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20
청풍표국 최강식객 120화
120화. 혈강마검(2)
깎아지른 절벽이 그대로 정수리로 쏟아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쿠과과과과광!
거검으로 임요성의 뒤에 있던 작은 산 하나가 그대로 쪼개져 나갔고, 임요성이 있던 자리에는 폭만 이, 삼장에 이르는 골이 몇 갈래가 파였다.
“크으음….”
임요성은 그 거대한 공격을 급히 막았으나 온몸의 옷이 너덜너덜해지고, 몸 전체를 피가 뒤덮고 있었다.
“호오?”
혁련희가 제법이란 표정을 짓고는 있었으나, 임요성의 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다.
긴박한 순간 천잠위건을 위로 날리며 그 아래서 두 도를 교차하여 가까스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흠. 그 목도리 참 탐나는구먼.”
혁련희가 눈을 빛냈다.
강기의 공격은 모두 무력화시킬 수 있는 그야말로 모순이라는 고사의 방패와 같은 목도리였다.
이미 모든 내공을 다 쏟아내고 간신이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임요성에게로 혁련희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때였다.
쐐애애액!
한 줄기 검강이 화살처럼 날아오더니 그대로 혁련희를 강타했다.
콰아아앙!
촤아아악!
혁련희가 급히 손을 들어 검강을 막아냈지만 십여 장은 뒤로 밀려 나갔다.
“하! 네가 여기 어쩐 일이냐.”
하늘에서 마치 계단을 밟듯 유유히 내려서는 중년의 사내.
바로 수라궁주 구양겸이었다.
* * *
변황대전을 일으킨 주역, 천산마교의 수장이자 당시 천마라 불리며 전 중원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자의 이름은 구양제(歐陽帝).
그런데 그에게는 여동생이 한 명 있었으니 구양화라 했다.
당시 유목민족의 후손이자 절대고수의 반열에 있었던 구룡번천 혁련상의 합류로 구양천은 더욱 힘을 얻게 된다.
혁련상은 바로 임요성이 익힌 천강수를 만들어 낸 장본인.
그는 천마의 무공과 인품에 감명받아 당시 천산교에 투신해 큰 활약을 펼친다.
그렇게 전쟁을 준비하던 중 공교롭게도 천마의 여동생인 구양화와 눈이 맞았고, 끝내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낳게 되는데 아들 둘이었다.
하지만 큰 기대를 품고 출전했던 중원정벌, 중원에서는 변황대전이라 부르는 전쟁에서 천마 측은 처참한 패전을 당했다.
천마, 혈마, 귀마 이들 셋의 무위는 당시 현경에 이르러 중원에서 마선(魔仙)이라고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했다.
거기다가 혁련상 역시 현경에는 이르지 못했어도, 그 압도적인 실전성으로 실제 전투에서는 오히려 세 명의 마선을 능가할 정도였다.
그런데 전쟁에서 패하자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고, 이후 살아남은 혁련상과 구양화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게 된다.
전쟁에서 얻은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은 구양천의 복수를 해야 한다는 쪽이 혁련상이었다.
갈 곳 없어 떠돌아다니던 그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준 이가 바로 구양천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오라비를 잃었지만 이미 여인의 삶에 눈을 둔 구양화는 오히려 그냥 조용히 천산에서 후일을 도모하며 힘을 비축하자는 쪽이었다.
사랑하는 오라비를 충격적으로 잃은 그녀는 지아비까지 잃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혁련상은 어떻게 친구의 복수를 눈감을 수 있겠냐며 2차 변황대전을 준비하던 당시 혈마, 대리단가의 후손이었던 단우경과 손을 잡는다.
그렇게 구양화와 혁련상은 각각 아들을 하나씩 데리고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두 번째 전쟁 역시 패했고, 이곳 호남성 인근에서 중원 무림의 연합에 갈가리 찢겨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된다.
혈마 단우경은 당시 자식이 없었고, 혁련상이 혈마의 뒤를 이어 자신의 아들에게 무공을 전수하니 그것이 바로 백팔신공(百八神功)이다.
이 백팔신공은 36천강수, 72지살퇴의 수법과 퇴법, 즉 손과 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무공으로, 임요성이 배운 것이 바로 이 중 천강수인 것이다.
이후 혁련상은 곤륜으로 흘러 들어가 혈궁을 세우고 아들을 키우며 혈궁의 맥을 잊는다. 그 역시 자신의 성을 잇게 한 건 당연했다.
구양화는 신강 천산에서 수라궁을 세우고 궁주가 되었고, 아들에게 자신의 성을 잇게 한다.
그렇게 수라궁과 혈궁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니 어떻게 보자면 성만 다를 뿐 같은 핏줄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혁련희와 구양겸이 피가 섞인 건 아니었다.
혁련희는 묘족의 후예로 묘족이 멸족하던 순간 고독술을 혈궁에 바치고 겨우 혁련희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당시 후계가 없던 혈궁주가 혁련희는 양자로 삼아 혁련이라는 성을 내린 것이었다.
재밌는 것은 1차 변황대전 당시 마교 측 살수대를 이끌던 이가 바로 구양화였다.
즉, 천산탈혼검법이 바로 구양화의 것이라는 말.
구양화가 이끌던 살수대의 살수가 살아남아 정리한 것을 묵천군의 스승이 다시 백도 무공에 맞게 정리한 것을 임요성이 익힌 것이다.
한마디로 임요성은 현재의 혈궁과 수라궁의 무공 모두를 익히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대치를 본 구양겸이 혁련희에게 눈길을 돌렸다.
“좀 늦은 것 같군. 보아하니 아직 마검을 취하지 않았군.”
“하핫! 그렇게 됐네. 강호의 귀여운 후배를 만나는 바람에 잠깐 놀아주고 있지. 어떤가? 기왕 폐관을 깨고 나온 것, 이제 제대로 한 번 판을 벌여야지. 내가 검을 찾는 즉시 바로 전쟁을 선포하는 거네.”
“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만 나랑 같이 돌아가세. 아직은 때가 아냐.”
“하! 넌 항상 그게 문제야. 정확한 때가 어딨나? 대충 이 정도면 됐다 싶으면 저지르는 거야.”
“아둔한 놈. 네놈처럼 생각했기에 과거 수많은 교도들의 희생이 있었던 걸 모르는가. 그때의 피눈물 나는 경험으로 우리에게 전해져 오는 금언을 정녕 모른 척할 텐가.”
“씨발, 그때는 혈강마검이 없어서 혈마 조사의 힘이 약할 때였고, 지금 내가 혈강마검을 취하면 상황이 그때랑은 완전히 달라져. 모르겠냐?”
“멍청한! 넌 지금까지 혁련상 조사의 백타술만 익혀왔다. 그런데 어떻게 검을 쓰겠다는 것이냐.”
“바보야. 그러니 마검이고 신검이지. 문헌에 의하면 이 검에는 수많은 이들의 혈기(血氣)가 담겨 있어 연자를 만나면 바로 이 혈기를 품게 되어 엄청난 내공의 증진을 이룰 수 있어. 그리고 검 자체에 조사의 의념이 담겨 있기 때문에 취하는 즉시 내가 익힌 혈천광세신공과 연동되면서 자연스럽게 혈천검법을 익히게 된다니까? 모르겠냐? 내가 왜 이러는지?”
들떠서 침을 튀기며 말하는 혁련희를 구양겸이 말없이 바라봤다.
어차피 그의 목표 역시 중원정벌.
그건 천마, 구양씨의 피를 이은 사람이라면 당연한 목표였고, 그 또한 역천의 무공을 이은 사람으로서 운명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나도 중원정벌이 내 생애 언젠가 한 번은 해내야 할 목표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무리 네가 혈강마검을 손에 쥔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우리 같은, 아니 너와 나 둘 역시 더 경지를 높여야 한다. 그만큼 이 중원에는 기인이사가 많으니 조심하라는 선대의 유지를 잊었는가?”
임요성이 옆에 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두 사람.
하지만 그 역시 둘의 말을 막지 않았다.
중원에 나온 이후 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아주 중요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스윽.
구양겸이 시선을 느꼈는지 임요성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이보게 구양가야. 저 친구가 내 앞에서 뭘 보였는지 아냐? 바로 천산탈혼검이네. 하하하. 이것 참, 얼마나 반갑던지. 중원 한복판에서 마공을 보다니.”
“천산탈혼검을? 그걸 어떻게 배웠지?”
구양겸이 눈을 빛냈다. 천산탈혼검은 현 수라궁의 무공. 그걸 백도 무림인이 익히다니.
“당연히 나의 스승님께 배웠다.”
퉁명스러운 말투에도 구양겸은 반응이 없었다. 대신….
“들은 적이 있다. 변황대전 당시 혈화 조사님의 살수대는 거의 전멸을 했다고 했지. 하지만 개중에 살아남은 이들이 있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 그중 한 명이었을 것 같군. 그래서 마기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로군. 중원 무공에 맞게 개량한 것이었어.”
“그래, 하지만 역천의 힘을 버림으로써 그 힘은 잃어버린 것 같아. 내 직접 겪어보니 위력이 너무 낮아.”
지금 임요성이 펼친 무공조차 낮다고 말하는 혁련희였다.
오황자를 황제로 만들고, 파천도군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는 광오한 별호를 얻도록 해준 무공이 위력이 낮다니.
임요성은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실제 역천의 힘을 버림으로써 백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고, 살수무공의 은밀함과 빠름은 얻게 되었지만, 그 막강한 힘은 많이 약화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임요성의 마음이 흔들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사이좋게 호구조사나 하고 있을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크큭! 저 보라고. 곧 죽을 놈이 자존심만 살아서는.”
혁련희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 네 말대로 우리가 그런 사이는 아니지. 그러니까 그 목도리나 넘기거라. 그럼 네 목숨은 살려주마.”
혁련희가 손을 까딱거렸다. 전투 중에 안 사실이지만 임요성의 목에 감겨 있는 저 목도리는 아무리 자신이 앞으로 현경에 이른다 하더라도 매우 유용한 무기가 될 것 같았다.
“직접 가져가 봐.”
“하! 이 새끼가 진짜!”
팡!
혁련희의 쇄도에 공기 터지는 소리가 났다.
퍼버버벙!
제대로 작심한 혁련희의 무위는 그야말로 천상의 신장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임요성 역시 만만치 않았다.
힘의 차이를 빠른 속도로서 메웠고, 경지의 차이는 수많은 생사의 수라장을 헤쳐나온 경험으로 상쇄시켰다.
콰과광!
채재쟁!
밀릴 듯하면서 버티고, 쓰러질 듯하면서 막아냈다.
그때였다.
타라랑!
손을 강기로 감싸 수강을 마치 검처럼 휘두르던 혁련희가 손에 착의 묘리를 가미한 노련함에 임요성의 두 칼이 모두 사방으로 날아갔다.
절체절명의 위기!
펑! 퍼벙!
그사이 이미 두 손으로 천잠위건을 길게 늘여서 잡고는 천강수를 펼치기 시작했다.
‘음? 저건?’
임요성이 펼치는 권법을 보던 혁련희의 볼이 씰룩거렸다.
“잠깐!”
팡!
파바방!
갑자기 혁련희가 거력으로 임요성을 밀어내며 싸움을 멈췄다.
임요성은 가쁜 숨을 몰아내며 상황을 살폈고, 혁련희가 임요성을 바라봤다.
“너의 그 권법. 그건 설마 천강수인가?”
혁련희의 진지한 물음에 이번에도 임요성도 답을 해주었다.
“그렇다. 구룡번천 혁련상의 독문무공. 너도 비슷한 무공을 쓰고 있더군.”
그의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말도 안돼! 어떻게 천산마공과 백팔신공을 함께 배울 수가 있지?”
구양겸도 둘이 싸우는 중엔 인지하지 못했다가 임요성이 펼친 것이 천강수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갑자기 싸우다 말고 소리치는 혁련희를 보며 임요성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전투 중에 뭐 하자는 거지?”
“하! 이봐 이게 지금 얼마나 우리한테 중요한 일인 줄 아냐? 천산마공은 역천의 무공, 그리고 백팔신공은 말 그대로 신공. 두 무공은 절대 합쳐질 수가 없다. 그런데 그 무공을 하나로 합친 분이 바로 천마조사시다. 천산마공과 백팔신공을 합쳐 만들어진 것이 바로 천하제일무공인 천마신공이지. 천마조사께서 귀천하신 후 선조 때부터 이 무공을 합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실패했다. 만약 두 무공을 합쳐 천마신공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이미 우리는 중원을 침공했을 것이다.”
혁련희가 광분해서 말하자 임요성도 자세를 풀었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군. 혈강마검의 심법인 혈천광세신공은 역천의 무공이 아닌가?”
“반쪽짜리야. 혈천광세신공은 혈강마검을 만나야 비로소 그 위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이렇게 몸소 혈강마검을 찾아온 거지. 마검을 취하면 자연스럽게 내가 익힌 백팔신공과 합쳐져 천마신공의 심득을 취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런데 혁련희의 설명에 임요성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그렇군. 그래서 그랬던 거였어.”
“뭐? 그게 무슨 말이냐?”
혁련희가 고개를 갸웃했고, 구양겸 역시 아무 말 없이 임요성을 지켜봤다.
“아까부터 계속 내 머릿속에 속삭임이 들리더라고.”
“…?”
“…!”
“나를 가지라고.”
그 말과 함께 임요성이 하늘로 손을 뻗치자 마치 땅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굉음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