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Label RAW novel - Chapter (262)
블랙 라벨-261화(262/299)
블랙 라벨 261화
블랙 라벨 외전 13화
평론가들에게 일침을 가하기 위해 제작한 음원, 『Look, rolls royce, Lee, win』이 빌보드 힙합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뒤.
[ 와, 두 사람이 아주 오래전부터 친했다는 사실이야 알고 있었는데 지원사격 정말 제대로네. ]└> [ 그러게 이러다가 평론가들 예상대로 리가 형편없는 라인업을 선보이면 어쩌려고-. ]
└> [ 인터뷰 내용 쭉 살펴보니까 월플라워의 이번 시즌 옷들을 얼추 살펴봤다던데? ]
└> [ 그럼 설마 진짜 롤스로이스를 사준 건가? 그거 몇만 달러짜리 차량이잖아! ]
└> [ 내가 예전에 어디선가 봤던 바에 따르면, 리(Lee)가 엄청나게 도와줬다고 들었어. ]
└> [ 무명 시절에 초고가의 작업 장비들은 물론이고, 작업실, 심지어 생활비까지 지원해 줬다던데? ]
└> [ 와, 그럼 친구들끼리 각자의 분야에서 저렇게 성공한 거야? 정말 엄청난 스토리텔링이네-. ]
└> [ 그 정도 지원을 받았으니까 롤스로이스도 선뜻 사줬겠지. 정말 뭐든지 사줄 수 있을 듯. ]
└> [ 실제로 그가 쓴 곡의 가사를 보면 어느 곡이든 리에 대한 구절이 하나씩 들어가잖아? ]
└> [ 어쨌든 친구 편 들어주려고 낸 노래를 빌보드 힙합 차트 1위로 올려 버리다니-. ]
└> [ 맞아, 심지어 노래는 정말로 끝내주던데? 중독성이 엄청나잖아? 룩, 롤스로이스, 리, 윈, ]
스륵-.
스륵-.
스륵-.
휴대폰 화면을 연신 쓸어내려가며 웹상의 반응을 살펴보던 재승이 씩 웃음을 지어 보이기에 이르렀다.
“대단하네.”
영국 역시 이제 미국 메인스트림 음원 시장에서 엄청난 입지를 쌓아 올린 아티스트란 사실은 이미 진즉 실감했다지만.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한 디스곡을 빌보드 힙합 차트 1위에 올려 버릴 줄은 몰랐는데….”
영국이 만들어 낸 ‘파급효과’는 자신이 상상했던 것 훨씬 이상인 양 보일 따름이었다.
이렇게까지 도움을 받은 이상, 정말 어떻게든 혁신적인 신제품 라인업과 쇼를 선보이고 싶었다.
“보답을 해야지.”
물론 이번 시즌의 성공만으로 이번 호의에 대해 보답할 수는 없을 터.
딸깍-.
재승이 제 자산을 관리해 주는 전담 세무사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고.
“접니다.”
곧장 용건을 말했다.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받아볼 수 있는 ‘스포츠카’를 한 대 구매하고 싶은데요.”
이내 세무사가 의아하다는 양 재차 되물었다.
– 리(Lee), 원래 차량에는 흥미가 없지 않으셨나요?
“네, 얼마 전에 받은 선물에 대해 보답하고 싶어서요.”
전담 세무사는 그제야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는 양, “아아” 하고 짧게 중얼거렸고-.
– 정말 잘 생각하셨습니다. 리는 지출이 너무 부족해요. 수입보다는 지출을 더 신경 쓰셔야만 할 거란 말씀을 누누이 드리고 있잖습니까?
“예, 그랬죠.”
– 매월 고정적으로 제법 큰 폭의 지출을 만들려면 람보르기니사에서 출시한 아벤타도르 한정판 모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유려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 아벤타도르 슈퍼 벨로체 조타 모델이라면, 선물 받으시는 분께도 제법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금 처리에 몹시 용이한 차종이란 설명을 유려하게 덧붙였던 세무사가 연달아 차량의 재원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으나.
‘어렵네.’
차에 큰 관심이 없는 재승으로서는 그저 외계어처럼 들릴 따름이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저 고가의 차량을 선물 받았으니 자신 역시 고가의 차량으로 보답할 요량이었다.
* * *
영국의 곡이 빌보드 힙합 차트를 점령한 지 벌써 며칠가량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사이.
재승은 이번 시즌을 위한 이런저런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였다.
의류 라인을 다시 한 번 점검했고 이번에 새롭게 출시될 핸드백 라인 제작에 몰두했다.
아뜰리에의 마이스터들을 거들고자 재봉틀 앞에서 하루의 반절 이상을 보냈으니까.
덕분에 이번 시즌에 출시할 여러 프리머엄 핸드백의 제작 역시 거의 마무리 단계였고.
“월플라워의 오너 디자이너인 리(Lee)입니다.”
오늘은 이번 파리 패션 위크 무대를 방문했다.
파리 패션 위크는 4대 패션 위크 중 마지막이다.
뉴욕, 런던, 밀라노의 패션 위크가 모두 끝난 뒤.
그제야 시작되는 형식이라고 볼 수 있었으니까.
“이쪽으로 오시죠.”
월플라워가 이번 패션 위크 무대로 고른 장소는, 파리 시내 변두리쯤에 위치한 허름한 폐공장 건물이었다.
“공간은 널찍하군요.”
확실히 넓었다.
다만….
그게 전부였다.
“어떤 무대를 기획 중이십니까?”
지금까지 리(Lee)가 준비했던 쇼의 무대들은 모두, 연출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후한 평가를 받곤 했었다.
이를 테면.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플래시몹 연출을 통해, 혹은 디옴의 생가에서 석양을 이용한 연출 등이 그랬다.
파격적인 쇼를 선보여야 한다.
재승은 곧장 널찍한 폐공장 건물 내부를 둘러봤다.
이건 큰 도화지다.
그림을 그려내기 위한 바탕을 손에 쥐었으니 구상을 해야 한다.
뭘 그려야 할까?
어지간히 파격적인 쇼를 선보이지 못한다면, 미적지근한 반응을 얻을 게 분명했다.
남들만큼만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보여준 게 있으므로 남들보다 족히 몇 배는 더 뛰어난 쇼를 보여주어야 한다.
“경쟁자가 없군.”
불현듯 든 생각이었다.
이제는 경쟁자가 없다.
남아 있는 경쟁자라곤….
“과거의 나를 이겨야 하네.”
은퇴 이전의 자신이 세간에 보여준 퍼포먼스와 기량을 뛰어넘는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으니까.
“그려볼까.”
이내 재승이 챙겨 온 노트와 펜을 꺼내 들고는, 곧장 그 위로 무언가를 기록해 내기 시작했다.
시발점은 백지다.
자신이 만들어 낸 기적이라고 칭할 만한 것들은 죄다 백지 위에서 시작되지 않았던가?
점, 선, 면.
상상 속에서 널찍한 폐공장의 한편으로 런웨이 무대를 설치했다.
이번 시즌의 컨셉은 ‘대자연 속에 녹아 있는 아름다움’이 아니던가?
여러 소재를 접목시킬 방법을 거듭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좋아.”
재승의 손이 더욱 빨라졌다.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서걱, 서걱-.
구상하고, 또 구상할 뿐이었다.
* * *
월플라워 브랜드 하우스 아뜰리에 내에 믿을 수 없는 소문이 떠도는 중이었다.
“내가 봤다니까?”
다름 아니라 브랜드의 오너 디자이너랄 수 있는, 리에 대한 소문이랄 수 있었는데.
“재봉 실력이 수준급이라니까?”
이 같은 상황은 재승이 은퇴하기 이전 마이스터로 지내던 이들이 대부분 일선에서 물러나고, 여러 지점으로 분포되며.
리의 재봉 실력에 대한 소문만 남아 있던 까닭이었다.
“오너 디자이너의 재봉이 제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한평생 실밥만 먹었던 우리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겠지.”
백발이 성성한 마이스터가 꺼내 든 말에 다른 이가 고개를 내저어가며 답했다.
“것 참, 꼭 신들린 사람처럼 재봉을 한다니까 그러네? 내가 봤을 땐 최소 수십 년 이상 경력의 마이스터 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니까?”
재승의 재봉 실력에 대해 열변을 토하다시피 하고 있는 인물은, 며칠 전쯤 야근을 하던 도중 재승의 재봉 과정을 실제로 목격했던 이였다.
“테이블 위에 가죽쪼가리 몇 개만 있었던 게, 불과 몇 시간 만에 틀을 다 갖췄다니까?”
“한평생 실밥만 먹은 나도 틀을 잡는 데는 몇 날 며칠이란 시간이 걸리는데, 그걸 믿으라고?”
그때였다.
끼이이익-.
아뜰리에의 문이 열리며 재승이 들어섰고.
“안녕하십니까?”
장내가 숙연해졌다.
“저도 작업을 하러 온 것뿐이므로, 신경 쓰지 마시고. 다들 하시던 일들 마저 하시겠습니까?”
말을 마친 재승이 곧장 아뜰리에의 빈 자리 하나를 꿰차고는, 재봉틀의 작동 여부를 시험해 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곧장 자신이 제작하고 있던 제품의 틀과, 부자재 따위를 집어 들어 슬쩍 가져 왔고.
“자, 잘보라고.”
앞서 재승의 재봉 실력에 대해서 열변을 토했던 마이스터가 모두에게 선언하고는 아랫입술을 한 번 슬쩍 핥아냈다.
“왜 그러십니까?”
그때, 모두의 시선을 의식한 재승이 마이스터들을 쭉 둘러보며 되묻자 한 마이스터가 답했다.
“아니, 이 친구가 오너 디자이너님의 재봉 실력이 그렇게 일품이라고 칭찬을 해서 말입니다.”
“아….”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잠시나마 지켜봐도 되겠습니까? 겸사겸사 잠깐이나마 쉴 겸 해서요.”
이내 재승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답했다.
“그럼요, 얼마든지요.”
그러고는 재봉틀의 페달 위에 발을 슬쩍 올려두었다.
“물론 마이스터분들에 비하면 부끄러운 실력인지라, 지켜봐 주실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말을 마친 재승이 곧장 재봉을 시작했고….
드드드드드드득!
모두가 숨 죽인 채 그 과정을 쭉 지켜보기 시작했다.
회귀 이전의 삶을 영위하던 때에는 평생을 재봉틀 앞에서 보냈다.
드드드드드드득!
정품보다 더 정품처럼 보일 만한 이미테이션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노력했다.
뭐든지 허투루 하는 법은 없었기에 음지의 정점이라 평가받곤 했다.
“실력이 아깝네….”
실제로 그 과정에서 정품 핸드백의 아쉬운 부분을, 자신이 직접 개량한 기법을 통해 보완했던 사례도 적지 않았으며.
투두두두두두두!
단순히 기계뿐만 아니라 섬세하기 그지없는 수작업을 통해 누가 봐도 구별이 불가능한 제품을 만들어내기 일쑤였다.
탁-.
재봉틀 페달에서 발을 뗀 재승이 바늘과 실을 집어 들었고….
기계로 가봉할 수 없는 변두리를 작업하기 시작했다.
강자들이 서 있는 자세만 보더라도 서로의 역량을 가늠하듯.
오래도록 실밥은 먹은 이들은 손을 쥔 자세만 봐도 안다.
“완벽하군….”
재승의 자세는 완벽했으며….
“정말 놀라워….”
바느질을 이어나가는 솜씨나 속도 역시 어느 마이스터들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능수능란해 보였다.
사실….
아뜰리에 내에서 재승에 대한 평판은 그리 좋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속적으로 무리한 데드라인을 던져주고서, 무리한 작업을 강행시켜온 까닭이었다.
“불가능한 일정을 던져준다고만 생각했건만….”
저 속도로 진행한다면 도리어 시간이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마이스터들 중 태반은 노화로 인해 피지컬이 많이 감소되었다고 볼 수 있는 채였다.
눈은 침침해졌고, 손은 젊었던 때에 비해 눈에 띌 만큼이나 느릿해졌던 까닭이다.
다만 그들에게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경험량과 노련함이 존재했고….
재승은 모든 걸 갖추고 있었다.
경험에서 비롯된 노련함은 물론이거니와, 거침없는 작업 속도를 비롯한 피지컬까지.
모두 이미테이션을 만들어 팔던 전생에서의 경험으로 인한 수혜랄 수 있었다.
“후.”
꼬박 한 시간 동안 자세 한 번 고쳐 앉지 않고 재봉에 몰두하던 재승이 길게 숨을 내쉬었고….
“일합시다….”
마이스터들 역시 하나둘씩 자리로 되돌아갔다.
홀린 듯 구경하느라 많은 시간을 탕진해 버린 채였다.
사실 근래 그들의 의욕을 바닥을 치는 중이었다.
무리한 업무가 계속해서 끼얹어지던 까닭.
다만….
재승의 재봉 실력을 지켜보고 나니 열의가 생겨났다.
“데드라인을 맞추려면 일해야지.”
“그럼….”
“이대로라면 완성할 수 있겠어.”
재승이 손을 보태준다면 데드라인 내에 모든 임무를 완수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투두두두두-!
공방 안으로 재봉틀 소리가 늦게까지 울려댔다.
그렇게….
파리 패션 위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