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00
청풍표국 최강식객 100화
100화. 별은 빛을 잃고, 교룡은 비구름을 만나네(5)
푸슈슉!
붉은 핏방울이 칠흑 같은 어둠 사이로 퍼져나갔다.
묵풍조의 손속은 거침이 없었고, 청풍표국을 습격하려던 흑의인들은 당황했다.
이런 고수들이 이런 작은 표국에 있었단 말인가!
전력상으로만 따지자면 대문파나 거대세가에 뒤지지 않았다.
대개 팔문팔가의 수장급들이 화경이나 초절정의 수위라면 그 아래 장로급들이 보통 초절정의 중위, 또는 그 아래였다.
한데 지금 나오는 이들은 결코 그들의 실력에 못지않았다.
‘이런 씨발! 도대체 어떤 놈들한테 우릴 보낸 거야!’
흑사회주가 속으로 단목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이번 흑사회와 하오문 강소지부의 대대적인 합동작전은 묵천과 임요성의 척결이 최대 목표였다.
총소집령을 내린 그들은 이미 묵천의 수장이 임요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내용을 단목인과 공유하고, 임요성은 단목인이, 표국은 그들이 맡기로 하고 양동작전을 펼친 것이다.
임요성만 없다면 수월하게 진행되리라고 생각된 습격이 첫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혀 버린 것이다.
츄아악!
다시 흑사회의 간부 중 한 명의 목이 날아갔다.
은신과 은신의 대결.
중원 3대 살수 조직인 흑사회가 오히려 묵풍조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스슥.
푹!
인지도 못 한 사이에 옆의 동료가 쓰러졌다.
그리고 곳곳에서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묵풍조의 은밀한 움직임을 흑사회의 살수들은 잡아내지 못했고, 어어? 하는 순간 세상이 돌아가는 걸 느끼며 죽어갔다.
곳곳에서 죽어가는 수하들을 보며 흑사회주가 씹어내듯 소리쳤다.
“젠장! 이제 은신은 무의미하다! 밀어붙여!”
수하들이 흑사회주의 명령에 은신을 풀고 청풍표국으로 쇄도했다.
이판사판이다. 이제는 혼란을 가장해 하나라도 더 많은 이들을 죽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오문의 강소지부장 호중량 역시 이를 갈며 소리쳤다.
“가라! 모두 죽여라!”
자신의 딸의 목숨을 앗아간 원수!
호중량의 눈은 이미 돌아가 있었다.
금지옥엽처럼 아끼던 무남독녀인 호상희는 차기 강소지부장으로, 그녀의 대에 하오문주로 앉히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그런데 허망하게 죽어버린 것이다. 시체도 찾지 못했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소주 무림을 이 잡듯이 뒤졌고, 묵천의 부활이 임요성과 연관이 있는 것을 알아냈다.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으드득!
츄아악!
호중량의 검에 한 무사단원의 목이 떨어졌다.
흑도의 가장 이름난 살수 조직인 흑사회와 하오문의 공격이었다.
아무런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묵풍조 장로 열 명과 이제는 청풍단이 된 150여 명 단원들의 절묘한 호흡이 만들어내는 묵풍검진은 가공할 위력을 보였다.
촤아악!
“크아악!”
“사, 살려… 큭!”
퓩!
일차로 이제는 청풍표국의 정식 무사단이 된 청풍단이 맡고, 그들의 눈을 피해 들어오는 이들을 표사대원들이 막아섰다.
하지만 그들은 최강의 살수, 그들의 눈까지 피하고 표국을 침범한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어디선가 날아오는 염주 알.
빡!
“커억!”
머리통에 격중하면 그대로 절명.
어쩌다 몸의 어딘가에 맞게 되면 아무리 기척을 내지 않으려 해도 안 낼 수가 없었다.
그러면 득달같이 경비대원들이 달려들어 그들을 끄집어냈고, 그들 사이에 있는 교룡대원들을 얕잡아보고 달려드는 순간!
푸아악!
“끄악! 이 새끼가 뭘 터트린 거야!”
스걱!
얼굴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는 흑의 복면인의 목을 그대로 날려버린 경비대원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크흐흐. 꼬맹이가 제법인데?”
“하! 꼬맹이 아니거든요. 저보다도 작으면서!”
자기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큰 교룡대원을 보며 경비대원이 입맛을 다셨다.
“새꺄! 어릴 때 한약을 잘못 먹지만 않았어도 너보단 컸을 거야! 아픈 기억 끄집어낼래?”
“나 참.”
엄충식이 고개를 저으며 입맛을 다셨다.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주위를 보니 자신과 비슷한 광경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습격이 있기 전 백 의원에게 받았던 송엽탄의 위력은 실로 굉장했다.
원래라면 상대도 되지 않았을 무인을 순간적으로 무력화시킨 것이다.
지금 그들은 2인 1조, 또는 3인 1조로 움직였다.
경비대원 한 명에 교룡대원 한 명이 붙거나, 경비대원 두 명에 교룡대원 한 명이 붙는 식이었다.
어린 교룡대원이 습격한 복면인들의 방심을 이끌어내고, 송엽탄이 만들어낸 빈틈을 숨어 있던 경비대원들이 달려들어 처치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송엽탄만으로는 이 정도 성과를 내긴 힘들었다.
교룡대원들에게 송엽탄이 배포된 것처럼 경비대원들에게는 잠력환이 배포되었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가진 잠력을 폭발시켜 기존의 힘에 두 세배를 일으키도록 하는 것으로, 삼류무사인 그들인 이류나 일류고수까지도 잡아낼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 잠력환을 복용하면 며칠은 앓아누워야 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강호에 알려진다면 미친 듯이 문의가 쇄도할 테지만, 이미 임요성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들은 그런 사실을 누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갈 데 없는 자신들을 거둬주고, 무공까지 가르쳐주는 곳을 배신할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크악!”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엄충식의 고개가 돌아갔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쓰러지는 사람은 적이었으니까.
씨익.
곽현이 엄충식을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흥! 몇 명 죽이는지 내기하자고!”
“좋지! 난 지금 세 명째야!”
“제길! 끝날 때는 달라져 있을 테니 걱정 말라고!”
엄충식과 곽현이 각자가 속한 일행들과 함께 흩어졌다.
투견으로 살아오며 어떨 때는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미래를 꿈꾸며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그러한 독심은 극악의 수련 강도를 버티는 데 큰 힘이 되었고, 평소 이를 악물고 수련한 위력이 지금 발휘되고 있었다.
아직 내공은 없었지만,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이미 고수를 보는 듯 치밀하고 냉정했다.
그리고 흑도의 쓰레기라는 손가락질을 받던 자신들이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무사로서 오직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경비대원들.
그들 역시 임요성에 대한 충성심으로 악으로 깡으로 나윤천의 수련을 버텨냈고, 눈부시게 발전한 실력을 여과 없이 펼쳐내고 있었다.
표국의 곳곳에서 이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신의 백운학이 은신술을 펼치며 들어오는 살수들의 기척을 잡아내어 공격을 가하면, 경비대원들과 교룡대원들이 아귀처럼 달려들어 그들을 해치우는 방식이었다.
표국의 담장을 이리저리 뛰어넘으며 표표히 날리는 염주 알은 흑사회의 살수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았다.
“흐흐….”
“…사부님. 즐거워 보이십니다.”
스윽.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으며 백운학이 짐짓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저들의 죄업을 사하고, 그나마 극락왕생시켜주고자 염주를 사용하는 이 스승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느냐.”
“예.”
“…….”
퓩!
그리고 위현보에게서 날아간 작은 비도 하나.
그런데 그다음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흑사회 살수의 머리에 꽂혔던 비도가 다시 날아와 위현보에게 잡히는 것이 아닌가!
설마 이기어도?
“오금비도의 움직임이 제법 좋아졌구나.”
“뭐, 꾸준히 연습한 결과죠.”
흔치 않은 스승의 칭찬에 위현보가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적긁적했다.
오금비도(烏錦飛刀).
오금비도는 검은 비단으로 만든 비도라는 아름다운 이름과는 달리 그 자체로 호신강기를 뚫고도 신체에 꽂히는 강호십대병기 중의 하나였다.
놀랍게도 그 오금비도가 지금 위현보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이다.
천년묵철과 운철을 섞어 만든 것으로 빛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예기까지도 안으로 갈무리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평범한 비도로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진정한 놀라움은 다른 것에 있다.
시전자의 선천진기를 조금 담게 되면 그의 의지와 연동되어 이기어도와 비슷한 결과를 내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기어도처럼 강기를 담아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내지는 못하지만 자유자재로 자신의 의지를 담아 조종할 수 있었다.
이는 그 자체로 호신강기를 뚫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절대 고수도 마음만 먹는다면 암살할 수 있는 무기였다.
그 강호십대병기의 하나인 오금비도가 위현보에게 들려 있는 것이다.
퍽!
위현보에게 몰래 다가드는 살수의 머리통을 날리며 백운학이 그의 머리통을 때렸다.
“녀석아 그렇다고 방심하지 말고.”
어떤 은거기인의 죽어가던 딸을 구해주고 받은 오금비도.
어차피 막대한 내공이 있는 자신에겐 큰 효용이 없었지만, 제자에겐 더없이 가치 있는 물건이었다.
“쳇! 저도 알고 있었다구요.”
사제지간의 긴장감 없는 대화와는 달리 아래쪽에서는 극한의 긴장이 팽배했다.
하지만 신의의 염주 알과 제자의 오금비도는 목표를 놓치는 법이 없었고, 표국의 식솔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으려는 경비대원들과 교룡대원들의 활약 속에 표국 내의 상황은 점점 정리되어 갔다.
그리고….
“하악! 하악!”
표국의 정문을 지척에 두고도 넘지 못하고 있는 흑사회주 유백과 호중량.
이제 남은 수하들은 채 스물이 넘지 못했다.
그들 역시 깊은 상처를 입어 이미 전의를 상실한 표정이었다.
흑도의 최고의 살수단이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지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자부심을 가지던 자신의 흑사회가 이렇게 약했던가?
물론 그의 생각처럼 흑사회가 약한 것이 아니었다.
하필 신의가 있었고, 하필 묵풍조가 있었으며, 하필 그들의 계획을 알고 있던 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이 셋 중 하나라도 부족했더라면 당한 것은 오히려 청풍표국일 수도 있었다.
“젠장…. 도대체가 너희들은 뭐냐….”
얼굴에 피범벅을 한 채 호중량이 씹어뱉듯 한 말에 일검이 검에 묻은 피를 뿌렸다.
“묵천의 천도이기도 하고, 청풍표국의 무사단인 청풍단의 단원이기도 하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우리는… 임요성 공자님을 모시는 사람들이다.”
“이익! 도대체 그자가 뭐길래!”
“그분은… 청풍표국의 식객이시지.”
“…하!”
호중량이 헛웃음을 내뱉었고, 흑사회주 유백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괜한 일에 엮여 일을 그르쳤군. 저승에 가서 먼저 간 부하들을 볼 면목이 없구만. 하지만 네놈들 중 한 놈이라도 데려가야겠다!”
그 말과 함께 유백이 일검에게 쇄도했고….
스팟! 파바박!
몇 번의 공방 끝에 흑사회주의 목이 허망하게 떨어졌다.
이미 생명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던 호중량이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 물었다.
“후후…. 너희들의 주군 말일세. 아직 이립도 되지 않은 나이라 들었는데….”
“그렇다.”
“조금만 일찍 만났더라면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었을까.”
“글쎄.”
단목룡을 만나기 전이었다면, 그래서 임요성을 먼저 만났더라면 다른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하는 짧은 생각이 스치고 지났다.
눈앞에 딸의 얼굴이 떠올랐고, 이내 세상이 거꾸로 도는 것을 느꼈다.
“잔당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처단하라!”
일검의 외침에 청풍단원들이 그 뜻과는 전혀 다른 피바람을 어두운 밤하늘에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치열한 전투가 끝날 때쯤 임요성 일행이 표국에 도착한 것이다.
“허, 이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말문이 막혀버린 노준경이 고개를 돌리다 백운학과 눈이 마주쳤다.
“헛! 자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