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haired oil tycoon RAW novel - Chapter 200
200 운명의 꽃(2) – 완결 –
제물포를 떠난 모닝 글로리 호는 요코하마를 경유하여 태평양을 횡단했다.
‘10년 전에 갔던 길을 다시 가게 되네.’
드넓은 바다를 보며 태선은 잠시 감상에 잠겼다.
10년 전, 하지만 많은 게 달라졌다.
당시 태평양을 건널 때는 증기선이었고 제이크 벌링게임의 소개로 겨우 군함을 얻어 타고 갔지만 지금은 어떤가.
‘증기터빈선이지. 거기에 얻어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KSO의 소유인 선박이고.’
거기에 그때는 자신과 동생 태경이만 있었지만 지금은 여러 사람이 함께 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다인가. 참으로 세상은······. 세상은 넓은 것이었어.”
몇날 며칠을 가도 주변이 시퍼렇게만 보이는 태평양을 보며 드디어 세상의 스케일을 알고 경악하는 박규수.
“환재 대감은 아직도 그 이야기십니까. 것도 하루이틀이지 저는 멀미 때문에···우웩!”
난간을 붙잡고 멀미하는 오경석부터 해서.
“어, 거기 조심하세요. 자칫했다가 바다에 빠지신다고요.”
에디슨이 그런 오경석을 부축하려고 나섰고 그 옆에 조선 여자도 같이 있었다.
“원거 나리, 이걸 드시지요. 드시고 한숨 주무시면 조금 나으실 겁니다.”
“아, 고맙네. 내소주방 출신 나인이던 자네가 권하는 거라면 확실하겠지.”
‘에디슨 녀석, 저 아이를 빼내줬다면 엄청 고마워했지.’
미국에 가면 박 나인과 결혼식을 올릴 거라며 에디슨은 무척이나 들떠 있었는데 그건 녀석 혼자만이 아니었다.
“쟤네는 타이타닉도 아니고.”
물론 영화 타이타닉처럼 위태롭게 정말로 선수 끝에 가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들끼리 한쪽 난간에 붙어서 꽁냥꽁냥하는 커플이 있었으니.
“아, 우리 말희는 멀미약 만드느라 고생하는데 저쪽은 속도 편하네요.”
“오, 그럼 가서 한 소리 제대로 해주지 그러냐?”
“아, 말이 그렇다는 거죠.”
에디슨이 막상 직접 가서 한 소리 하지는 못하는 대상이란 웨스팅하우스와 그의 조선 여자 연인이었다.
“쩝, 그래도 저쪽은 나름 양갓집 규수로 살다가 미국에 가는 것이니 이해해줘야죠.”
“녀석, 결혼할 사람 생기니 이제는 어른답게 구는데.”
태선의 말에 에디슨은 좀 쑥스러웠는지 머리를 긁적거리며 덧붙였다.
“게다가 저는 어차피 조선에 돌아와야 하는데 웨스 형이랑 형수는 미국에 계속 있잖아요. 미국에서 말희의 동향 사람이면서 의지할 사람이 한 사람뿐인데 배려해줘야죠.”
“그래서 밉보일 수가 없다? 역시 계산이 다 있었구나.”
그래도 계산기 돌리며 자신에게 가장 이득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성격은 같지만 조금 달라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 이런 것도 달라졌다면 조금 달라진 것이겠지. 단지 조선에서 미국에 가기 전과 후가 아니라······.’
전생과 이번 생의 역사에서. 에디슨이란 인물의 인간으로서 성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사실 이번 역사에서도 조금 그런 경향은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만나고 웨스팅하우스가 형제처럼 챙겨주고 이런저런 일을 함께 겪으며 꽤 달라졌다.
특히 조선에서 밑바닥부터 구르고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는 경험을 하면서 그러했다.
‘그렇지만 전생에 비해 그 무엇보다 달라진 건 역시······.’
“아, 저기 아빠다!”
“내가 먼저 갈 거야. 엄마, 내려주세요.”
“루이스, 클락. 엄마가 이야기했지? 갑판에 올라가는 건 허락해줘도 내려주는 건 안 된다고. 마리도 절대로 루이스 내려주지 말고 안고 있어요.”
“들으셨죠, 아가씨? 사모님이 엄명을 내리셔서 안 되겠네요.”
가족들이다.
“아유, 올케도 애들 키우느라 고생이 많아.”
거기에 누나 김태희도 같이 모여있고.
“그래도 이만큼 키우고 나면 진짜로 든든합니다, 하하!”
나이에 비해 건장한 두 아들을 양쪽에 거느리고 있는 매형 박말복도 같이 있었다.
‘이들에게 이런 걸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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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지나 배는 샌프란시스코에 다다랐다.
“오오, 여기가 미국인가.”
“다르군요. 한성도 나름대로 가로등도 설치하고 했는데······. 확실히 달라요.”
“그러게 말일세. 사진으로 보기는 했지만 직접 보니 더 훌륭하구먼.”
뉴욕만큼은 아니지만 정비된 거리와 반듯반듯하게 늘어선 건물에 조선 사람 모두 감탄사를 연신 토했다.
거기에 태선이 조선에 있던 사이 동서 횡단 철로와 도로도 완공되었다.
덕분에 물자 수송이나 문화 전파도 빨라서 이제 이곳 샌프란시스코에 자동차를 어렵잖게 볼 수 있었다.
“오, 왔구먼. 하하, 오랜만에 얼굴 보니 정말로 반가워.”
그리고 동서횡단도로를 완공한 윌리엄 파고와 헨리 웰스가 마중을 나와있었다.
“직접 만든 도로로 마중나오셨나보네요.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치볼드, 너도 고생했다.”
“아! 돌아오셨군요, 사장님! 그리고 실장님!”
같이 왔는지 전략실의 아치볼드도 있었는데 그 사이 수완은 더 좋아진 듯싶었다.
“먼 여정에 힘드셨을 텐데 최고급 호텔을 통째라 미리 예약해뒀습니다. 일행 분들이 다 같이 머무셔도 지장이 없을 거고요, 이동할 때도 철도를 전세로 빌려두었고 사절단이 온다고 하셔서 정부와 미리 연락해서······.”
다만 오랜만에 만나서 긴장해서 그런지 아치볼드는 자기 정신이 아닌 것처럼 말을 줄줄이 쏟아내고 있었다.
“이봐, 아치볼드. 좀 천천히 해라. 태선 사장님 방금 육지를 디디셨어.”
“아차! 죄송합니다.”
그나마 같이 나온 에릭 스미스가 지적해주자 그제야 아치볼드도 말을 멎었다.
“오랜만이네요, 에릭. 그동안 별일 없었고요?”
“음, 없다면 없지만 있다면 있기도 한데······. 편지에 누나랑 매형이 온다고 그랬었지? 애들과 같이 있는 저분들인가?”
다만 에릭과 인사 나누는데 뜻밖에 그가 누나와 매형에게 관심을 보였다.
순간 박말복과 에릭의 눈이 마주쳤다.
박말복은 태선이 보기에 조선에서, 아니 어쩌면 아시아에서 내로라하는 거구에 전투적인 피지컬의 소유자였다.
에릭 역시 타왕카와 더불어 태선이 미국에서 본 톱급의 피지컬을 가졌는데 그저 서로 쳐다보기만 했을 뿐인데 용호상박의 느낌마저 들었다.
‘설마 뭐 서로 경쟁 의식이라도 느끼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그게 실은······. 아, 아니다. 뉴욕 가서 네가 태형이랑 사라 만나서 직접 듣도록 해. 내가 언제까지 여동생 뒷바라지 해줄 필요는 없겠······.”
“뭔가 했는데 그거였어요? 태형이랑 사라가 결국 연인 사이로 발전한 모양이네요.”
태선의 말에 에릭은 그답지 않게 우뚝 굳었다.
“어, 설마 태형이가 편지 보내서 먼저 말했냐?”
“아뇨, 태형이 녀석 일언반구도 없었죠. 예전에 저랑 샬롯이 사귈 때 주변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고 하더니 그 느낌 뭔지 이제는 저도 알겠네요. 사라가 태형이 좋아하는 건 느낌이 딱 왔잖아요.”
“쩝, 그렇기는 했지. 아무튼 그렇게 됐다. 나이 차이가 좀 나기는 한데······. 걔네 결혼까지 생각한다더라. 난 모르겠다. 저 누나라는 분한테 잘 말해봐.”
말은 저렇게 해도 벌써부터 신경이 쓰이기는 하는지 에릭 스미스가 김태희와 박말복 쪽으로 먼저 슬쩍 고개 숙였다.
‘이거 누나랑 매형 데리고 태경이를 만나게 해주려 왔는데 어쩌면 결혼 소식까지 전해주게 될지도 모르겠네.’
하긴 나이 차이가 나기는 하더라도 태경이도 이제 성인이고 사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혼기가 차기는 했다.
‘결혼해서 애도 낳고 하면 태경이도 더 성숙할 테니 슬슬 회사에 부르면 전력으로 쓸 수 있으려나.’
더구나 녀석은 이제 명문 아카데미를 졸업한 인재 아닌가. 아마 아시아 최초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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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 온 김에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자신을 도와준 랠스턴도 찾아가서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놀랍구먼. 그때 그 청년이 이렇게 성공할 줄 알았겠는가.”
“사실 그때도 싹이 좀 보이기는 했잖아요.”
“하긴 그렇긴 하지.”
사실 본래 역사에서 윌리엄 랠스턴의 말로는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한때 잘 나갔으나 사업에 실패하고 결국 1875년 해변에서 시신이 발견되는데 자살로 추정된다던가.
“랠스턴, 만난 김에 말인데 캘리포니아로 사업을 확장해볼 생각이거든요. 제가 이제 미국과 아시아로 자주 오가야 하고 태평양에 해저 케이블도 놓고 할 생각인데 이쪽에서 가장 믿을만한 사람이 누구겠어요?”
“하하, 그야 당연히 나 외에 적임자가 없지!”
하지만 이번 역사에서는, 랠스턴에게 그런 미래는 없다.
‘내게 도움이 절실할 때 도와준 사람이니까 이 정도 보답을 해주는 건 당연하지.’
그가 사업에 실패한 끝에 자살하여 해변에서 비참하게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은 이 역사에 없을 터였다.
어떻게 보면 또 한 사람의 운명이 바뀌는 것.
“그럼 일단 미국에 가봐야 해서 상황이 좀 정리되면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루 묵고 태선은 사절단과 가족들을 데리고 아치볼드가 전세를 낸 기차를 탔다.
토마스 스콧이 새로 설립한 철도 회사가 운영하는 노선으로 이 이름을 듣자 태선은 아직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이 시대를 풍미한 또 한 사람의 전설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앤드루 카네기, 슬슬 철강산업도 자리 잡아가려나.’
펜실베이니아 철도회사에서 토마스 스콧 밑에서 일하던 카네기는 이후에도 그와 지속적으로 연락했다고 한다.
‘뭐 어차피 모건과 달리 나한테는 협잡질도 안 걸고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고, 아니 오히려 양질의 철을 공급 받으려면 협력적인 관계를 쌓는 편이 나으니 나중에 한번 만나봐야겠어.’
그렇게 서에서 동으로 몇 날 며칠에 걸쳐 미국을 횡단하여 동부에 다다랐다.
“그럼 바로 회사로 가는가? 태경이도 만나고······.”
동부에 도착하자마자 슬적 물어보는 에릭.
늘 상남자처럼 굴더니 여동생이 결혼을 하게 됐는데 그게 나이 차가 나서 그런지 평소와 달리 작아진다.
그만큼 여동생에게 애정이 있다는 것이겠지. 거기에 물어보지는 못했어도 가정사가 있는 모양이던데 이제 그가 아버지 노릇 해야 하니 그런 것인지.
“저는 조선에서 오신 사절단 분들과 함께 워싱턴에 먼저 가보려고요.”
“워싱턴······. 아, 그래. 자네 없는 사이에 그랜트 장군님, 아니지 이제는 대통령이시구먼. 아무튼 대통령이 됐으니 한 번 만나보기는 해야지.”
“예, 그러니 저 없는 사이 앞으로 사돈이 될지 모르는 분께 안내를 대신 부탁드릴게요.”
태선은 시선으로 슬쩍 김태희를 가리켰다.
에릭은 약간 부담되는 얼굴이면서도 이내 웃어보였다.
“하하, 그래.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동생에게 오빠 노릇 제대로 해준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미리 사돈에게 잘 이야기를 해둬야겠어.”
“참고로 너무 부담 갖지는 마세요. 우리 누나나 매형은 나이 가지고 그렇게 뭐라고 하는 성격은 아니니까. 샬롯과 나를 봐도 알겠지만 인종 가지고 뭐라는 성격도 아니고요.”
“흠, 그렇군. 참고가 됐어.”
에릭에게 말한 뒤 태선은 샬롯에게 가서 또 슬쩍 귀띔해줬다.
“샬롯, 우리 집에서 누나와 매형과 조카들이 묵을 거잖아요. 캘리포니아에서 말했듯 사라와 태경이가 사귀는 문제로 에릭을 지원 좀 부탁해요.”
“후훗, 그럼 사라가 동서가 되는 건가요?”
“아마 그럴지도요.”
맡겨만 달라는 듯 눈을 찡긋하는 샬롯의 반응, 그녀의 지원 사격까지 받는다면 아무런 문제 없을 것이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러둘 일이 있어서.”
샬롯 등에게 말을 전한 뒤 태선이 돌아온 곳에는 한복 차림 조선 사절단이 있었다.
그런데 외딴 곳에 떨어져 옹기종기 모인 아기새들처럼 모인 모습들.
하기야 동부 큰 도시를 직접 마주하는 건 또 느낌이 다르지 않겠나 싶긴 했다.
“아, 아닐세. 하하, 자네가 같이 와주는 것만 해도 고맙지.”
“그러게 말이야. 우리끼리만 왔더라도 얼마나 헤맬지 정신이 아찔하군.”
“에이, 그 정도는 아니죠. 국무부에서 나온 사람들도 있고 뭣보다 조선에서 온 대사분들이 누구였더라······.”
“그래, 복경과 문익일세.”
복경은 미국 대사를 맡은 민승호, 문익이란 그와 함께 온 박정양을 말함이었다.
“제 부하를 통해 전화로 알아보니 지금 워싱턴에서 사절단을 만나려 기다리고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뉴욕에서 워싱턴까지는 사절단을 각각 회사 차에 태워서 데리고 갔다.
먼저 미국 대사로 와서 2년 여를 보고 듣고 경험한 민승호, 박정양과 대화 나누며 사절단은 많은 걸 느낀 듯했다.
“환재, 그리고 원거! 이 미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다릅니다. 우리는 정말로 우물 안 개구리였어요. 배워야 합니다, 할 수 있는 건 다 본받아야 합니다.”
어지간히도 강렬한 인상을 받았는지 심지어 민승호는 강경한 주장을 펼쳤다.
단순히 주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도 미국에 와서 여러 공부를 했는지 역사에 대해 아예 강론을 펼치는데 특히 조지 워싱턴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은 모양이었다.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대해서는 들어봤지만······. 그 선거로 뽑는 제도를 만든 것이 조지 화성돈이라는 말입니까?”
“음, 그분이 혼자 만들었다 하면 이상하긴 한데 어쨌든 최초로 대통령으로 뽑힌 분입니다. 거기에 나중에는 스스로 대통령을 더 하지 않고 물러나서 제도의 기틀을 다졌다고 합니다.”
“호오, 그래요? 그럼 다음 대통령은······.”
“당연히 선거로 뽑았지요. 덕분에 저는 처음 듣고 어쩌면 이 나라야말로 옛날 삼봉이 말한 재상을 통한 정치를 하고 있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재상 정치는 영국이 더 가까운 것 같은데.’
옆에서 그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으며 태클 걸 구석이 보이기는 했지만 태선은 굳이 끼어들지는 않았다.
미국에 와서 정치 제도에 대해서 보여주고 설명을 들려주고 입헌군주제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려 했다.
그리고 나중에 흥선대원군을 하야시킨 뒤 이들이 구축한 세력으로 온건한 개혁부터 시작해서 차츰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려고 했거늘.
“놀랍군요. 어쩌면 미국이 그만큼 강해진 배경은 자원도 있겠지만 그런 제도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에는 영길리국의 식민지였다면서요? 하긴 아무리 땅이 있어도 그런 나라가 이렇게 성장하려면 훌륭한 이들의 좋은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그런 것 같기는 합니다.”
“삼권분립과 의회란 건······.”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이네.’
잠시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호텔 로비에 앉아있는 태선과 일행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드레이크 부관님이시군요.”
태선은 보자마자 알아보고는 인사했고 그게 기뻤는지 드레이크는 멋쩍게 웃었다.
“하하, 이제는 저도 장군님과 같이 전역해서 비서실장이 되었습니다.”
“오, 그래요? 많이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오히려 더 힘들어진···아,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아무튼 대통령님도 킴 사장님을 보시면 정말로 기뻐하실 겁니다. 늘 그 이야기만 달고 사셨거든요.”
이제 백악관으로 가볼 때가 온 듯했다.
드레이크 부관, 아니 이제는 비서실장이지. 아무튼 자신이 같이 있어서 그렇겠지만 최측근을 보낸 것을 보면 그랜트도 엄청 신경 써준 것이리라.
태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이야기 나눌 시간이야 많으니 다들 이제 미국 대통령님을 뵈러 가시죠.”
“그래, 일어나세나.”
“후우, 이제 미국 대통령님을 뵙는군.”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해서 박규수와 오경석을 비롯한 조선 사절단이 일어섰다.
드레이크 비서실장의 안내에 따라 그들과 함께 곧 백악관에 도착했다.
“아, 미리 하나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과 만나더라도 서로 손을 잡아서, 악수로 인사하거든요.”
물론 본래 역사 흐름에서도 보빙사는 절이 아니라 악수로 인사한다는 건 알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르겠군.”
“하하, 우담. 우리도 그 건 알고 있다네.”
‘예, 잘 알고 계시겠죠.’
그럼에도 보빙사가 대통령을 보자 절을 하고 심지어 그게 삽화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된 건 갑자기 대통령과 만나게 되어 당황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태선은 일찌감치 말해뒀을 뿐.
“다들 들어오시지요.”
그때 먼저 접견실로 들어간 드레이크가 문을 열고 옆으로 물러서며 말했다.
그 안으로 서있는 여러 정부 인사들.
그리고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도 있었다.
“오, 태선! 정말 자네로구만, 하하하! 보고 싶었다네!”
얼굴을 마주하자 율리시스 그랜트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정말로 반가웠는지 성큼성큼 걸어나와 태선과 포옹을 했다.
“대통령 각하?!”
그 모습을 보며 오히려 당황하여 서있는 건 비서실장이 된 드레이크뿐 아니라 조선 사절단들도 그러했다.
“예, 저도 보고 싶었습니다.”
태선도 그와 마주 포옹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전생의 역사 흐름과 확실히 달라졌네.’
조선에서 온 사절단이 미국 대통령을 보자마자 절을 올리는 일은 없었다.
대신 이 역사에서는 오히려 미국 그랜트 대통령이 조선 사절단과 같이 방문한, 미국인 사업가이자 조선 출신인 사내에게 포옹을 하는 일이 있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