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Label RAW novel - Chapter (272)
블랙 라벨-271화(272/299)
블랙 라벨 271화
블랙 라벨 외전 23화
리더스미스 측 변호사가 다시 낮게 으르렁댔다.
“어떻게 할 거요?”
이내 여직원이 고개를 내저어가며 말을 이었다.
“핸드백을 매입하고 싶은 의사가 있는 건 확실하지만, 제시하고 계신 액수가 터무니없이 높아서….”
한차례 “그만, 그만” 하고 그녀의 말을 끊은 변호사가 온 인상을 다 찡그려 가며 험악한 투로 되물었다.
“그럼 안 사겠단 거요?”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통화해 보겠습니다.”
리더스미스 측 변호사가 끼어듬과 동시에 흥정 금액이 백만 달러에서, 이천만 달러로 스무 배나 뛰어버린 상황이었다.
“앞으로 딱 3분을 주지.”
고압적인 투로 말한 그가 다시금 덧붙였다.
“만약 3분 내로 구매를 결정하지 않는다면, 이번 협상은 이대로 영영 끝나는 겁니다.”
이내 그녀가 멋쩍게 웃었다.
“그 금액을 온전히 지불할 능력이 되는 구매자를 찾는 일이 쉬우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 것 같은데요.”
리더스미스 쪽 변호사가 지나치게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자, 감정이 상해 나름대로 자존심을 세워보려던 셈이었으나.
“그건 내 일이요.”
그가 두 번째 담배를 물었다.
“우리 리더스미스는 고객을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해내는 집단입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걱정할 만큼 어영부영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란 뜻이지.”
말을 마친 그가 덧붙였다.
“천만 달러까지는 깎아주려고 생각 했습니다만 괘씸해서 안 되겠소.”
“예?”
“아무래도 천오백만 달러는 받아야 기분이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군.”
매캐한 연기가 한 움큼이나 뿜어져 나왔다.
“참고로 시간도 줄었소.”
“예?”
“3분도 아까워졌거든.”
말을 마친 그가 덧붙였다.
“이 담배가 끝까지 타들어갈 때까지 당신 상관의 동의를 구하시오.”
“이봐요!”
“아마 한 개비를 피우는 데 1분이 조금 넘게 걸렸던 것 같군.”
이미 타들어가고 있는 담배를 슬쩍 바라본 그가 능청스럽게 되물었다.
“벌써 20초가 지나가 버렸군.”
그러고는 악마처럼 웃음 지었다.
이윽고.
그녀가 곧장 전화를 걸었고….
“한 대 피우시겠습니까?”
그가 김민혁에게 담배 한 개비를 들이밀며 물었다.
“괜찮습니다.”
이내 그가 씨익 웃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사고 싶어 안달이 나 있소.”
“그런가요?”
“그럼, 눈만 봐도 알거든요.”
그러고는 덧붙였다.
“감히 장담하는데 저들은 얼마를 부른다 해도 살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게 분명합니다.”
“그렇군요….”
“그럼요, 그동안 고객들이 원하는 희귀한 상품을 매입하기 위해 발로 뛰어봤거든요.”
그가 기억을 더듬었다.
“고가의 요트를 시작으로, 미술품, 골동품, 심지어는 공룡 화석 따위를 매입하기 위해 땀을 흘려본 경험도 있습니다.”
“와….”
“그런 물건들을 구입해야만 하는 입장일 때는, 저들처럼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게 인지상정인 법입니다.”
그 말에 김민혁이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찰나.
“이제 고객님께선 저들로부터 받게 될 ‘이천만 달러’를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실지에 대해서만 고민하시면 될 겁니다.”
더할 나위 없이 듬직했다.
한데, 뭔가 이상했다.
왜 이천만 달러가 된 거지?
“이천만 달러요?”
“에, 이천만.”
“분명 방금까지는….”
“기다려 주시죠.”
그가 담배를 비벼 껐고….
“설마 아직입니까?”
그의 물음에 아직 스마트폰을 제 귀에 바짝 가져다대고 있던 직원이 울먹이는 것 같은 투로 어렵사리 말을 이어나갔다.
“아직 전화 연결 중입니다….”
이내 그가 고개를 끄덕이곤 재차 말을 이었다.
“시간이 더 필요한가 보군?”
“예, 조금만….”
“대신 조건이 하나 있소.”
“조건이라면….”
그가 덤덤한 투로 덧붙였다.
“당신의 태도 때문에 이 자리에서 핸드백 가격이 오백만 달러나 상승해 버렸단 사실을 꼭 전달해 준다면 시간을 더 주지.”
“이봐요, 당신….”
“설마 지금 내가 태평양까지 건너 온 마당에 당신한테 말장난 따위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기를 기도하고 있소.”
그가 넥타이를 여몄다.
“당신들 말장난 때문에 하마터면 우리 소중한 고객님께서 핸드백을 백만 달러에 팔아넘기게 됐을지도 모를 노릇이지.”
그러고는 재차 으르렁댔다.
“정말이지 화딱지가 나는군.”
“제발….”
“그럼 다른 조건을 붙이지.”
“어떤….”
“이천만 달러라고 말씀하시오.”
그 말에 여직원의 표정이 한없이 일그러졌고….
“싫소?”
애꿎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어 대고 있던 여직원이 읊조리듯이 나지막한 투로 답했다.
“일단 이천만 달러로 말씀드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전화가 연결됐다.
– 핸드백 매입은 완료됐나?
“그게 실은 문제가….”
– 문제가 생길 일이 아니잖아?
“리더스미스.”
그녀가 손으로 전화기를 감싸며 나지막이 중얼댔다.
“리더스미스가 개입했습니다.”
– 뭐? 대체 왜….
“리가 붙여준 게 아닐까 싶어요.”
– 제기랄, 그래서?
“이천만 달러를 제시했습니다.”
– 이, 이천만 달러?
이내 리더스미스 측의 변호사가 그녀를 향해 전화기를 넘겨달라는 양 손짓을 해보이기에 이르렀고….
“잠시….”
그가 전화를 건네받았다.
“서로 소개는 생략하고 용건부터 정리하고자 합니다만.”
– 얼마든지.
“얼마를 생각하고 계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유감이지만 우리 고객님께서는 이천만 달러 아래로는 곧 죽어도 팔 생각이 없다시는데 어쩌시겠소?”
그의 질문에 정적이 흘렀고….
– 말도 안 됩니다. 리가 유명세를 얻기도 전에 고작 이삼만 달러가량에 유통됐던 평범한 핸드백이라고!
그가 답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그 핸드백을 탐낸단 사실은 알고 계십니까?”
– 뭐요?
“당신이 말했던 대로 유명세조차 얻지 못했던 리는, 이제 패션계를 좌지우지하는 거물이 돼버렸지.”
변호사가 혓바닥에 기름칠이라도 해 둔 양 유려하게 말을 이었다.
“그 이름의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핸드백의 가격은 점점 더 뛸 수밖에 없으리란 사실을 알지 않소?”
– 그게 무슨….
“사업가적 안목으로 생각을 해보란 말입니다. 당장 우리 리더스미스만 하더라도, 고객인 리의 품위 유지를 위해 천오백만 달러를 지출할 용의가 충만하지.”
그가 거듭 설명했다.
“그와 친분이 두터운 스포츠 스타들이라든지, 영화배우, 코미디언, 배우, 가수, 그 밖에도 기타 등등. 여러 셀러브리티는 물론이고 아르도 회장조차도 더 큰 값을 지불할 용의가 있을 겁니다.”
– 제기랄!
“참고로 이천만 달러를 희망하시니 이천오백만 달러에서 흥정을 한 번 해볼까 고민했습니다만, 피차 바쁜 사람들이니 명확히 말씀드린 거요. 처음이니 기회를 주는 거지.”
그가 덧붙였다.
“자, 어떻게 하시겠소?”
– 하지만….
“셋 셀 동안 결정하시오.”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하나.”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고….
“둘.”
마지막 수를 헤아리려던 찰나.
– 알겠습니다.
결국 그가 백기를 들었다.
– 이천만 달러에 구매하지.
결국….
“맙소사….”
김민혁은 순식간에 이천만 달러.
즉….
한화 200억 대의 자산가가 됐다.
“정말 이천만 달러에….”
이내 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현지에서 대리로 업무를 보고 있던 직원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들 상관이 이천만 달러를 모두 지불하겠다고 말하는 걸 똑똑히 들었겠지?”
그러고는 곧장 일을 진행시켰다.
“입금부터 해주시겠소?”
이내 그가 김민혁을 슬쩍 바라보며 되물었다.
“참고로 수임료는 무료이니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군요….”
“성의 표시를 원하신다면 거절하진 않겠습니다.”
그가 재차 덧붙였다.
“근사한 밥 한 끼 정도라면 마음 편히 받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십억 원을 이백억 원으로 부풀려 준 은인인데, 근사한 밥 한 끼 정도 사 주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으랴?
“예, 사 드리겠습니다….”
김민혁이 재차 중얼댔다.
“뭐든지 사 드리겠습니다….”
* * *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까?
[ 스타트업 패션 웹진 직원에서 200억대 자산가가 되기까지! ] [ 쿠바쿠바 스토어 리포터 출신의 자산가 김민혁을 만나다. ] [ 수백, 수천 배의 이익 실현이 가능한 패션 재태크가 실존한다? ] [ 300만 원에 구매한 핸드백으로 200억대 자산가가 되기까지. ]김민혁의 사연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까지 파다하게 퍼졌고….
“이야….”
월플라워의 모든 제품 판매량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
재테크가 가능한 브랜드라는 상징성이 생겨나며….
기존 고객의 충성도는 물론 신규 고객 유입까지 만든 까닭이었다.
“우리 대표, 정말 대단하네….”
기사를 쭉 살펴보던 송 사장이 고개를 내저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 싶었더니….
리셀조차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버린 재승의 혜안에 놀란 까닭이었다.
그뿐이랴?
그밖에도 여러 기사가 줄줄이 보도되는 중이었다.
[ 월플라워 “데빌 백의 이름을 지어준 아뜰리에의 마이스터에게, 데빌 백이 판매될 때마다 5,000달러를 로열티로 지불할 예정.” ]본래는 데빌 백의 이름을 지어준 마이스터에게, 수만 달러 가량의 보너스를 지불하고 끝내려던 계획이라 들었으나….
해당 일화가 알려지며 큰 화제가 일자, 재승은 다시금 새로운 특약을 기입하며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버리고야 말았다.
[ 매년 수백 개 이상의 데빌 백이 꾸준히 판매될 예정이므로, 불로소득으로 한 해에 50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당연히 해당 소식 역시 일파만파 퍼져 나갔고….
월플라워는 자연스럽게 대중들의 뇌리에 새겨졌다.
그야말로 은연중에 여러 마케팅이 진행되는 셈.
“그나저나….”
송 사장이 낮게 중얼거렸다.
“더 큰 뉴스가 뭐야?”
다름 아니라 재승으로부터 조만간 이보다 훨씬 더 큰 호재가 있으리란 사실을 넌지시 전달받은 까닭이었다.
“대체 뭐길래….”
대표가 호들갑을 떨었을까?
딸깍, 딸깍….
이내 그가 마우스를 내려놓았다.
“기다려 보면 알겠지….”
* * *
LVMH 그룹의 본사 건물 앞.
롤스로이스가 멈춰 섰고….
뒷좌석에서 재승이 내려섰다.
“후….”
심호흡을 한 그가 본사 건물 안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좋은 아침입니다.”
자연스럽게 인포메이션 데스크의 직원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고는 곧장 로비를 가로질러선 엘리베이터에 올라섰다.
목적지는 주주회의실이 자리해있는 건물 꼭대기 층.
마치….
자신이 이곳의 주인이라도 되는 양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또 떠들썩해지겠군.”
바로 오늘 그룹의 주인이 바뀌었단 사실이 알려질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