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haired oil tycoon RAW novel - Chapter 173
173 삼국 대사(2)
카울리 백작의 말인즉 조선과 수교를 맺는 일에 프랑스 뿐만 아니라 영국도 끼워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되죠. 영국이라면 100퍼센트 환영이죠.’
프랑스 단독보다는 영국이 끼면 일이 더 쉬워진다.
이 시대 조선에는 청나라의 입김이 크니까.
그리고 그 청나라를 영국이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잘 이용만 하면 된다.
‘하지만 프랑스에 영국이 간다면 미국이 빠질 수 없지.’
조선을 근대화시키려면 일단 초반에는 외부에서 물자와 기술 공급은 필수.
자신의 사업 기반이 있는 미국을 통하면 그게 가능하다.
“다만 황후 앞에서는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사실 조선의 폐쇄성은 저 혼자 나선다고 쉽게 해결할 일이 아닙니다. 도움이 필요한데······. 앤슨 벌링게임 대사님의 도움을 받으면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겁니다.”
“앤슨 벌링게임은 못 들어본 이름인데.”
“미국 대사이십니다. 원래 외교를 하시던 분은 아닌데 지금 청나라에 가 계십니다.”
“흠, 주청미국 대사셨구먼.”
본래 외교를 하던 자도 아니라면서 왜 그의 도움을? 이런 표정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조선과 화친에 앤슨 벌링게임이라는 패는 확실히 효과가 있을 터였다.
보다 정확히는 청나라를 설득하는 일에 있어서 말이다.
‘나중에 청나라에서 오히려 앤슨 벌링게임에게 자기 나라를 대변해달라고 미국에 보낼 정도이니.’
그리고 프랑스, 영국과 함께 미국을 끼워 넣으면 모양새도 더 자연스럽고.
“하긴 그편이 더 나을 수도 있겠군. 미국은 우리 영국과 태생부터 가깝지. 삼국이 동시에 낀다면 미국은 우리 영국과 더 가까워질 테니 프랑스에게 좋은 견제가 되겠어.”
“왕실과 의회에는 제가 귀국해야 하니 런던에 킴 경과 함께 돌아가서 말해두겠습니다.”
‘나도 돌아가냐?’
“킴 경은 파리에 사업차 오셨는데 자네와 일정을 맞출 수가 있겠는가.”
“아,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이거 마음이 급해서 그만 킴 경을 배려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먼저 돌아가서 이야기를 해둘 테니 킴 경은 일정을 다 소화하면 돌아오시게나.”
“아닙니다. 급한 일은 처리해뒀으니 남은 일은 브라더튼이 할 수 있을 겁니다.”
파리에서 사업? 물론 중요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가 있는 일.
‘그렇지만 서구 열강 국가를 등에 업고 조선, 아니 아시아, 것도 아니고 세계 정세를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일?’
그건 아무 때나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더라도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데 이걸 놓치겠나.
“카울리 백작께서는 언제 런던으로 돌아가십니까?”
“음, 라이온스 경에게 업무 인계를 끝내고 나흘 뒤에 돌아갈 예정이네만······. 이거 무리하게 나하고 일정을 맞추지 않아도 괜찮은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베테랑 외교관답지 않게 표정은 전혀 그렇지가 않은데 말이죠.
“그렇다면 저도 나흘 뒤까지 이런저런 일을 마치고 같이 런던으로 돌아가지요.”
“오, 그래주겠나. 하하, 과연 킴 경은 믿을만한 사람이군.”
“고맙네!”
‘아뇨, 저야말로 고맙죠. 제 금의환향을 도와주셔서.’
라이온스 경과 카울리 백작의 반응에 태선은 속으로 옅은 미소를 띠었다.
***
나흘 동안 파리에서 머물며 남은 일을 처리했다.
카울리 백작을 통해 소개받은 행정 전문가를 통해 일단 인수한 회사를 합쳐서 현지 회사를 설립했다.
이제 겨우 구색을 갖추었을 뿐이지만 대표를 맡은 존 브라더튼은 첫 번째 일을 처리했다.
“브라더튼, 몬티조 황후님 저택 공사에 필요한 자재 있으면 말해줘요. 내가 영국에 가는 김에 바로 보낼게요.”
“이거 태선 사장님이 직접 수고하게 하다니······.”
“어차피 영국에 돌아가는 김이니까요.”
일전에 파티에서 약속한대로 외제니 드 몬티조 황후의 저택에 전구 조명, 냉온수 샤워 시설, 수세식 화장실 등을 설치해주는 공사였다.
아울러 르 크루소 주조소의 슈나이더 형제도 결단을 내려 태선이 떠나기 전에 일을 매듭 지어놨다.
그런 뒤 헨리 웰슬리 카울리 백작이 돌아가는 일정에 맞추어 함께 런던에 돌아왔다.
“일단 나는 버킹엄궁, 내각, 의회를 돌면서 조선과 수교를 위해서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있지. 자네도 일을 보고 있으면 테니 다시 연락해줌세.”
카울리 백작과 헤어진 뒤 태선은 샬롯이 런던에 매입해둔 저택으로 귀가했다.
오기 전에 파리에서 곧 돌아간다고 샬롯에게는 미리 전보를 보내둔 터였다.
“왔군요. 당신 없는 사이 애들이 얼마나 컸는지 모르죠.”
“에이, 그 사이에 그렇게 컸으려구요.”
“정말이에요, 볼래요? 지금 자는 중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루이스도 그렇고 클락도 하루 다루게 쑥쑥 큰다고요.”
궁금하기는 한 터라 태선은 일단 애들부터 봤다. 정말 자란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건 애들이 귀엽다는 건 알겠다.
가볍게 뺨에 입을 맞춰 주고 나왔더니 샬롯이 외투를 받아주면서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일찍 돌아오다니 혹시 파리에서 일이 잘 안 풀린 건가요? 게다가 브라더튼 씨도 같이 오지 않고요.”
연락을 했으나 전보로는 사정까지 자세하게 설명하는 건 무리였기에 이런 반응.
역시 전화에 비해 전보는 불편한 것이 많다.
어차피 얼굴 맞대고 있으니 태선은 직접 설명해줬다.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오히려 파리에서 사업은 아주 잘 풀렸어요.”
사업에 대한 건 물론이고 몬티조 황후를 만난 일부터 그녀 처소에 이런저런 시설을 설치해주기로 한 일부터.
“라이온스 경에게 부탁해서 파티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조선의 소식을 들었거든요. 그게······.”
튈르리 궁전 파티 참석하여 프랑스와 조선의 화친에 대해 논의한 일까지.
“해서 파리 의회에서 조선에 대사를 보내기로 결정되면 제가 중재 역할로 동행하게 될 수도 있어요.”
“······.”
과연 샬롯의 반응은 어떨지 태선은 조금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반응을 살폈다.
또 자신이 가족 곁을 떠나야 있어야 해서 불안해하려나?
‘하기야 그렇겠지. 더구나 이번에는 유럽도 아니고. 마음 같아서 같이 가자고 하고 싶지만 아직 애들도 어리고······.’
“어머, 그럼 머지않아 조선에 가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그런데 뜻밖인 샬롯의 반응.
“예전에 약속했었잖아요. 당신 고향에 같이 가보기로.”
‘확실히 그런 말을 하기는 했었지만 애들이 좀 더 큰 뒤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라, 왜 그런 표정이죠? 당신 설마 우릴 떼놓고 혼자만 가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죠? 가면 당연히 저하고 루이스와 클락도 같이 가는 거잖아요.”
“정말 괜찮겠어요?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라고요. 물론 저랑 같이 가면 큰 일은 안 나겠지만 문화라거나 모든 것이 여기와는 다를 텐데.”
우려하는 태선에 비해서 샬롯은 살포시 웃었다.
“이미 당신 스스로 말했네요. 당신이랑 같이 가면 별문제는 없을 거라고요.”
“그야 그렇긴 하지만 만일이라는 것이 있으니.”
“그렇다고 안 가볼 수도 없잖아요. 애들한테 뿌리가 되는 곳이고요.”
‘하긴 다 맞는 말이지.’
“거기에 대사님들과 같이 간다면 군대도 함께할 테니 안전이야말로 확실하고 이런 기회도 흔치는 않겠죠. 이건 개인적인 의견인데 아까 모든 면에서 다를 거라 했죠?”
또 무슨 말을 하려나 싶어 쳐다봤더니 샬롯이 말을 이었다.
“그 다르다는 것이 저는 오히려 기대되네요.”
이야기는 끝났다.
샬롯이 저렇게 말했으면 온 가족이 같이 가는 걸로 확정난 것이지.
“아, 그리고 프랑스와 영국이 하는데 미국이 빠질 순 없는 일이잖아요.”
슬쩍 운을 뗐더니 이미 발을 들인 김에 역시 현역 전략실장 샬롯의 일처리는 확실했다.
“그렇긴 하네요. 그럼 미국에 조만간 돌아봐야겠네요.”
“네, 가는 김에 회사 일도 봐야 할 거고 뭐.
”그럼 우리 전략실에서 화친 건에 대해 미리 정부에 언질을 주면 태선의 일도 더 수월해지겠네요. 제가 미리 전화해둘게요. 해저 케이블로 전화 연결해두니 바로 이렇게 쓰네요.”
이제 남은 일은 카울리 백작으로부터 전언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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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서 앤드루 존슨 대통령은 스케줄대로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주요 안건의 논의는 이제 끝났고 슬슬 마무리할 단계였다.
“아, 한 가지 잊은 것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영국과 프랑스에서 들어온 전언인데 아시아의 조선이라는 나라와 수교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답니다.”
국무장관 윌리엄 헨리 수어드의 말에 안 그래도 본안에 상정되지는 않았으나 그 이야기 꺼낼 기회를 엿보던 이가 몇몇 더 있었는지 입을 열었다.
“나도 태선의 회사로부터 전해온 소식으로 들었습니다. 프랑스와는 선교사로 조선에 간 그 나라 국민이 죽은 일이 있는 모양이던데 태선이 중재자로 나선다는 것 같던데.”
첫 번째는 해군부 장관인 기드온 웰스.
“태선이 조선 출신이라고 하기에 저도 나름 알아봤는데 청나라와 일본 사이에 있더군요. 영국과 프랑스가 나선다면 우리도 뒤처질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이었다.
엄밀히 말해 그랜트 장군은 육군의 총사령관이지만 내각 구성원은 아니었으나, 에드윈 스탠튼이 전쟁부 장관에서 경질되고 대리로 율리시스 그랜트가 그 자리를 맡게 되며 회의에 참석한 것이었다.
“흠, 확실히 영국이 우리에게 살갑게 굴지만 언제 우리 뒤통수를 칠지 모르니 항시 경계하고 있어야지.”
앤드루 존슨이 중얼거리자 기드온 웰스가 다시 동조했다.
“맞습니다. 영국놈들은 항상 그랬지요. 저번 전쟁에서도 그랬었고 프랑스라고 뭐 다를 것이 있겠냐마는.”
“어쨌거나 해외에 친구는 많이 만들수록 좋습니다. 특히······.”
거기에 얼마 전 새로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휴 맥컬로치도 한번 입을 열자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잠시 머뭇거렸으나 이내 목소리를 높였다.
“얼마 전 영국에서 태선에게 명예 시민권에 작위까지 줬다잖습니까. 거기에 그의 모국인 조선과 영국의 우호 관계가 두터워지면 그도 영국으로 마음이 더 기울지 않겠습니까.”
막말로 태선을 뺏기면 안 된다는 것.
“아니, 재무장관께서는 태선을 뭘로 보고 그렇게 말하십니까. 태선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예, 저도 잘 아는데 그리 갈대처럼 갈팡질팡 설 곳을 바꿀 자는 아닙니다.”
평소 태선과 친분이 있는 율리시스 그랜트와 기드온 웰스가 곧바로 반박했으나 사실 휴 맥컬로치 재무장관의 말은 충분히 경종을 울렸다.
사실 재계에서 태선이 가진 위상을 생각하면 재무부 장관으로서는 혹여 그가 사업 기반을 영국으로 옮길지 우려하는 것도 당연했다.
“태선의 인간성이야 두 분이 친하게 지내니 잘 아시겠지만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닙니다.”
거기에 수어드 국무장관이 나서서 한 마디 더했다.
“우리에게 좋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런 대우를 해줘야 할 겁니다. 이번에 태선 킴 사장이 런던에 간 것은 사업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인데 그렇게 차츰차츰 옮겨갈 수도 있지요.”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런던은 엄연히 이 시대의 경제와 금융의 중심지.
솔직히 아직 미국은 비빌 수 없었다.
하지만 모두 윌리엄 수어드 장관의 말에 납득한 건 단순히 말의 논리 때문은 아니었다.
“수어드 국무부 장관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충분히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겠구먼.”
특히 앤드루 존슨 대통령은 그를 크게 신뢰했다.
사실 앤드루 존슨 대통령의 처지는 그리 좋지 못했지만 수어드 장관이 그를 지지하며 지탱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1년 뒤의 사건이지만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한다.
모두가 그 쓸모없는 땅을 왜 사들이냐고, 미친 짓이고 세금 낭비라고 모두가 성토할 때 그 일을 밀어붙인 것은 바로 두 사람이었으니.
의회에서 설득을 맡은 이는 찰스 섬너 위원이었고, 실제로 계약을 전격적으로 추진한 이가 바로 수어드 장관인 것이었다.
“수워드, 더 할 말이 있으면 해보게.”
그런 혜안을 지닌 이가 바로 수워드 장관이기에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 콕 짚어 그에게 말해보라고 할 만도 했다.
“예, 수워드 장관님의 말씀이라면 경청할 가치가 있습니다. 들어보지요.”
“더구나 외교 분야 역시 국무부의 주관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다른 장관들의 신뢰를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허허, 사실 답은 모두 알고 있지 않습니까. 아까 맥컬로치 장관도 말했듯 친구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새 친구를 사귀겠다면 우리도 끼어야죠. 하물며 중개자가 우리 식구임에야.”
“같은 결론이라도 수워드 장관이 직접 말해주면 더 마음이 놓인다는 말이지.”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 미소 띠며 중얼거리자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고 진행됐다.
“그렇다면 영국과 프랑스가 이미 진행하고 있으니 우리가 뒤처지지 않도록 빠른 논의가 필요하겠군요.”
“외국과 수교에는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의회에는 제가 찰스 섬너 의원과 프리몬트 의원을 만나서 말해두죠.”
“제가 듣기로 태선이 곧 귀국한다던데 태선과도 당연히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