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haired oil tycoon RAW novel - Chapter 161
161 황금 훈장(2)
“오셨군요, 사장님들.”
뉴욕항에는 이미 대서양전신회사나 SGE의 직원들이 깔려서 상황을 보고 있었다.
“고생하네. 현재 상황은?”
처음 보고를 받았을 때는 망원경으로 먼 바다에서 배가 보인다고 했는데.
“어, 저기! 이제 육안으로도 보입니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정말로, 아직 수평선 멀리 조그만 점으로 보일 따름이지만 그레이트 이스턴호가 보였다.
길이 211미터이고 배 무게 자체만 18,914톤이며 배수량은 27,400톤에 달하는 거체.
배가 지나치게 큰 만큼 이런저런 헤프닝도 많았지만 적어도 케이블 연결에 있어서는 몫을 제대로 해냈다.
일단 런던부터 시작하여 단독으로 대서양을 잇는 3,000킬로미터의 케이블을 싣고.
최선의 경로를 탐색한 끝에 아일랜드를 거쳐 여기저기를 경유하다 캐나다 뉴펀들랜드섬을 지나 마침내 뉴욕 앞바다까지 다다랐으니.
“자, 모두 서둘러.”
“기자님들 일단 뒤로 물러나주십시오. 저만큼 큰 배가 들어오면 자칫 잘못했다가 사고라도 납니다.”
부두 직원들이 배를 맞으려 바쁘게 움직이고.
해저 케이블 관련하여 자기 일이 있는 직원들도 저마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기사들은 그 와중에 배가 들어오려는 순간 더 좋은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19세기 성능도 안 좋은 사진기를 들고 씨름을 하고 있고.
뿌우우우─────!
그러는 와중 WCSS에서 건조된 배와 달리 아직 증기 터빈을 쓰는 그레이트 이스턴 호가 기적소리를 냈다.
조그만 점으로 보이던 배는 이제 명확하게 누가 보더라도 명확하게 그 윤곽이 보였다.
“마치 바다 위를 미끄러지는 달팽이 같지 않습니까.”
문득 사이러스 필드가 괜히 긴장감을 풀고 싶었는지 실없는 농담을 던졌다.
하기야 해저로 케이블을 풀어내려 갑판에 얹은, WCSS에서 제작해서 장착한 케이블 드럼 엔진통이 멀리서 보면 그렇게 보이기도 했다.
‘또 다음 한 시대로 역사가 내게 다가오고 있군.’
아니, 어쩌면 자신이 걸음을 내딛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달팽이가 그러하듯 더디지만 착실하게 그레이트 이스턴호는 이쪽으로 가까워졌다.
***
미국 대통령 관저에 공식적으로 백악관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20세기 초반 시어도어 루즈벨트 때의 일이었다.
그전에도 백악관이 당연히 있었지만 공식 명칭은 말 그대로 ‘대통령의 집’이라 불렀다.
“백악관에 어서 오시죠, 킴 사장님. 대통령 비서실의 제이크 해밀튼이라 합니다.”
물론 공식적인 명칭이 그렇다는 것일 뿐.
지금 초대를 받아서 백악관에 들어가는 태선, 조셉 스완, 안토니오 메우치 등에게 인사하는 말에도 당장 백악관이라 스스로 언급하고 있었다.
즉 유럽풍 양식의 이 관저는 공식 이름은 아니어도 이미 백악관이라 불리고 있었다는 뜻.
“뵙게 되어서 정말로 영광입니다. 그럼 이쪽으로.”
악수를 나눈 뒤 대통령 비서실의 제이크 해밀튼은 잡담을 건네며 안내했다.
“대통령님께서도 말씀 드리겠지만 저 역시 개인적으로 너무 감사드립니다. 전구도 그렇고 자동차도 그렇고, 특히 이번에는······.”
평소 태선의 팬이기라도 했는지 제이크 해밀튼은 수다쟁이처럼 말을 줄줄 늘어놨다.
“저야말로 국가를 위해 불철주야 일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지요.”
태선은 적당히 답해주면서 마치 박물관 구경이라도 하듯 백악관 내부 모습을 둘러봤다.
‘외형이야 1865년 백악관 사진이 남아있으니 그대로란 걸 알고 있었지만······. 내부는 아직 어수선하네.’
1800년에 완공됐으니 66년이나 지난 건물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남북전쟁 때 포격을 맞아서 일부가 무너졌다나.
쓸 수 있게 급한 대로 보수는 한 모양이지만 미국 대통령의 권위에 걸맞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면 태선이 21세기 백악관의 위용을 봤기에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미국의 명실공히 세계 원톱으로 올라선 1945년 이후 대통령들이 대대적으로 다시 정비한 뒤의 일.
‘하지만 그래도 대통령 집무실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지.’
즉 한 나라의 정치적 수장, 그를 보좌하는 이들이 거점으로 머무는 곳.
하물며 지금 당장은 유럽에 뒤처질지 몰라도 이미 19세기 중반에 그 잠재력을 서서히 끌어올리고 있었다.
‘지금 역사에서는 내 개입 덕분에 훨씬 빨라졌지.’
이곳은 바로 그런 나라의 심장부였다.
“들어가시죠.”
“오, 태선! 왔구먼.”
“오랜만에 뵙습니다, 허허.”
특히 제이크 해밀튼이 문을 열어주자, 집무실에는 역사에 이름을 남긴 걸출한 면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태선과 친분 깊은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과 기드온 웰스 해군부 장관에.
“오! 오랜만이구먼. 전쟁 때도 크게 활약해주었는데 이번에도 큰 건을 해주었다지!”
아직도 전쟁부 장관 자리를 꿰차고 있는 에드윈 스탠튼까지.
“저도 반갑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자네 덕분에 잘 지냈지. 자동차에 전구에 전기에 화장실에 세상 참 살기 좋아졌어. 아, 전화도 있었구먼.”
“반갑습니다, 킴 사장님. 재무장관인 휴 매클로치입니다. 저하고는 초면이죠? 그래도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끼어드는 다른 사람들과도 태선은 악수를 나눴다.
집무실에 있는 이들은 10여 명 정도.
관료뿐 아니라 기자들도 있었지만 당연히 그들 역시 이 자리에 어울리는 베테랑들.
‘대통령만 오면 그야말로 한 시대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다 모이는 거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얼마 전 마침내 그레이트 이스턴호가 들어오며 대서양 해저 케이블이 연결됐다.
혹시 전압을 걸어서 끊어진다거나 신호가 불량한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에 철저한 테스트를 거쳤다.
거기에 이번에는 미국과 영국의 전화선까지 연결한 것이기에 그에 대한 테스트까지 거쳤고 결과는 대성공.
그 다음이 뭐겠는가.
“지금 마지막으로 전화 테스트를 하고 있다네.”
그랜트 장군이 슬그머니 다가와서 눈짓으로 대통령 집무실 책상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거기 놓인 전화를 붙잡고 있는 한 남자를.
“소리 들리는지요? 예, 그럼 테스트 문구를······.”
제이크 해밀튼의 그의 뒤에 반듯하게 서있는 걸 보면 비서실장쯤 되리라.
그러니 대통령이 직접 행차하기에 앞서 최종 점검을 맡고 있는 것이겠지.
“그나저나 신기하군. 정말로 대서양 건너 하는 말을 여기서 바로 들을 수 있다니.”
“바로는 아니고 시차는 조금 있을 겁니다.”
“허허, 그걸 감안해도 충분히 대단하지. 해군부 장관으로서 기분이 묘하구먼.”
기드온 웰스 장관도 옆에 와서 중얼거리는 사이 최종 테스트까지 성공적으로 끝났는지 비서실장이 신호를 보냈다.
비서실 직원들의 움직임이 한층 부산해졌다.
“이제 곧 대통령 각하께서 들어오십니다.”
그리고 비서실 직원이 보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대통령이 들어왔다.
‘대통령과 만나는 건 첫 번째이네. 게티스버그에서 링컨 대통령이 먼 발치에서 연설하는 걸 구경한 건 만났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악수하며 차례로 이쪽으로 다가오는 그의 모습.
“그대가 태선 킴 사장이군요. 꼭 만나고 싶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한 뒤, 17대로 취임한, 민주당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 태선 앞에 섰다.
사실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꼽히는 사람이지만······.
“백악관에서도 전구, 전기, 화장실, 보일러, 전화······. 거기에 이제는 대서양 건너로 케이블로 전화를 연결하다니 그대는 미국인의 보배입니다.”
“저 혼자 한 것이 아니고 여기 조셉 스완 사장, 사이러스 필드 사장, 안토니오 메우치 본부장이 같이 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하하, 모두들 고생했고 참으로 수고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더 기뻐하는 것일 터였다.
“자, 그럼 이따가 또 이야기합시다.”
태선의 앞에 길게 머무른 것에 비해 그는 곧 다른 이들과 인사를 나누더니 자리에 앉아 전화기를 만지작거렸다.
옆에서 아까 테스트하던 비서실장이 뭘 설명해준다.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열심히 설명을 듣고 뭔가 의욕을 보이는 대통령.
태선은 그런 대통령을 보며 측은지심을 느꼈다.
‘좀 짠하네.’
링컨 대통령의 후임인데다 본인은 이렇다 할 치적이 없는 마당에, 태선이 대서양 건너 영국과 케이블을 연결해서 그걸 전화까지 연동시켰다.
몇 년 전에 케이블이 잠깐 연결됐을 때 당시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직접 축전을 받았고 신문에 크게 나기도 했었지.
‘어떻게 보면 고작 전화 한 통인데 저렇게 열정적으로 매달리다니.’
뭐 그래도 자신으로서 나쁠 건 없었다.
정치 분야로 자신의 연줄은 그랜트 장군과 찰스 섬너 등이 있는 공화당 급진파.
사실 앤드루 존슨 대통령과 당이 다르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미국 대통령과 영국 여왕이 통화하는 이벤트는 자신에게 무조건 이득이 될 터였다.
하물며 대통령이 저렇게나 적극적으로 나와주면 언론에도 영향력이 갈 수밖에 없다.
‘대대적으로 기사가 나겠지.’
자연히 자신의 회사, 기술, 이름까지 알려질 것이고.
“이제 시작하려나 봅니다.”
“후우, 괜히 다 긴장 되네요. 막상 실전에서 제대로 안 되면 곤란한데.”
“걱정마세요, 필드 씨. 바로 직전에도 테스트에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잘될 겁니다.”
그때 태선을 가운데 놓고 무리를 그랜트 장군, 기드온 장관뿐 아니라 같이 온 조셉 스완, 사이러스 필드, 안토니오 메우치 등이 속닥거렸다.
“이제 정숙해주십시오. 영국 여왕님과 전화 통화를 시작하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알겠네. 후우, 긴장되는군.”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 통화 내용을 적어둔 종이를 만지작거리는 사이 비서실장이 전화기를 들었다.
지금은 전화교환원에게 연결되었을 터였다.
테스트한 대로 여왕에게 회선을 바꿔달라는 요청을 하고.
째깍──째깍──!
고요함 속에 초침 돌아가는 소리가 유난히 컸다.
실패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지체되는 시간 탓에 속으로 아무리 태선이라도 조금은 불안감이 싹 텄다.
‘우리쪽 전화나 혹은 런던 전화선에 문제가 생겼나?’
그도 그럴 것이 이 전화는 해저 케이블 하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기술과 인력 그리고 인프라가 얽혀있었다.
그중 한 군데라도 오류가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차질이 빚어질 수가 있다.
신경 쓴다고 신경을 썼지만 아무래도 인간이 하는 일.
“혹시 뭐가 잘못된 건가?”
“부정 타게 왜 그런 말을 하세요, 스완 씨! 됩니다, 무조건 돼야 합니다!”
아까는 조셉 스완이 격려해줬는데, 이제는 오히려 그가 불안해하자 사이러스 필드가 타박하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침묵이 더 길어지는 가운데 앤드루 존슨 대통령의 표정은 누구보다 초조해하며 식은땀마저 흘렸다.
아울러 그 바로 옆에서 전화기를 들고 있는 비서실장도.
“아!”
그렇기에 비서실장이 탄성을 터트리며 표정이 밝아지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대통령 각하, 연결됐습니다. 받으시지요.”
“오, 알겠네. 큼, 지금 바로 하면 되는가?”
한손으로 수화기를 가리고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 묻자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십니까, 친애하는 대영제국의 빅토리아 여왕 폐하. 미합중국 연방의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 본인입니다. 양국이 함께 노력한 이번 대서양 해저 케이블 연결이······.”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도 30년 넘게 정치 인생을 걸어왔고 링컨 대통령 때는 부통령까지 한 경험이 어디 가는 게 아니었다.
빅토리아 여왕과 통화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찰칵─찰칵──!
기사들이 사진 찍는 사이 앤드루 존슨은 전언을 다 읊었고 여왕으로부터 답신이 오는지 경청하고 있었다.
“···감사드립니다. 항상 양 국가간의 동맹은 견고할 것이며 미국과 아울러 대영제국과 여왕 폐하의 안녕을 바라겠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이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달칵!
수화기가 전화기 위에 올라가는 소리.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이벤트의 마침표를 알리는 소리에 조용하던 대통령 집무실에 마침내 이런저런 소리가 터져나왔다.
“대통령 각하, 고생하셨습니다. 성공적입니다!”
“하하하, 그런가? 이보게, 기자들. 사진은 제대로 찍었겠지?”
“물론입니다!”
“기사 좀 잘 내주게.”
당장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환희를 감추지 못했다.
“그나저나 정말 신기하군. 잡음이 좀 섞이긴 했어도 대서양 건너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말을 주고받다니······. 오, 태선 거기 있었구먼.”
“축하드립니다, 대통령 각하. 최초로 바다 건너 전화 통화를 하신 분이 되셨군요.”
“하하하, 말이 그렇게 되나. 고맙네. 자네와 자네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했지.”
대통령이 붙잡고 놔주지를 않아서 태선은 환희의 소용돌이 그 중심에 있었다.
“대통령 각하, 기자들이 기다립니다. 인터뷰도 하셔야······.”
“아, 그렇구먼.”
한참 그러다가 기자들에게 인터뷰 하러 가고 나서야 태선은 미리 준비된 만찬장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크흠, 원래 아직 말하면 안 되는데 이거······.”
그때 그랜트 장군이 슬쩍 옆으로 붙더니 속닥거렸다.
“이제 공식적으로 성공했고 기사도 날 테니 괜찮겠지. 지금 의회에서 태선 자네에게 명예황금훈장 수여를 놓고 의논 중에 있다네. 상원과 하원에서 다 결의되어야 하는데 자네라면 바로 통과되겠지.”
“오, 정말입니까?”
‘맞다, 그랬지. 원래 역사에서는 사이러스 필드가 받았지만 이번에는 같이 받겠군.’
사이러스 필드가 대서양 해저 케이블로 의회명예황금훈장을 받았다는 건 이미 아는 태선이었다.
하물며 태선은 그 이상으로 업적을 차고 넘치게 올린 것도 사실이라 딱 듣자마자 짐작했다.
‘의회명예황금훈장이라.’
21세기까지 역사에서도 모든 기관, 단체, 사람을 통틀어 174개만 수여된 훈장.
‘이 시점에는 미국 역사를 통틀어도 50명이 안 될 텐데.’
가까운 시기에는 1863년 율리시스 그랜트가 받았다.
전생 전 역사에는 이듬해 코넬리우스 밴더빌트도 받았지만 태선이 개입해서인지 그는 받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훈장을 자신이 받게 될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