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05
청풍표국 최강식객 105화
105화. 강소제일세(3)
맹주의 안위가 가장 급한 일이었기에 백운학과 제갈백규 일행은 일찌감치 무림맹으로 출발했다.
사실 단목세가가 이렇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바로 습격을 가하거나 적어도 자신들과 연관된 모든 문파나 세가들의 힘을 빌려 응징에 나설 걸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건 강호, 아니 인간의 생리를 간과한 생각이다.
정승댁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정승이 죽으면 파리 한 마리 없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장로들의 미적거림에도 고용화는 자신이 수학했던 항산파와 다른 세가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날아온 건 좀 더 지켜보자는 답변뿐이었다.
상천십좌인 단목인이 살아있더라면 이런 경우는 있을 수 없었다.
그나마 그의 대를 이을 진천구성인 단목룡이라도 있었다면 이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둘 모두 임요성에게 죽임을 당하자 오히려 강호의 세력들은 사태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용두방주와 총군사의 중립 선언을 이끌어낸 정보 세계의 신진고수!
그뿐 아니라 그 자신의 무력조차 이미 상천의 위(位)에 올랐을지도 모를 사내!
그리고 그의 주위를 수호하는 여덟 명의 묵풍조!
묵룡과 묵풍조의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오랜 은거 생활을 했던 묵풍조 장로들은 오히려 이런 소문을 즐겼다.
이런 와중에 본가로 돌아온 단목란은 죽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하루아침에 아비와 오라비를 잃은 그녀는 이제 기댈 곳이 없었다.
본가로 가면 후처 소생의 배다른 오라비들이 두 눈이 벌게져 다음 대 가주를 노릴 것이다.
그 와중에 자신의 처지는 곤궁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악마 같은 자식!’
단목란의 괜히 임요성을 향해 복수심을 불태웠다.
처음 그놈과 극락관에서 부딪혔을 때부터 자신에게 악운이 시작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잘못이 자신에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힘이 없어서야!’
이복 오라버니들에게 온갖 아양을 떨어서라도 기필코 이 수모를 갚아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우선은 후일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고용화는 고용화대로, 단목란은 단목란대로 시름이 깊어지던 깊은 밤, 열한 명의 흑의 복면인이 어수선한 단목세가의 담장을 넘었다.
열한 명의 사내. 그들은 바로 임요성의 묵풍조였다.
이번 일을 위해 묵풍조 아홉은 칠검에게 귀면와공을 전수받았다.
처음엔 무공의 전수를 극구 거절하던 그녀였으나, 임요성의 청에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하지만 막상 가르쳐주고는 오히려 홀가분해 했다.
자신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들에게 가문의 비기를 가르쳐준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지난날이 도리어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이젠 이들이 가족이고 형제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자신의 도움으로 조금이나마 생의 확률을 높인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초로인의 외형이었던 그들은 귀면와공을 통해 중년 무사로 거듭났다.
임요성은 오히려 환골탈태와 화경에 오르면 젊어진 얼굴이 좀 더 나이 들어 보이고, 남자다운 모습이 훨씬 평범하고 자연스러워 보여 그냥 길가다가 마주칠 그런 흔한 얼굴이 되었다.
그녀에게 귀면와공을 전수받고 처음 실전에 쓰는 것인데, 나름 만족스러웠다.
이제 묵천의 수장임을 만천하에 공개한 지금 이 얼굴은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쓰여질 것이다.
가모가 기거하는 중앙 전각과 장로들이 있는 주요 전각들의 위치는 이미 단목세가에 있던 묵천의 세작을 통해 알아둔 상태였다.
약 반 시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중앙 전각의 대문 앞에 열한 명의 인영이 다시 모였다.
“모두 제압했습니다. 단목세가에 있는 장로들 모두 단전이 파괴되었니 이제 단목세가는 끝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임요성이 훅! 하는 순간 사라졌다.
그 모습에 열 명의 장로들이 고개를 저었다.
“화경에 오르시더니 은신술이 그야말로 신의 경지에 오르셨군.”
이검이 혀를 내둘렀고, 다른 이들도 말없이 동조했다.
* * *
턱.
“흡!”
고용화가 목덜미에 닿는 서늘한 감촉에 눈을 뜨다가 깜짝 놀라 소리를 치려 했으나, 이미 마혈과 아혈이 짚여 옴짝달싹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녀의 부릅뜬 눈에는 웬 젊은 무사가 서 있었다.
“고용화. 나는 당신의 남편과 아들을 죽인 묵룡이다.”
임요성의 말에 고용화의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지만, 더 이상의 반응을 불가능했다.
“이미 단목세가에 있는 장로들의 단전은 모두 파괴했으니, 우리에게 복수는 꿈도 꾸지 말도록. 너희들의 단전이 파괴되었다는 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겠다. 대신 조용히 이번 일을 덮고 봉문하라. 그럼 더 이상의 고통은 없을 것이다. 알겠나?”
고용화의 눈에서 분통함으로 인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만약 단목세가를 떠받드는 장로들의 단전이 파괴되었다는 걸 다른 세력에서 알게 되면 그야말로 단목세가는 공중분해 될 것이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던 임요성의 서늘한 음성이 들렸다.
“꽤 괜찮은 내공을 가지고 있군.”
퍽!
임요성이 내뻗은 장격에 고용화가 소리는 내지 못하고 처절한 고통에 꿈틀거렸다.
급속도로 내공이 빠져나가자 내공으로 지탱해오던 미모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금세 평범한 중년 부인의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덤으로 약간의 금제를 해주지.”
푸스스스스….
미간으로 스며 들어간 검은 기운에 고용화가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한 시진 후면 마혈과 아혈이 자동으로 풀릴 것이다. 다른 장로들도 마찬가지고. 내일 강호에 발표될 단목세가의 봉문 소식을 기다리겠다.”
훅!
임요성이 사라지고도 고용화는 무의식에 가해진 두려움의 금제로 바닥에 벌벌 떨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를 뒤로한 채 임요성은 하나 남은 악연의 고리를 끊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의 처소로 소리 없이 스며들었다.
* * *
콰악!
‘악!’
자신의 얼굴을 덮는 손바닥에 단목란이 소스라치듯 놀라 바둥거렸다.
하지만 마혈과 아혈이 이미 짚인 터라 그녀의 시도는 별무소용이었다.
그러나 놀랄 일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콰드득.
얼굴이 변형되기 시작하더니 임요성의 본 얼굴이 드러났다.
“안타깝군. 그때 그 정도에서 끝냈더라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달빛에 얼굴이 드러난 임요성의 얼굴은 사신(死神)처럼 섬뜩했다.
“가만 놔두면 너희들은 또 틈을 노리겠지.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한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퍽!
단목란의 단전이 부서지고….
푸스스스….
검은 기운이 단목란의 미간으로 스며들어 갔다.
그렇게 임요성에 대한 깊은 공포가 각인되었고, 이제 단목란은 임요성에 대한 어떠한 복수의 시도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극락관에서 시작된 악연이 종지부를 찍었다.
* * *
다음 날 발표된 단목세가의 봉문 결정!
강호는 다시 한번 몸살을 앓았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강호인들은 묵천과의 대결에 겁을 먹고, 힘을 추스르기 위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며 묵룡과 묵천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하지만 강호를 이끌어가는 다른 세력의 수장들의 생각을 달랐다.
분명 중간에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확신했다.
봉문이라는 것은 그 기간 동안 일체의 외부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되면 그들이 운영하던 사업체나 거래처들과의 연결도 끊어지게 되고, 그들의 관할하에 있던 상납업체들도 모두 등을 돌리게 된다.
한마디로 서서히 말라 죽게 되는 상황인데, 어지간한 문파는 그냥 망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무림팔가에 강소성을 호령하던 단목세가 정도 되면 십 년 봉문한다고 해서 망하진 않는다.
다만 극도로 소비를 줄이고, 사치를 부릴 엄두는 절대 못 낼 정도라는 것.
임요성의 봉문 권고가 아니더라도 가모와 다른 장로들의 무공이 모두 폐해진 그들은 봉문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지금 자라고 있는 첩들의 자식들을 잘 키워서 그나마 십 년 후를 기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로 청풍표국은 단숨에 강소제일세가 되었다.
휘주상인을 등에 업고 파죽지세의 기세로 세력을 늘려가는 청풍표국을 상대할 곳은 이제 강소성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세인들은 이번 단목세가와 묵천의 대립으로 가장 득을 본 것이 청풍표국이라며 수군댔고, 임요성과 묵룡의 무위가 누가 뛰어난가 내기를 하기도 했다.
상천십좌인 단목인을 죽인 게 묵룡임은 맞지만, 아무도 제대로 본 일이 없었다.
그건 스승인 묵천군 때와도 비슷한 양상이었고, 그랬기에 바로 상천십좌에 이름이 올라가지는 않았다.
단지 최소한 우내십존급임은 인정되었고, 세인들은 묵룡이라는 별호 옆에 제(帝)를 붙여 묵룡제라는 별호로 그를 치켜세웠다.
한마디로 무관의 제왕임을 나타낸 것으로 그의 등장은 임요성과 함께 그간 조용하던 강호 무림에 활력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임요성 역시 초절정의 신위를 떨치며 진천비무제를 우승하여 무림 명숙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특히 자신의 아들이 따른다는 말에 유심히 임요성을 지켜보고 있던 강호의 거인 역시 그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흑영.”
“예, 주군.”
전서각 무인의 보고가 끝난 후 웅크린 범과 같은 중년인이 의자에 등을 기대며 눈을 비볐다.
“자네도 들었지?”
“영주에 나타났다는 천안신투의 비고 말씀입니까?”
“음….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요. 한번 살펴볼 필요는 있지 않겠습니까?”
“원호 녀석을 조사단에 넣어도 될까? 위험하지 않을까?”
“어제 물으셨다면 반대했겠지만….”
“임가 녀석 말이지? 흠. 그 녀석이 비무제에 우승하다니….”
“예, 저도 그 정도일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딱딱하게 그러고 있지 말고 여기 와서 같이 차나 한잔하지.”
팽극환이 이렇게 같이 차를 마시자고 할 경우는 바로 이런 경우였다.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보통은 늘 어둠에 숨어 그를 호위했지만 자식들이나 집안의 소소한 이야기를 할 때는 한 번씩 불려 나와 독대를 하기도 했다.
팽극환이 따라 주는 차를 흑영이 홀짝였다.
그리고 이럴 때는 그도 호칭을 편하게 형님이라고 불렀다.
“크크. 이번에 된통 깨졌군.”
“하지만 일회전에 깨질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크하하하! 녀석! 드디어 정신을 좀 차리겠군. 알량한 실력에 취해서 거만하던 모습을 이제 안 봐도 되겠어.”
“그… 명호상단주의 말에 따르면 지고도 딱히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하하하. 자식놈 성정을 내가 모를까. 말은 안 해도 속은 부글부글 끓을 거야. 이번에 그 혈강마검인지 뭔지를 조사하러 임가 놈 옆에 붙어가겠다는 것도 다 그런 맥락이지. 뭔가 하나라도 배워보겠다는 심산인 게지.”
흑영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그런데 말이 좀 나오는 모양이야.”
“어떤…?”
흑영이 의아한 듯 갸웃했다.
“제대로 된 사문도 없고, 명문세가나 대문파가 아닌 일개 표국의 식객이 그런 무위를 드러낸 것에 다른 세력들이 영 탐탁지 않게 여기는 모양이더군.”
“하! 강호가 센 놈이 최고 아닙니까? 아직 그 녀석이 제대로 된 세력이 없으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일 겁니다.”
“그렇지. 내 생각도 같네. 개인의 무력은 이미 그 누구도 쉬이 상대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지만, 아직 그의 뒤를 받쳐줄 세력이 없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팽극환이 눈을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