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Killer Whale Baby RAW novel - Chapter (34)
흑막 범고래 아기님 (34)화(34/275)
제34화
바이얀은 괜찮다는 듯 손을 툭툭 털어내면서 방계 아이들을 밀어냈다.
“아아. 괜찮아. 어디 새우가 문다고 이빨 자국이나 나겠어.”
“아이고 어느 새우한테 물리면 그렇게 빨개지냐? 나도 궁금하네.”
“…….”
바이얀이 웃는 그대로 굳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이도 잠시 다시 한번 뻗어져 나온 손을 그대로 피했다.
‘좀 더 빨라졌어.’
나는 속으로 가늠하기 바빴다.
아게노르까지는 어떻게 처리했다.
하지만 과연 지금의 몸으로 상태로 저놈 정도의 나이 대에도 내 능력이 통할까?
‘안 통하면 어쩔 거야. 통하게 해야지.’
게다가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뒤에서 ‘공뇨님’ 하는 소리와 함께 파들거리는 손이 나를 붙잡았다.
“아아? 그래. 좋아. 괜히 그 피에르 놈의 자식이 아니란 거지.”
나는 입술을 일그러트렸다.
“우리 아빠 함부로 부르지 마. 뉘 집 아빠가 개 이름이냐? 나도 로데센 개자식이라 불러 주랴?”
“허?”
로데센. 큰아버지의 이름이었다.
바이얀의 눈이 분노로 가늘어짐과 동시에 곧 휘어졌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바이얀이 다시 한번 손을 뻗었다.
나는 손쉽게 피했지만 곧 낭패 어린 얼굴을 했다.
이런, 내가 대상이 아니었다!
“아아악!”
“으, 으엉, 횽, 혀어엉!”
루가의 머리가 그대로 잡혀 바이얀에게 끌려갔다.
나는 황급히 주먹을 꾹 쥐고 있는 그대로 바이얀의 팔을 내려쳤다.
분명 파열되는 소리가 났음에도 바이얀은 놓지 않았다!
‘젠장, 썩어도 준치라 이거지!’
바이얀은 루가를 쥔 채로 잔악하게 웃었다.
“이야, 우리 작은 사촌 여동생께서는 이런 미물도 신경 쓰시나 봐? 범고래답지 못하게.”
“답지 못한 건 네 나잇값이겠지. 네가 잡은 게 몇 살 애인지는 알고나 말하는 거냐?”
루바가 엉엉 울며 내게 매달렸다.
나는 루바의 손을 잡아 주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도망갈 틈도 없이 에워쌌네. 작정하고 이러는 거야.’
루가가 머리를 잡혀 울다 말고 울음을 꾹꾹 참았다.
나를 보는 표정을 봐서는 나 때문에 억지로 참는 것 같았다.
“제가 횽이에여!”
……그러지 마, 울어. 어린애가 억지로 참는 얼굴은 딱히 보고 싶지 않아.
‘하, 라일라의 경고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질 줄 누가 알았겠어.’
설마하니 이따위로 막무가내일 줄이야.
아마 이는 들켜도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알려 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나 혼자였다면 문제없을 상황이었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이야, 처음 보는 사촌 여동생은 말이 빨라서 좋네. 아. 지능이 좋은 건 이럴 때 좋나?”
대뜸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이 시간을 노렸다.
내가 알기로 이건 절대, 바이얀 혼자서 떠올릴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이놈은 손속이 잔인하고 난폭한 대신 머리가 따라 주진 않는 놈이었다.
그런 주제에 저보다 약한 놈의 조언은 잘 듣지도 않았지.
‘분명 소르테와 합작이겠네.’
이놈들의 목표는 하나겠지.
더는 자신들의 라이벌이 늘지 않길 바라는 것.
그게 아주 어리고 작은 존재일지라도 싫은 거다.
이런 금붕어 똥 같은 자식들.
“아, 별건 아니고 가문 회의에 성가신 게 더는 없으면 좋겠거든. 따라 와. 거절은…… 이 조막만 한 것 머리가 터지는 꼴 보는 거고.”
내가 알기로 저놈은 이미 살인을 저지른 지 오래됐다.
그러니 이건 그냥 협박이 아니었다.
“알았으니까 놓기나 해.”
“공뇨밈……! 아뺘, 아뺘가 올 거.”
“뭐야. 이건 뭔데 떽떽거려?”
퍽! 바이얀은 망설임 없이 루가를 때렸다.
‘미친 새끼.’
나는 거울을 보지 못했지만 분명 내 눈에서 빛이 번득였을 거라 생각했다.
“더 때려 봐.”
“뭐?”
“더 때려 보라고.”
내 얼굴로 해사한 웃음이 스쳤다.
“넌, 인질을 잡고 있으면서 잊고 있는 것 같은데. 내 아빠가 피에르 아콰시아델이야.”
“허? 뭐? 아빠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계집애라고?”
“아니지. 그 재능을 제일 많이 이어받은 게 나라는 걸, 넌 똑똑히 기억하게 될 거야.”
나를 빤히 쳐다보던 바이얀이 아주 잠시지만 무표정해졌다.
‘지금이다!’
그 순간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루바의 어깨를 잡았다.
“루가! 루바! 소리, 소리칠 수 있어?!”
아주 빠르고 단호한 목소리였다.
루가든 루바든 어느 쪽이든 좋았다. 하지만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던 루가보다 루바가 반응이 빨랐다.
“할 수 할 쑤 이써요!”
“얼른!”
“뭐야, 저 하찮은 게 지금 뭘 하려고…….”
바이얀 저놈은 제 힘에 취해 아무것도 생각할 줄 모른다.
범고래는 분명 단일 개체로 견줄 상대가 없을 만큼 강하지만.
모든 힘에는 상성이란 게 있는 법이며.
모든 수중 동물은 자신에 맞게 ‘무기’를 가지고서 진화해 왔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악!!!!!
“뭐, 뭐야!”
“윽, 으으윽!”
그리고 벨루가들.
초음파로 소통하는 이 동물들의 초음파는 인간이 되며 특기가 되었다.
바로 초고주파!
무방비 상태로 접하게 되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눈앞의 범고래들, 바이얀마저 귀를 막는 틈을 타 누군가 루가를 가로챘다.
놀란 것도 잠시 익숙한 얼굴을 확인한 나는 얼른 끄덕였다.
“루바도 같이 데려가!”
나타난 이가 루바마저 데려가며 뒤로 물러났다.
범고래들이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새 놈들의 포위는 풀린 지 오래였다.
“이 하찮은 미물 따위가…….”
“그래, 그 미물 따위에게 당한 소감이 어때.”
바이얀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육체가 강건한 탓에 제일 먼저 데미지를 털어 버린 듯했다.
어설픈 공격에 당한 것이 분노를 불러온 듯 와그작 일그러진 바이얀의 표정에 화만이 가득 차올랐다.
“오냐, 다 살려 두지 않을 고통은 되겠네. 어쩌냐? 도망 못 가서.”
나는 피식 웃었다.
처음부터 도망갈 생각 따위는 없었다.
“네가 믿는 게 저기 아게노르인가 본데. 저놈은 나한테 안 돼.”
내 뒤로 루가루바를 데려간 이는 다름 아닌 아게노르였다.
어떻게 알고 온 것인지 몰라도 아주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더 빨랐다면 좋겠지만 상황은 언제나 좋을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아니, 누가 우리 오빠가 널 상대한대?”
나는 땅을 디디고 섰다.
“아게노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쌍둥이 지켜.”
“안 도와줘도 돼?”
“당연하지.”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빽 없이 내 몸뚱이 하나만으로 가주 자리에 올랐던 사람이야.
시간이 흐르고 회차가 바뀌고 내 몸도 다시 어려졌지만.
내 시간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덤벼.”
피가 끓는 느낌. 나도 역시나 범고래였던 거다.
내가 가볍게 뛰어오른 동시에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아게노르는 숨을 삼켰다.
‘으음, 저걸 전투라고 불러야…… 하겠지?’
그럴 것이다. 보통 직계 범고래들의 싸움은 우아하게 시작한다.
양측 모두 물의 힘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싸움은 결코 우아하지도, 고아하지도 않았다.
아게노르는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하기까지 했다. 흡사 피라냐의 싸움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그도 그럴 게 정말이지 칼립소는 나이가 무색하게도 전혀 봐주지 않았다.
‘분명 저놈들이 물의 힘을 사용하긴 하는데…….’
본디 물의 힘은 나이가 들며 점차 성숙해지고 강력해지는 힘이었다.
그렇기에 아직 어린 범고래들은 물줄기를 몇 개 만들어 내지 못했다.
‘저걸 족족 피하네. 와.’
그리고 칼립소는 그 물줄기의 궤적이 모두 보인다는 듯 가벼운 몸으로 손쉽게 피했다!
“때려! 때리란 말이야! 물의 힘은 어디다 뒀어, 새끼들아!”
“쓰, 쓰고 있습니다만……. 그게! 악!”
아게노르는 감탄하다 못해 얼이 빠졌다.
‘저걸 육체로 버텨?’
도대체 저 여동생님은 정체가 뭘까.
아게노르는 모르겠지만 이미 칼립소는 피에르라는 강력한 범고래의 물의 힘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흥, 애비보다 못한 것들이……!’
훈련 때마다 수없이 날아드는 물줄기를 동시에 상대해야 했고.
칼립소에게 있어 저 아기 범고래들의 물줄기는 간지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칼립소의 이런 생각과 훈련을 알 리 없는 아게노르는 눈으로 칼립소를 좇기 바빴다.
조그마한 손가락이 눈을 꿰뚫었고 서슴없이 목을 물어뜯었다.
얼마나 날렵하던지 조그마한 몸을 백분 이용해 이놈에게 달라붙고 저놈에게 달려들었다가 가장 취약한 머리를 후려쳤다.
육지 동물로 치자면 정말이지 개싸움 같았다.
아게노르는 숨을 꿀꺽 삼켰다.
‘정말이지, 각성도 못한 게 맞는데…….’
이 투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몸이 절로 찌릿찌릿해졌다. 아무래도 자신은 줄을 제대로 탄 게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