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10
청풍표국 최강식객 110화
110화. 임요성의 사람들(4)
그렇게 강해지는 표국 사정에는 국주인 두진호와 두혜련 역시 예외가 없었다.
기존의 무공은 모두 폐기되었고, 임요성의 단뢰신공을 받아들인 이후부터 두진호 역시 그간 멈춰있던 성장에 탄력을 받았고, 두혜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두혜련이 소주제일루를 찾았다.
“어머? 아가씨?”
초련이 나서서 그녀를 맞이했다.
그녀는 두혜련을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처럼 깍듯하게 대했다.
“어머님… 계시죠?”
“그럼요, 호호. 어서 드세요.”
한참을 꼬불꼬불 비밀리에 만들어진 통로를 지나자 기영란의 비밀 집무실이 나왔다.
“어머? 련아구나. 어쩐 일이니?”
기영란은 시시각각 기영선의 동태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수시로 전략을 짜는 중이었다.
지금 기영선은 강북 쪽 세력의 확장에 정신 팔려 있어 아직 이쪽으로 눈을 돌리진 않고 있으나, 이번 일이 워낙 소문이 크게 나서 곧 부딪힐 가능성이 높았다.
기녀들은 하오문에 있는 것보다는 환희궁에 들어가는 것을 몇 배는 더 좋아했다.
그냥 정보수집의 도구일 뿐인 하오문도보다는 주안술과 방중술, 그리고 일부 무공까지도 배울 수 있는 환희궁이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기녀 생활을 마치고도 할 일이 더 많기도 했다.
그래서 기영란은 공격적으로 소주의 하오문에 속해 있던 기녀들과 그 외에 다른 강남의 기루와 기녀들을 포섭하고 있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두혜련이 오자 의아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오랫동안 기녀 생활을 했었고, 환희궁의 소공녀이기도 했다.
단박에 두혜련이 어떤 고민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
“백아, 차 좀.”
“네.”
초련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기영란이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혹시 무슨 고민 있니?”
“아니요, 그건 아니고….”
처음엔 몇 번 빼던 두혜련이 기영란의 푸근한 미소에 이끌려 조금씩 마음을 터놓기 시작했다.
“그게…. 오라버니 말이에요….”
“오라버니? 성이 말이더냐?”
“네에….”
“성이가 왜?”
눈을 동그랗게 뜨는 기영란을 보며 두혜련이 얼굴을 붉혔다.
“그게 요즘 너무 어려져서….”
두혜련이 말끝을 흐렸지만 기영란은 바로 알아듣고는 배시시 웃었다.
사실 임요성은 혈담에서의 기연으로 백옥같은 피부와 함께 또래보다 한참 어려 보이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화경에 오르면서 얼굴과 골격, 신체 등이 완전한 조화에 이르면서 이제는 스무 살 안팎으로 봐도 될 정도로 미공자가 되었다.
그에 반해 두혜련은 미모가 피어나면서 소주제일미를 넘어 강남오화에 언급될 정도로 예뻐지긴 했으나, 나이는 속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게 두혜련에게는 가장 큰 고민이었다.
“호호호. 여자로서 충분히 네 마음을 알 것 같구나. 우리 성이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 성이를 이렇게 마음 편하게 해준 공도 있으니 내가 작은 상을 하나 줄까?”
“네? 상이요?”
“후후.”
기영란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두혜련은 아예 거기서 살다시피 했다.
환희궁의 소공녀로서 기영란 자신이 배운 모든 방중술을 가르쳤고, 지금의 두혜련에게 가장 필요한 환희궁도만의 주안술을 가르쳐준 것이다.
오히려 친어미를 잃어 그간 받지 못했던 규중의 예를 늦게나마 받고 있는 것이었다.
두혜련도 기영란을 편하게 따르며 그녀의 호의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두혜련도 적긴 했지만 조금의 내공이 있어 주안술을 익히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적은 내공이라도 꾸준히 갈고 닦으면, 미모가 피어나고 젊음을 유지하는 환희궁 비전의 주안술에 두혜련이 점점 빠져들었다.
* * *
“아빠!”
“오! 창아! 하하하. 그래 오늘은 뭘 배우고 왔느냐?”
여산홍은 달려드는 아들, 여대창을 안아 들며 물었다.
“오늘은요….”
여대창은 자신 배운 것들과 친구들과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읊어댔다.
표국 인근의 작은 학당에 다닌 후로 아들의 얼굴이 점점 밝게 변하자 여산홍은 기쁘면서도 내심 미안했다.
‘내가 이런 아이에게 무슨 짓을 시켜왔던가.’
살수문의 후예라는 굴레를 미리 덧씌워 순진무구한 아이에게 그런 끔찍한 일을 시켜왔다니.
아이는 참으로 백지 같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자신과 같이 강호를 주유할 때는 늘 어둡고, 차가운 표정을 짓던 아이가 이제는 제 나이 또래의 밝음을 내뿜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행복의 뒤에는 임요성이 있었다.
이번 비고 조사단에는 길잡이를 할 홍국헌과 표사 몇 명, 표행 중에 잡일을 할 쟁자수들, 그리고 자신이 대주로 있는 호위대만이 동행한다.
어차피 각 진천구성들이 속한 곳에서 열 명씩의 호위대가 따라붙고, 몇몇 신성들과 호법들까지 있다.
임요성은 일종의 보표와 길잡이 개념으로 동행하는 거라 많은 인원이 필요 없다.
여산홍이 아들의 밝은 얼굴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 * *
툭.
“선물일세.”
탁자 위에 놓인 건 수건인지 두건인지 모를 천 뭉치였다.
“…이게 뭡니까?”
맹에서 돌아온 백운학이 갑자기 줄 게 있다면서 불러서는 보자기를 내려놓더니 꺼낸 것이 이거다.
“맹주를 고쳐주고 나니 자네에게 선물을 주겠다더군.”
“저에게요? 차라리 신의께서….”
“아,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연구에 필요한 약초에 쓸 돈을 계속 지원받기로 했으니. 그건 자네에게도 좋을 거고.”
물론 좋다.
그의 연구는 보통 연구가 아니다. 모두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들이었고, 돈도 만만찮게 들어간다.
그건 맹에서 지원해주겠다니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오히려 그 연구비를 지원해준다고 한 것이 자신에게는 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선물은 많을수록 좋은 법.
“그런데 제게는 왜….”
임요성이 앞에 놓인 천 뭉치를 보며 물었다.
“뭐, 비무제 우승 축하 선물이라고 해도 좋고, 자네 덕분에 날 만나게 된 것도 있어 그냥 받아주면 좋겠다더군. 그럼 잘 다녀오게.”
“아니, 잠깐만요. 이게 뭔지는 가르쳐주고 가셔야….”
“아, 목도리라나 뭐라나…. 뭐 천잠사로 만들어져서 스스로 온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더운 곳에서는 오히려 시원함을 느낄 정도라더군. 천잠사라는 것에서 눈치챘겠지만 목을 보호해주는 거네. 자네 정도의 무인이라면 좋은 무기보다는 유사시에 몸을 지켜줄 호신갑 종류가 더 좋겠다고 하시더군. 중요하진 않지만 이름은 천잠위건이라더군.”
휑하니 나가버리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임요성이 입맛을 다셨다.
천잠위건(天蠶圍巾). 말 그대로 천잠사 목도리라는 뜻이다.
임요성은 참으로 직관적인 작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목도리가 그 앞에 천잠이라는 단어를 달 수 있겠는가.
이 목도리를 두르고 있다면 목을 노리고 갑자기 날아드는 비수를 훌륭히 막아내 줄 것이다.
그리고 손에 감는다면 훌륭한 방패로도 쓸 수 있다.
슬쩍 자신의 흑풍아조를 쳐다본 임요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만년한철과 천년묵철을 녹여 만든 이 칼로도 무기는 충분했다.
특히 이런 보의류는 돈도 돈이지만 구하기도 매우 어려웠다.
몸을 지켜줄 호신갑은 많을수록 좋다. 호신강기는 그 내력의 소모가 극심하다.
이런 보의가 하나둘 늘어날수록 그만큼 내력의 소모를 줄이고 전투에 임할 수 있으니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
‘쩝. 괜히 빚을 진 기분이군.’
얼굴도 보지 않은 무림맹주보다 이걸 주도록 그 원인을 제공한 신의가 더 고마웠다.
그 덕분에 표국의 습격도 지켜낼 수 있었고, 식솔들 또한 괄목상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가파르게 실력이 늘고 있었다.
스윽.
목에 천잠위건을 감자 그의 말처럼 뭔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온도 조절뿐만 아니라 스스로 품고 있는 영기(靈氣)가 머리까지 맑게 해주는 기분이었다.
“흠흠.”
왠지 기분이 좋아진 임요성이 백운학이 두고 간 서찰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맹에 도착한 이후의 일들과 백운학이 맹주를 고친 일부터 상세하게 쓰여 있었다.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한 당부와 자신은 어차피 맹에 돌아온 이상 그대로 남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각 도시에 있는 무림맹 지단의 무사단원들을 동원할 수 있는 맹패(盟牌)를 동봉해두었다.
영주로 가게 되면 근처의 방파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올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자신의 관할이니 당연히 와야 한다고 주장한 호남의 진주언가와 이번 신성대연에 후기지수를 보내지 않은 강서의 서문세가였다.
서찰의 내용을 숙지한 임요성의 귀에 두혜련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라버니 저예요.”
* * *
마주 앉은 두 사람.
이번 조사단에는 두혜련은 들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표국의 규모가 엄청 커졌고, 두진호로서는 역부족이었다.
두진호가 없는 사이, 그리고 임요성의 곁에서 무인들과 친분을 쌓은 두혜련이 남아 표국을 관리해야 했다.
“그 목도리는 뭐예요? 못 보던 건데?”
“음? 아, 이번에 볼일이 있어 무림맹에 다녀온 신의께서 선물로 가져온 거다. 맹주께서 내게 선물을 줬다는군.”
임요성은 굳이 맹주의 병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두혜련 본인한테도 이런 말을 들어봐야 굳이 좋을 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문득 목도리를 두혜련에게 줄까 생각하다가 그만뒀다.
이런 보물은 지킬 능력이 없으면 소유자에게 불행을 가져다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 잘 어울려요.”
“음. 고맙다.”
“이제 표행을 떠나시겠군요. 잘 다녀오세요.”
“그러지.”
“몸 조심하구요.”
“음.”
멋없는 사람이라 달콤한 말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너무 건조해 두혜련이 살짝 실망하려 할 때였다.
톡.
탁자 위에 작은 보자기가 놓였다.
“이게… 뭐예요?”
“풀어봐.”
스륵.
보자기를 풀자 작은 옥가락지가 나왔다.
“흠흠. 환희궁의 신물인데, 어머니께서 주시더군. 가락지 겉에 촘촘하게 새겨진 건 일종의 진법인데, 여기랑 여기, 특정 부분을 다른 손가락을 잡고….”
임요성이 구구절절 그 쓰임에 대해 늘어놓았지만 두혜련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그 자체로 좋았으니까.
“…내공을 밀어 넣으면 일시적으로 엄청난 기파가 쏘아져….”
“고마워요.”
“…나가는… 음?”
이미 두혜련은 소중하게 가락지를 들어 자신의 손에 끼워 넣었다.
꼭 들어맞았다.
“소중히 간직할게요.”
“음. 그래….”
그리고 다음 날 임요성은 조사단을 인솔하는 표행단의 단주가 되어 영주로 향했다.
* * *
붉은 옷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혈위가 림주를 뵙습니다.”
“그래. 영주의 사정은 어떤가?”
“벌써부터 무림인들이 몰려들어 한낱 시골 마을이었던 영주 일대가 북적이고 있습니다.”
“음. 황자께선?”
“괜찮다고 하시며 덤덤히 말씀하시긴 하지만, 꽤 힘들어 보이셨습니다.”
“당연하지. 그 척박한 땅에서 얼마나 고단하실꼬. 쯧쯧쯧. 일단 고생했고, 며칠 쉬게. 그간 못 풀었던 회포도 풀고.”
“아닙니다. 바로 일을 맡겨주십시오.”
“흠. 괜찮겠나?”
“예. 문제없습니다.”
“좋아. 당분간 흑위는 저들과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으니 자네가 맡아줘야 할 일이 있네. 요즘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임요성이란 아이네.”
“가서 죽이면 되겠습니까?”
“하하. 아직 그럴 필요는 없네. 그리고 그러기도 쉽지 않고. 진천비무제에서 우승을 했다네. 이립도 되지 않았는데 초절정에 올랐다는군.”
혈위의 눈이 빛났다.
“굉장하군요. 하지만 상천십좌라도 제가 마음먹는다면 암습에는 문제없습니다.”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조상연도 그의 실력은 인정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라면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좀 더 두고 봐야겠어. 내가 하려는 일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아직 판단이 안 선단 말이야. 대신 이번에 무림맹의 지원으로 영주로 조사단이 떠나는 모양이던데 적당히 힘만 좀 빼주면 될 것 같군.”
“아무리 상천십좌라도 제가 마음먹고 은신해서 처리하면 십 할 승리를 장담합니다.”
“방심하지 말게. 늘 방심이 화를 불러오니.”
“명심하겠습니다.”
“음. 그중에 황보혁이라는 아이가 있네. 귀문권갑이라는 강호십대신병을 가지고 있을 게야. 적당히 힘을 빼고, 그것만 회수해오면 되네.
“존명!”
혈위가 자신에게 그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물러났다.
조상연이 의자에 몸을 기대며 미소를 지었다.
황보혁은 너무 눈에 띄는 이라서 섣불리 건드리질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조사단에 들어간다고 해서 하늘이 돕는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