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Snake Finds the Wolf Who Played With the Snake RAW novel - Chapter 49
42. * *
알렉은 곧장 일에 몰두했다. 중단한 열차 운행과 무역을 재개하고 그간 보았던 손해를 복구하려면 족히 나흘을 밤을 새워도 모자랐다.
“알―렉, 좀 쉬면서 하자.”
사샤는 빈 꿀단지를 허탈하게 내려다보면서 투정을 부렸다. 로렌 양이 저녁 외출이라도 했으면 호위한다는 핑계로 빠져나갈 텐데.
“그놈의 꿀통은 그만 쳐다보고 당장 일하지 못해?”
“이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잖아. 왜 이렇게 급해.”
“상단을 위해선 벌여 놓은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야 해.”
“그 정도 리스크는 어느 상단이나 가지고 있다고. 여기서 상단을 더 키워서 뭐 하게. 어디 호수를 돈으로 메워서 수영이라도 할 셈이야?”
“그것도 좋은 생각이군.”
알렉은 천재적인 생각을 했다며 사샤를 응시했다.
“너무 피곤하면 농담도 구분 못 하는구나, 알렉.”
“내리 나흘을 밤새웠는데 멀쩡할 리가 없…….”
똑똑. 그때 누군가 알렉의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사샤는 알렉의 입꼬리가 비쭉 올라간 것을 보고 그것이 로렌임을 직감했다.
“잠시 들어가도 되는가.”
이미 문을 열고 들어온 로렌은 형식뿐일 인사를 하면서 알렉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머리를 틀어 올리고서 목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이제는 스카프나 드레스 따위로 목을 가리지 않아도 되었다. 그 자체로도 로렌은 자유를 느꼈다.
로렌이 외출할 때 샀던 간단한 간식을 가져왔다. 재빨리 그것을 받아든 사샤가 행복하게 웃었다.
“돌아가기 전에 이거 주고 가려고 왔다.”
“오늘 하루는 어찌 보냈어.”
알렉이 턱 아래 손을 괴고서 미소 지었다. 시커먼 눈가로 홍조 같은 것이 번졌다.
“샬럿과 책방에 가서 책을 샀다.”
“무슨 책?”
“비밀이다.”
“비밀?”
알렉은 그대로 고개를 돌려 사샤를 응시했다. 오늘 오전 외출에 로렌을 따라 나간 건 사샤였다. 사샤는 그런 알렉의 시선을 어색하게 피했다.
“일은 언제 끝나나.”
로렌이 알렉의 책상 앞까지 걸어갔다. 수북하게 쌓인 서류엔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잔뜩 쓰여 있었다.
왕실 인장이 박힌 편지는 갈기갈기 찢겨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었다. 저래도 괜찮나. 로렌은 알렉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그의 뺨을 쓸었다.
“그날 이후로 쉬지도 못하고… 많이 힘들겠구나.”
“아니 하나도 피곤하지 않아. 끝나고 내게 떨어질 달콤한 상을 즐길 예정이거든.”
알렉은 눈을 감고서 작은 손바닥에 뺨을 비볐다. 나른한 흑표범 같았다.
“상?”
“나 상 안 줄 거야, 달링?”
알렉은 로렌의 손을 그대로 끌었다. 로렌은 알렉이 끄는 대로 책상을 빙 둘러 그가 앉은 자리까지 걸어갔다.
알렉은 의자에 앉은 채로 서 있던 로렌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게 두 다리 사이에 그녀의 몸을 가두고서.
알렉의 얼굴이 가슴 사이를 파고들었다. 후우. 그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마셔도 마셔도 로렌의 달콤한 체취는 언제나 갈증을 일으켰다.
사샤 저 자식만 없었어도 좀 더 노골적으로 붙어 먹을 텐데. 당장 내쫓고 싶었으나 그리한다면 자신의 엄격한 연인이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이다.
알렉은 그대로 얼굴을 들어 로렌에게 농염한 웃음을 흘렸다. 발갛게 물든 로렌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씹어 삼키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무, 무슨 상을 말하느냐.”
“내가 바라는 건 하나뿐인 거 알잖아.”
“돈?”
로렌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그 대답을 예상치 못한 알렉이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지금 농담하는 거지?”
“아, 아닌가? 아니라면 미안하다.”
그럼 뭐지. 로렌의 눈동자가 허공을 데룩 굴러다녔다. 저 사내는 제 모든 걸 알던데 자신은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이제야 실감했다.
“너는 정말. 하아.”
‘아니지 내가 문제야. 돈만 밝히는 모습을 보였나 보지.’ 알렉은 로렌을 그대로 번쩍 들어 제 무릎 위에 앉혔다.
로렌의 양다리가 그의 몸통 옆으로 벌어지면서 엉덩이가 그의 허벅지 위에 안착했다. 다소 민망한 자세에 로렌은 사샤를 살폈다. 그는 소파에서 간식을 먹느라 로렌과 알렉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내가 돈을 버는 건 미래의 내 아이들을 위해서야.”
알렉은 눈높이가 비슷해진 로렌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새하얀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아이들?”
간지러운 숨이 닿아 로렌은 고개를 떨었다. 알렉은 인장이 사라진 위치까지 버드 키스를 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 한… 넷 정도. 그놈들이 자라서 부족한 거 없이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어? 먹성 좋은 부인도 좋아하는 고기 실컷 사 주고.”
그녀의 목덜미에 집착하던 알렉은 자세를 바로 하고 로렌을 똑바로 응시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요즘 내가 꾸는 꿈 이야기야.”
“먹성 좋은 여자가 이상형인가. 나도 꽤…….”
로렌은 쑥스러운 고백을 하면서 뺨을 긁었다. ‘시발, 귀여워. 그냥 여기서 일을 치를까.’ 알렉의 황금빛 눈동자가 번들거리며 동공이 살짝 풀렸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늑대가 허리를 비틀었다. 그러자 실크 정장 아래로 뜨겁게 부푼 살덩이가 로렌의 엉덩이를 쿡 찔렀다.
“……!”
로렌이 알렉의 어깨를 짚고서 몸을 버둥거렸다. 움직일수록 엉덩이가 하반신에 비벼져 알렉의 욕망은 더 크고 뜨겁게 부풀 뿐이다.
“여기서 상 주려고 이러는 거야?”
“사, 상?”
“내가 바라는 거 이제는 눈치챘을 텐데, 늑대님.”
알렉은 가볍게 허리를 튕겼다. 힉! 그가 움직일 때마다 아랫배가 홧홧해졌다. 방심한 사이 페로몬까지 미약하게 흘러나왔다.
“그, 그건. 여긴 안 된다.”
로렌은 당장에라도 터져 나갈 것처럼 빨간 얼굴을 저었다. 로렌의 페로몬을 사샤에게 들키기 싫었던 알렉은 페로몬을 풀어 로렌의 향기 위로 덧씌웠다.
“그럼 일 다 끝나면 줄 거지?”
“응. 그러니 내려 줘.”
“입 맞춰 주면.”
알렉은 짓궂은 주문을 늘어놓았다. 로렌은 사샤를 한 번 더 힐끗거린 뒤 알렉의 입술 위로 제 입술을 가볍게 눌렀다가 떼어 냈다. 분명 그의 요구대로 했는데 알렉의 표정은 어쩐지 더 어두워졌다.
“하, 감질나네.”
“놓아줘, 이제.”
“…….”
“사, 상 줄 테니까!”
로렌이 큰 소리를 내며 버둥거렸다. 알렉은 아쉬워하면서 허리를 붙잡던 손을 풀었다.
로렌은 후다닥 알렉의 허벅지에서 내려와 치맛자락을 정리했다. 그때 로렌의 외침을 들은 사샤가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돌렸다.
“저도요! 저도 상 주세요, 레이디!”
“아, 안 된다. 그건 절대 안 돼.”
로렌은 붉어진 뺨을 손등으로 누르면서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그의 것이 닿은 자리가 아릿하게 저렸다.
“에에? 저도 상 주셔야지요. 치사하게 알렉만… 억!”
사샤가 문도 닫지 못하고 도망가는 로렌의 등에다 대고 푸념하는데 딱딱한 것이 날아와 뒤통수를 갈겼다.
“으― 아파!”
사샤는 뒤통수를 문지르면서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웠다. 알렉의 궐련 케이스였다.
“감히 누구에게 뭘 조르는 거야.”
“나도 상― 받고 싶다고.”
“닥치고 일해, 사샤.”
알렉은 한 번 더 로렌에게 말을 걸면 죽여 버릴 것처럼 으르렁거렸다. 사샤는 쳇 혀를 차면서 궐련 케이스를 챙겼다. 그의 입가엔 또다시 헤실헤실 웃음이 맴돌았다. 이 안에 든 궐련을 팔아다 값비싼 꿀 사 먹을 생각을 하니 거절당해 속상한 마음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