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21
청풍표국 최강식객 121화
121화. 혈강마검(3)
현 흑도3궁은 네 명의 인물을 조사로 추앙하고 있었다.
세 명의 천마, 혈마, 귀마 이외에 바로 혁련상이었다.
그런데 그 혁련상이 혈마가 죽고 그의 독문무공인 혈천검법이 유실되어버린 것이다.
대신 자신의 백팔신공을 가르쳤고, 혈마가 남긴 심법을 익히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혈궁에는 원래 혈마의 무공이 아닌 백팔신공이 내려오고 있던 것이다.
다행히 혈천마공은 혈강마검과 함께 해야 그 본래의 위력을 발휘하도록 되어 있어 충돌하지 않았다.
하지만 말년에 마검과 함께 심법까지 개량한 혈천광세신공은 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무공으로 남게 된다.
그래서 혁련희는 혈강마검을 애타게 찾고 있던 것이다.
백팔신공과 온전한 혈천마공이 하나로 합쳐져 과거 천마조사처럼 신공을 완성하리라는 기대감으로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중원의 한복판에서 두 무공을 익힌 이가 존재한다니 두 사람, 특히 혁련희는 황당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묵천군과 임요성이 황궁 비고에서 우연히 구한 구룡번천 혁련상의 천강수는 말년에 심득을 정리한 비급이었고, 곤륜혈궁의 자리를 인정받기 위해 당시 황제에게 바쳐진, 지살퇴가 빠진 수법만 전달된 것으로 이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로 남게 된다.
혈강마검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이름은 혈천신검.
하지만 변황대전 이후 그 압도적이고 괴물 같은, 그리고 무시무시한 힘에 혈강마검이라 불리게 된 신검.
백 년 가까이를 부적으로 된 새끼줄에 꼬여 봉인당했던 신검은 갑자기 이상한 기운이 느껴짐을 깨닫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를 이곳에서 꺼내줄 주인이 온 것인가!’
하지만 주인의 기운이 이상했다.
반쪽짜리와 반쪽짜리가 모여 하나로 뭉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천산검법의 반쪽인 천산탈혼검, 백팔신공의 반쪽짜리 천강수가 한 몸에 있는, 가장 익숙하면서도 어찌 보면 가장 어설픈.
그런데 이번엔 또 다른 주인이 나타났다.
두 번째 온 이는 자신을 구속할 수 있는 심법과 힘을 가졌다.
비록 완전성은 없었지만 가장 자신과 잘 맞는 기운을 가진 주인.
첫 번째 주인과 두 번째 주인 사이에서 갈팡질팡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그런데 첫 번째 주인이 먼저 손짓을 했다.
나에게 오라고!
그러자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부적이 화르륵! 하며 타올랐고, 자신은 자유가 되어 날아올랐다.
‘에라 모르겠다!’
* * *
혈궁주와 수라궁주. 한 사람은 혈강마검을 취하기 위해, 한 사람은 그의 폭주를 막기 위해 중원 한복판에 왔다.
그리고 지금 그 두 사람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임요성의 손에 피같이 붉은 검이 잡혀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여유를 잃지 않던 혁련희가 당황해서 자신도 모르게 임요성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마치 호신강기로 된 혈무에 감싸여 있는 것과 같은 임요성의 근처에도 갈 수가 없었다.
혁련희의 움직임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임요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기어검. 그것도 동굴의 윗부분을 마치 두부 가르듯 뚫고 나온 혈강마검이 자신의 손에 잡힌 것이다.
키아아아앙!
임요성은 머리를 뒤흔들고, 심장을 찢어내는 듯한 귀곡성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 귀곡성에서 정신과 육체를 보호하느라 시시각각 내공이 흩어지고 있었다.
마치 나를 가지려면 그 자격을 증명하라는 듯한 강한 기운!
만약 여기서 진다면 마검에 먹혀버릴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한줄기 청량한 기운이 상단전에서 시작되어 온몸을 감쌌다.
바로 천문진결의 공력이었다.
신의가 늘 외고 다니라고 했던 천문진결이 파마(破魔)의 공능을 일으키며 혈강마검의 기운을 억눌렀다.
파아아아앙!
그리고 임요성의 머리 위로 하얀 용과 붉은 용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임요성이 혈담에서 받아들인 하얀 용, 천년교룡의 힘이 천문진결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주인을 잡아먹으려는 혈검에 숨어있던 혈룡과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크윽!”
“으음!”
엄청난 기파가 혈궁주와 수라궁주를 밀어냈고, 임요성을 둘러싼 혈무로 된 강기의 구체 속에서 두 용이 거대한 포효와 함께 뒤엉켰다.
그 속에서 임요성은 아무런 표정 없이 눈을 감은 채로 마치 물에 떠 있는 것처럼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으드득!
“젠장!”
혁련희가 분통을 터트렸으나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 저 혈강기의 구체를 깰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날 필요도 없었다. 어느새 백룡이 혈룡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혈룡을 먹어 치운 백룡은 입에 붉은 구슬을 물고 있었다.
“크롸라라라라!”
세상을 뒤흔들 용후(龍吼)가 울려 퍼지더니 그대로 임요성의 천문으로 그 자취를 감추었다.
팡!
그리고 그 핏빛을 모두 잃고, 검게 죽은 색으로 변한 혈강마검이 산산조각이 나서 공중으로 흩어졌다.
“아…!”
혁련희가 멍청한 표정으로 자신이 지금까지 얻기 위해 그 생고생을 했던 혈강마검이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번뜩!
그리고 임요성의 눈이 뜨였다.
붉은 광망이 눈에 맺혔다가 수렴되더니 호수처럼 맑으면서 무저갱처럼 깊은 눈이 되었다.
스윽.
땅에 발을 딛은 임요성이 두 사람을 쳐다봤다.
“음. 좀 전만 해도 구름에 싸인 산의 정상처럼 희미했던 두 사람의 경지가 뚜렷하게 보이는군.”
“뭐, 뭣이!”
“허허….”
이 말은 임요성의 경지가 두 사람의 경지에 못지않게 올라섰다는 걸 의미했다.
단목인과의 전투에서 올라선 화경의 경지. 하지만 화경의 초입은 초절정의 수위와 비슷했다.
강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나 완전히 화경이랄 수 없는 어정쩡한 상태.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몸속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힘!
마검이 품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생혈에서 흡수한 혈기(血氣)를 자신도 그 존재를 모르던 천년교룡의 기운이 부작용 없이 흡수하여 몸속에는 5갑자의 내공이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천년교룡이 여의주를 물고 진정한 용이 된 것이다.
물론 이것은 모두 임요성의 몸속에서 일어난 공력의 변화가 기운으로 구체화된 것뿐이다.
인간의 수많은 생혈(生血)에서 얻은 혈기와 임요성 자신도 모르게 익혔던 무공에 숨어있던 역천의 마기가 어우러졌고, 그 기운을 천년교룡이 여의주로 만들어 품음으로써 임요성의 5갑자 내공은 다른 이들의 기운보다도 훨씬 정순하고 웅혼한 힘을 지니게 되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마음만 먹으면 금세 죽일 수 있으리라 여겼던 혁련희는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분개했고, 구양겸은 다시금 조사들의 격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으아악! 널 죽여 그 피를 갈아 마시리라!”
혁련희가 눈을 까뒤집으며 임요성에게 쇄도했다.
콰과과광!
혁련희의 검과 임요성의 도가 맞부딪히자 굉음이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이 동시에 주르륵 밀려 나갔다.
여유가 넘치던 혁련희와 가까스로 그의 검격을 막았던 이전과는 달랐다.
혁련희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고, 임요성의 얼굴은 담담했다.
“젠장! 구양 놈아! 뭘 하는 거냐! 여기서 저놈을 살려두면 후환이 된다는 걸 모르는 거냐! 이미 혈강마검은 놓쳤지만 저 녀석은 훗날을 위해 죽여야 한다고!”
망설이던 구양겸이 결심을 굳힌 듯 눈을 빛냈다.
“후배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군. 지금 자네의 모습을 보니 두려운 마음까지 드니 지금 마무리를 지어야겠네.”
임요성이 두 사람의 반열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아직 급격히 오른 경지를 수습하지도 못한 상태다.
게다가 두 사람의 합공이라면 아무리 혈강마검의 힘을 흡수한 그라도 무리였다.
하지만 임요성은 개의치 않았다.
‘언제는 편하게 싸웠던 적이 있던가!’
“와라. 둘 다 상대해 주지.”
흑아를 까딱거리자 두 사람이 볼을 씰룩하더니 동시에 달려들었다.
콰아아앙!
마치 천상의 신장들이 싸우는 것처럼 거대한 기운과 기운이 충돌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임요성이 이들과 대등하게 싸우리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그 임요성 역시도 이곳에서 뼈를 묻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이제 세 사람은 대등하게 자신이 가진 힘을 가감 없이 내뿜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임요성을 죽일 것처럼 달려들었지만 의외로 쉽지가 않았다.
두 사람은 한 세력을 대표하는 수장들.
그들이 합격을 해봤을 리가 없다.
게다가 마공은 발산의 무공이라 홀로 마음껏 때려 부수는 것이라면 모를까 옆에 한 사람을 낀 상태로 합격을 펼칠 무공은 아니었다.
“이익!”
혁련희의 검이 임요성의 목을 가르며 들어갔고, 구양겸의 검이 하체를 가르며 들어갔다.
어디로도 피할 수가 없는 상황.
하지만 찰나의 찰나를 쪼갠 짧은 시간에 임요성의 몸이 두 검 사이로 누웠다.
“크하하하하하! 끝이다!”
혁련희가 마치 예상했다는 듯 검로를 바꿔 그대로 임요성의 가슴을 갈랐다.
콰아아앙!
그러나 몸 안에 흑린갑을 입고 있는 임요성은 약간의 내상만 입었을 뿐 멀쩡했다.
오히려 발을 박차고 오르는 용오름의 수법으로 혁련희의 턱을 걷어찼고, 그사이 목을 향한 구양겸의 검은 천잠위건에 막혔다.
펑!
검에 몸이 날아가는 순간 휘두른 흑아에 구양겸 역시 가슴이 살짝 갈라졌다.
백타와 무기술이 어우러져 몸이 곧 무기요, 무기가 곧 몸의 연장이 된 것 같은 자연스러움.
하지만 임요성 역시 멀쩡하진 못했다.
아무리 흑린갑과 천잠위건이라고 해도 강기가 실린 공격을 직접 맞았다.
내상이 없을 수가 없었다.
입가에 맺힌 핏물을 닦기도 전에 두 사람이 임요성에게 쇄도했다.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 임요성이 탈혼검의 마지막 초식 귀섬이 펼쳐졌다.
쿠구구구궁!
마치 강기의 그물이 그대로 혁련희와 구양겸을 덮치는 광경!
“크아아압!”
“타아아앗!”
하지만 그들은 일대종사라 할 수 있는 한 세력의 수장들.
수많은 강기의 그물을 쳐내고 또 쳐내더니 결국 무(無)로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붙었다 떨어지기를 수차례.
임요성의 무공이 갈수록 탄력을 받았다.
혈강마검에 잠들어 있던 혈천신검의 묘리가 반쪽짜리 마공의 힘을 메워주면서 그 숨겨졌던 힘이 뿜어져 나오자 두 사람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우.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군. 아직 마검의 힘을 제대로 수습도 못 했을 텐데 우리 둘의 합격을 막아내다니.”
구양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옆에서 혁련희가 코웃음을 쳤다.
“흥. 자네의 그 무른 마음이 언젠가는 발목을 잡을 걸세. 뭐하나. 끝장을 봐야지.”
아직 뭔가 숨겨둔 수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혁련희.
두 사람이 눈빛을 교환하자 뭔가 더 이상 진행이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달려가려 했으나, 어떤 거대한 힘에 밀려 다가갈 수가 없었다.
마치 혁련희가 혈강마검의 힘을 이어받던 임요성에게 다가갈 수 없었던 것처럼.
혁련희가 구양겸의 등에 손을 대었고, 거대한 기운이 구양겸에게 밀려들고 있었다.
임요성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격체전력. 보통 죽기 전의 사부가 제자에게 행하는 내공전이법.
두 사람의 무공이 같은 뿌리에서 시작되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거력이 구양겸에게 집중되더니 그의 검이 새하얗게 달아올랐다.
“크윽!”
마치 전신을 옭아매는 듯한 기운의 실타래가 임요성을 휘어 감았다.
아마 다른 이들이었다면 이 단계에서만 이미 몸이 천 갈래, 만 갈래 갈라졌을 것이다.
“타앗!”
구양겸의 검이 그대로 쏘아져 날아왔다.
거력이 실린 이기어검!
꾸우웅!
산과 산이 부딪힌다면 이런 소리가 날까.
천지가 뒤흔들리는 듯한 소리가 나며 임요성의 흑아가 공중에 떠 있는 구양겸의 검을 막아냈다.
검만이 홀로 하늘에 떠 임요성의 도와 맞닿아 있는 상황은 신비로울 정도였다.
주륵. 주르륵.
하지만 점차 임요성의 신형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고, 그의 입가에 흘러내리는 피의 양이 늘어나더니 앞섶을 적시기 시작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지나면 두 사람이 내뿜는 힘에 임요성의 몸이 쪼개질 것만 같았다.
그때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휘이잉.
부드러운 바람이 두 검을 감싸더니 점점 검에 실린 힘이 봄날 꽃잎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크윽!”
“…?”
“…!”
세 사람이 모두 놀라 두리번거렸다.
이미 세 사람 사이에 있던 기의 부딪힘은 공기 중으로 흩어진 상황.
“허허허. 이것 참. 내가 좀 늦었군.”
마치 버드나무잎이 바람을 타고 내려오듯 표홀한 신법으로 그들 앞에 나타난 백의의 도사.
“거, 검신?”
혁련희가 눈을 부릅떴다.