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16
청풍표국 최강식객 116화
116화. 비고에 들어가다(1)
네 명의 마두는 모두 초절정의 초고수들이었다.
그리고 신병으로 무장을 하고 있어 화경의 고수가 와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진천구성이라 해도 그들은 후기지수들.
실력에서도 경험에서도, 더욱이 독심에서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사람 죽이기를 밥 먹듯이 하는 그들에게 이제 강호에 나서기 시작한 그들은 마두들에게는 맛 좋은 먹잇감일 뿐.
삽시간에 그들의 호위무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를 악물고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긴 했지만, 자신과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오던 호위무사들이 죽어 나가자 점점 평정심을 잃어갔다.
“크아악! 이 악독한 놈들아!”
형까지 잃어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황보익이 목숨을 도외시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아무리 호신기공을 둘렀다고는 하나 한계가 있었다.
주먹은 까져서 피가 철철 흘렀고, 온몸에는 검에 스치고 지나가 피로 물들었다.
“아미타불!”
콰광!
“시주. 목숨을 함부로 하지 마시오!”
소림의 홍천이 황보익의 등판을 가르려는 흑의인의 머리통을 날렸다.
“크읍. 고, 고맙습니다.”
“피붙이를 잃은 공자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남아있는 부모님도 생각해야 할 것 아니오. 공자마저 가버리면 그분들의 심정이 어떻겠소!”
짜악!
“큭!”
“그러니깐요! 그렇게 무책임하게 달려들다니!”
조영영도 옆에 있던 황보익이 갑자기 눈이 뒤집혀 앞으로 뛰쳐나가자 심장이 철렁했었다.
조영영이 황보익의 등판을 시원하게 때리자 황보익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미, 미안하다….”
“알면 됐어요. 호호. 다시 가죠?”
눈을 찡긋하며 태산검문의 검술을 맘껏 펼치는 조영영의 뒷모습에 황보익도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아마 강호인들이 봤다면 눈이 휘둥그레질 신공의 향연이었다.
비록 내공과 경험이 부족해 그들의 스승만큼의 무위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그들이 펼치고 있는 것은 모두 명문의 절학들이었다.
하지만 가문의 호위무사들, 사문의 사제들이 모두 죽어갔고, 그들 자신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악도들을 처단하라!”
그때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모두 고개가 돌아갔다.
총군사 제갈백규의 요청으로 진주언가주 언충호와 서문세가주 서문관이 이끄는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
애당초 두 가문은 비고로 바로 이동했고, 다른 세 가문은 오황자가 있는 임요성으로 합류했던 것이다.
특히 언충호는 아들의 비보를 전해 듣고 눈이 뒤집힌 상태였다.
그들의 등장에 전장의 분위기는 팽팽해졌다.
비록 신병이기를 들고 있다고는 하나 이쪽 역시 우내십존에 속하는 백전의 노장들.
쉽게 승부를 장담하긴 힘들었다.
두 가문의 수장들이 각각 하나씩을 맡고, 후기지수들이 나머지 두 사람을 맡자, 다른 나머지 무사들이 각자의 상대를 찾아 맞붙기 시작했다
촹!
“죽여라! 모두 죽여!”
네 명의 마두들은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타난 지원 세력으로 인해 자신들의 계획이 어그러지자 빨리 활로를 찾아 발을 빼고 싶었다.
그들은 여기서 살아남아 강호를 종횡무진하고 싶은 것이지 뼈를 묻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이 급해지자 오히려 제 실력이 발휘되지가 않았다.
콰광!
초절정의 무인들답게 위강과 위강이 난무했고, 비고 앞의 공터는 진천뢰가 터진 것처럼 움푹 팬 곳이 늘어났다.
그때였다.
후우우웅!
공간을 찢어발기는 듯한 섬뜩한 소리와 함께 비고 입구의 절벽에 거대한 그물 모양의 도흔이 새겨졌다.
“헛!”
“저, 저럴 수가!”
“……!”
적아(敵我)를 막론한 모두가 눈앞에 펼쳐진 압도적인 광경에 놀라거나 당황했고, 순식간에 정적이 찾아왔다.
도강의 그물을 펼친 장본인이 있는 곳으로 모두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저벅. 저벅.
천천히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오는 이는 바로 임요성이었고 그 뒤를 여산홍이 따르고 있었다.
“오오. 친구!”
팽원호가 반색했고, 다른 진천구성들도 모두 안도의 표정이 되었다.
왜인지는 모른다. 그냥 임요성의 등장과 함께 마음이 편해졌다.
반면 같은 편이라도 언충호와 서문관은 미간을 찌푸리며 젊은 고수의 등장에 긴장했다.
쉬익!
탁!
“혀, 형님? 이건…?”
“네 형의 유품이다. 그걸 가지고 있던 놈은 죽였으니 맘 편히 써라.”
“아…!”
황보익은 임요성이 자신에게 던진 권갑을 바라보며 눈이 충혈되었다.
귀문권갑.
이것 때문에 형이 죽었다.
보물을 뺏겼다는 아쉬움보다는 형의 물건을 다른 이가 탈취해서 쓴다는 사실 자체가 화가 났었다.
그런데 그걸 임요성이 되찾아 준 것이다.
“감사합니다, 형님.”
임요성이 대꾸 없이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바라봤다.
올라오면서 봤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는 길에 다른 무림인들과 그들을 달래던 무림맹 무인들에게 살수를 펼치던 무리들은 저와 호법이 모두 정리했습니다.”
“뭐? 그들을 전부?”
임요성의 말에 질풍마검이 눈을 부릅뜨며 경악했다.
“그 많은 숫자를….”
암운도 눈을 가늘게 뜨며 임요성을 경계했다.
수도 수였지만 자신들에게 지원된 무인들의 무위는 모두 절정의 고수들이었다.
그런 이들 수십 명을 겉으로 봤을 땐 아무런 상처 없이 모두 죽였다니.
촤악!
들고 있던 흑아에서 핏물을 털어버린 임요성이 칼날을 그들에게 향했다.
“너희들은 택화림에서 사주를 받고 왔겠지?”
“택화림?”
질풍마검이 도리어 되물었다.
사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명령을 내린 조상연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그가 속한 단체의 이름도 알지 못했다.
“…되려 불쌍하군. 누구를 위해서 죽는지도 모르고 죽다니. 오는 길에 한 흑의인을 심문해서 너희들이 모두 강호십대악인이라는 것은 확인했다. 남길 말은?”
“씨발! 잘난 척하지 마라!”
질풍마검의 경천검이 임요성에게 쇄도했다.
팡!
“흥! 이런 얕은수를!”
갑자기 시야를 가리며 날아든 검은 천을 질풍마검이 코웃음을 치며 경천검으로 그었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검은 천이 속절없이 갈라지며 그 사이로 보이는 임요성의 몸 역시 양분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건 그의 머릿속 생각일 뿐이었다.
휘릭!
“헛!”
천이 잘리지 않고 검에 감겨버린 것이다.
슈가악!
임요성의 쇄도를 보며 검으로 막았으나 아주 찰나 간 감겨버린 천에 의해 속도가 느려진 탓에 이미 임요성은 질풍마검을 스치고 나갔다.
털썩.
질풍마검의 목이 땅에 굴러떨어졌다.
휘릭!
그 기세 그대로 흑아로 내려찍은 곳에는 암운이 타신봉으로 임요성의 일격을 막았다.
하지만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칼집에서 흑조를 빼내며 암운의 목을 긋고 지나갔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명의 마두가 목숨을 잃었다.
쐐애애액!
팡! 파방!
“크읍!”
“큭!”
그와 동시에 흑아와 흑조가 내기를 실은 채로 귀편수 도만엽과 추혈객 우원식에게 날아갔다.
단순히 칼을 던진 줄 알았던 그들은 막강한 내력이 담긴 이기어도를 막아내며 순간적으로 내상을 입었다.
그리고 임요성이 만든 기회를 팽원호와 여산홍이 놓치지 않았고, 팽원호의 도기가, 여산홍의 비수가 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임요성의 손에 의해 다시 날아온 검은 천이 그의 목에 감겼고, 그 기세를 는 모습에 장내 모든 무인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네 명의 초절정 마두를 썰어버린 것이다.
이번에 화경의 경지로 넘어가며 임요성의 쾌도(快刀) 역시 한 단계 상승해서 이제는 전광(電光)의 그것에 다가갈 정도였다.
초절정에 신병을 손에 쥔 마두들은 기습에 가까운 임요성의 쾌도에 반응할 수 없었고, 그 유명을 달리했다.
“허! 굉장하군. 자네는 도대체 누군가?”
서문세가주 서문관이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서문가주님, 이 친구가 바로 이번 진천비무제에서 우승한 무림일성입니다. 그 일로 저희 아버지한테 파천도군이라는 별호를 받았지요.”
아직 무림명숙들의 얼굴을 잘 모르는 임요성을 대신해 팽원호가 소개를 해주었고, 옆에 듣고 있던 임요성이 포권을 취했다.
“서문세가주를 뵙습니다.”
“오오! 반갑네, 파천도군. 소문이 부풀려지는 건 있어도 축소된 건 또 오랜만이로군. 대단하이. 강의 경지에 들었는가?”
“예. 외람되게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허허. 그것참. 혹시 정인이 있는가?”
대뜸 정인을 언급하자 임요성이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대답했다.
“예. 있습니다.”
“쩝. 그것 아쉽게 되었군. 하지만 영웅은 삼처사첩이라지 않나. 내 부족하지만 그래도 심성 고운 딸아이가 하나 있는데 혹시 생각 있으면 말하게. 첩은 좀 그래도, 후처 정도면 괜찮….”
“허! 거참 서문가주, 구질구질하게 왜 그러나?”
“뭐, 뭣? 구질구질? 하! 이 곰탱이가 어디서….”
“아, 됐고. 흠흠. 난 진주언가의 가주인 언충호라고 하네. 반갑군.”
“예. 언가주님을 뵙습니다.”
나름 격식을 갖춘 인사에 언충호가 흥미를 보였다. 자신한테도 여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농 아닌 농을 주고받기엔 아들의 잃은 충격이 컸다.
“혹시 내 아들을 죽인 이들이 저들인가?”
“아닙니다. 오황자를 빼돌리려 한 무리가 있었는데, 그들이 자제분을 해하였을 겁니다. 황보 공자와 같이 움직였으니까요.”
“음…. 그들은 모두 죽였다고 했나?”
“예. 이번 후기지수들을 습격한 무리들은 모두 처리했습니다.”
“어찌 됐든 고맙군. 내 아들의 복수를 해줬으니.”
그의 말에 임요성이 언충호의 눈을 쳐다봤다.
“이제 시작입니다.”
“음?”
“뭐?”
언충호와 서문관이 동시에 반문했다.
“그들이 오황자를 빼돌린 것도, 이번 비고의 일도, 모두 강호를 혼란에 빠뜨려 자신들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함이지요.”
“잠깐! 그러고 보니 지금 오황자라고 하는 것 같은데, 설마 지금 여, 역모를 말함인가?”
지금까지 대수롭지 않게 듣고 있던 언충호가 놀란 눈을 치켜떴다.
“예. 맞습니다. 아드님을 해한 무리들과 일전을 벌이던 중 그사이에 숨어있던 세작들이 오황자를 빼돌리는 건 막지 못했습니다.”
“허허! 이거 참. 아무리 관무불가침이라고 하나 이렇게 엮이면 곤란한데….”
서문관이 미간을 찌푸렸다. 역모에 가담하게 되면 무림인이고 뭐고 없다.
그냥 다 죽는 거다. 아무리 무림인들이 일반인들보다고 강하다고 하지만 수천, 수만, 수십만 단위의 제국군을 상대로 살아남긴 힘들다.
일단 주위가 초토화될 것이고, 가족들 다 버리고 혼자만 살아남는다고 해도, 나라 전역에 방이 붙어 평생을 쫓기듯 살아야 한다.
늘 인피면구를 쓰고, 흑도시장에서 신분을 살 수도 있겠지만, 과거의 자신과는 영영 이별하는 것이다.
명예를 그 무엇보다 중히 여기는 무림인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셈.
“설사 관련이 없어도 한동안 튀지 않고 죽어지내야 할 텐데….”
활동적인 무림인들한테는 죽을 맛일 것이다.
“이거 괜히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데. 총군사는 마검과 의문의 세력에 대해서만 말했지 이런 이야기는 없었네.”
언충호가 이용당했다는 생각이 얼굴이 붉어졌다.
“총군사께서도 조심하느라 그랬을 겁니다. 저도 오황자가 진짜로 빼돌려질 것이라고는 눈앞에서 그 일이 벌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긴가민가했었으니까요.”
임요성의 말에 그제야 살짝 얼굴이 풀어진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다른 후기지수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자기들은 모르는 내용이었다. 정말 그런 것이라면 당장 자신들의 소속 가문과 문파에 전서를 띄워야 한다.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므로 가문 차원에서, 문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이 신병(神兵)들은 어떻게 하지?”
팽원호가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리자 다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무기에 눈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