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Killer Whale Baby RAW novel - Chapter (250)
흑막 범고래 아기님-250화(250/275)
제250화
‘웨일이 치료할 대상이 하나 늘었네.’
어째, 이 망할 도시를 없애 버려야 할 이유의 개수가 확정되기는커녕 더 늘어나기만 했다.
한차례 소란이 일었지만 곧 가라앉았다. 로레일은 카뮬라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나도 이곳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은 로레일과 동료들이 사용하는 본부로. 여기 있는 이들의 과반수가 연구소에 있던 실험 대상들이었다.
실험 가치가 없어서 ‘폐기’되거나 버려진 사람들.
몰래 도망친 사람들.
연구소에 팔려 갔지만 가까스로 빠져나온 사람들.
마지막으로 로레일과 동료들이 구출한 사람들.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내가 안내받은 방은 수중 동물 수인들만, 미성년자이거나 몸이 불편한 이들만 모여 있는 방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수중 동물 수인들은 좋아하는 환경이 좀 달라서 말이야.”
움직이거나 힘을 쓸 수 있는 수중 동물 수인은 모두 실험체 구출에 힘을 쓴다고 했다.
비단 수중 동물 수인의 이야기만은 아니었고, 모든 수인이 동일한 상황이었다.
“개판이네.”
모든 걸 듣고 난 내가 이렇게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누군가 손을 반쯤 들어 올렸다.
“미안하지만, 그거 개 수인에 대한 인격 모욕이야.”
“아, 정말 미안해. 사자 노린내 같은 판이라고 정정하지.”
“사과를 받아들이지.”
손을 든 남자는 흑갈색 머리를 가지고 피부가 까만 남자였다.
개, 그중에서도 도베르만 수인이었다.
나는 카뮬라와 인사를 나눈 뒤 로레일의 안내에 따라 중앙으로 온 참이었다.
참호처럼 차려진 지휘실엔 이곳의 간부라는 자들이 모여 있었는데.
더러 신체가 온전하지 못한 자들이 섞여 있었다.
수인의 능력은 인체뿐만이 아니라 특기에도 기인하니. 저들은 가공할 만한 ‘특기’가 있으리라.
나는 이들에 대한 소개가 끝났을 때 짤막하게 감상을 고했다.
“혁명군이로군.”
다들 입을 다물 뿐 부정하지 않았다.
단순히 연구소의 실험 대상들을 구출하는 정의의 사도 정도로 생각했더니.
이들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었다.
‘무엇보다, 로레일.’
영주, 아니. 총괄 소장의 동생이란 말에서 보통 지위는 아니겠다 싶었는데 대장이었다니.
그럼 대장이 아이를 직접 구출하러 달려온 셈 아니었나.
‘저를 제압한 우리가 나쁜 놈들이었으면 어쩌려고 이랬대?’
나는 팔짱을 꼈다.
“재차 물어서 미안한데, 정말…… 당신은 원숭이 수인들의 실험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긴 했다. 차별이나 우월주의에 길들여진 원숭이 수인이 평등이니, 인간의 존엄함이니 하는 걸 외치는 모습이 말이다.
“신기하게 보이는 건 압니다만, 진심입니다. 나와 나를 따르는 내 동료들은 부끄러움을 알아요.”
로레일은 솔직하게 시인하긴 했다. 자신과 동료들도 한때 연구소에 몸을 담았노라고.
이는 원숭이로 태어난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도 함께.
하기야 태어나면서부터 왜곡된 역사를 배운 아이가 그걸 진짜 역사로 믿는 것과 뭐가 다르겠냐만은.
여기까지 들었을 때 누군가 손을 들어 올렸다.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은 여성이었다. 토끼 수인이랬나?
“가만 듣다 보니 그쪽이야말로, 차별하는 발언 아니야? 모든 원숭이 수인이 그러리란 법은 없잖아.”
“아, 그 부분은 부디 이해해 주겠어? 아무래도 태어나 평생을 편견 속에서, 차별당하며 살아온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거든.”
육지 동물 수인들 사이에서도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 간의 차별이 있지만.
수중 동물 수인을 경시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다.
초식 동물 수인들에게도 특별한 ‘특기’들이 있기 때문에.
“여기 실험 대상 중에 수중 동물 수인만 과반수가 넘는다는 게 바로 증거 아니겠어?”
그 먼 곳에서 데려오기도 힘들었을 텐데 말이야.
‘혐오스러운 사자 새끼. 더 짜증 나는 건 이걸 알아차리지 못한 내 자신이지만.’
내가 빈정거리자 다들 발끈한 얼굴을 하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짝짝짝.
“이야, 멋진 한마디인걸.”
오직 이곳의 수중 동물 대표를 맡은 카뮬라만이 박수를 쳤다.
“아콰시아델에 이런 멋진 사람이 있단 걸 알았다면 그쪽으로 갈 걸 그랬어.”
나는 쓴웃음만 지었다.
한때 너는 아콰시아델에 와서 멋진 활약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으니까.
“보통 자기가 그 처지가 되지 않으면 모르는 일도 있는 법이지.”
“……확실히 옳은 말씀입니다, 카뮬라. 칼립소 님,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제 동료의 무지를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흘끗 토끼 수인을 보았고, 토끼 수인도 고개를 까딱였다.
사실 사과받을 일이라 생각하진 않았기에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지만.
“백날 천날 우리끼리 이해하고 말고 얘기해서 뭐하겠어. 결국 이 차별을 조장한 새끼들을 잡아 족쳐야지.”
나는 좌중을 돌아보았다.
내 손가락이 천장을 가리켰다.
“그게 당신들에게는 저 위 연구소 놈들일 테고. 안 그래?”
목표가 같은 마당에 입 아프게 다른 소릴 할 시간이 어딨겠나.
* * *
“연구소 중심에는 ‘테라’라는 핵심 에너지원이 있습니다.”
로레일 홀로 서서 설명을 하는 동안 나머지는 책상에 앉아 경청했다.
이번에 합류한 우리를 위한 설명이었고, 로레일의 동료들은 가끔 한마디씩 얹는 정도였다.
로레일의 동료는 반쯤은 원숭이 수인, 나머지 반은 다른 육지 동물 수인들이라고 한다.
“따로 발전소가 필요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에너지원으로, 전체 연구에 대한 핵심 동력원이나 다름없습니다.”
“질문 있는데, 그건 원래 있었던 거야?”
“네. 하지만 이 정도 에너지원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황태자가 무언가를 가져와 융합했는데, 이 정도 에너지원이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 ‘테라’가 연구소를 보호하는 기능에 대한 동력원도 맡고 있다는 겁니다.”
“왜, 침입하면 화살이라도 날아와?”
“비슷합니다. 불덩어리가 날아오니까요.”
나는 눈을 깜빡였다. 로레일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침입하기만 하면 무려 금색으로 빛나는 불이 날아오고, 이런 식으로 침입자는 불태워 죽인다고.
“저희는 몇 년간 연구 끝에 저걸 막으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음을 알았습니다.”
“…….”
“하나는 ‘테라’를 멈추거나 부수는 것. 혹은 탈취하면 좋겠지만 그건 어려울 테고요.”
“나머지 하나는?”
“날아오는 불덩어리와 같은 힘으로 상쇄하는 겁니다.”
금색을 띤 거대한 힘.
“하지만 이건 불가능합니다.”
“왜?”
어느 특기인진 몰라도 금빛을 발하는 힘은 사자 놈들의 ‘땅의 힘’.
그리고…….
“연구 끝에, 어렵사리 알아냈으니까요. 그게 ‘용의 힘’이라는 것을.”
로레일의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우리 일행이 자연스럽게 한 사람을 응시했다.
그랬다. 이 자리엔 로레일의 동료 외에도 우리 일행 모두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말인즉, 에키온도 있다는 소리인데.
내 뒤에서 호위 기사로 가장해 당당히 서 있었다는 거다.
“대체 어떻게 제 형이 용의 힘을 손에 넣고 사용하는 방안을 알아낸 건지 추측이 갑니다만. 저희는 저 힘을 막아 낼 방도가 없습니다. 용은 현존하는 최강의 수인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폭주하면 감당 안 되다 못해 세상을 멸망시키는 수인.
그 수인이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걸 로레일은 모르지만 말이다.
“‘테라’를 이용한 무기를 제외하면 실제로 연구소의 무력 인구는 많지 않습니다. 저희 원숭이들은 대체로 전투 인구가 아니거든요.”
로레일은 이 때문에 숫자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계획이 번번이 실패하고 정체된 상태라고 고백했다.
“이 도시에 맹수 수인이 많은 이유기도 하지요.”
“으음, 로레일?”
“예?”
로레일이 내 얼굴을 보더니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리둥절한 얼굴 같기도 했다.
“외람되지만 칼립소 님…… 표정이 왜 그러신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음. 아주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최소한 황성을 뚫을 때의 어려움 정도는 생각했는데 말이지.
“알고 보니 난이도가 너무 쉬워서 반응이 어려운 표정?”
“예? 어떤 표정인지 여쭤본 게 아니라, 아니.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가장 어려운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나는 팔짱을 낀 채 로레일을 보았다.
“당신들은 죽을 때까지 비밀을 지켜 주려나?”
씩 웃었다.
“설마 칼립소 님은 그 불을 어찌할 수 있단 말씀입니까? 범고래들에겐 특별한 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힘으로만 상쇄된다면서요? 그리고 나는 용이 아닌데.”
“…….”
똑똑한 사람답게 금방 눈치를 챈 것 같았다. 내 일행을 쭉 훑었으니까.
“……처음에도 모습을 숨기고 계셨지요.”
아, 그런데 내 뒤에 선 에키온을 한 번 안 보네. 나는 살짝 키득거리며 웃었다.
“작전은 언제 실행할까?”
나는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박수를 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