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01
청풍표국 최강식객 101화
101화. 도대체 자네 정체가 뭔가?(1)
청풍표국의 의각 접객청에 네 사람이 모였다.
한 사람은 얼굴이 붉게 물들어 금방이라도 터질 듯했고, 한 사람은 난처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런 두 거인들의 분위기를 살피며 번갈아 보고 있다.
결국 노준경이 버럭했다.
“자네! 도대체 여기에 왜 있는 건가?”
노준경이 손가락질을 해대며 소리를 지르자, 백운학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거참, 시끄럽군. 그건 내가 물을 말일세. 왜 뜬금없이 조용히 살려는 데 나타나서는….”
그의 말에 노준경이 헛웃음을 지었다.
“허 참. 이 사람아 자네 같은 사람이 조용히 살고 싶다고 그리된다던가? 아예 산속에 들어가 은거를 한다면 모를까.”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보니 오래된 친구 사이 같았다.
노준경과 이리 스스럼없이 지내는 사이라니.
“그리고 조용히 산다는 사람이 손에 든 그 염주 알은 뭔가?”
“크음.”
백운학이 헛기침을 하며 뒤로 손을 감추었다.
“뭐,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지 않겠나.”
“하!”
노준경이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옆에서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갈백규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나섰다.
“저도 좀 소개해 주시지요 방주님.”
제갈백규가 공손한 자세로 끼어들었고, 노준경이 입맛을 다시며 머뭇거렸다. 이걸 밝혀도 되나 하는 표정이었다.
사실 임요성도 궁금하긴 했다. 개방의 용두방주와 신의의 조합이란.
일견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고, 어찌 보면 전혀 안 어울리기도 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고정되자 백운학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푸념했다.
“에잉. 기왕지사 어쩔 수 있나. 내가 백운학일세.”
잠깐 멍한 표정을 짓던 제갈백규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그는 백운학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맹주인 모용천도 신의와는 인연이 없었기 때문인데, 그가 낮은 곳에서 헐벗은 이들을 주로 치료하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반면 노준경의 이어지는 설명에 의하면 두 사람은 꽤 막역한 사이였다.
개방도뿐만 아니라 원인 모를 병에 걸려 고통받는 일반 거지들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노준경은 강호를 떠돌다가 사정이 딱한 이들을 몇 번 소개해준 적이 있었고, 연락이 되는 한에서는 백운학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런 인연으로 두 사람의 친분은 두터운 편이었는데, 이번엔 제법 연락이 꽤 오래 끊어졌다가 여기서 만나니 노준경이 놀랄 만도 했다.
노준경과 백운학이 번갈아 가며 어떻게 자신들이 만나게 되었고, 친분을 나누게 되었는지 설명을 하자 제갈백규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해갔다.
앞에 있는 노인이 강호 최고의 신의라는 백운신의라는 말에 제갈백규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저, 정녕 백운신의님이란 말입니까?”
백운학은 제갈백규의 반응에 멋쩍은 듯 입맛을 다셨다.
“쩝. 대놓고 신의라니까 좀 그런데, 백운이라는 별호가 맞긴 하네.”
“신의 어른! 저랑 같이 좀 가주십시오.”
바로 제갈백규가 무릎을 꿇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같이 있던 이들이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잉? 갑자기 이게 무슨….”
백운학이 황당한 표정을 짓자 제갈백규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맹주께서 지금 많이 안 좋으십니다.”
“뭐?”
“뭣이?”
백운학과 노준경이 동시에 헛바람을 들이켰고, 임요성도 내심 놀라 제갈백규를 쳐다봤다.
맹주가 아프나니.
사실 화경의 경지에 오르면 심기체가 조화에 이르기 때문에 병에 걸릴 일이 없다.
그리고 그곳에는 백운신의를 제외한 천하삼대의원 중 한 명인 능위평도 있었다.
‘하아….’
제갈백규가 눈을 질끈 감았다.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져 실수를 하고야 만 것이다.
좀 더 숨기려고 했는데, 눈앞에 그리도 찾던 신의를 만나니 자신도 모르게 맹주의 안위가 툭 튀어나온 것이다.
“후우. 어차피 이리된 것, 모두 말씀드리지요.”
잠시 뜸을 들인 제갈백규가 쏟아내듯 그간의 일을 설명했다.
“사실 맹주께서 괴이한 약에 중독되시어 지금 내상이 심하십니다. 맹의 능위평 의각주께서도 두 손을 드셨습니다. 의각주께선 자신의 사형이신 신의 어른이 와야만 일단 뭐라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흠….”
백운학이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사제를 딱히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의 실력은 진짜였다.
자기보다 실력이 낮다고는 하지만 그건 정말 한 끗 차이였다.
그랬기에 무림맹의 의각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이고.
그가 살려낸 무림맹의 무사들이 부지기수였기에, 어찌 보면 사제가 더 자신보다는 강호에 큰 도움이 되는 의원임에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 녀석이 그리 말했다면 보통 일은 아니겠군.”
“저랑 같이 맹으로 제발 가주십시오. 이런 시국에 맹주마저 잘못되신다면 정말 큰 환란이 닥칠 겁니다.”
“허허. 거참.”
곤란한 표정을 짓는 친우를 보며 노준경도 옆에서 거들었다.
“나도 부탁하네. 만나보면 알겠지만 모용천 맹주는 제법 괜찮은 사람일세. 지금 의문의 세력이 준동하려는 시점에 그가 힘을 제대로 못 쓴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큰 일일세.”
노준경까지 부탁하자 백운학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어쩔 수 없군. 이 녀석아 내 없는 동안 내 제자 놈이나 잘 살펴줘.”
임요성에게 던진 말에 노준경의 눈이 동그래졌다.
“제자? 호오. 드디어 제자를 들인 겐가? 이거 강호의 홍복이구먼.”
“홍복은 무슨. 일단 이 녀석이 좋겠지. 여기에 의탁하기로 했으니.”
“허어.”
노준경이 놀란 눈으로 임요성을 쳐다봤다.
“신의에다 그의 제자까지 자네에게 의탁을 하다니. 도대체 자네 정체가 뭔가?”
임요성이 덤덤히 말했다.
“저요? 전 청풍표국의 식객입니다만.”
“허어.”
“말이 식객이지 식객이 곧 식구되는 거 아니더냐?”
능글거리는 백운학의 말에 제갈백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에? 식구라면… 그 처자와….”
“크음. 그건 넘어가시죠.”
“허허. 그럼세. 중요한 건 지금 그게 아니니. 물어볼 게 산더미인데, 우선 신의님과는 도대체 어떻게 알고 지내게 된 건가?”
임요성이 백운학을 만나게 된 사정을 이야기해주었다.
어릴 적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끌려 가 불량인이 되었던 것, 그리고 묵천군이라는 스승을 만나 고련을 통해 황제의 수신호위가 된 것, 그리고 백운학을 만나게 된 경위 등을 얘기했다.
백운학이 옆에서 그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이건 임요성에게 확실한 신분의 증명과 같았다.
임요성의 불량인 시절부터 알고 있었으니.
하지만 노준경과 제갈백규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어쩌면 모험이라면 모험이었다.
그들과 얼굴을 튼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들과의 관계가 앞으로 강호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직감적으로 알았기에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실마리가 풀렸다.
“허어! 자네가 묵천군, 천무진 그 친구의 제자였다니 이런 놀랄 일이 있나.”
노준경이 허벅지를 탁! 치며 탄식을 터트렸다.
아무도 모르던 스승의 본명을 거론하자 이번엔 임요성이 놀랐다.
“저희 사부님을 아십니까?”
“허허. 알다마다. 한 이십 년 정도 됐나? 정보 바닥에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가 있다기에 몇 번 만나서 술 한잔한 적이 있지. 당시 단목세가주를 참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깜짝 놀랐지. 아직 그 정도 경지가 아닌데도 말이야.”
수염을 쓰다듬으며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던 노준경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면 참 악연이군. 천무진 그 친구가 단목세가의 전대가주를 죽이고 우내십존에 올랐듯이, 자네가 현 가주와 소가주까지 죽이고 상천십좌에 오르다니….”
“당시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렇고, 먼저 건드린 대가지요.”
“음….”
침음성을 내는 노준경의 옆에서 백운학도 무겁게 고개를 주억였다.
“그랬군. 자네랑은 난의 막바지에 만나서 스승에 대한 부분은 몰랐는데….”
그리고 모든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제갈백규가 입을 열었다.
“흠…. 그런데 자네의 말을 우리가 믿는다고 해도 단목세가나 무림팔가에 속한 세력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군.”
제갈백규가 턱을 쓰다듬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뭔가? 얘기해보게.”
제갈백규는 어떻게는 임요성을 도와주고 싶었다.
알면 알수록 대단한 젊은이였고, 그의 과거를 알고 나자 더욱 탐이 났다.
그리고 자신이 애타게 찾던 신의를 이 젊은이를 통해 만나게 되었으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임요성의 말이 이어졌다.
“이번 일을 묵천으로 돌릴 생각입니다.”
“흠.”
“허어.”
“묵천이라….”
세 사람이 예상치 못한 임요성의 말에 모두 순간 말을 잃었다.
실로 절묘한 수긴 했다. 무림팔가에 속한 세력의 가주와 소가주까지 모두 죽였다는 건 어찌 됐든 상당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사이 여러 세력들 간의 입김이 작용한다면 임요성에게 치명적인 피해가 갈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묵천이란 곳으로 눈을 돌린다면?
일단 묵천과 단목세가의 개인적인 원한 관계로 몰아갈 수 있었고, 이는 다른 세력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노준경이 장탄식을 터트렸고, 제갈백규는 오히려 눈을 반짝였다. 백운학은 수염을 쓸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 치열했던 황자의 난에서 살아남은 게 우연은 아니었어.”
“제가 처음부터 이랬겠습니까. 그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았으니 이렇게 된 거지요.”
“후후. 어쨌거나.”
“끙.”
노준경이 팔짱을 끼고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두 분께서 눈만 감아주신다면요.”
임요성이 노준경과 제갈백규를 번갈아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허허. 이 사람. 우릴 못된 일에 끌어들이는구먼.”
제갈백규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단목세가와의 결전이 왜 있었는지, 아무런 암수도 개입되지 않았다는 건 두 분께서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강호에 일어날 혼란을 줄이는 거라고 생각됩니다만?”
임요성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강호는 외부의 위험에는 늘 힘을 합쳤지만, 내부의 혼란에는 취약함을 보여왔다.
만약 이번 일이 후기지수에 불과한 임요성이 개입되었다는 게 알려지면 자존심 강한 강호의 무인들은 임요성을 응징하려고 할 것이다.
“음….”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노준경과는 달리 제갈백규는 바로 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머리를 많이 굴리는 데 능통한 사람이라 오히려 이런 쪽으로는 마음이 맞았다.
“좋네. 그럼 자넨 우리에게 뭘 해줄 텐가?”
“허어, 총군사 이 사람아 그리 성급하게….”
“잠깐만요, 방주님. 어차피 이 일은 묵천군과 단목세가 둘 사이의 문제입니다. 조사를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 결과입니다. 다른 세력들이 끼어들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끙.”
노준경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 이 부분은 그냥 당사자끼리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죠? 그리고 임 공자 말대로 저희 쪽에서 선수를 쳐서 묵천의 소행임을 먼저 발표를 해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저희는 중립을 두 세력의 오랜 숙원에 의한 것임을 확인했으니 중립을 표방한다면 적어도 다른 세력들도 쉽게 움직이지는 못할 겁니다.”
제갈백규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노준경이 피식 웃었다.
“하… 내가 이래서 머리 굴리는 것들을 싫어한다니까.”
“후후. 방주님도 머리 쓰시는 데는 상당하시단 걸 알고 있습니다만.”
개방 십만 방도를 수족처럼 움직이는 그가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는지를 알면 절대 그를 거지 왕초라고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자네 대답은?”
“뭘 원하십니까?”
제갈백규가 가만히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