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Snake Finds the Wolf Who Played With the Snake RAW novel - Chapter 32
27. * *
막스웰은 완벽하게 옷을 걸친 상태로 침대에 올라가 있었다. 그 아래로는 드레스를 차려입은 왕비가 치맛자락을 위로 깐 채 누워 있다.
국왕 부부는 첫날밤에 치렀어야 할 절차를 지금 행하고 있었다. 왕비의 친정이 고집한 절차였다.
“이 정도면 수태하는 데 문제는 없겠군, 왕비.”
막스웰은 바지춤을 정리하면서 왕비의 다리 사이에서 왈칵 쏟아져 나온 씨물을 건조하게 내려다보았다.
왕비는 절정에 오른 몸을 달달 떨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나저나 결혼 전엔 몰랐는데 이상한 성벽이 있는 건가.’
왕비는 고개를 돌려 머리맡을 살폈다. 관계 내내 제 머리맡에 둔 늑대 가죽을 응시하던 막스웰의 모습이 떠올라서였다. 사랑 하나 느껴지지 않던 행위가 제법 좋았던 이유는 저것에 집중하며 내달리던 그의 허리 짓이 제법 거칠었기 때문이었다.
‘저것이 대체 뭐길래.’
왕비가 늑대 가죽을 쥐어 보려 손을 뻗을 때였다. 그 손이 닿기 전 막스웰이 재빨리 가죽을 낚아챘다.
“앞으로는 주의하도록 해.”
“무엇을 주의하라는 말씀이실까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왕비는 막스웰의 경고를 충분히 알아들었다. 늑대 가죽에 손대지 말라는 거겠지.
‘저딴 게 대체 뭐길래. 변태 자식.’
왕비는 속으로 구시렁대면서 가죽을 어깨에 두른 막스웰을 응시했다. 그의 옷차림은 방금 거사를 치른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정했다.
“짐은 비의 몸에 흔적을 남기지 않거늘. 오늘 비의 허벅지에 낯선 흔적이 남아 있더군.”
“아.”
왕비는 오늘 낮에 밀회를 가졌던 제국 출신 호위기사를 떠올리면서 재밌다는 듯 웃었다. 왕을 도발하려고 일부러 남겨 둔 흔적이었다.
“걱정 마셔요. 다른 사내의 씨를 들일 만큼 어리석진 않으니까요.”
“앞으로도 주의해.”
“화를 내실 줄 알았는데… 침착하시니 그 또한 서운하네요.”
“결혼은 과일이라 하지 않았나. 그대와 오래도록 지속하려면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니까.”
“하실 말씀은 그뿐입니까.”
“그래.”
막스웰은 그럼 좋은 밤을 보내라고 말한 뒤 침실을 나섰다. 이제 더러워진 몸을 씻을 시간. 그는 준비된 목욕물에 몸을 담갔다. 한참 동안 나른하게 늘어져 있던 그에게 시종장이 다가와 은쟁반을 내밀었다.
“지난번에 지시하셨던 것입니다.”
구겨지고 찢어진 편지 대여섯 통이 은쟁반 위에 올라가 있었다.
“이게 전부인가.”
“예. 나머지는 이미 폐기했다고 합니다.”
“폐기라.”
막스웰은 목욕통에서 나와 가운을 여몄다. 집무실로 향하는 걸음 뒤로 시종들이 줄지어 따랐으나 시종장을 제외한 모든 이를 물렸다. 가운 차림으로 집무실 책상에 앉은 그의 모습은 침실에서도 흐트러짐 없던 그동안과는 사뭇 달랐다.
막스웰은 시종장이 가져온 편지들을 자세히 살폈다. 이것들이 아직 폐기되지 않은 건 중요 우편물 인장이 찍혀 있어서거나 가장 최근의 편지라서인가.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니 이제 막 글을 배운 아이처럼 비뚤배뚤한 글씨가 보였다. 얼마나 정성껏 썼는지 글자 모양대로 편지지가 살짝 눌려 있었다.
[나는 왕국을 수호하던 늑대 신이다.지금은 수인이 되어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너의 왕국은 참으로 아름답구나. 내가 없어도 왕국민은 평안을 찾아 살고 있어.
그러니 이제는 내 이름을 돌려받고 싶어.
나를 만나 주거라. 너를 찾아가는 게 어려우니 네가 날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다.]
막스웰은 눈으로만 편지를 훑어내렸다. 그리고 다른 편지 봉투도 열어 내용을 살폈다.
편지마다 내용은 비슷했으나 그곳에 적힌 안부들이 달랐다.
어느 편지에는 ‘나의 오라버니는 잔소리가 심하다’란 말이 적혀 있었고 어느 편지엔 ‘웬 장사치가 자꾸 시비를 걸어 심사가 뒤틀린다’라고도 적혀 있었다.
막스웰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다가 입술을 굳혔다. 제 것이었던 수호신이 평범한 존재가 되어 사람들 틈에서 섞여 지냈단 사실이 못내 불쾌했다.
“이 편지가 진즉 짐의 손에 들어오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시종장.”
이 사랑스러운 편지를 지금에서야 보다니. 심기가 불편해진 막스웰은 젖은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시종장을 응시했다. 그는 안절부절못할 뿐 차마 입을 열진 못했다. 애꿎은 서기관들의 안위를 걱정한 것이다.
“하하, 뭘 그리 쩔쩔매. 그럼 시종장이 대신 관련자들을 처리하거라. 앞으로 이런 편지가 온다면 짐에게 곧장 전하고.”
막스웰은 그들의 처분을 시종장에게 맡기고서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며칠간 곰곰이 해결책을 고민했으나 결론은 하나였다.
“그리고 근위대장을 불러라.”
“근위대장, 말씀이십니까.”
“그래. 잠시 누구를 좀 데려와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