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Snake Finds the Wolf Who Played With the Snake RAW novel - Chapter 26
22. * *
알렉은 연회장을 샅샅이 뒤졌다.
‘발코니에도 없고, 복도에도 없어. 그렇다면…….’
알렉은 여인들의 은밀한 놀이터라 불리는 파우더룸을 노크했다. 여인들이 사내를 몰래 만날 때 이용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 문을 열자 여인들이 갖은 아양을 떨며 추파를 던졌다.
“어머, 저를 만나러 오신 건가요, 알렉산더 경?”
“저를 만나러 오신 거겠지요, 부인. 부인께선 1년 전에 경과 헤어지셨잖습니까.”
여인 둘이 투덕거리며 신경전을 벌였다. 그중 여유 있게 앉아 있던 다른 여인이 알렉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한곳에 정착하셨다는 소문이 나자마자 이렇게 파우더룸을 전전하시다니 경답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개가 똥을 끊지.”
드레스 앞 단추를 열고 파우더를 뿌리던 귀부인이 앞섶을 활짝 연 채로 알렉에게 다가왔다. 잘 다듬은 손톱이 그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 와중에도 알렉의 눈동자는 파우더룸을 구석구석 살피느라 분주했다.
“이쪽 하이에나가 아닌가.”
“호호, 무슨 말씀이신지?”
“제 파트너를 못 봤습니까, 부인?”
알렉은 제 얼굴에 닿아 있던 귀부인의 손을 치우며 얼굴을 찡그렸다. 귀부인의 존재도 반갑지 않았지만 그 향수 냄새 또한 너무 지독했다.
‘수인의 페로몬을 흉내 낸 향수군.’ 간혹 자신을 유혹하려는 여자들이 이런 향수를 뿌리기도 했었다. 예전에는 그 향기를 기껍게 여겼으나 지금은 달랐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다른 여자 수인의 페로몬을 맡아 본 적이 있던가.’
로렌과 각인한 후로 맡아 본 적이 없었다. 그가 지나갈 때면 암컷 수인들은 그를 유혹하기 위해 지독할 정도로 페로몬을 뿜어댔었는데 각인한 동안에는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웠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그런데 각인이 해제되어도 다른 암컷 냄새를 불쾌하게 느끼는 이유는 무얼까.
“아무래도 넌 그 여인을 심장에 새긴 모양이구나.”
어머니가 남겼던 말이 또 한 번 머릿속을 스쳤다.
알렉은 새까만 머리를 쓸어올리면서 인상을 썼다. 누군가가 저 근사한 미간에 짜부라져 보고 싶다고 우스갯소리를 했으나 동조하여 웃는 이는 없었다.
알렉의 아우라가 평소와 달리 좌중을 짓누르고 있었다.
“내 파트너 어디 있냐고.”
“그 평민 여자요? 듀벨 공작 부인 무리와 함께 있던데요?”
귀부인은 알렉에게 거절당한 손을 탁탁 털어 내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공작 부인과?”
알렉이 황당하다는 어투로 되물었다. 매사 지루하다는 낯빛으로 사교계를 쥐락펴락하는 여우 같은 여자가 우리 순진한 로렌에게 무슨 볼일이 있었을까.
“그래요, 공작 부인이요. 보통 분이 아니시니 당신의 파트너는 지금쯤 훌쩍훌쩍 울고 있겠죠?”
“하아.”
알렉은 파우더룸을 쾅 닫고서 곧장 공작 부인이 있을 곳을 향해 달려갔다.
‘내 용맹한 파트너가 함부로 눈물을 보일 여인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지독한 귀부인들 틈에 눌려 겁에 질려 있을 모습을 상상하니 애간장이 다 녹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