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Snake Finds the Wolf Who Played With the Snake RAW novel - Chapter 23
19. * *
그날 밤.
허억! 막스웰은 크게 숨을 들이켜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또 그 꿈인가.’
하얀 설산에서 열다섯 정도로 보이는 영물 소녀를 만나는 꿈. 눈물로 비를 내린다는 신비한 영물을 빛 한 점 들지 않는 왕궁 지하에 가두고서 자신은 웬 낯선 공주와 결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하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멀리서 저를 지켜보는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자신은 그녀를 아는 체하지 않았다. 울먹이던 소녀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자 하늘에선 비가 내렸다. 그것이 뭐라고 짜릿한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백성들은 왕의 결혼식에 성스러운 비가 내린다면서 왕의 결혼을 더욱 축복했다.
그 후 자신은 한 번씩 왕궁 지하를 찾았다. 그럴 때마다 기뻐하는 소녀를 보며 묘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저것은 평생 내 것이어야 해.’ 음습한 소유욕이 느껴질 때마다 손등 위 새겨진 맹약의 인장이 홧홧해졌다.
그러다 장면이 바뀌었다. 키가 자란 소녀가 울며불며 제게 달려들었다.
‘나를 왜 버린 것이냐. 나를 버린 이유를 알려다오.’
소녀는 오열했다. 그녀의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저 하나뿐인 것처럼 간절하게.
이게 뭐지? 막스웰은 주먹을 꽉 쥐었다. 조금 전까지는 전생이라도 본 것 같은데… 그녀가 언급한 것은 전생이 아니었다. 그때 자신의 입술이 멋대로 움직였다.
‘조금만 참으세요, 늑대여.’
‘무엇을 얼마나 더 참아야 하느냐.’
‘제가 다시 태어났듯이 그대의 혼도 다시 태어날 때가 오겠지요. 지금은 왕국의 이익을 위해서 그대가 죽어야 하나 다음 생애는 다를 겁니다.’
‘왕국의 이익을 위해 나를 죽인 것이구나.’
그 말에 소녀는 무너지듯이 좌절했다. 이윽고 소녀의 몸은 가루가 되어 허공에 흩날리기 시작했다.
‘걱정 마세요. 맹약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다음 생애도 제 것으로 태어날 테니.’
꿈속의 자신은 허공에 흩날리는 가루를 양손으로 꽉 쥐었다. 분명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았으나 가루는 자꾸만 손아귀를 빠져나갔다.
‘그때는 비를 내리고자 울 필요도 없이 웃으며 내 곁에 있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가루를 보며 미친 사람처럼 웃어 대다가 숨이 막혔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지금, 막스웰은 식은땀을 닦았다. 그 소녀는 수호신이었을까. 병든 늑대의 모습을 하고서 힘없이 누워 있던 모습만을 보았었는데 어째서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그는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그 소녀의 얼굴을 떠올리려 했으나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알렉산더 놈이 요즘 만난다던 그 정신 나간 여인이 머릿속에 어른거렸다.
‘참 이상한 일이군.’
막스웰은 시트를 더듬거렸다. 베갯잇 위에 두었던 늑대 가죽이 보이지 않았다.
막스웰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의 옆에는 오늘 결혼식을 올릴 신성제국의 황녀가 잠들어 있었다.
순결한 첫날 밤 따위는 그저 관례일 뿐. 둘은 서로의 속사정을 확인한 지 오래였다.
신성제국의 정숙한 황녀라는 이름표와 다르게 황녀는 꽤나 음탕한 여인이었다. 그런 황녀의 머리 아래 그의 늑대 가죽이 깔린 건 참을 수 없는 일.
‘감히 부정하게!’
눈이 회까닥 돌아간 막스웰이 늑대 가죽을 움켜쥐었다. 당장에 저 더러운 머리통 아래에서 가죽을 빼내려던 그는 입술을 꽉 물고 움직임을 멈췄다.
그의 이성은 황녀와 자신이 어긋날 경우 자신과 왕국이 입을 피해부터 빠르게 숫자로 도출했다. 그리고 황녀의 머리를 조심스레 들어 올려 가죽을 몰래 빼내었다. 으음, 잠귀가 밝은 황녀가 몸을 꿈틀거렸다.
“전하?”
“아아, 걱정하지 말고 자. 이게 불편해 보여서.”
“하암― 베고 자니 푹신해서 좋던데요.”
“그럼 황녀를 위해 똑같은 것으로 구해다 주도록 하지.”
“그걸 제게 주시면…….”
“황녀.”
막스웰은 눈을 휘면서 황녀의 머리칼을 귀 뒤로 정리해 주었다. 그 손짓이 이상하게 섬뜩해서 잠이 달아날 지경이었다. 황녀는 저도 모르게 눈을 내리깔고 어깨를 파드득 떨었다.
“짐이 똑같은 것으로 구해다 준다 하지 않았나.”
“내일 결혼식을 위해 이만 자도록 해.” 막스웰은 황녀의 어깨를 다정하게 토닥거렸다.
황녀는 그의 말대로 눈을 억지로 감으며 몸을 움츠렸다. 그의 손이 어깨에 닿을 때마다 심장까지 싸하게 얼어붙는 기분이 들었으나 황녀는 애써 그 신호를 외면했다.
반반한 얼굴과 건강한 몸. 정략결혼치고 꽤 마음에 드는 상대였으니 결혼 전날부터 그를 거스르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