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Snake Finds the Wolf Who Played With the Snake RAW novel - Chapter 1
프롤로그
내가 처음 불꽃놀이를 보았던 것은, 내가 사랑하던 왕이 다른 여인과 결혼하던 날이었습니다.
왕궁 위로 펑, 펑, 쏘아지던 불꽃은 잠시나마 서글픔을 잊게 할 정도로 섬요하고 아름다웠지요.
그 불꽃이 내 안에서 터져 버린 밤이었습니다.
온몸의 세포가 불꽃이 되어 타닥타닥 타올랐고 머릿속이 새하얬어요.
늑대 신으로 숭상받으며 왕국을 수호하던 내가.
왕에게 버림받은 후 평범한 수인(獸人)이 되어 살아가던 내가.
처음 맞이했던 발정기였습니다.
내 천박한 향기에 이끌려 나를 찾아온 낯선 사내와 밤을 보냈어요. 다음 날 정신을 차렸을 땐 다른 의미로 정신이 날아가는 줄 알았죠. 사내에게 매달렸던 지난 밤의 기억이 또렷해 손이 떨릴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도망쳤습니다.
그저 스쳐 지나간 하룻밤이니 그 사내도 분명 잊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 사내가 나를 찾아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가 대륙의 돈을 쥐락펴락하는 ‘검은 뱀 상단’의 상단주라는 사실도요.
“안녕, 레이디. 오랜만이네?”
“…원하는 게 뭐야.”
그가 날 찾아온 이유는 그날 밤의 대가를 위해서겠죠. 그래서 원하는 걸 물었어요. 그랬더니 뭘 줄 수 있냐고 되묻더군요.
상단주이니 역시 돈을 원한 거겠지요? 그래서 나는 가지고 있는 걸 모두 털어놨습니다.
꼬깃꼬깃한 지폐와 구리 동전 몇 개. 그걸 본 사내의 표정이 험악했지만 어쩌겠어요. 지금 내가 가진 건 이게 전부인 것을.
지난밤 저 사내의 노동 가치를 생각하면… 지폐 한 장을 빼려고 하는데 사내의 안색이 귀신을 본 것처럼 파리해졌습니다.
그게 조금 딱했어요. 그래서 모두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무리해서 치른 값이었습니다만 속은 후련했어요.
이제 다시 단조로운 평화와 지루한 행복 속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아침, 내가 운영하는 찻집에 사내가 들이닥쳤습니다.
맙소사.
가게를 오픈하자마자요.
“왜 그런 표정인데? 돈이 모자라다 싶으면 찾아오라며.”
사내는 뻔뻔한 얼굴로 찻집에 눌러앉았습니다.
아무래도 저 사내는 그날 밤 자신의 몸값이 아주 상당했을 거라고 착각하는 모양입니다.
하아. 일이 왜 이렇게 꼬였을까요.
새 인생을 얻은 지 5년 만에, 아주 크고 귀찮은 위기가 나를 찾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