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Label RAW novel - Chapter (34)
블랙 라벨-33화(34/299)
블랙 라벨 33화
34. 더 높이, 더 멀리
“자퇴?”
강형록 교수가 나직이 건넨 물음에, 재승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답했다.
“네. 잠시만요.”
그러고는 곧장 제 백팩 안에서, 미리 챙겨온 파일철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 출시할 여성용 핸드백. ‘포 더 맘 에디션(For The Mom Edition)’의 도식과 작업지시서가 담겨 있는 파일철이었다.
합당한 의심이고, 충분히 예측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대응책을 준비해 오기도 한 것이고.
“자필로 작성한 작업지시서와, 도식이에요. 원하신다면 제 작업실에서 핸드백의 제작 과정을 보여 드릴 수도 있어요.”
파일에 꽂혀 있는 서류들을 한참 동안 훑어보던 강형록 교수가, 제 두 눈을 사뭇 또렷하게 떠 보이며 말했다.
“흠, 자네가 말한 대로 핸드백의 제작 과정을 지켜보는 게 좋겠군.”
“네. 지금 바로 가셔도 좋아요.”
재승이 그 말만 기다렸다는 듯, 한 치의 지체도 없이 답해 보이자 강형록 교수가 한차례 방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품고 있던 의심은, ‘작업지시서’와 ‘도식’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해소된 상황이었다.
A4용지 곳곳에 남아 있는 연필 얼룩. 퇴고를 거치는 과정에서 미처 지우지 못한 듯 글귀들과, 실선들.
종이에 남아 있는 모든 흔적이 어린 디자이너가 가졌던 고뇌의 시간을 입증해 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말을 꺼낸 이유?
간단했다.
강형록 교수가, 손에 쥐고 있던 파일철을 살살 흔들어 보이며 입을 뗐다.
“입증은 이걸로 충분히 됐네.”
“예? 그런데 왜….”
“다른 뜻은 없어. 자네가 작업하는 순간을 직접 보고 싶을 뿐이야.”
자신이 보았던 핸드백은, 디자인을 독학했다는 18살 고등학생이 만들 수 있는 수준의 핸드백이 아니었다.
아니, 독학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였다.
설령 학원에 다녔다고 한들, 실무 경험이 없는 고등학생이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의 핸드백이 아니었던 것이다.
애초에 핸드백이란 게, 그렇게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의 밑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조차도 2년간은 기본적인 이론을 배우며 셔츠, 테일러드 재킷, 에이치라인(H-line) 스커트 등의 기본적인 실무를 익히는 게 고작이니 말이다.
한데, 재승이 만들어낸 핸드백은 그 ‘퀄리티’ 역시 절대 낮지 않은 수준이었다.
디테일한 부분들은 제쳐두고, 마감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우아하기 그지없는 느낌의 곡선 마감 처리는, 마치 여러 프리미엄 브랜드(Premium Brand)의 특색이 고루 녹아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오롯이 감각에 의한 결과였을까?
램스킨이라는 패브릭(Fabric) 선정부터 시작하여, 로고를 따라 박아 넣은 스티치, 편의성을 고려한 숄더 체인과, 가방 내부에 부착한 골든 패치.
과연 이 모든 게 감각에 의한 결과일까?
그렇다면.
만약 그렇다면.
가히 ‘천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에 일절 손색이 없을 정도의 재능이다.
“흐음….”
한차례 숨을 길게 내쉬어 보이는 것으로 동요를 가라앉혀 보인 강형록 교수가, 제 커피를 음미하듯 조금 들이켜고는 재차 말을 이었다.
“작업실은 따로 있는 건가?”
“네. 이 근방입니다.”
“그렇군.”
몇 번 고개를 주억거려 보인 그가, 이내 재차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흠. 일단 여기서 이야기 좀 더 나누다가 이동하면 좋겠는데, 어때? 괜찮겠나?”
“그럼요.”
“재승 군. 자퇴를 도와달라고 했지? 혹시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건가?”
“네. ‘파슨스(Parsons)’ 내지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재승의 답에, 강형록 교수가 제 미간을 살짝 찡그려 보이고는 답했다.
“일단 목표할 학교를 확실히 정해두는 게 나을 것 같군. 준비 과정이 엇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크게 상반되는 곳들이라서 말이야.”
“아, 그렇군요.”
“재승 군. 참고로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할 경우, 해외 대학 진학에 페널티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 거겠지?”
이내 재승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답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
패널티를 상쇄시킬 방법도 생각해 둔 게 있고요.”
“방법?”
“제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 ‘월 플라워(Wall Flower)’를 포트폴리오로 제출할 겁니다.”
“오? 브랜드 자체를 포트폴리오로 제출한다라? 꽤 재미있는 계획인데? 계속 말해보게.”
센트럴 세인트 마틴 등의 학교들이 명문(名門)이란 사실은 불변의 진리이다.
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하는 것도, 모여든 경쟁자들이 수재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참신하고 특별한 포트폴리오를 제출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미 입증된 ‘브랜드’를 포트폴리오로 제출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강형록 교수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을 얻기라도 한 것일까?
이내 재승이 더욱 확신에 가득 찬 투로, 제 계획을 유려하게 읊어내기 시작했다.
“교수님께서 자퇴를 도와주신다면, 일단 오는 8월에 있는 대입 검정고시를 취득할 겁니다.”
“그래. 대입 검정고시라면 별도의 준비 없이 합격점을 얻을 수도 있겠지. 그다음엔?”
“PBT 토플 및, SAT를 준비하며 본격적인 브랜드 운영에 돌입할 겁니다. 본격적인 입시가 시작되는 9월까지는 브랜드의 덩치를 최대한 키우고, 그 전에 자체적으로 ‘쇼’를 열 겁니다.”
“쇼를? 자체적으로?”
“네. 갤러리(Gallery)를 임대하든, 아니면 쇼를 개최하기에 무리가 없는 건물을 임대하든 해서요.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는 않겠지만, 구색은 갖추도록 노력할 거고요.”
“그 쇼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포트폴리오로 함께 제출하겠다는 거로군?”
이내 재승이 이채(異彩)가 서려 있는 눈을 한 채 답했다.
“네. 맞습니다.”
“나쁘지 않은 계획이야.”
나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놀라운 계획이었다. 여태껏 무수히 많은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봐왔던 강형록 교수였다.
또 졸업생들의 해외 명문 패션 스쿨 편입을 돕기 위해, 함께 포트폴리오를 제작해 본 경험도 다분했다.
만약 자신이 파슨스 스쿨이나,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입학 담당관이라면?
재승이 제작하려는 포트폴리오를 확인해 볼 때, 과연 어떤 감정을 느낄까? 어떤 생각을 할 것이며, 또 어떤 선택을 할까?
한참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강형록 교수가, 눈썹을 한 번 튕겨 보이고는 답했다.
“그래, 좋아. 돕도록 하지.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재승이 무어라 감사의 말을 꺼내려던 찰나.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을 감당하는 건 자네의 몫일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자네 부모님께 권유를 해보고 간단한 설득의 말을 덧붙이는 것까지일 테니까.”
재승 역시 동의하는 바였다.
“네.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가 말했듯, 부모님의 결정에 쐐기를 박아 넣는 것은 오롯이 재승 자신의 몫이다.
지금 당장은 자신의 말에 힘이 실려 있지 않다 생각했기에, 강형록 교수의 도움을 받으려 했었던 것일 뿐.
이제야 자그마한 결과들이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와중에, 섣불리 말을 꺼내봐야 단번에 동의를 얻어내지 못할 게 분명했으니 말이다.
자력으로도 자퇴에 대한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 무조건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생의 삶을 통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의 신빙성을 몇 번이고 느꼈던 재승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부모님과의 대립이나 언쟁은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자연스레 설득할 수 있는 상황이 필요했다.
재승이 그렇게 상념에 젖어들어 있던 찰나.
강형록 교수가 제 손목시계를 한 번 들여다보고는, 재차 입을 뗐다.
“너무 걱정은 말게. 나도 온 힘을 다해볼 테니까.”
“네,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슬슬 자네 작업실로 이동해 볼까?”
“아, 네! 그러시죠.”
* * *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일은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재승이 강형록 교수와 처음 이야기를 나눴던 날로부터 딱 이틀 뒤.
재승과, 부모님 두 분, 강형록 교수까지.
이들 네 사람이, 정발산역 인근에 자리한 한정식집. ‘청산(靑山)’에 모였다.
“앞서 연락드렸던, 홍신대 패션디자인학부 교수. 강형록이라고 합니다.”
“재승이 아비 되는, 이강수라고 합니다.”
“영혜 통해서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김은형입니다.”
간단히 주문을 마치기 무섭게, 재승의 아버지 이강수가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강 교수님이라고 하셨죠?”
“예.”
“우리 아들 녀석 진로에 관해, 긴히 하실 말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제 뿔테 안경을 한 번 치켜올려 보인 강형록 교수가, 곧장 본론을 꺼내 들었다.
“다름 아니라… 두 분께서는 재승 군의 ‘고등학교 자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어, 이렇게 자리를 주선하게 되었습니다.”
“예? 자퇴요?”
자퇴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이강수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주눅이 들 법도 한데, 강형록 교수는 일절 그런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아드님께서 ‘쿠바쿠바’라는 온라인 스토어에 입점하게 된 것은 알고 계시죠?”
“아, 예.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홍신대를 졸업한 제 제자들이 만든 사이트입니다. 현재 거의 모든 브랜드들이, 앞다퉈 입점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사이트이기도 하고요.”
“그냥 운이 좋았던 거겠죠.”
이강수가 짤막하게 건넨 답에, 강형록 교수가 사뭇 단호한 투로 답했다.
“네. 아버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운도 따라주었겠죠. 하지만 오롯이 운만으로 입점할 수 있는 곳은 절대 아닙니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입점을 하지 못해 안달이 난 곳이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퇴는 조금….”
“아버님. 그럼 혹시 아드님의 인터뷰가 실린 잡지는, 확인해보셨나요?”
“예. 봤습니다.”
이내 강형록 교수가 기다렸다는 듯 뒷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FIT 전액 장학금을 받은 학생의 인터뷰보다, 재승 군의 인터뷰가 훨씬 더 크게 실렸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매거진 측에서 FIT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학생보다, 재승 군의 가능성을 더 크게 봤다고밖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잠시 목을 축여 보인, 강형록 교수가 김은형과 이강수를 번갈아 바라보고는 재차 말했다.
“만약 재승 군이 만든 핸드백이 별로였더라면, 이 자리에서 두 분을 뵐 일도 없었을 겁니다. 아니, 아예 재승 군에게 연락을 취하지도 않았겠죠.”
연고가 얽혀 있다 한들, 도와줄 이유도, 도와줄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으니까.
하지만.
“재승 군은 분명한 재능이 있습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엄청난 재능이요.”
강형록 교수의 말이 이어지는 내내 이강수가 무표정한 얼굴로, 재승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떤 감정이 담겨 있는 것인지 좀처럼 파악할 수 없는, 그런 표정이었다.
강형록 교수의 말은 계속해서, 유려하게 이어졌다.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얻게 됩니다. 디자인이 힘들어서? 시장이 열악해서? 아니요. 본인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입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이나, 시에서 운영하는 ‘창작 스튜디오’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모으겠다는 핑계로 자신의 옷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을 점점 뒤로 미루는 거죠. 본인의 실력에 자신이 없으니 말입니다.”
“…….
“하지만, 재승 군을 보십시오. 직접 사업자 등록을 하고, 블로그 마켓(Blog Market)을 통해 헌 옷을 개량 판매하여 자본을 축적했습니다. 그렇게 축적한 자본금을 토대로 제작·판매한 옷들이 인정받게 되어 유명 셀렉트 샵에 입점하게 됐고요. 제가 직접 살펴보니 하루 평균 매출이 60만 원대에 이르더군요. 팔고 있는 옷이라고 해봐야, 세 종류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란 건, 아버님께서도 잘 아실 겁니다.”
이내 이강수가 고개를 슬며시 저어 보이고는, 중얼거리듯 작게 말했다.
“어쨌든, 정말 갑작스럽군요.”
“예,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도 신중히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군요. 단언컨대, 재승 군은 제가 여태껏 만나 왔던 학생들 중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말을 마친 강형록 교수가, 한차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애써 무던한 척하고 있었으나, 긴장과 불안이 동시에 묻어나는 그런 미소였다.
이강수가 다시금 고개를 돌려, 망부석처럼 앉아 있는 재승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재승.”
“네, 아버지.”
침묵이 오가기를 잠시.
“꿔다 놓은 보릿자루냐? 진심으로 하고 싶은 거라면,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지.”
한차례 “후…” 하고 심호흡을 해 보인 재승이, 꽤나 무덤덤한 투로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 의류 브랜드 ‘폴노(Polno)’ 아시죠?”
“그래.”
“브랜드 폴노를 설립한 ‘랄프 오웬(Ralph owen)’은, 브룩스 브라더스라는 브랜드의 외판원이었대요. 넥타이를 만들기 시작하다가, 1968년에 폴노를 설립하게 된 거고요.”
“그래서?”
“그리고 40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랄프오웬은 전 세계에 4,500개가 넘는 복합 매장을 가지고 있어요.”
이내 재승이 한차례 방긋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나직이 뒷말을 첨언했다.
“저도 할 수 있어요. 보여 드릴게요.”
재승이 한 치의 굴곡조차 없는 투로 건네 보인 말. 그 말 덕에, 이강수의 눈이 일순 세차게 흔들렸다.
그때.
드르르륵-.
돌연 굳게 닫혀 있던 미닫이문이 열리며, 여종업원이 룸 안으로 들어섰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침묵만이 맴돌기를 잠시.
“이재승.”
“네.”
“우선 밥부터 먹자.”
짤막하게 말해 보인 이강수가, 재승에게는 눈길 한 번조차 주지 않은 채 재차 입을 뗐다.
“든든히 챙겨 먹고, 오늘 이 시간부터 훨씬 더 열심히 하는 거다. 알겠냐?”
“아….”
재승이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한 채, 나직이 탄식을 뱉어 보이던 찰나. “왜 답이 없어?” 하고 퉁명스레 되물어 보인 이강수가 그런 재승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여 주었다. 그러고는 강형록 교수를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드시죠. 식기 전에.”
이내 재승이 묵묵히 제 아버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무심한 표정으로, 손에 쥔 숟가락을 놀리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을.
사람들은 이따금씩 나 스스로도 제대로 정의하지 못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마치 모든 걸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쉽게 평가를 내리곤 한다.
그럼 나는?
나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과연 전생에서의 아버지는, 그리고 현재의 아버지는. 마냥 보수적인 분이셨던 걸까?
아니면.
내 설득의 방법이 틀렸던 건 아닐까?
아버지의 삶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 한 번 없이, 그저 모든 책임을 아버지에게로 전가시켰던 것은 아닐까?
재승이 한참 상념에 젖어들어 있던 찰나.
“뭐 해? 안 먹고.”
이강수가 미간을 살짝 좁히며 건넨 물음에, 활짝 미소를 지어 보인 재승이 곧장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재승의 고등학교 자퇴가, 확실시된 시점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