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Killer Whale Baby RAW novel - Chapter (106)
흑막 범고래 아기님 (106)화(106/275)
제106화
사실 범고래 후계 경쟁에서 후계 후보들이 죽는 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들이 죽을 때마다 이런 성대한 장례를 치르는 건 아니다.
그랬다면 지금까지 아콰시아델은 얼마나 많은 장례를 치러야 했겠는가?
‘암살, 독살 같은 일은 흔해서 그저 가족끼리 지내고 만단 말이지. 아니면 그마저도 없거나.’
일례로 내가 막 초급 기관에 들어갈 때쯤에 죽었다면 나는 장례조차 없이 그냥 묻혔을 거란 소리다.
바이얀의 사례가 특별한 일이다.
놈의 죽음을 특별하게 만든 것이 바이얀의 가족들이고.
나는 이 순간 내가 만약 손을 들지 않았다면 다음에는 어떤 장면이 펼쳐졌을지 안다.
‘리리벨이 손을 들었겠지.’
그리고 바이얀의 명예로운 죽음을 들먹이며.
“소르테 아콰시아델과 행한 정의롭고 당당한 전투에서 승리한 건 저예요.”
앞선 회차에서도 리리벨은 비슷하게 등장했다고 했다.
상대가 바이얀이 아니라 소르테였을 뿐.
‘내가 네 속을 모르겠냐.’
여기서 자신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제 오빠의 무덤을 데뷔 무대로 만드는 아이였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웃음 지으며, 엄숙한 표정을 흉내 냈다.
“여기 이 죽은 놈이 자결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네. 바이얀 아콰시아델은 공공연히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만약 그게 알려진 것처럼 ‘명예로운’ 자결이 아니라면 이 장례는 의미가 없어질 테니까요.”
“증거는 있느냐?”
나는 지금쯤 나를 바라보고 있을 리리벨에게 조용히 말해 주고 싶었다.
리리벨, 가신들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네가 들어 봤으려나 모르겠는데.
선빵 필승이라고.
“네. 할머니, 제가 증거 하나 없이 손을 들었을 리 만무하니까요. 감히 가주님 앞에서 어찌 허위 사실을 읊겠어요?”
“여전히 뺀질뺀질 말은 잘하는구나. 그래서?”
할머니의 말처럼 5년 전 가문 회의와 비슷한 자리가 되었다.
그때 앉아 있던 이들은 여기 이 자리에도 앉아 있을 것이다.
호기심과 경계 어린 눈초리가 더욱 강해진 것이 느껴진다.
“바이얀 아콰시아델은 살해당했어요. 그 죽음은 결코 명예롭지 않았고.”
“…….”
“따라서 이런 고결한 장례가 열릴 이유는 사라졌습니다.”
“그 말의 무게는 알고 있는 것이냐?”
“증거를 말씀하셨지요.”
나는 지난 5년간 사람들이 나를 더는 재능이 없다, 아둔하다 말하도록 두었다.
힘을 연마했고, 용 공작님을 가르쳤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공백기만 가지지는 않았다.
문제.
이 아콰시아델 성에서 제일 많은 종류의 수인은 누구일까.
수중 동물 수인 전체 비율로 고려했을 때 고래, 범고래, 상어, 바다코끼리 등을 비롯한 수중 동물의 강자들은 소수다.
이 저택을 채우는 이들은 힘 약한 수인들이 다수.
그중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다름 아닌 청어 수인이었다.
‘일이 이렇게 풀릴 수가 있을까.’
내가 얼마 전 벨루가의 수장 일리아를 찾아갔을 때.
일리아는 5년 만에 대뜸 찾아갔음에도 당황하지 않고서 싱글 웃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저희 외에 다른 일곱 가문 중 하나에 대한 힌트 말이지요…….”
나는 그날 어떤 대답을 들었다.
“이 저택에서 가장 많은 눈과 귀를 가진 건 어느 가문이라 생각하십니까?”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니면 마침내 세 번의 회귀 끝에, 내게 신이 고단한 여정을 끝냈다고 행운을 잔뜩 내려주려는 것인지 몰라도.
일리아의 수수께끼가 가리키는 곳은 내가 익히 아는 데 같았다.
청어 수인 가문.
절대다수를 자랑하는 이들은 왕성한 번식력과 같은 종끼리 가지는 강한 유대감, 주인을 향한 충성심이 특징.
시종과 시녀, 하인과 하녀, 특히나 시녀나 고위직 하녀로 가장 많이 일하는 가문이기도 했다.
에이야, 비요, 데데.
“공녀님, 저희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통해요!”
“맞아요, 맞아요. 텔레파시란 거예요!”
“그럼 어떤 내용이든 소통 가능하다는 거야?”
“네! 서로 동의한다면요!”
자연에서도 떼를 지어 천적도 이겨 내는 물고기들답게, 이들의 특기는 ‘텔레파시’였다.
어디에나 있고, 마치 카페의 점원처럼 흔하지만 보이지 않는 NPC와 같은 역할로 인식되는 시종과 하녀들.
5년 전, 용의 도시에서 아콰시아델로 돌아온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것들을 모두 점검했다.
여기엔 당연히 아게노르나 아빠, 일리아 벨루가와 같이 내 곁에 있는 인재 파악도 포함되었다.
그때 주목하게 된 것이 바로 이 청어 자매들이었다.
‘지난 회차에서 기묘한 일이 하나 있었지.’
내가 물의 힘을 깨우치고 돌아와 홀로 세력을 쌓아 갈 때, 대부분 혼자서 움직였다.
그러던 중 방계 범고래에게 잘못 걸려 얻어맞고 있던 청어 수인을 구해 준 적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애의 비명이 머릿속에 들릴 때만 해도 이제…… 꼼짝없이 죽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때 구해 준 수인의 누나라던 하녀가 뒤늦게 달려와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흘려넘겼지만.
생각해 보면 비명 하나 지르지 못하고 얻어맞고 있던 남자의 소리를 어떻게 들었단 말인가.
게다가 ‘머릿속’에 들렸다고?
당시는 아콰시아델의 가주 위를 두고 거의 춘추 전국시대 뺨치게 혼란했던 시기라 청어 수인들의 수난도 그런 수난도 없던 때였고.
나 또한 바빠서 잊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곱씹을 여유가 생기자, 좋은 생각이 났던 것이다.
“그럼 청어 수인끼리면 쌍방이 동의했을 때 무조건 소통 가능하다는 거지? 그럼 소통할 땐 특정 인물만 찾아서 하는 것도 된다고?”
“네!”
“그럼 말이야…… 얘들아, 너흰 발이 얼마나 넓어?”
씨익, 웃는 내 모습에 에이야와 비요가 서로를 보는가 싶더니 가장 얌전한 데데를 가리켰다.
“데데가 인기 많아요!”
“맞아!”
“네, 네?! 아, 아니…….”
“데데, 혹시 말이야.”
백부 로데센의 세력은 힘없고 약한 수인들을 철저하게 무시한다.
특히나 시종이나 하녀 따위는 있어도 없어도 그만, 여차하면 제거해도 상관없는 존재로 여기니.
하지만 나는 늘 생각했다.
약육강식, 적자생존.
그래, 자연의 법칙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 세상이 약자 없이 존재할 수 있는가?
나는 상생을 원했다.
“……제 오빠가 청어 가문의 후계자예요.”
청어 가문은 가주도 후계자도 사실상 의미가 없는 아주 작은 세력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잠재력을 알아보았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들.
모두가 수신이 빵빵 터지는 휴대폰을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이 가문의 잠재력을.
그저 가진 힘이 보잘것없어서 버림받은 첩보의 귀재들을 말이다.
“안녕. 너희도 더는 위협 없이, 걱정 없이 살고 싶지 않아? 왜 너흰 열심히 주인을 모셨을 뿐인데 늘 폭력에 노출되어야 할까. 그런 의문 가져 본 적 없어? 없애 줄게.”
“…….”
“그런 세상, 내가 만들어 줄게.”
그렇게 나는 5년 전, 데데의 오빠라는 청어 가문 후계자를 만났다.
일리아가 말한 저택에 가장 많은 눈과 귀는 내게 이미 협조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무협지에서 정보 길드에 속하는 개방이 왜 거지들로만 이뤄진 단체인지 아냐?’
바로 거지는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나 있어도 자연스러운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이놈들아.
그리고 내가 5년 전부터 뿌려 온 씨앗은 지금, 여기서 발아할 것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바이얀 아콰시아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어요. 제가 아는 바이얀은 절대 자결을 생각할 만한 인물이 아니란 확신이 있었으니까요.”
이는 바이얀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비슷하게 여길 것이다.
그 새끼는 저가 괴롭힐 약자가 존재하는 한 자결할 인물이 아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심증이니, 저는 소식을 접한 즉시 바이얀이 살고 있던 건물로 향했어요.”
내 얘기를 얌전히 듣고 있던 아게노르가 깜짝 놀라서 나를 보았다.
눈을 깜빡이는 것이, ‘너 혹시, 그럼 그날 그냥 찾아간 게 아니었단 말이야?’ 하고 보는 시선이었다.
그럼 리리벨 협박만 하러 갔겠어?
“그리고 건물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이런 것을 발견했어요.”
나는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들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