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06
청풍표국 최강식객 106화
106화. 강소제일세(4)
팽극환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흑영에게 물었다.
“그런데 비무제에 우승도 한 데다가 초절정의 영역을 넘었으니 무림일성 같은 애들 쓰는 별호 말고 제대로 된 별호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뭐 그거야 강호의 매화자들이 알아서….”
그의 말처럼 보통은 객잔이나 저잣거리에서 영웅들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식사나 술을 얻어먹는 매화자들에 의해 별호가 정해지는 게 통례였다.
하지만 팽극환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아니야. 괜히 그런 이들은 룡이니 뭐지 쓸데없는 별호를 짓는다니깐. 음… 안 되겠어. 안 그래도 무림맹에서 나한테 한 번 맹보에 특별 기고를 해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내가 좀 써봐야겠군. 그 녀석이 도를 두 자루 쓴다지?”
“예. 소도와 중도를 쓴다더군요.”
“후후. 생각은 있는 놈이군. 모름지기 무인은 도지! 패도무쌍의 기도를 마음껏 뿜어내는 도가 바로 무인의 기개 아니겠는가!”
쾅!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책상을 내려치다가 박살이 났다.
“크흠흠. 타, 탁자를 새 걸로 만들어야겠군.”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마누라한테 잔소리를 들을 생각을 하니 등에서 식은땀이 찍 흘렀다.
팽극환은 요즘 무사들이 검을 쓰는 데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혜성처럼 나타난 강호의 신진고수가 자신과 같은 도를 쓴다고 하니 신이 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말한 데로 무림맹에 맹보를 특별 논설을 기고하니, 이른바 ‘맹호도와 봉황검’이었다.
도(刀)가 용맹한 호랑이와 같은 강인함을 바탕으로 패도적인 기상으로 운용해야 한다면, 검(劍)은 봉황처럼 날렵하면서도 우아하게 펼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요즘 강호에 검이 도보다 더 높은 경지를 요구한다고 되어 있는데, 반푼이들이나 하는 소리라는 것이다.
무릇 무기는 각각의 철학과 운용법을 담고 있기에 어느 게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요즘 강호의 젊은이들이 검만을 쳐다보는 것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흑영에게 말했던 부분을 좀 더 그럴듯하게 양념을 쳐서 포장을 했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적어가던 그는 말미에 이번에 혜성처럼 나타나 초절정의 신위와 함께 진천비무제를 우승한 젊은이가 두 자루 도를 쓴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기존의 강자들을 연파하고 비무제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선 그의 패도무쌍한 패기에 박수를 보낸다는 말을 덧붙이며, 이 엄청난 후배에게 도군(刀君)이라는 별호를 내리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 오랫동안 교착되어 있던 우내십존과 상천십좌들도 긴장을 해야 한다는 준엄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팽극환의 특별 논설과 새로운 떡밥이 넘쳐난 상황에 무림맹은 아직 맹보가 나올 때가 아닌데도, 특별 호외를 발간했다.
그리고 이 맹보에 실린 특별논설문의 내용이 강호인들에게 퍼져나가면서 임요성의 별호가 정해졌다.
바로 파천도군(破天刀君).
기존의 하늘을 깨고 오를 임요성을 기대하며, 모든 도객들의 왕(王)인 팽극환의 자리를 위협하는 군(君)으로 비유한 것이다.
강호에서 가장 강하다는 세 사람 중 한 명인 천무삼신이자 같은 도객으로서의 선배가 자신의 후계자로 인정하는 후배에게 내린 별호나 마찬가지여서 강호의 무인들은 더욱 열광했다.
과거에는 이렇게 선배가 후배의 별호를 지어주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에 드물었다.
그런데 그런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전통을 살리는 느낌이 들어 더욱 화제가 되었다.
게다가 천무삼신이 편을 들고 나서니 아무도 딴지를 거는 사람이 없었다.
임요성은 그렇게 파천도군이라는 별호와 함께 우내십존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맘 편하게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사람이 있었으니….
* * *
안휘의 남궁세가 본가.
남궁헌은 이번 조사단 파견에 빠지겠다는 말을 전하고 급히 안휘로 돌아왔다.
조상연을 만난 이후였다.
모든 이야기를 해주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뭔가를 꾸미고 있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강호에는 아무런 위험을 끼치지 않으리라는 약속과 함께, 공동의 적을 해치우자는 말에 남궁헌의 귀가 혹했다.
그자는 바로 임요성. 자신을 과거 황궁의 대학사라고 소개한 그는 자신에게 하나의 목함을 내밀었다.
자신이 천하제일고수가 되든 무림맹주가 되든 상관없다고 했다.
가끔 단지 자신이 원하는 이를 죽여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
그러면 주기적으로 좋은 영약과 황궁 비고의 비급을 전해주겠다고 했다.
그 첫 번째 선물이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이 목함.
딸깍.
목함이 열리고 청아한 향기가 연공실 안에 가득 퍼졌다.
지금 이곳은 직계 전용 수련장이 딸린 전각의 지하 연공실.
주로 폐관수련이나 외부와 차단된 곳에서 중요한 운기를 할 때 사용하는 곳이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눈앞의 고아한 자태를 드러낸 것은 만년설삼.
어른 팔뚝 크기에 사람의 형상을 한 이것을 보자마자 남궁헌은 보통 물건이 아니란 것을 직감했다.
소림의 대환단에 비견될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영초로는 최고로 치는 물건이었다.
제대로 흡수하기만 하면 단박에 백 년의 내공을 증진시킬 수 있었다.
현재 자신의 내공이 이 갑자에 조금 못 미쳤으니, 이걸 먹는다면 삼 갑자에 이를 수 있다.
삼 갑자에 오르면 남궁세가의 비기인 제왕검형의 모든 절초를 사용할 수 있고, 이는 검술로서는 대적자가 없음을 의미했다.
강기마저도 다스릴 수 있다는 제왕검형.
설사 화경에 오르지 못한다고 해도 제왕검형의 최후초식을 쓴다면 절대 고수까지 쓰러뜨릴 수 있다.
꿀꺽.
어지간해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남궁헌이 마른침을 삼켰다.
“후우우우….”
깊은숨을 몇 번 몰아쉰 다음, 남궁헌은 속으로 제왕검형의 심법구결을 천천히 되뇌며 만년설삼을 잔뿌리 하나하나 정성껏 씹기 시작했다.
‘기다려라. 임요성.’
* * *
두진호의 집무실에 임요성과 두혜련이 같이 앉아 있었다.
“후르릅.”
두진호가 차를 홀짝였고, 두 사람도 따라 차를 마셨다.
“크아! 시원하다! 하하하하! 이보게 임 총사! 이거 참. 내 생전에 이런 기쁨을 누리게 될 줄이야!”
두진호가 씰룩이던 입가를 결국 누르지 못하고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그 누가 기쁘지 않으랴.
늘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며 굽신거리다가 이제는 강소성 최대의 가문으로 성장했으니 말이다.
지금도 밖에는 태호상단이 의뢰한 상품을 표마차에 싣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그동안 충분히 인원을 늘렸다고 생각했으나, 소주제일상단인 태호상단의 독점계약을 따내자 이제는 인원이 딸릴 지경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제의를 받아들인 임요성을 보며 이제는 아예 대놓고 사위 취급이었다.
“조만간 약혼식 정도는 해야지?”
은근한 얼굴로 물어오는 두진호의 시선을 피하며 임요성이 헛기침을 했다.
“흠흠. 전 방주님과 약속이 있어서….”
임요성이 황급히 자리를 떴고, 뒤에는 두진호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보통 강호에선 여인들이 십 세 전후로 간단한 약혼식을 통해 정혼자를 정해두는 것이 통례였다.
하지만 두진호는 딸에게 그런 부담을 지우지 않았고, 어찌 보면 상당히 늦은 약혼식이었다.
원래라면 아예 결혼식을 해야 마땅했지만, 아직 임요성과 두혜련의 사이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판단에 약혼식 정도만 치르려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들어온 식객 한 명이 이렇게 표국의 분위기와 위상을 바꿀 줄이야.
옆에서 홍조를 띠며 웃음 짓는 딸을 보며 두진호는 입가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 * *
두진호의 집무실에서 환담을 나눈 임요성이 노준경이 머무는 곳으로 향했다.
후두둑.
전서구를 날려 보내는 노준경의 뒤에서 임요성이 인기척을 냈다.
“전서를 보내십니까?”
“음. 당분간 여기 있을 테니 어지간한 내용은 이곳으로 보내라고 하는 것들이지.”
청풍표국은 미래를 내다보고 어느 표국에도 꿀리지 않도록 증축에 증축을 거듭했다.
그래서 꽤 많은 방문객을 수용할 수 있었고, 노준경에게 통째로 전각을 하나 내주어도 충분할 정도였다.
“아, 이것도 인연인데 내가 중요한 정보 하나 알려줄까?”
“뭡니까?”
“자네가 읽은 그 강호백서 말이네. 그거 사실 우리 개방도가 쓰는 암호 해석집일세.”
“예에….”
“음? 놀라지 않나?”
“뭐, 그 정도는 예상했습니다.”
노준경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아니 강호 초출이 그걸 파악할 정도라고? 이거 곤란한데…. 아! 하긴 자네의 출신이라면….”
노준경이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이야기를 나누는 둘에게 거구의 젊은이가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저, 형님. 저희 준비되었는데요?”
엄충식이었다.
임요성은 영주로 가기 전 표국에 있는 이들의 무공을 점검해 줄 생각이었다.
물론 묵풍조 장로들이 해도 충분했지만, 이제 그들에게 임요성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한 번씩 그가 직접 얼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사기가 살 거라는 구용식의 조언에 임요성도 흔쾌히 응했다.
그리고 이번 흑사회의 습격을 막아낸 공로도 있어 칭찬의 의도도 겸했다.
“음. 그래. 가자.”
임요성이 뒤를 돌 때 뒤에서 노준경이 불렀다.
“잠깐. 너 이리 와봐라.”
노준경의 손짓에 엄충식이 머뭇거렸다.
현재 청풍표국은 강호를 강타하고 있는 태풍의 눈이었다.
그만큼 많은 유명 인사들이 오가는 통에 교룡각의 소년들은 살짝 주눅이 들어있었다.
지금도 행색은 영락없는 거지였으나, 말로만 듣던 개방의 높은 사람이란 건 알고 있었다.
“괜찮다. 가보거라.”
임요성의 말에 그제야 엄충식이 다가섰다.
주섬주섬.
노준경이 이리저리 몸을 만져보고, 맥도 짚어보고, 살짝 떨어져서 턱을 괴고는 고개를 끄덕이던 대뜸 말했다.
“너 내 제자가 되어 볼 생각 없냐?”
“예?”
엄충식이 깜짝 놀라 노준경와 임요성을 두리번거렸고, 임요성도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이 친구를 제자로 말입니까?”
“왜? 안 돼? 네 녀석이 찜해둔 거냐?”
노준경의 퉁명스러운 물음에 임요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그냥 뜬금없어서 그럽니다.”
“그럼 넌 빠지고, 네 생각은 어때?”
“저…기, 전 어르신이 뉘신지도 모르고….”
“나 개방의 방주야. 노준경이라고 한다.”
“예에!?”
엄충식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다래지며 입이 찢어질 것처럼 벌어졌다.
개방의 방주라니! 상천십좌의 일인으로 천하의 십만 방도의 주인인 그 용두방주?
“왜? 싫으냐?”
“아, 아뇨! 그, 그게 아니라 너무 갑작스러워서….”
“사실 타구봉법은 무재만 있으면 배울 수가 있지. 그런데 내가 익힌 천각무영신공은 아무나 익히질 못한다. 고련을 버틸 몸을 갖춰야 해. 그래서 이 두 가지 무공을 익힐 수 있는 놈을 찾다 보니 이렇게 후개가 늦어진 거다. 그런데 네 녀석 골격은 그걸 버틸 자질을 타고났어. 어떠냐? 설명이 되었냐? 왜? 거지라서 싫어?”
“아, 아닙니다. 그건.”
엄충식이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에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왠지 곽현에게 먼저 말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임요성에게도….
“난 상관할 것 없다. 너에겐 좋은 기회 같은 데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임요성의 말에 노준경이 거들었다.
“혹시 이 녀석 무공을 생각하고 있다면 잊어버려라. 이 녀석 무공은 네 놈과 상성이 맞질 않아.”
“아… 그, 그건 아니구요. 친구랑 먼저 얘기해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엄충식의 물음에 노준경의 눈에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이놈 봐라?’
자신에게 무공 한 수 조언받으려는 이들이 줄을 서는데, 제자로 받아주겠다고 해도 생각을 해보겠다니.
후개가 되어 별일이 없으면 용두방주에 앉는 것이다.
다른 녀석들이라면 얼씨구나 하며 바로 사제의 예를 올렸을 텐데.
“흠. 좋다. 네 남은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생각해야지.”
“예.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엄충식이 부리나케 물러나자 임요성이 노준경을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아쉬워하는 표정이라니. 어지간히 마음에 드시나 봅니다.”
“이놈아, 늘그막에 겨우 제자로 들일 놈을 찾았는데 안 그렇겠느냐?”
“뭐, 기다려보십시오. 저맘때 아이들은 미래니 명성이니 이런 것들보다는 친구가 더 중요하지 않습니까.”
“흥.”
노준경이 몸을 돌렸고, 임요성도 자신을 기다리는 교룡대원들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