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Label RAW novel - Chapter (270)
블랙 라벨-269화(270/299)
블랙 라벨 269화
블랙 라벨 외전 21화
그로부터 며칠이란 시간이 흘렀다.
“회장님.”
한창 월플라워의 초창기 프리미엄 핸드백인, ‘포 더 맘 에디션’을 수소문 중에 있던 데이토나 회장의 집무실 문이 활짝 열리기에 이르렀고….
“당시 포 더 맘 에디션을 구매한 건 물론이고 현재까지 소장 중이라는 인물을 찾았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네, 당시 월플라워가 입점해 있던 한국의 온라인 멀티 샵의 ‘직원’이 구매했더군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데이토나 사장이 낮게 중얼거렸다.
“제대로 된 투자를 했군.”
아마 당시 가방을 구매한 덕분에 월급쟁이로 살아서는 죽을 때까지 만져보지 못한 큰 돈을 손에 넣을 게 분명했다.
만약….
판매 의사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말 얼마를 불러서라도 꼭 손에 넣고야 말겠노라는 다짐을 굳게 하고 있었으니까.
“아니지….”
그가 재차 중얼댔다.
“그렇다면 예상보다 싼 값에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러고는 덧붙였다.
“당장 접촉해 보게.”
“가용 예산은….”
“가용 예산이라.”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잘만 구워 삶는다면….”
그가 짧게 말을 이었다.
“싼 값에 손에 넣을 수 있겠어.”
“그럼…?”
“내가 직접 나서는 게 좋겠네”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몇만 달러에서 시작한다면 해봐야 몇십만 달러 정도에서 무사히 협상을 타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만-.”
여비서가 답했다.
“예, 그럼 우선 접촉해 보겠습니다.”
이내 그가 되물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수소문했나?”
다시금 정적이 흘렀고….
“포브스지에 매주 주간 칼럼을 기재하고 있는 칼럼니스트 하나를 섭외했습니다.”
“그랬군.”
“그 밖의 여러 매거진을 통해서도 수소문했고, 당시 판매가 이뤄졌던 플랫폼과 접촉해 봤습니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또 소정의 사례를 지불하는 대가로 아예 구매자의 연락처와 간략한 정보까지 입수할 수 있었고요.”
데이토나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겠네.”
그러고는 재차 덧붙였다.
“느낌이 좋군.”
왠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싼 값에 포 더 맘 에디션을 손에 넣을 수 있으리란 예감이 들 따름이었다.
* * *
그로부터 불과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미(美) 유명 매거진인 포브스지에 칼럼 하나가 수록됐다.
파리 패션위크 무대를 통해 세상에 공개된 초유의 상품.
월플라워 ‘데빌 백’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다룬 기사였다.
명망 높은 칼럼니스트의 칼럼이라 몇 쪽에 걸쳐 다뤄졌고.
– 지난 파리 패션위크 기간 중에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비싼 가격을 자랑하는 핸드백이 탄생했다.
– 프리미엄 브랜드 ‘월플라워’가 야심차게 준비한 하이엔드 핸드백 라인의 제품으로써….
– 제품의 메인 텍스처는 최고급 앱송 가죽이며, 모든 부자재는 금과 다이아로 대체되었다.
– 본래는 전담 아뜰리에가 모든 공정을 수제작으로 제작하며 이후의 모든 사후 관리를 책임지는….
– ‘새들 스티치’와 ‘퍼즐 매칭’은 물론이고 ‘가장자리 광내기’, 또한 ‘염색’과 ‘윤택’을 비롯해….
– 공정 하나 하나에 장인이 공을 들이며, 자그마치 30,000번이 넘는 손바느질을 요하는….
칼럼의 초반부는 ‘데빌 백’에 대한 설명이 구구절절하게 적혀 있었다.
– 특히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최초의 데빌백은 브랜드의 오너 디자이너인 리(Lee)가 열거한 모든 공정을 거쳤으며….
– 그 말인 즉 제품의 사후 관리를 책임지는 마이스터 역시 리(Lee)란 뜻이나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사실 덕분에 프리미엄이 붙어….
– 당시 경매에 참관했던 기억을 떠올려 서술하자면 열기가 한없이 과열되어 있었으며 경매가가 연거푸 솟구치기를 반복해….
– 결국 1호 데빌백을 낙찰받았던 이는 LVMH 그룹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패션계의 대부호 아르도 회장이었으며….
– 결국 데빌백은 자그마치 천육백십만 달러라는 거액에 낙찰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핸드백이라는 타이틀을….
이내 사무실 컴퓨터로 칼럼을 쭉 훑어보고 있던 30대 남성이 감탄을 흘려가며 손에 쥔 마우스에서 손을 떼어냈다.
“이야….”
다름 아니라 한국 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온라인 편집샵인 ‘쿠바쿠바 스토어’에서 근무 중인 김민혁이었다.
“그때 그 꼬마들이 그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또한 그는 명동 번화가 에이랜드 앞 삼거리에서, 고교 시절의 재승과 영국을 우연히 발견해 ‘스냅 샷’을 촬영했던 바 있는 이였다.
게시물 작성을 위해 일반인 모델인 영국의 신상 정보와, 착용 의류들의 브랜드를 꼬치꼬치 캐묻던 와중에 자체제작 의류란 점을 알았고….
사실상 장래가 기대되는 고등학생 디자이너였던 재승과, 제법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던 쿠바쿠바 스토어 사이에 다리를 놔준 격이 됐다.
그로부터 수년이 흐른 지금.
당시 스냅 샷의 모델을 도맡았던 영국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해 곡을 내는 족족 빌보드 힙합 차트에 올리게 됐고….
재승은 당시 스트릿 의류 위주로 키워 나가던 월플라워란 1인 기업을 한 손에 꼽히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냈다.
덕분에 당시 김민혁이 촬영했던 바 있는 스냅 샷 게시물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명한 성지 순례 장소로 선정되었고….
[ 대박, 그럼 이재승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손영국이 입은 거네…. ] [ 리포터분은 두 사람 다 이렇게 국위 선양할 줄 알았을까…. ] [ 나는 이 스냅 샷 촬영한 리포터분이 레전드 아닌가 싶은데. ] [ 그러게, 스냅 샷 촬영을 계기로 쿠바쿠바 스토어 입점했다던데. ] [ 스냅 샷 촬영한 리포터분 아마 지금 엄청나게 승진하셨을 듯. ]제 스냅샷 게시물 아래로 달려 있는 댓글을 떠올린 그가 입맛을 다셨다.
일단….
자신 역시 두 사람이 이렇게까지 대단한 일을 해낼 줄은 몰랐을 터.
“것 참….”
여러 네티즌이 장난삼아 추측했던 내용대로, 해당 스냅 샷 하나 덕에 수차례나 승진을 할 수 있었으니….
“월급도 많이 올랐지….”
우연히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인해 삶 전체가 송두리째 바뀌어버렸다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닐 터였다.
“것 참.”
이내 그가 아직 끝까지 전부 다 읽지 못한 칼럼의 내용을 계속해서 살펴봤다.
– 한편, 경매 당일 아르도 회장과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였던 바 있는 월가의 유명 인사 데이토나 사장은 아쉬움이 남은 양….
– 리(Lee)가 아주 오래전에 손수 제작했다고 알려진, 핸드백 제품 ‘포 더 맘 에디션’을 수소문 중이란 사실을 밝혔으며….
– 만약 이를 소유하고 있는 이와 연락이 닿는다면, 얼마를 지불해도 좋으니 꼭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이내 칼럼의 내용을 끝까지 전부 다 훑어 본 김민혁이 엷게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댔다.
“얼마든 지불하겠다….”
그러고는 마른침을 삼켜냈다.
“맙소사….”
당시 정확히 세 개 제품만 출시된 바 있는 ‘포 더 맘 에디션’의 경우, 브랜드의 인지도에 비해 꽤나 비싼 값에 출시됐다.
그 이유 때문일까?
포 더 맘 에디션은 상품 가치가 꽤나 확실한 제품이었음에도 불구, 제법 오랜 기간 동안 판매되지 않고 자리를 지켰고….
“왜 사고 싶지?”
김민혁은 마치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양, 저도 모르게 해당 핸드백을 구매했었다.
발매가가 얼마였더라?
칠십? 팔십? 백만 원?
당장 떠오르는 점은….
“할부로 사고 후회했었지….”
정작 자신은 들고 다닐 일이 아예 없는 애물단지나 마찬가지인 가방을 무리해 구매했던 바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왠지 사고 싶었을 뿐.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며 리포터 생활을 하던 차라 허리띠를 온 힘을 다해 졸라매고 지내던 시절이었다.
“6개월 할부였던가….”
공과금 고지서와 정신만 차렸다 하면 다가오는 월세 날이 마냥 두렵게만 시절이었다.
덕분에 김민혁의 소비는 합리성에 맞춰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질끈 감고 구매했다.
그리고 지금.
그날의 선택 덕분에 다시금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저 언젠가 비싼 값에 팔릴지도 모른다는 짐작 하나로 정성을 다해 관리해 온 핸드백을….
월가의 거부(巨富)가 얼마의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꼭 구매하고 싶단 의사를 밝혀왔으니까.
“맙소사….”
아마 신의 계시였을 거다.
그게 아니라면….
설명 자체가 불가능했다.
꿀꺽-.
대체 얼마에 팔릴까?
어쩌면….
인생이 바뀔지도 모른다.
그때였다.
돌연 휴대폰에 설치해 둔 이메일 어플리캐이션의 알림이 울렸고….
“어…?”
온통 영문으로 채워진 메일을 받은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직 메일의 내용은 미처 살펴보지 못했으나 메일 최하단부에….
월플라워 포 더 맘 에디션을 수소문 중이라던 화제의 인물.
‘데이토나.’
그가 운영하는 회사의 로고가 크게 각인되어 있던 까닭이었다.
이내 김민혁이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의 내용을 해석해 봤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원하는 금액만 말씀해 주신다면야 당장 준비해서, 바다 건너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국’까지 몸소 방문하겠단 이야기였다.
“맙소사….”
그래 봐야 제법 잘나가는 월급쟁이 신세였던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게 될 것처럼 보일 따름이었다.
그야말로 월플라워 효과였다.
그때였다.
다시금 메일 알림이 울렸고….
“어?”
이번에는 월플라워로부터 도착한 이메일이었다.
한국 지사의 이사장이 직접 보내온 메일로서….
“엥?”
내용을 확인한 그가 두 눈을 휘둥그레 떠보이기에 이르렀다.
다름 아니라….
만약 포 더 맘 에디션을 판매할 의사가 있다면.
“자사의 전담 변호사와 동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 * *
“아니, 따지고 보면 그냥 고객이 리셀하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송 사장이 건넨 물음에 수화기 너머에 있을 재승이 짧게 답했다.
– 어떻게든 싼 가격에 사려고 들 게 뻔하잖아요?
“그게 뭘 어쨌다고 변호사까지 동행시켜 주냔 거지….”
– 브랜드 가치와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겠어요?
재승이 짧게 덧붙였다.
– 리셀가 형성을 잘 해둬야 자사 제품의 가치가 지켜질 테니까요.
“허….”
– 싼 값에 판매된 이력이 생기면 거기에 시세가 형성되는 거잖아요.
그 말에 송 사장이 고개를 내저어 보였다.
“하여튼, 머리 위에 우리 대표지.”
변호사를 동행시켜 합당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해당 사실을 또 보도시켜 화제를 끌 요량인 양 보일 따름이었다.
“그럼 일단 변호사 보낼게.”
– 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마친 송 사장이 중얼댔다.
“이 양반은 곧 죽어도 적으로 돌리면 안 되겠어….”
이제 재승의 혜안이 두렵게만 느껴질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