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haired oil tycoon RAW novel - Chapter 190
190 어둠과 광명(1)
대사관으로 서양식 집이 필요하시다?
“하기야 조선은 여태까지 폐쇄적이었으니 조선식 집을 지을 수밖에 없겠군.”
그럼 직접 지으라는 태선의 말에 라부르스트는 납득했다.
“청나라에 있는 건축가를 데려올 수 있겠지만 그러면 또 한 세월이겠지요. 그럼 라부르스트 대사님이 힘을 써주시지요. 협력해드리겠습니다.”
카울리 백작까지 저렇게 나오자 라부르스트는 흔쾌히 바로 동의했다.
“알겠네. 당장은 태평관에 머물더라도 바로 착수하지.”
“이거 대사로 부임한 첫 업무가 자기가 묵을 공사관을 짓는 것이라니 라부르스트 대사님도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셨습니다, 하하하.”
“그만큼 조선에 묵는 동안 자네도 나를 신경 써주게. 소식을 들으니 요새 파리에서 자동차 사업이 잘 된다던데?”
그러고 보니 파리에 회사를 설립하고 슈나이더 형제의 주조소와 연계하여 사업을 연계시키는 작업까지만 하고 자신은 조선으로 들어왔다.
프랑스에서 라부르스트는 그쪽 소식도 같이 들은 모양.
일단 파리 사업은 잘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역시 미국 본토의 사업인데.’
태선의 시선은 라부르스트와 카울리 백작의 어깨 너머 부두 쪽으로 향했다.
이미 정박한 USS콜로라도, 방금 들어온 HMS세라피스와 라 나폴레옹 외에 태선의 소유인 모닝 글로리호도 있었다.
앤슨 벌링게임을 태워주려 청나라로 보낸 뒤 여러 물자를 가져오는 동시에 미국의 소식도 같이 가져왔을 터였다.
‘떠나기 전에 텔레비전이나 녹음기나 여러 기술의 힌트도 줬었고 특히 프레스보트와 조셉 스완은 트랜지스터 컴퓨터를 거의 완성했었는데.’
과연 자신이 없는 사이 어디까지 갔으려나 궁금했다.
조선에서 본격적인 공사 진행을 위해서 가져오게 시킨 물자도 그러하고.
“아, 사장님! 정말로 여기 계시는군요, 하하하!”
그런데 뜻밖에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가움이 짙게 실린 이 목소리가 어째서?
“웨스?”
모닝 글로리 호에서 내린 녀석은 뜻밖에도 웨스팅하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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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관 태선의 거처.
“웨스팅하우스, 왜 왔나? 반갑지 않은 건 아닌데 네가 여기 와버리면 SGM는?”
“아, 이래저래 현지는 정리해두고 왔어요. 여기가 사장님 고향이잖아요.”
“안 그래도 와보고 싶었는데 마침 물자도 필요하다고 연락도 왔고 가는 배편도 있고 해서 와버렸네요, 하하하.”
조선의 건물이 신기했는지 두리번거리면서도, 살짝 태선의 눈치를 보는 웨스팅하우스였다.
‘일단 왔으니 그냥 보낼 수는 없고’
태선은 무표정으로 있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웨스팅하우스의 어깨를 툭 쳤다.
“하아, 어쩌겠냐. 조만간 돌려보내긴 하겠지만 온 김에 일손 거들어. 마침 숙련된 기술자가 더 필요했는데.”
그 말을 하는 차에 누군가 방으로 들어왔다.
“사장님 저 불러서 왔습니다, 어라 진짜였네요?!”
“넌 형님 보자마자 어 진자네? 가 뭐냐?!”
역시 웨스팅하우스와 에디슨 콤비였다.
무려 바다 건너서 다른 대륙이거늘 약속이라도 한 듯 보자마자 티격태격하다니.
‘이런 모습 보는 것도 참 정겹기는 해.’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마음 같으면 셋이 같이, 아니 샬롯과 맥심도 불러서 한 잔 마시고 싶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드디어 영국, 미국, 프랑스에서 대사가 왔으니 좀 이따가 기별이 오면 운현궁에 가봐야 하고.’
그전에는 웨스팅하우스가 미국에서 가져온 편지와 보고서를 검토해볼 요량이었다.
“둘 다 해후는 나중에, 아니 나중일 필요 없지. 아무튼 난 나가기 전에 미국에서 온 편지를 읽고 있을 테니 둘이 나가서 이야기나 좀 하도록 해.”
“넵!”
“알겠습니다!”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를 보내고 태선은 혼자 있게 되자 편지와 보고서를 검토했다.
“일단 KSO······.”
개리슨이 사장 대리로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주고 실무는 앤과 아치볼드가 맡고 있어서 그런지 순조로웠다.
특히 존 더스틴 아치볼드! 아직 어리지만 본래 역사에서도 록펠러의 오른팔인 녀석을 손에 넣으니 편하다.
전생에서도 나중에는 록펠러 대신 사실상 회사를 운영하지 않았던가.
이 역사에서는 그 능력의 개화가 훨씬 빨랐던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일찍 발굴해서 능력을 믿어준 것도 있고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가르쳐준 덕분이겠지.
“특히 내 지시도 있고 해서 샬롯이 같이 있는 동안은 공 들여서 가르쳤으니.”
사실 달리 지시할 내용은 없었지만 그래도 보고를 했는데 사기를 위해서 답신은 써줘야 할 일이었다.
스스슥──!
상투적이지만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부탁한다는 내용으로 답장을 썼다.
“다음은 SACI인가.”
새뮤얼 앤드루스를 사장으로 석유화학과 주유소 사업을 맡고 있는 회사.
KSO뿐 아니라 멘로파크 연구소의 존 엘리스와 협력이 아주 중요한 분야였다.
“뭐 석유화학은 솔직히 나야 전문 지식이 없으니 새뮤얼 앤드루스에게 맡겨두도록 하고.”
폴리에틸렌 이후 이것저것 실험을 해서 인공물질을 이것저것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주유소 사업도 사실 그저 지점을 늘리면서 기존 사업을 메뉴얼대로 따르면 되는지라 문제랄 것도 없었다.
“새뮤얼 앤드루스에게는 아멕스와 협력을 잘하라고 해두고.”
주유소 지점을 늘리는 것도 아멕스의 운송 지점을 통해서 하기에 그렇지만, 뭣보다 헨리 웰스와 윌리엄 파고가 미대륙 동서횡단도로 사업을 맡고 있는 실정이었다.
주유소는 당연히 도로를 따라서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마침 내용의 연관성도 있고 하니 태선은 아멕스 관련 헨리 웰스의 편지를 뜯었다.
“에릭 스미스의 경비대와 아멕텍트 내용도 같이 써뒀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없어서 파고 씨가 총기협회의 일까지 대신 봐주고 있었구나.”
경비대와 총기협회 일은 솔직히 특이할 게 없었다.
반면 도로건설사업은 다소 난항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오기 전에 딱 대평원 있는 캔자스 주 경계쯤까지 도로를 깔았었지.”
사실 이미 동부 도시 지역에서 오하이오주나 켄터키주만 벗어나도 외진 곳은 서부 영화에 나오는 황량한 곳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니 네브라스카주나, 콜로라도주나 와이오밍주 같이 더 서쪽으로 있는 곳은 개척이 훨씬 덜 됐었다.
“거기서부터 LA 있는 캘리포니아주까지 잇는 일이 최후의 관문이지만······. 그것만 해내면 새로운 발전의 장이 열린다.”
자신이 주도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이미 1863년 공사를 시작했고 본래 역사에서 1869년 완공되는 동서횡단철도 역시 마찬가지다.
태선으로서도 조선에서 미국으로 오갈 때 바로 태평양 건너 파나마로 돌아갈 필요가 없으니 생각하는 것만으로 효과를 바로 체감할 수가 있었다.
“이건 사실 더 쉽고 편하게 갈 수 있는 답이 없지. 그냥 꾸준하고 꿋꿋이 가는 수밖에는······.”
그렇게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는 답신을 써내려갔다.
물론 그에 따른 보상이 마땅히 주어질 거라는 암시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실 헨리 웰스나 윌리엄 파고쯤 되면 이제 인생에서 얻을 것도 거진 얻었고 그보다는 명예라거나 사명감 같은 것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공사야말로 개척자의 운명을 타고난 미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미국인으로서 숙명을 위한 것이라는 부분을 말미에 강조했다.
“아멕텍트의 로날드 펠킨슨에게는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사업은 유망하니 좀 더 적극적으로 확장하라고 지시해두고.”
스사사삭───!
빠르게 답신을 적는다. 사실 이대로 보낼 답신은 아니고 초안이었다.
이걸 샬롯도 보고 나서 전략실장이자 비서인 그녀가 더 보완해서야 보낼 터였다.
그걸 감안해서 빠르게 읽고 초안을 쓰는데도 아직 편지나 보고서가 남았다.
“후우, 새삼 내가 그동안 미국에서, 아니 미국만이 아니고 영국과 프랑스도 있구나. 아무튼 사업을 얼마나 크게 벌였는지 여기서 실감하게 될 줄이야.”
WCSS의 윌리엄 크램프 부자의 조선소 사업은 이렇다 할 별 일이 없었지만 선박 건조가 한 건마다 몇 년씩 걸리는 일이니 당연했다.
그대로만 해주면 좋다고 답신을 해주고, 자동차 및 농기계 사업을 맡고 있는 스완 제네럴 모터스는 어차피 웨스팅하우스가 직접 왔으니 스킵하고.
“컴퓨터도 순조롭구만.”
다음 건은 SGE에서도 프레스보트와 조셉 스완이 주력하는 컴퓨터 분야였다.
자신이 떠나기 전에 트랜지스터의 초기 버전을 완성했는데 예상대로 진행이 잘 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정작 태선이 보기에 고무적인 결과는 따로 있었다.
“호오, 컴퓨터 관련하여 대학교에서 수학자들의 문의나 견학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라. 이건 당연히 허락해야지.”
그걸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구하기에 전에도 직접 이야기해줬지만 중요한 부분만 기밀 처리하되.
「 지식의 교류가 역사가 증명해왔듯 인류가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겁니다. 특히 우리 미국인은 그럴 테지요.
그리고 우리가 더 앞으로 나간다면 뒤에 남겨진 일을 맡아줄 이가 필요하니 그들이 미리 그러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안배를 남기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지도 모릅니다······. 」
태선은 프레보스트와 조셉 스완에게 쓰는 편지에는 조금 더 신경을 썼다.
안토니오 메우치의 전화기와 무선전화 연구 분야도 전도 유망하니 신경 쓰라는 내용을 더하고 끝맺음을 했다.
아니, 하려고 했는데 의도치 않게 영국에서 온 윌리엄 크룩스의 편지를 보고는 내용을 더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 크룩스가 크룩스관으로 문자 표기에 성공했다고?”
태선이 전생에서 즐겼던 브라운관의 텔레비전 기술에 비하면 허접한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아직 전자가 뭔지 개념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시대에 장치로 전자를 쏴서 그게 투사된 유리판에 의도된 형태를 그려냈다?
비록 실사도 아니고 그림도 아니지만 상당한 성과였다.
“이거 크룩스를 격려해주지 않을 수가 없겠는데.”
그와 아울러 이건 멘로파크 연구소나 SGE의 컴퓨터 사업과 연계하면 필시 시너지가 날 터.
“지금 컴퓨터는 아직 계산만 가능할 뿐이지만 그렇기에 이건 의미가 있어.”
아직 이 시대 컴퓨터는 출력장치가 미흡하다.
찰스 배비지의 해석기관을 발전하여 연산 장치를 분리하고, 천공 카드를 응용하여 입력 장치라는 개념까지 도입했지만 출력 장치는 연산 장치에 딸린 부속 정도로 여겨질 따름.
“그걸 크룩스관을 적용한 모니터로 할 수 있단 말이지.”
계산은 문자와 숫자 정도만 나오면 되니 충분하다.
스사삭──!
이 내용은 쓰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신이 나서 휘갈겨 쓰고 있는데 그때.
“우담 어르신, 운현궁에서 기별이 왔습니다.”
밖에서 태평관에 배속된 조선인 하인이 밖에서 고했다.
대사들이 창덕궁에 가서 고종에게 공식적인 접견을 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는 사이 이쪽도 흥선대원군과 박규수, 오경석을 만나서 의논을 하기로 했는데 그 소식이 드디어 온 것이었다.
‘아, 막 영감이 떠올랐는데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하응을 기다리게 할 수 없는 노릇이지.’
이하응은 약속을 파하거나 누가 자기를 기다리게 하는 건 극도로 싫어했다.
“바로 나갈 테니 존 로저스 대령님에게도 일러둬라.”
“예.”
태선은 하인에게 말한 뒤 편지를 마무리했다.
“나머지는 샬롯이 알아서 다듬어주겠지.”
역시 믿을 건 샬롯 뿐이었다.
***
운현궁에 이하응을 만나러 갔더니 박규수, 오경석 등 개화를 주도하는 이들이 있었다.
사실 미리 언질 받았거니와 삼국 대사들이 온 뒤 그 일에 관하여 의논하는 자리이니 어쩌면 당연했다.
예상 밖인 건 이 자리에 동석한 또 다른 이들이었다.
‘누구지? 다들 초면인데.’
사실 초면이 아니라면 그게 더 이상했다.
조선에서 자신의 인맥은 그야말로 얇디 얇았다.
심지어 박규수와 오경석의 밑에서 수학하는 북학파이자 훗날 개화파 뿌리 되는 이들도 못 만나봤다.
다만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의 면면과 이하응, 박규수, 오경석 등이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한 가지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벼슬이 나름대로 다들 높은 이들인 듯싶군.’
나이는 많으면 30 후반에서 40대쯤? 적은 이들은 20대쯤 까지도 있었다.
그럼에도 박규수가 결코 홀대하지 못하고 있으니 최소한 당상관이라는 뜻이었다.
“그럼 우담도 왔으니 슬슬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지.”
“아직 오지 않은 이들도 있습니다만.”
“그자들에게는 나중에 통보해줘도 될 일이야. 중간에 들어오면 그때부터 들으라고 하고. 중요한 건 우담이 이 자리에 왔다는 것이지.”
아무래도 더 올 이들이 있는 모양이지만 이하응이 이렇게 말하면 토를 달 이는 없었다.
“영길리국, 미국, 불란서국의 대사들이 돌아왔다지?”
“예, 저도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금 전하를 접견 중이라더군요.”
이하응의 시선이 자신을 향했기에 태선은 직접 대답해줬다.
“그리고 서구에서 다른 나라들과의 예로도 그렇고 우리가 그들과 맺은 조약 상으로도 우리 역시 그들의 나라에 대사를 파견하여야 한다지?”
“예, 그러하옵니다. 아울러 그러는 편이 다른 나라 정세를 우리가 알 수 있으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요.”
“하긴 그럴 테지. 한쪽에서만 보내면 모를까 상호 대사를 보낸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하물며 우리 처지에서야.”
수긍하며 흥선대원군은 이제 시선을 태선보다 먼저 와있는 이들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내정하여 미국, 영길리국, 불란서국에 대사로 보내기로 한 자들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