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04
청풍표국 최강식객 104화
104화. 강소제일세(2)
이 화제의 가장 중심에 있는 단목세가의 안채.
“후…. 그러면 이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하면 되겠어요?”
바로 단목인의 정실부인인 고용화였다.
날카로운 눈매와 그와 어울리는 날렵한 몸은 그녀가 평범한 여인은 아니라는 걸 나타냈다.
그녀는 산서상인의 대표 격인 양주상단의 장녀였다.
그리고 산서성의 패자이자 강호팔문 중의 하나인 항산파의 속가제자이기도 했다.
항산파는 아미파와 같이 비구니들로만 구성된 불가문파로 오직 여성만 본산제자로 받아들였으나, 속가제자는 남자도 받았다.
과거 구파일방 시절을 더 거슬러 올라가 오악검파 시절에는 중원을 질타하는 문파였으나, 현재는 그보다는 손색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강호팔문으로서의 지위는 굳건했고, 특히 산서상인과의 돈독한 교류로 상당한 재력을 가진 문파였다.
산서상인이 어려움이 있을 때는 발 벗고 나섰는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연수 관계가 없는 휘주상인이 무력에서 밀리고 있는 점이 이 부분 때문이었다.
고용화는 지아비와 아들의 죽음 이후 안휘의 패자인 남궁세가나 절강의 모용세가, 호남의 진주언가 등에 몇 번 의견 타진을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회의적이었다.
가주와 그의 뒤를 이을 후계가 동시에 죽은 단목세가의 미래는 뻔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롭게 떠오르는 청풍표국과 손을 잡는 것이 유리했다.
겉으로는 신중하자는 뜻을 전했지만 결국은 거절이었다.
만약 명분을 중요시하는 강호팔문의 어딘가가 이렇게 당했다면, 다른 칠문은 연합을 해서라도 임요성을 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명분보다는 실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들의 단점이 이런 곳에서 드러났다.
이미 이빨이 빠지고 발톱까지 잃은 단목세가에게서 얻을 것은 없었다.
이에 격분한 고용화가 가문 회의를 소집한 것이고 항산파의 도움을 빌려 청풍표국을 밀어버리자고 제안하자 장로들이 말리고 나섰다.
일 장로 단목궁이 나섰다.
“음. 가주께서 암습이 아닌 실력으로 졌다는 마당에 대대적으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쉽지 않습니다.”
이 장로 단목염이 거들었다.
“저쪽에 절대 고수가 존재하는 이상 이쪽에서도 절대 고수가 나서야 대응이 가능한데, 가모님께서 수학하신 항산파에는 현재 절대 고수가 없지 않습니까?”
항산파의 장문인 각연사태는 우내십존으로 초절정 고수였다.
즉 단목세가를 도와주려면 장문인 정도는 나와줘야 했고, 그나마 그것도 이길 가능성은 희박했다.
문파의 명운을 걸어야 가능한 승부였고, 당연히 남의 일에 그 정도로 나설 곳은 없었다.
일 장로가 다시 나섰다.
“결국 이해당사자인 단목세가와 양주상단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데, 이번에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묵천의 전력이 상당하다는 소식입니다. 묵룡을 호위하는 여덟 명의 무위가 모두 초절정에 이르렀다는 정보입니다.”
“저도 들었습니다. 만약 그들을 치려면 우리도 멸문을 각오해야 합니다. 또한 그들은 음지에 있어 그 실체를 찾기도 쉽지 않구요.”
탕!
장로들의 말에 고용화가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지금 그 녀석에 대한 칭찬을 듣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대안이 뭐냐는 거지요!”
날 선 반응에 장로들이 목을 움츠렸다.
사실 장로들 입장에서는 가주가 죽었다고 딱히 나쁠 건 없었다.
오히려 자기들이 가문 내에서 은밀히 활동할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고, 현재 정실부인인 고용화의 소생인 단목룡이 죽은 이상 오히려 장로들 소생에서 다음 대 가주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 없었다.
단목궁이 나섰다.
“일단 전열을 정비한 다음 습격하면 됩니다.”
“차라리 지금 그들을 치면 어떻게 되죠? 어차피 명분도 있잖아요? 우리를 지지하는 이들과 다 함께….”
고용화의 제안에 장로들이 고개를 저었다.
“너무 성급합니다. 위험부담이 큽니다. 일단 내부의 혼란을 수습한 다음 후일을 도모하는 게 낫습니다.”
“잠깐입니다. 뒤통수를 쳐 그들을 처단한 다음 원복시키는 건 일도 아니죠. 오히려 이번 일로 소주 무림을 완전히 장악할 수도 있습니다.”
“하아….”
고용화가 이마를 짚었다.
가주가 살아있을 때는 그렇게 알랑방귀를 뀌더니 오늘 모두들 몸을 사리려는 느낌이 확실히 강했다.
자신들이 입을 피해는 최대한 줄이고, 남을 이용하려는 느낌까지 받았다.
“어떻게 구워삶았는지는 모르지만 용두방주와 총군사가 그의 편을 들고 있는 마당에 괜히 여론을 움직이려 들면 저희가 욕을 먹을 겁니다.”
“맞습니다. 지금은 이번 일에 대해 개인적인 원한 관계로 치부되고 있어 명분을 두기도 어렵습니다. 일단 가주와 룡 공자의 시신도 수습해야 하니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추이를 살펴봅시다.”
그렇게 비어 있는 가주 자리를 차지하려는 권력 다툼은 시작되었고, 그렇게 단목세가는 도산검림의 강호를 살아가는데 가장 필수적인 야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오히려 그들의 준동을 걱정했던 임요성과 다른 이들의 판단이 무색해지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 * *
쪼르륵.
“크으….”
극락관 최상층 특실에서 한 사내가 대낮부터 술을 청하고 있었다.
기루가 아닌 음식점이라는 것이 특이했다. 한마디로 오로지 술을 먹기 위해 앉아 있다는 말.
“공자님. 아침부터 벌써 두 시진째입니다. 이제 그만….”
“잔소리를 하려거든 먼저 가.”
준수한 외모의 그는 바로 남궁헌.
비무제에서 임요성에게 패했을 때만 해도 괜찮았다.
많이 실망하긴 했지만, 다시 시작해보자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데 묵천이라는 정보조직의 수장이 상천십좌까지 꺾었다는 말에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나이는 자신보다 많다고 들었지만, 과연 자신이 마흔이 되어 단목인을 꺾을 수 있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임요성과 묵룡.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아니 잘못한 게 있긴 한 건가.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그때 남궁헌의 귓가에 음습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공자 잘못이 아니오.]흠칫.
갑자기 날아든 전음에 남궁헌이 움찔했다.
[강해지고 싶지 않소? 내가 그 길을 알려줄 수 있소. 잠시만 당신의 호법을 물려주시오.]평소의 그였다면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대범하게 살려줄 테니 꺼지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심마가 깃든 그의 마음에 가장 큰 유혹의 말이 때에 맞게 들려오자 남궁헌은 자기도 모르게 그 유혹의 목소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호위장. 잠시 나가 있어. 어디 바람이라도 쐬고 오던지. 좀 혼자 있고 싶어.”
원래라면 턱도 없을 일이었으나, 그간 보이지 않았던 괴로움을 온몸으로 토해내고 있는 남궁헌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지금까지 제대로 좌절다운 좌절을 해본 적이 없던 그였다.
호위장 남궁찬. 남궁헌의 사촌 형이자 어릴 적부터 그의 호법으로 살아온 남궁찬은 사촌 동생을 믿었다.
다시 날아오를 거라고. 그리고 지금은 잠시 쉬어갈 뿐이라고.
“알겠습니다. 그럼 일 층에서 수하들과 식사를 하고 있을 테니 언제든 부르십시오.”
인사를 하고 나가는 남궁찬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남궁헌이 주위를 살필 때였다.
스르륵.
마치 땅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놀라운 신법과 함께 회색빛 무복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역시 대학사님의 혜안은 놀랍군. 당신이 이렇게 망가질 거란 걸 예측하시고 당신을 계속 지켜보게 하다니.”
게슴츠레한 눈으로 남궁헌이 물었다.
“나를 지켜봐 왔다고?”
“그렇소.”
“그럴 리가. 내 주위에서 맴도는 기척을 못 잡을 리가 없는데?”
“후후후. 공자.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소. 예를 들어 이번에 공자가 진 임요성이나 묵룡이란 자도 그렇지 않소? 그 나이에 그 정도 무위들이라니. 나도 사실 놀랐는데.”
임요성과 묵룡이란 단어가 나오자 남궁헌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런 쓸데없는 소리나 하자고 주위를 물린 것인가.”
“아아, 급할 것 없소. 공자를 뵙고 싶어 하는 분이 있으니.”
“나를 오라 가라 하다니. 강호에 그럴 사람이 몇이나….”
“강호인이 아니오. 전 내각대학사시오.”
사내, 무룡의 말에 남궁헌의 미간이 꿈틀했다.
흑도 삼적의 무기를 회수하러 떠난 육대귀왕을 제외한 혈천과 무룡은 조상연 곁에 남았는데, 무룡은 이번에 조상연으로부터 남궁헌을 지켜보라는 밀명을 받았었다.
“전 내각대학사? 그 사람이 왜 나를 찾지?”
“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겠소? 그분을 뵈면 공자의 고민은 모두 해결될 것이오.”
“흥. 처음 본 네놈 말을 어떻게 믿고?”
“후후후. 그럼 보여드리지.”
츠츠츠츠츠.
무룡이 천천히 기세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허리춤에 달고 있는 평범한 철검을 빼 들자 금세 영롱한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가, 강기?”
남궁헌이 비스듬히 누워있던 자세에서 몸을 일으키며 눈을 부릅떴다.
세상에 열 명밖에 없다는 절대 고수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검강을!
“이, 이게 어떻게…!”
기운을 갈무리한 무룡이 씨익 웃었다.
“내가 무공을 익힌 지 십 년이 채 되지 않았소. 그때 난 무공은 전혀 모르는 무지렁이였지. 하지만 그 십 년 사이 난 그대들이 말하는 절대 고수가 되었소.”
그때 문밖으로 남궁찬의 목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퍼져나간 기파에 일 층에 있던 그가 날 듯이 달려온 것이다.
“공자님! 별일 없으신지요?”
“아. 괜찮아. 손님이 와서 이야기 중이었어.”
“…알겠습니다.”
살짝 의심이 들었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에 남궁찬이 다시 물러났다.
“후후후. 좋은 수하를 두었군. 아무튼 마저 얘기하자면, 당신들이 알고 있는 황실의 무공은 극히 일부요. 황실 비고에는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무학의 비급들이 널려있지. 이름난 무인들뿐 아니라 은거기인의 그것까지도.”
황궁의 정보력은 그야말로 엄청나기 때문에 비고에는 강호인들이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이 비급과 신병이기가 모여 있었다.
“당신들이 황실 무공을 얕잡아 본다는 건 알고 있소. 하지만 그건 황실 내부의 권력 다툼을 견뎌내는 것만도 힘들기 때문에 당신들에게 눈을 돌릴 여유가 없어서지 결코 무공이 얕아서가 아니오.”
“그런 잡소리를 들으려는 게 아니다.”
“후후. 아무튼 우리 주군께서 당신을 위한 안배를 해두셨소. 생각 있으면 같이 갑시다. 겁나면 어쩔 수 없고.”
무룡의 마지막 말에 남궁헌의 눈썹이 꿈틀했다.
“흥! 전혀! 그럼 내 호위….”
“아니. 당신 혼자 가야 하오.”
무룡이 손가락을 들어 남궁헌을 지목했다.
“…좋다.”
* * *
‘굉장하군.’
폐가의 비밀통로를 지나 들어선 곳은 그야말로 비경이었다.
호기롭게 따라나서긴 했지만 앞에 있는 회의 무인의 경지는 자신의 힘으로 어찌해 볼 상대가 아니었다.
단지 자신을 어찌하려 했다면 진즉에 그리했을 거라는 회의 무인의 표정에 자존심이 상해 선뜻 나섰을 뿐.
그리고 그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그의 뒤를 따라 도착한 곳은 작은 기와집.
그리고 열린 대문 사이로 한 노인이 마당의 정원에 물을 주고 있었다.
“주군. 남궁 공자를 모셔왔습니다.”
무룡이 공손히 손을 모은 채 말을 하자 조상연이 고개를 돌리고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오. 어서 오시오 남궁 공자.”
미소를 짓는 조상연의 눈에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처음엔 단목룡을 포섭하려 했다. 하지만 단목룡이 비명에 횡사를 하자 그동안 주시하고 있던 남궁헌을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마주한 남궁헌을 본 조상연의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후후. 눈에 심마가 보이는군.’
아마 임요성과 묵룡 때문일 것이다. 이맘때의 젊은이들은 으레 겪는 일이기도 했다.
아마 자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남궁헌은 이 심마를 훌륭히 이겨내고 백도의 훌륭한 대들보로 성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눈에 들어온 이상 장기판의 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어쩌랴, 그것이 또한 운명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