매하긴 하네요. 어느 주의 횡단입니까?”
“철도야 이미 많이 깔렸고 자동차가 많이 다는 주가 뉴욕 인근이니 뉴욕이라거나 펜실베이니아주일 것 같은데······.”
설왕설래 하는 말 중 정답은 없었다.
“미대륙입니다.”
입을 연 것은 태선 본인.
“예?”
“방금 무슨···?”
“뉴욕에서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까지. 미대륙을 동서로 횡단하는 도로, 이번에 파고 씨와 웰스 씨가 맡게 될 건설회사는 그것도 하게 될 겁니다.”
재차 콕 짚어서 밝혔다.
태선이 허언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암만 그래도 미대륙 전체를 동서로 횡단하다니.
“아무리 저희가 몸집을 부풀린다고 해도, 과연 우리로만 될까요?”
“하려면 할 수야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지요. 철도가 그러하듯 연방정부에 주정부를 끼고 가야죠.”
“하기야 도로를 놓으려면 그 지역을 배제하고는 절대로 공사를 진행할 수가 없을 테니.”
“연방정부나 주정부 정치인들과 협상은 제가 직접 나설 거고 지방도시와 협상이 필요할 때는 전략실을 통할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야 그럴 것이다. 여태 태선이 쌓아온 인맥이 어지간해야지.
연방정부 차원의 관료는 물론이고 연방의회 의원에 군부에 주의회까지.
구워삶으려면 얼마든지 구워삶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만 아까 언급하셨듯 동서횡단철도가 있는데 의미가 있을지 염려스럽구먼.”
개리슨의 우려를 시작으로 대부분 눈치를 보면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저도 그 생각 했는데······. 사업성이 있을지가 좀 그러네요.”
“그런 장거리는 철도가 지배적이라··· 아무리 잘 만들었다해도 지금 모델t는 무리가 아니려나.”
“아, 그건 지금 개발한 디젤 엔진을 개량하면 철도 만큼은 아니라도 무거운 짐을 옮길 신형 차량도 만들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연료 공급은 어쩌고?”
오늘 회의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의견이 분분했다.
충분히 그럴 만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사업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제가 보증합니다.”
자신만만한 태선의 눈빛, 자신감에 찬 목소리.
여태 벌이는 사업마다 그냥 성공도 아니고 혁신적인 대성공으로 이끌어온 아우라를 지금도 뿜어낸다.
사실 웬만한 기업에서 최고 결정자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정해버리면 자칫 한 발 잘못 들였다가 망하기 십상.
‘이건 내가 실제로 봤고 역사가 증명한 거니까. 거기다 난 큰 방향에서만 결정하는 것이고.’
하지만 태선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도로를 단번에 동부에서 서부로 깔 수는 없으니 자동차가 많은 동부에서 순차적으로 서부로 깔아갈 겁니다.”
“하긴 태선의 말대로 도로를 단번에 서부까지 까는 건 아니겠군. 횡단이라는 말만 듣고 좀 과민하게 반응하긴 했어.”
“그러게 말입니다. 거기다 동부에서는 확실히 도로 확충이 필요하니 거기서 연결되는 장기 플랜으로 보면 되겠군요.”
곁들이는 설득의 말, 그리고 간부들은 납득했다.
‘역시 같은 말이라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다르구만.’
원래 윌리엄 파고가 보고할 내용인데 자신이 좀 깊이 들어왔다 싶지만.
이 뒤로 바통을 넘기면 윌리엄 파고는 감당 못할 거다.
‘흠, 별 수 없이 계속 내가 해야겠군.’
“작업은 당연히 동부부터 시작하고 차를 보급하는 동시에 진행할 겁니다. 물론 거기에는 웨스팅하우스가 아까 말한 대로 디젤 엔진을 이용한 화물차 모델 보급도 포함되고요.”
“화물차를 그리 쉽게 만들 수가 있겠습니까? 사람도 겨우 네다섯 명이 타는데 화물은······.”
“됩니다!”
디젤 엔진 이야기가 나오자 바로 지원 사격 들어오는 건 웨스팅하우스.
“농기계용 디젤 엔진을 이미 만들었거든요.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화물차 만드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아요.”
“문제가 있다면 생산 라인을 까는 거겠구나.”
“네, 그 정도가 문제이기는 한데 어차피 자동차 주문량이 폭증해서 공장을 확장하고 있으니 그 중에서 하나만 화물차 라인으로 개발해도 되지 않을까요?”
“좋은 생각이다. 말 나온 김에 디트로이트 쪽에 짓는 공장을 디젤 엔진 전용으로 가도록 하자꾸나.”
“넵, 오늘 나가면 바로 그렇게 해놓을게요.”
대답이 시원시원하다.
그리고 개발이 걸린 만큼 웨스팅하우스라면 행동도 그럴 것이다.
그 다음에는?
‘유통 혁명 비기닝이지.’
철도는 큰 줄기로만 화물을 운송하고 그 뒤로는 나사못 하나라도 마차를 통해서 운반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화물차가 들어오면 마치 모세혈관처럼 곳곳을 누비면서 물자 공급이 된다.
“계획대로 되면 화물차가 다니면서 철도보다 유연한 화물 운송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서 순환 작용으로 자동차 보급을 늘리는 효과를 낳을 겁니다.”
여기까진 순조롭게 이야기가 풀려가고.
“아까도 살짝 나온 이야기였는데 하나 문제가 있네. 연료 공급은 어떻게 하나?”
‘나왔군.’
“그러고 보니 그렇구먼. 자동차가 많이 보급되고 멀리 갈수록 좋지만 그만큼 연료도 더 필요하니까.”
“그러고 보면 석유도 우리가 파는 거니 우리가 가져다 팔면 좋겠······. 그러면 가는 데 또 그만큼 석유를 써야 하는군.”
“파이프에 구멍 뚫어서 파는 방법을 쓰면 안 되겠습니까?”
별의별 말이 다 나오다가 송유관에 구멍 뚫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건 안 됩니다. 장치를 하면 모르겠지만 그냥 구멍을 뚫었다가는 압력 문제도 있고 해서 기름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을 우려가 있습니다.”
자기 분야가 나오자 바로 화이트하우스가 나섰다.
“음, 나도 송유관을 통해 바로 석유를 공급하는 존 엘리스 박사의 아이디어를 듣고 좀 솔깃했었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 방금 전까지 사장님이 말한 동서횡단도로나 화물차를 통한 유통이나 전부 들으면 들을수록 굉장하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예상치 못한 복병에 부딪치다니.”
복병은 무슨, 21세기까지 문명의 발전이 봉으로 보이나.
아, 이 사람들은 모르지. 아무튼 당연히 그에 대해서도 다 준비가 되어있었다.
아니, 애초에 석유 사업이 근본인 이상 이쪽 테크트리 타는 건 기본.
“그 문제는 간단합니다. 미리 주유소를 설치하고 석유를 쟁여두면 됩니다.”
그리고 그 답도 간단했다.
“예? 어, 너무 정직하고 간단한 답이라 당황스럽기는 한데 그렇긴 하군요.”
“더구나 이미 아멕스 지점이 전국에 많이 있지 않습니까. 유통망이나 호위를 위한 경비대도 있으니 그걸 이용하고, 사람들에게도 아멕스 지점에서 주유할 수 있다는 것을 홍보하면 충분할 겁니다.”
“그러면 주유소 사업도 아멕스에서 맡는 겁니까?”
건설에 이어 주유소까지. 자기네들 사업 영역이 확장될 조짐을 보이자 윌리엄 파고와 헨리 웰스의 눈이 빛난다.
지금 이치로만 보면 아멕스에서 맡는 것이 맞아보인다.
태선 스스로 말했지만 지금 주유소 사업은 아멕스 유통망이라는 인프라에 의존하는 바가 크니까.
‘하지만 주유소 사업은 커. 석유와 따로 떼서 볼 수가 없지. 하물며 회사 내에서 권력적인 균형 문제도 감안해야 하니.’
모두들 나름 계열사를 분리해서 하나씩 감투를 쓰고 있었다.
프레스보트 배비지야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컴퓨터 분야이니 그렇다 치자.
정작 개국공신이라 할 수 있는 근본 석유파들.
그중 그나마 존 엘리스 박사는 멘로파크 연구소 소장 자리를 가져갔지.
‘새뮤얼은 킴 스탠다드 오일에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
그게 나쁘진 않겠지만 때로 자리가 사람의 그릇을 키우기도 하는 법.
그런 면에서 석유화학의 뿌리를 깊숙하게 내리고 있는 새뮤얼 앤드루스를 더 키우려면 큰 자리를 준비하는 게 맞았다.
“주유소 사업은 커질 겁니다. 처음에는 킴 스탠다드 오일 직영으로 특별 부서를 만들고 아멕스와 협력하되, 장기적으로는 분리해서 계열사를 만들 겁니다. 그리고 새뮤얼 앤드루스 씨?”
무려 계열사를 또 하나 만든다는 말을 한 뒤 불린 이름.
“네?”
새뮤얼 앤드루스가 ‘혹시?’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태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부서는 새뮤얼 앤드루스가 맡아주세요. 지금 연구중인 석유화학 분야의 사업화도 그쪽 부서에서 맡게 될 테니 것도 같이 감안하고요.”
***
태선은 전략실을 통해 회의에서 거론된 내용의 계획을 구체화했다.
“사장님, 아멕스에서 보낸 지점 자료 참고로 주유소 설립 예정지 56곳 우선 선정했습니다. 보고서입니다.”
“사장님이 최종 선정한 건설회사 인수 건 계약서 초안입니다. 그리고 인수 계약 날짜는 언제로 할까요?”
“벌써 소문을 듣고 백화점부터 시작해서 관공서에 다른 회사까지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설치 문의가 몰려드는데······. 기록해두긴 했는데 어쩔까요?”
실장 대리 안나 암스트롱과 바로 그 밑으로 책임이 된 아치볼드의 주도 하에 일은 일사천리로 풀렸다.
그 마지막은 각 사업 현장의 순방 스케줄.
“와, 따로 부서를 둔다고 했지만 아예 다른 건물에 사무실을 빼내주실 줄은 몰랐는데.”
“빼낸다고 해도 어차피 옆 건물이잖아.”
“그래도 본사에서 나와있으니 벌써부터 계열사로 나온 기분 나서 뭔가 들뜨잖아요, 하핫!”
석유화학 및 주유소 사업부를 맡게 된 새뮤얼 앤드루스의 표정은 확실히 밝아졌다.
“솔직히 웨스 녀석이 스완 제네럴 모터스를 맡게 돼서 좀 섭섭하긴 했거든요. 물론 웨스 녀석이 실적이 좋아서 그런 거니 당연하지만······.”
“샘, 그런 소리 마세요. 웨스도 물론 일을 잘하지만 엔지니어의 분야와 화학적으로 석유를 연구하는 분야는 전혀 다릅니다.”
태선은 새뮤얼 앤드루스의 어깨를 턱 짚고는 가볍게 힘을 주었다. 신뢰한다는 자신의 의지가 딱 전해질 정도로.
“주유소 사업도 따지고 보면 단순히 석유 배달하고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더 좋은 연료를 위해 연구하고 그게 자동차 사업의 기반이 됩니다. 그러니 샘의 역할이 중요해요.”
“태선!”
그에 새뮤얼 앤드루스는 뭉클하게 감동한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