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15
청풍표국 최강식객 115화
115화. 오황자(2)
총군사 제갈백규는 무림맹으로 귀환하자마자 호남의 인근 세력들에 전서를 날렸었다.
이번 천안신투의 비고와 관련한 조사단이 출범되었고, 조만간 영주로 향할 테니 지원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공짜는 없다. 향후 무림맹으로 향하는 물품에 대한 관할 지역 독점권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당신이 임요성 공자요?”
우렁우렁한 목소리의 중년인이 거대한 박도를 어깨에 지고 씨익 웃었다.
“그렇습니다만?”
“하하. 난 광서 계림파의 문주 궁도태요. 만나서 반갑소이다.”
그 옆의 눈이 쭉 째지고 호리호리한 중년인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임요성을 바라봤다.
“홍풍검파의 문주 괴량이라 하오.”
최초 검기를 날려 오황자의 탈출을 저지한 것이 그였다.
“난 광동의 불산황가의 가주 황비우라 하네. 하하하. 이거 진천구성을 모두 꺾고 진천비무제 우승했다 들었는데 기도는 평범하구만?”
묵철로 된 봉을 땅에 찧으며 털보 중년인이 사람 좋게 웃었다.
현재 임요성의 무위는 화경에 이른 절대고수. 그들이 보기에 평범하다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예. 반갑습니다만, 어떻게 여기에…?”
“아 자세한 건 저들을 처리하고 설명해주지. 우선 말하자면 총군사의 부탁이 있었네.”
황비우의 총군사의 부탁이란 말에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
총군사가 가기 전 인근 세력들에게 협조를 구해보겠다고 했는데, 그게 잘 된 모양이었다.
“예. 우선 저들이 오황자를 빼돌리려는 것만 막아주십시오. 저자는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흠. 괜찮겠소? 상당한 실력자로 보이는데?”
궁도태가 턱을 쓰다듬으며 묻다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괜찮습니다.”
임요성이 혈위를 바라보자 그는 이미 얼굴이 썩어가고 있었다.
앞에 있는 젊은 놈 하나만 해도 벅찬데 갑자기 지원군이 몰려오다니.
‘젠장, 오늘은 왠지 복보다 화가 많겠구나. 정 안 되면 나라도 살아야지.’
흑위는 처음부터 대학사와 함께했던 사이라 충성심이 높았다.
하지만 혈위는 흑위보다 훨씬 이후에 들어온 강호인이었다.
그의 진짜 정체는 강호십대마두의 한 명이었던 소리장도 구복검.
웃으며 칼을 꽂는 그는 반미치광이였다.
강호의 공적으로 몰려 쫓기던 그를 받아들인 것이 조상연인 것이다.
하지만 천성은 변하지 않는 법. 지금도 전장의 상황을 살피며 도망갈 궁리만 하고 있었다.
“자, 저들을 죽이고 오황자의 신병을 확보하라!”
계림파의 문주 궁도태의 외침에 세 문파의 모든 문도들이 복면인들을 에워쌌다.
각 문파의 문주들은 행여나 있을 도주자를 막기 위해 멀리 떨어져 포위망을 형성했다.
촹!
“이제 오붓하게 둘만의 대화를 나눠볼까?”
이번엔 임요성이 느긋하게 미소를 지었다.
“젠장!”
혈위가 이를 갈며 임요성에게 쇄도했다.
우선은 싸우면서 틈을 만들어야 했다.
촤자자장!
이미 서로 검강을 둘러 맞붙은 기의 폭풍에 세 문주는 놀란 눈을 치켜떴다.
“아니! 벌써 화경의 경지에 올랐단 말인가!”
“허어! 이거 부끄럽군그래. 후배가 벌써 우리를 앞지르다니.”
“…….”
임요성이 펼치는 도강에 세 수장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의문의 핏빛 무사 역시 화경의 고수였지만 훨씬 어린 임요성에게서 받은 충격만큼은 못되었다.
수십 합이 눈 깜짝할 사이에 어우러졌고, 임요성의 칼끝이 구복검의 얼굴을 예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크윽!”
묘하게 상처가 벌어진 틈이 괴이했다.
“인피면구!”
불산황가주 황비우가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쳤다.
“잠깐! 그러고 보니 검술이 눈에 익은데? 혹시?”
“그렇군! 광동, 광서 지역에서 활동하던 대마두 구복검 아닌가!”
그들이 자신을 알아보자 혈위가 시치미를 떼며 소리쳤다.
“어디 그런 마두 놈이랑 나를 비교하는가!”
콰광!
내력을 모두 끌어모아 펼친 검강의 발출에 임요성이 뒤로 몇 발짝 물러섰다.
그러자 혈위가 신형을 솟구치려 했지만,
슈슈슉!
흑조가 날아가 혈위의 종아리를 꿰뚫었다.
“크윽!”
쿵.
혈위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에 그대로 엎어졌다.
하지만 임요성을 제외한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강기의 절대고수. 괜히 검강에 노출되기라도 하면 불구가 되는 건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임요성이 결착을 위해 다가가는 순간 궁도태가 소리쳤다.
“저! 저!”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한 명의 평범한 무인이 오황자를 엎고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다섯 명의 무인이 호위하듯 유유히 전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빠져나간 궤적대로 이쪽 무사들이 쓰러져 있었다.
여산홍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이쪽 무사로 위장을 하고 있다가 오황자를 탈취한 것이다.
세 가문이 연합을 하여 급히 이쪽으로 오는 길에 몰래 뒤에서 접근해서 다른 무인들을 죽이고 옷을 갈아입고 여기까지 함께 온 것이다.
세 가문이 이리저리 섞인 데다가 급히 넘어오다 보니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빈틈이 발생해버린 것이다.
오황자를 탈취당하고 여산홍이 쓰러진 상황에 잠시 시선이 쏠린 사이 혈위가 한쪽 다리에 내공을 쏟아내며 도주를 감행했다.
하지만 임요성의 눈은 혈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손에서 날아간 흑아가 혈위의 뒤를 맹렬히 뒤쫓았다.
이기어도!
슈아아악!
챙!
“하하! 무… 커억!”
푹!
아까 소도를 날리고, 이번에 다시 다른 칼을 날렸으니 이제 모든 무기를 다 소진했다고 생각한 혈위가 멀어지며 조소를 날리려 했으나….
그 뒤에 따라오던 칼집에 가슴이 뚫렸다.
설마 칼과 칼집을 동시에 날렸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혈위는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그 모습을 지켜본 임요성이 여산홍에게 향했다.
“괜찮나?”
“후우. 가슴에 장법을 허용했을 뿐입니다. 괜찮습니다.”
“음.”
고개를 끄덕인 임요성이 괴한들이 사라진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 문주들이 다그치는 소리로 미루어 보아 그들도 몰랐던 듯했다.
아마 오는 길에 뒤로 몰래 합류했을 터.
그들의 무위는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무사들을 죽이며 오황자를 빼돌린 것뿐 아니라 당한 이들이 제대로 인지도 하지 못했다.
“어디서 그런 자들이 나왔을까요?”
여산홍도 혀를 내둘렀다. 그때였다.
“여기 이상한 게 있습니다!”
혈위의 사체를 확보한 무인이 품을 뒤지다가 권갑을 발견했다.
“음. 황보세가의 귀문권갑이군요. 오는 길에 수상한 무리들에 의해 황보혁 공자가 죽고, 권갑만 사라졌었는데….”
임요성의 말에 궁도태가 얼른 권갑을 받아 임요성에게 내밀었다.
“얼른 가져가시오. 괜히 우린 이런 일에 얽히기 싫으니. 하핫.”
그렇게 말해놓고 멋쩍었는지 뒤통수를 긁었다.
맞는 말이었다.
무림팔가에 속하는 황보세가와 괜히 척질 필요가 없었고, 다른 수장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허허. 그런데 임 공자의 무위가 우리가 듣던 것보다 훨씬 높으니 이게 어찌 된 일이오?”
황비우가 말을 꺼내자 궁도태도 거들었다.
“그러게 말이오. 그 나이에 벌써 화경의 경지라니.”
홍풍검문주 괴량도 말은 하지 않았으나 표정은 비슷했다.
“일단 말씀은 나중에 나누시지요. 지금 다른 일행이 비고로 향했는데 거기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니 바로 가봐야겠습니다.”
“오! 그럼 우리도 같이 갑시다!”
세 문주는 수하들에게 뒷수습을 지시했고, 임요성과 함께 비고로 향했다.
* * *
임요성과 혈위가 결착을 내고 있을 무렵, 팽원호 일행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시련이 닥치고 있었다.
“멈추시게.”
팽원호 일행이 도착한 비고가 있는 동굴 앞 공터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음습한 분위기를 풍기는 네 명의 사내들.
그들은 조상연의 명을 받고 온 십대악인 중 네 명이었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수십여 명의 무인들이 살기를 드러내며 비동으로 보이는 동굴의 입구를 막고 있었다.
“후배들에겐 미안하지만 자네들은 여기서 죽어줘야겠어.”
질풍마검 금적세가 손에 들고 있던 십대신병 중 하나인 경천검으로 어깨를 툭툭 치며 나섰다.
그러자 모용백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당신은 십대악인 중 한 명인 질풍마검!”
“하핫! 이거 부끄럽군. 여기서 날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그때 옆에서 홍천이 나지막이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소승의 눈에 비친 분은 법운 사숙 아니시오.”
금강혈승 암운을 보며 홍천이 눈을 감았다.
“후후. 그 이름은 버린 지 오래다. 응당 사질이 있는 것도 아니지. 나한테 넌 죽여야 할 먹잇감일 뿐이다. 크하하하하!”
광소를 터트리는 암운을 보며 홍천이 착잡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사숙….’
소림에 남았더라면 현 방장인 권신 법장대사와 시대를 풍미했을 걸물이었다는 소리를 듣고 자란 그였다.
그런데 여기서 서로 목숨을 취해야 한다니…. 하지만 감상에 빠질 여유는 없었다.
후우웅―!
쿵!
혈운이 가지고 있던 봉을 스윽 휘두르고는 땅에 찍자 산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후배들.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봉이 뭔지 아는가? 바로 타신봉이네. 강호십대신병 중 하나지.”
혈운이 입가에 미소를 그리자 그를 보고 있던 홍천이 탄식했다.
“신을 때리는 봉이라…. 사숙께서 원하던 것이 겨우 그런 신물에 의지하는 것이었소?”
“닥쳐라 이놈! 그나마 과거에 잠시 적을 뒀던 곳의 인연이라 오냐오냐해줬더니!”
“하하. 형장. 흥분할 것 없소. 어차피 이들은 모두 우리 손에 죽을 테니 말이오.”
혈운이 발끈하자 옆에 있던 금적세가 손을 내저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강호의 대협객들이네. 이분은 추혈객 우원식, 이분은 귀편수 도만엽, 그들 모두 각각 벽력창과 마룡편을 가지고 있지. 자아, 이제 알겠지? 너네들 좆됐어. 크하하하하!”
팽원호 일행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렇지 않아도 느껴지는 분위기가 보통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모두들 강호십대마두들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은 십대신병의 하나.
그냥 붙어도 패(敗)가 팔 할이 넘을 터인데, 신병까지 가지고 있다면 십 할 여기서 목숨을 잃을 것이다.
추혈객 우원식과 귀편수 도만엽은 각자의 성명병기인 벽력창과 마룡편을 품에 안은 채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그들이 맡은 임무는 이곳에서 강호인을 모두 도륙하는 것.
어차피 이들의 죽음은 서로 죽고 죽이는 것으로 알려질 것이다.
시체는 형체를 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될 것이고, 우연히 일어난 불로 일대가 모두 불에 탈 것이기 때문이다.
잘은 모르지만 자신들이 여기서 망나니 칼춤을 추고 있는 동안 그들은 또 뭔가를 꾸미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자신들은 맡은 역할만 하고 빠지면 된다.
그리고 나면 이 무기는 자신들의 것이 되는 것이다.
괜히 비고에 들어갈 생각 따윈 없다.
눈먼 기관의 화살에 맞아 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신병을 얻은 이상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자자, 후배님들. 천천히 즐겨봅시다. 어차피 아랫사람들은 우리가 안배해놓은 이들로 여기 올라오지도 못할 거요.”
촹!
경천검을 뽑아 든 질풍마검이 씨익 웃었다.
팡!
귀편수 도만엽의 마룡편이 공기를 찢었고,
우우웅!
추혈객 우원식이 창을 고쳐잡자 창이 앓는 소리를 냈다.
‘젠장!’
팽원호의 눈이 깊어졌다. 그 실력을 측정하기 힘든 강호의 대마두들이다.
게다가 어디서 구했는지 각각 신병을 손에 들고 있었다.
‘내 목숨이 여기까지인가….’
팽원호는 목숨을 걸기로 했다.
챙!
어차피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모두 무기를 꺼내 들었고, 이내 두 무리가 맞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