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Label RAW novel - Chapter (261)
블랙 라벨-260화(261/299)
블랙 라벨 260화
블랙 라벨 외전 12화
“자리 좀 비켜주실래요?”
재승의 물음에 비서가 고개를 푹 숙여 보이고는, 급한 걸음으로 곧장 대표실 바깥으로 나섰고.
딸깍-.
문이 닫힐 때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영국이, 곧장 선글라스를 벗어 내려놓으며 물음을 건넸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나야 뭐.”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이내 영국이 되물었다.
“우리가 서로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들어야 하는 사이는 아니지 않냐?”
재승이 어깨를 가볍게 들썩이고는 되물었다.
“바빠 보이던데?”
지난 몇 년 사이 영국은 미국에서 제법 대단한 성공을 이뤄냈다.
은퇴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동양인 신예 아티스트 정도였다면….
지금은 음원을 내는 족족 차트인을 시키는 흥행 보증수표였다.
“잘나가더라?”
심지어 최근에 낸 곡은 빌보드의 힙합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며 미국 음원 시장에서 제대로 국위 선양을 하는 중이었다.
– Crystal
영국이 가장 근래에 출시한 음원인 크리스탈은,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 중에서 최고의 성적인 빌보드 힙합 차트 1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나아가 빌보드 전체 순위를 뜻하는 핫 100차트에서도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며 이전보다 훨씬 큰 성공을 거둬들였다.
단연 영국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 시장 내에서 큰 성공을 차지한 여러 유명 힙합 아티스트들이 피처링에 참여했고.
특히 영국은 가사 중간마다 자신의 모국어인, 한국어를 자연스레 섞어 훨씬 더 신나고 유창한 음악을 곧잘 선보였다.
-I learned loyalty from a friend
-나는 친구 녀석으로부터 의리를 배웠지.
-ma Friend’s Crystal Wisdom.
-또, 돈을 벌고 쌓는 법을 배웠어.
영국이 가사에서 말했던 ‘의리’를 알려준 친구란 재승을 의미했다.
영국의 노래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도 무방했다.
어떤 노래든지 제 이야기가 두세 줄은 꼭 나오곤 했으니까.
그뿐이랴?
심지어 뮤직비디오는 물론이거니와 어느 방송에서든 월플라워의 의류로 온몸을 칭칭 감싸기 일쑤였다.
고마운 일이었다.
영국을 비롯한 빌보드 상위권 힙합 아티스트들은 유행을 선도해 나가는 이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엄청난 마케팅 효과였다.
영국이 공식석상이나 뮤직비디오 내에서 착용한 옷들은 꼭 순식간에 완판되어 버리기 일쑤였으니까.
– Done with the Dramas
– 여러 사건들은 끝났고.
– 돌아왔으니 scale so different
– I Drop a whole album soon.
– 곧 엄청난 앨범을 낼 거야.
– 걔가 돌아오면 더 신날 거야.
– 너희는 떨며 걔 눈치를 보겠지.
– 의리를 알려준 게 그 녀석이야.
특히나 인상적인 부분은 반복되는 구조로, 곡의 사이마다 들어가 있는 ‘훅’(Hook)이었다.
– I Know win method.
– 나는 승리하는 방법을 알아.
– Like a lee in Wallflower.
– 월플라워의 리와 같지.
– I learned loyalty from Lee
– 나는 리한테 의리를 배웠어.
훅 전체가 노골적으로 자신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던 까닭이었다.
심지어….
곡에 참여한 힙합 아티스트들이 ‘리’를 부르짖을 땐 소름이 돋았다.
“나는 이번 노래가 제일 좋더라.”
“듣고 있었어?”
“그럼 이번 곡은 크리스탈이잖아.”
재승이 재차 덧붙였다.
“특히 공연 영상 보니까 훅 부를 때 사람들이 따라 부르는데, 괜히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 거 있지?”
LDS 컨퍼런스 센터에서 진행됐던 영국과, 유명 힙합 아티스트들 간의 합동 콘서트 공연 영상이 유투브에 게시되어 있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관객이 영국과 유명 아티스트들이 부르는 훅을 따라, 소위 말하는 때창을 하는 모습을 볼 때의 희열이란….
“그럼, 이 정도는 해야지.”
영국이 덧붙였다.
“나는 널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
“갑자기?”
“내 돈과 명예는 전부 네 거야.”
말을 마친 영국이 돌연 휴대폰을 꺼내 들어서는, 아이폰에 저장되어 있는 ‘엠버서더’라는 곡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한 번 들어볼래?”
흥얼거리듯 부른 가이드 랩만 살짝 가미되어 있는, 샘플 비트에 불과한 양 보였으나….
“좋네.”
듣기에 좋았다.
“이번에 낼 디스 곡이야.”
“디스 곡?”
“친구이자 ‘엠버서더’로서.”
무슨 뜻이지?
“평론가들한테 한 방 먹여주려고.”
“그 사람들을 디스하겠다고?”
“그럼,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그 말에 재승이 되물었다.
“만약 내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네 이미지에도 타격이 있지 않을까 염려되는데….”
영국이 되물었다.
“어차피 이길 거잖아?”
그러고는 지그시 바라보며 넌지시 덧붙였다.
“아마 주중에 발매할 거야.”
“그렇게 빨리?”
“미국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 말에 재승이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을 한 채로, 시종일관 덤덤하게 굴고 있는 영국을 빤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많이 변했구나.’
전과 다르게 어수룩한 느낌이 아예 사라졌다.
말투도, 태도도, 어투조차 자신감에 차 있었다.
소위 말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이룬 채였다.
“기대할게.”
고개를 끄덕인 영국이 덧붙였다.
“그리고 계약서를 보냈더라?”
“아, 답장을 안 줬다면서?”
“우리가 계약서를 뭐하러 써?”
영국이 틈을 두고는 말을 이었다.
“나는 네가 원하지 않게 될 날까지 아무런 보상도 없이 엠버서더로서 활동할 거야.”
“그래도….”
“가볍게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냐. 어떻게든 은혜를 갚는 방법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고.”
그저 힘들 때 ‘꿈’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원조를 잠깐이나마 해준 게 전부였다.
나머지 것들은 전부 하나같이 자력으로 일궈냈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였다.
재능을 보였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에 매진했고, 실력을 인정받아서 수면 위로 나왔다.
자신의 별거 아닌 호의에 이토록 고마움을 느껴준단 사실이 도리어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거.”
영국이 차키 하나를 내밀었다.
R 로고가 박힌….
롤스로이스 차량의 키였다.
“이게 뭐야?”
“선물.”
“선물이라고?”
한화로 자그마치 5억 원 이상을 호가하는 초호화 세단 차량이었다.
일례로….
운전석에 들어 있는 우산만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던가?
“롤스로이스 던 차량이야.”
“그게 뭔데?”
“뚜껑 열리는 롤스로이스.”
말을 마친 영국이 바깥을 향해서 턱짓을 한 번 해보이고는 말했다.
“구경이나 한 번 해보지 그래?”
이내 재승이 차키를 바라보며 낮게 중얼거렸고.
“영국아, 갑자기 이런 선물을….”
영국이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네 덕분에 이제 ‘억’이란 숫자가 작아 보여.”
그 말에 재승이 키를 받아 들었다.
이제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녀석이 그토록 성공한 덕분이었다.
“그래,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
* * *
모처럼의 만남이었으나 그리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는 없었다.
둘 모두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인 까닭이었다.
함께 저녁을 먹으며 와인을 몇 잔 곁들인 이후에 헤어졌고.
딸깍-.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 무렵.
한창 일에 집중하던 재승이….
라디오 주파수를 잘 맞췄다.
영국이 출연하는 라디오였다.
– 오늘의 패널은 빌보트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유명 힙합 아티스트 JESY.CUS입니다.
진행자가 영국을 소개했고….
– 예, 반갑습니다.
영국은 힙합 아티스트 특유의 거드름을 피우는 것 같은 투로 진행자와 이런저런 가벼운 담소를 나눴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차례 “큼, 흠.” 하고 헛기침을 한 진행자가 조심스러운 투로 영국에게 민감한 질문을 건넸다.
– 월플라워의 리(Lee)와 친분이 두텁기로 유명한데요.
– 예, 만약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심장도 줄 겁니다.
– 그런 리가 현재 이런저런 구설수에 휘말려 있죠?
– 한 달만 지나면 전부 입을 다물게 될 겁니다.
영국의 발언은 거침없었다.
– 늘 그랬던 것처럼 박수를 치고 찬사를 보내고, 전 세계가 리(Lee)의 옷을 입지 못해 안달이 나게 될 겁니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 리는 이번에도 보여줄 겁니다.
– 확신하시는군요?
– 예, 목숨도 걸 수 있습니다.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 얼마 전에 걔가 만들고 있는 옷을 봤거든요. 여턔껏 그랬던 것처럼 승리할 겁니다.
진행자가 헛웃음을 흘렸고.
– 리에 대한 칼럼을 써내린 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들을 위한 디스 곡을 준비하셨다고요?
그 말에 영국이 기다렸다는 양 불쑥 답했다.
– 네,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고, 방송이 끝날 무렵에는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내 진행자가 말했다.
– 그럼 들어볼까요?
다음 순간, 비트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 I gave you a Rolls Royce.
– 롤스로이스를 선물했어.
– suits him well, V12 flexin.
– 녀석에게 어울려, V12를 뽐내.
– I have to pay more
– 나는 더 많이 지불해야 해.
– Lee bought my dream
– 리는 내 꿈을 사줬어.
– Hyenas are noisy
– 하이에나가 시끄럽더군.
– he always wins
– 걔는 항상 승리해.
– Nike is in front of Lee
– 니케가 리의 앞에 있어.
– go to work with her.
– 그녀와 함께 출근을 하지.
V12란 롤스로이스의 엔진을 뜻하는 단어였고….
니케란 보닛에 달린 승리의 여신을 의미했다.
제법 멋들어지는 가사에 웃음짓던 찰나였다.
– He still shines, I saw it myself.
– 그 녀석은 여전히 빛나고 있는 걸 봤어.
– No matter how much you pray, Lee will keep his place.
– 너희가 아무리 기도해 봐야 리는 그의 자리를 지켜낼 거야.
– Look, rolls royce. lee. wins
– 봐, 롤스로이스를, 리를, 승리를.
– Look, rolls royce. lee. wins
– 봐, 롤스로이스를, 리를, 승리를.
– Look, rolls royce. lee. wins
– 봐, 롤스로이스를, 리를, 승리를.
반복적인 후렴이 재생되자 재승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 The moment you hostile him, you turn me into an enemy.
– 걔를 적대하는 순간 나를 적으로 돌리는 거야.
– I’m a gladiator fighting for him
– 난 검투사처럼 녀석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지.
– I’m his ambassador until he wants it.
– 나는 걔가 원할 때까지 녀석의 엠버서더야.
의리가 드러나는 구절이 나오더니 다시금 중독성 있는 훅이 이어졌다.
– Look, rolls royce. lee. wins
– 봐, 롤스로이스를, 리를, 승리를.
– Look, rolls royce. lee. wins
– 봐, 롤스로이스를, 리를, 승리를.
– Look, rolls royce. lee. wins
– 봐, 롤스로이스를, 리를, 승리를.
– Look, rolls royce. lee. wins
– 봐, 롤스로이스를, 리를, 승리를.
이내 재승이 중얼거렸다.
“뭐야….”
일단 한없이 듬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래가 좋았다.
“지금까지 낸 노래 중에 제일 듣기 좋은 노래 같은데.”
명백한 진심이었다.
라디오가 끝난 뒤.
곧바로 음원이 발매됐고.
다음 날.
영국의 곡 ‘Look, rorlls roycem lee, wins’는 빌보드 힙합 차트 인 100에 성공한 것으로 모자라, 고작 하루 만에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엄청난 나비효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