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Label RAW novel - Chapter (74)
블랙 라벨-73화(74/299)
블랙 라벨 73화
74. 그야, 당장 우리 아뜰리에로 데려와야죠!
한편, 월 플라워의 사무실 안. 다들 한창 업무에 열중하고 있던 찰나, 간만에 손님이 찾아왔다.
“다들 잘 지내셨어요?”
쿠바쿠바 스토어의 담당자 ‘김민혁’이었다. 이내 그와 면식이 있는 직원들이, 그에게 하나둘씩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이강준 역시 마찬가지. 어느새 그와 거리낌 없이 이런저런 사담을 나눌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한, 이강준이 나긋한 투로 물음을 건넸다.
“어?! 어쩐 일로 오셨어요?”
이강준이 활짝 웃으며 그를 반갑게 맞아주자, 김민혁이 한차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답했다.
“그냥, 지나가다가 강준 씨 보러 왔어요.”
“예? 저를요?”
“농담이에요. ‘송 이사’ 님이랑 업무상 나눌 대화가 있어서요.”
협탁 위로 널브러져 있던 서류뭉치들을 정리하는 데 여념이 없던, 송 이사가 활짝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그에게 말을 건넸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우선 앉으세요.”
“아, 예.”
이내 김민혁이 사무실 중앙에 비치된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재차 입을 뗐다.
“그나저나 매출이 그렇게 올랐는데, 직원은 한 명도 안 늘리신 거예요?”
“말도 마세요. 이제야 조금 한가해져서, 오늘 오전에 막 공고 게시했어요.”
“오, 다행이네요. 그럼 이제 디자인 팀 직원분들도 집에서 잘 수 있겠는데요?”
나직이 되물어 보인 김민혁이 한차례 키득거려 보이고는, 곧장 본론을 꺼내 들었다.
“다름 아니라, 전화로 말씀드렸던 그대로 곧 개점하게 될 ‘오프라인 편집 숍’ 때문에 왔어요.”
“예, 말씀하시죠.”
“CEO께서도 아시겠지만, 사실 오프라인 편집 숍 입점은 재승 씨와 구두로 협의를 마쳤던 부분이거든요.”
인터넷 ‘웹진(Webzine)’ 형태로 시작하게 된 쿠바쿠바가, 온라인 스토어를 거쳐 이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오프라인 편집 숍 개점까지 앞두게 된 것이다.
일전에 재승과 이미 한 번 대화를 나누었던 바 있는 내용이었다.
재승은 어떻게든, 편집 숍에 입점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던 바 있었고 말이다.
송 사장. 아니, 송 이사가 고개를 한 번 주억거려 보이고는 “네, 그런데요?” 하고 되물었다.
“아시다시피 쿠바쿠바 온라인 스토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린 브랜드를 대상으로, 오프라인 편집 숍 우선 입점 기회를 드릴 예정입니다.”
“그렇군요.”
“예. 일단 월 플라워가 매출 면에서나,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는 완벽한데… 다소 염려되는 부분이 있어서요.”
“예? 염려되는 부분이요?”
“사실 내부에서 월 플라워라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다소 모호해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요.”
한차례 “아….” 하고 탄식을 내뱉어 보인 송 이사가, 이내 고개를 한 번 끄덕여보이고는 답했다.
“네, 확실히 그런 감이 있긴 하죠.”
아마 지난 F/W 시즌에 선보였던, 다소 정적인 느낌의 미니멀리즘 의류들 때문일 것이다.
그간 꾸준히 ‘스트릿 브랜드(Street Brand)’ 이미지를 고수해 오던, 월 플라워가 돌연 다른 형태의 의류를 선보였으니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저희 오프라인 편집 숍에 입점하기 위한 조건들 중, 가장 중요한 조건은 스트릿 브랜드라는 정체성일 겁니다.”
말을 마친 김민혁이 사뭇 진중한 투로 “쿠바쿠바는 애초에 출발점부터가, 스트릿 웹 매거진 형태였던 사이트니까요.” 하고 덧붙여 말했다.
한차례 상념에 젖어들었던 송 이사가, 이내 피식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되물었다.
“음, 그런데 입점 신청을 거절하려고 오신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네. 확답을 들으러 온 겁니다. 월 플라워를 놓쳤을 때 발생하게 될 손액(損額)이 절대 적지 않을 테니까요.”
“어떤 확답 말씀이시죠?”
“월 플라워라는 브랜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확실한 답을 듣고 싶습니다.”
한차례 고개를 끄덕여 보인 송 이사가, 한차례 “아, 예.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하고 정중히 말해 보였다.
지난 시즌에 출시했던 미니멀리즘 의류들로 인해 엄청난 수혜를 입었다.
파리 포그(Paris Pogue)와의 접점부터 시작하여, 월 플라워라는 브랜드가 패션계 내부에서 차지하는 입지 자체에 큰 변동이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덕분에 쿠바쿠바 오프라인 편집 숍 입점이 물 건너가게 생긴 것이다.
아무리 쿠바쿠바와 재승 간의 친분이 두텁다 한들, 일절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 한은, 우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섭리다.
‘득(得)이 있으면 실(失)도 있는 게 세상 이치인 법이긴 한데, 그래도 이건 그냥 놓치기엔 너무 아쉬운 기회란 말이지….’
이내 송 이사가 천천히,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려 대기 시작했다. 애초에 자신이 월 플라워의 사무실을 지키고 앉아 있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득’은 극대화시키고, ‘실’은 최소화시키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이윽고.
계산을 마친 송 이사가, 나긋하기 그지없는 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상호간의 소통이 부족했고, 전달이 늦어졌으니, 그런 걱정을 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죠. 우선 사과부터 드려야겠군요.”
이내 김민혁이 의아하다는 듯, 한차례 “예…?” 하고 되물었다.
“우선 방향성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일절 걱정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현재, 월 플라워의 ‘스트릿 라인(Street Line)’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아! 스트릿 라인을 따로요…?”
이내 한창 업무에 열중하고 있던 다른 직원들이, 놀란 듯 송 이사를 힐끔힐끔 바라보기 시작했다. 사전에 전해 들은 바가 아예 없는 이야기였던 탓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송 이사가 지금 이 자리에서 독자적으로 내린 결정이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임기응변’이었던 것이다.
“일단 순조로운 생산·유통을 위해, 동대문에 자리한 ‘태양사’라는 생산 공장 한 군데를 매입해 둔 상태입니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이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직원들이,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송 이사의 말속에, ‘허풍’이 다분히 섞여 있음을 눈치챈 것이다.
반면, 진상을 전혀 모르는 김민혁은 잔뜩 놀란 듯한 눈치였다.
“아, 아뇨. 처음 듣습니다.”
그간 재승과 왕래가 드물었던 터라, 알음알음 전해 듣거나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정보들 외에는 별도로 전해 들은 바가 없었다.
이토록 구체적인, 내부 상황은 알 도리가 없던 것이다.
‘확실히 브랜드가 성장하긴 했구나….’
이내 김민혁이 한차례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열여덟 살의 재승이 ‘무일푼’으로 시작했던 브랜드가, 어느새 이렇게 커버린 것이다.
그 사실이 한편으로는 대단하게 느껴졌고, 다른 한편으로는 뿌듯함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이내 송 이사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디자인 팀 인력을 충원하고, 둘로 나누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럼 그 과정에서 스트릿 라인이 형성되는 건가요?”
“네. 넉넉잡고 한 달 정도면 자리가 잡힐 것 같군요.”
“일단 한시름 덜은 것 같기는 한데….”
이내 김민혁이 한차례 상념에 젖어들었다. 디자인 팀이 둘로 분할되고 스트릿 라인이 충원된다 한들,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우선 전과 같은 퀄리티의 제품이 나올 확률이 현저히 줄어들 게 분명했다.
본래는 한 군데에 몽땅 쏟아붓던 심력을, 두 군데에 나눠 쓰는 셈이니 말이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그렇게 한 번 보고 올려본 뒤에, 곧장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더 오간 뒤, 김민혁이 다시금 사무실을 떠났다.
이내 이강준이, 송 이사에게 곧장 조심스레 물음을 건넸다.
“이사님, 진짜 ‘스트릿 라인’을 신설할 계획이 있으신 거예요?”
“응, 방금 생겼어.”
“예? 방금이요…?”
이내 미간을 팍 좁혀 보인 송 이사가, 유려하게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럼 어떻게 해? 우리 디자이너는 워낙 제멋대로이신 분이라, 짐작이 불가능해서 쉽사리 답해 드릴 수가 없네요. 하고 입점 포기해 버려?”
“그건 아니지만….”
이강준이 무어라 말을 이어나가려던 찰나, 송 이사가 한차례 만류하듯 제 손바닥을 들어 올려 보였다.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이, 갑작스레 진동하기 시작한 탓이었다.
발신자를 확인한 송 이사가, 한차례 “양반은 못 된다니까?” 하고 중얼대고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
“이게 누구야? 공사다망하신 우리 사장님 아냐?”
– 뭐예요? 다짜고짜….
“외국 물은 어때? 맛이 좀 다른가?”
– 그냥 그저 그래요. 다들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럼. 기가 막히게 잘 지내지. 그나저나, 안 그래도 전화 하려고 했었거든.”
– 무슨 일 있어요?
이내 송 이사가 우발적으로 내린 결정에 대해, 그것도 심지어 방금 막 내린 결정에 대해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간단히 축약하자면 다음 시즌부터는 중·저가 가격대의 ‘스트릿 라인(Street Line)’을 따로 확보하여, 제품을 출시하자는 이야기였다.
이러한 발상을 떠올리게 된 계기에 대한 설명까지 전해 들은 재승이, 한차례 박장대소 해보이고는 되물었다.
– 맙소사, 일거리를 만들어주시는군요. 제가 조금 바빠지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일단 꽤 괜찮은 발상인 것 같기는 한데, 쿠바쿠바 측 반응은 어때요?
재승의 말이 힘이 된 것일까? 송 이사가, 방금 전보다 조금 더 격양된 투로 답했다.
“김민혁 씨가 무슨 힘이 있겠어? 상부 결정이 중요한 거지. 일단 그렇게 한 번 이야기 올려본다길래, 알았다고 했어.”
– 그래요? 어쨌든, 잘 대처해 주신 것 같아 안심이네요. 골치 아픈 일은 이사님한테 다 맡겨놓고, 저는 그냥 여기에 아예 눌러 살아도 되겠는데요?
재승의 목소리가 한층 밝아진 듯 보였다. 잠시나마 송 이사가 소극적인 태도로 경영을 임하진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딱히 그런 것 같지 않아 보이니 다행스럽다 생각한 탓이었다.
“하여튼 말은….”
– 사실 저도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전화드린 거거든요.
“뭔데?”
이윽고.
“뭐…? 그, 그게 사실이야?”
월 플라워의 사무실 안으로, 송 이사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이내 한창 각자 맡은 바 업무에 열중하고 있던 직원들이, 곁눈질로 그런 송 이사의 눈치를 살펴대기 시작했다.
재승과 통화를 하고 있는 듯했는데,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화들짝 놀란 모습을 보이니 다들 괜히 일련의 불안감을 느낀 것이다.
“하아, 그래. 일단 알겠어.”
수화기 너머의 재승과 몇 마디 말을 더 주고받던 송 이사가, 엷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래. 일단 잘 마무리 짓고 나서, 꼭 다시 전화해줘.” 하고 말해 보였다.
이윽고, 통화를 마친 그가 제 스마트폰을 집무용 탁상 위에 내려두던 순간.
“왜 그러세요?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예요?”
이강준이 조심스레 물음을 건넸다. 한차례 “문제?” 하고 되물어 보인 송 이사가, 이내 피식 미소를 흘려 보이고는 덤덤한 투로 말을 이었다.
“문제라면 문제지. 아니, 대체 프랑스에 뭘 어떻게 하고 돌아다녔길래….”
송 이사가 말끝을 흐려 보이기 무섭게, 사무실 안으로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추지훈이 제 입안 가득 고여 버린 침을 한 번 삼켜내고는, 대답을 재촉해 보였다.
“왜 그러시는데요? 혹시 사장님한테,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
“아니.”
짤막하게 답해 보인 송 이사가, 제 콧잔등을 손으로 슥슥 문질러 보이고는 사뭇 격양된 투로 말을 이었다.
“우리 사장님께서, 알렉산더 킹(Alexander King)의 다음 시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안을 받았다는데? 사실상 확정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세부적인 조건에 대한 조율이 안 끝나서 아직 협의 중이라고 하더군.”
이내 송 이사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두 눈만 껌뻑거려 대기 시작했다.
사무실 안으로 다시금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남광민이 추지훈의 팔뚝을 꽉 부여잡으며 물음을 건넸다.
“알렉산더 킹? 알렉산더 킹? 지훈아, 혹시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반면 추지훈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해줄 여력이 되지 않는 듯 보였다. 애꿎은 제 볼을 꼬집어대는 데, 여념이 없었으니 말이다.
“꾸, 꿈은 아닌 것 같은데….”
다들 마냥 기뻐하지는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안건이 안건인 만큼, ‘대체 어떻게?’라는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던 탓이었다.
이윽고.
“와아아아아아아-!”
이강준의 환호를 시작으로, 다들 정신을 되찾은 듯 함께 괴성을 내질러 대기 시작했다.
* * *
한편 그 시각. 프랑스 파리 ‘생 제르망 데 프레 성당’ 인근에 자리한 카페, ‘레 되 마고(Café Les Deux Magots Magots)’의 내부.
치렁치렁한 장발의 동양인 사내가, 한적한 구석 자리를 꿰차고 앉은 채 책을 읽는 데 여념이 없었다.
프리미엄 브랜드 ‘알렉산더 킹’의 오너 디자이너인, ‘알렉산더 킹’ 본인이었다.
그때.
“알렉산더 킹, 정말 오랜만이네요.”
한 명의 사내가, 그가 앉은 자리 인근에 다가와서는 친근하기 그지없는 투로 말을 건네 왔다.
다름 아닌 ‘크리스찬 디옴’의 현 수석 디자이너인 ‘존 갈리아도(Jone Gailado)’였다.
현 패션계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두 사내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그러게요. 딱 일 년 만인 것 같은데요?”
“아마 그럴 겁니다. 지난해 밀라노에서 보고, 이번이 처음이니까요.”
존 갈리아도가 음료 주문을 마치기 무섭게, 알렉산더 킹이 제 옆 머리칼을 귀 뒤로 쓸어 넘겨 보이고는 준비해 온 쇼핑백을 건네주며 말했다.
“받으세요. 선물이에요.”
[ Chrischan Diom ]쇼핑백 위로, 존 갈리아도가 속해 있는 크리스찬 디옴의 로고가 정갈한 필체로 각인되어 있었다.
“잠시만요, 알렉산더. 저한테 디옴의 제품을 선물로 주시는 거예요?”
“평범한 디옴이 아니에요.”
“예…?”
“우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한테 특별히 부탁해서 마련한 선물이라고요.”
한차례 헛웃음을 흘려 보인 존 갈리아도가, 쇼핑백을 개봉하며 “이번 시즌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합류하는 거예요? 누군데요?” 하고 물음을 건넸다.
분명 쇼핑백 안에는, 다른 브랜드의 제품이 담겨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설마 자신에게, 자신이 만든 제품을 선물해 주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이윽고.
존 갈리아도가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말을 이었다.
“맙소사, 정말 디옴의 가방일 줄이야… 심지어 불과 몇 달 전쯤에 도식을 그렸던 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디자인이네요.”
“그런가요?”
“네. 지난 시즌 최고 인기 상품이었거든요. 여기, 안쪽 마감 처리 보이시죠? 특히 이 부분을 신경 썼었죠. 지금 다시 봐도, 정신이 아찔해지는데요?”
이내 한차례 “풉….” 하고 웃음을 흘려 보인, 알렉산더 킹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갈리아도, 잠시만요.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봐요.”
짤막하게 말해 보인 알렉산더 킹이, 어깨를 한 번 들썩여 보이고는 곧장 첨언했다.
“사실 그 가방 말인데, 정품(正品)이 아니거든요.”
“예…?”
황당하다는 듯 되물어 보인 존 갈리아도의 미간 위로, 금세 깊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가방을 다 뜯어볼 기세로, 한참 동안 살펴보던 존 갈리아도가 헛웃음을 흘려보이고는 되물었다.
“정말이에요? 이 가방, 정말 정품이 아닌가요?”
“그럼요.”
“맙소사. 어디 있어요?”
“네?”
“이 가방을 만든 ‘마이스터(Meister)’ 말이에요. 당장 만나 봐야겠어요.”
“만난 다음에는요?”
“딜! 당장 크리스찬 디옴의 아뜰리에로 데려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